* 선회와 고도 *
공대공 사격술 부분에서, 적기의 바로 정면이나 뒤에서 공격을 하면 리드를 잡지 않고 적기에게 똑바로 쏘면 된다고 했었다. 다시 말하면, 정면이나 뒤에서 사격을 하면 명중률이 가장 좋다는 뜻이다. 단 적기와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으면 적기도 나를 쏠 수 있기 때문에 정면 공격은 좋지 않다. 그러므로 적기의 꼬리를 물고 공격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데 나만 적기의 꼬리를 물려고 움직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기도 내 꼬리를 물기 위해 움직인다. 즉 서로가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기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적기보다 더 잘 움직여야 적기의 꼬리를 물 수 있다. 그런데 비행기 종류에 따라서도 기동 능력이 다르지만, 똑같은 종류의 비행기라도 기동 능력은 항상 똑같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 달라진다. 따라서 비행기가 움직이는 운동 원리를 알고 있어야 적기보다 더 잘 움직여서 공중전에서 이길 수 있다.
1. 선회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투기라고 해서 사람이나 자동차와는 다른 별도의 세상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전투기도 다른 모든 물체들과 마찬가지의 운동 법칙에 따라서 움직인다.
그러므로 우선 쉬운 예를 들어서 얘기해보자.
골목길 코너를 돈다고 생각해보자. 걸어가는 사람보다 뛰어가는 사람이 움직이는 속도가 더 빠르므로 코너를 더 빨리 돌 수 있다. 하지만 달리는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코너에서 급하게 꺾어 들어가지 못하고 크게 회전을 할 수밖에 없어서 오히려 코너를 잘 돌지 못하게 된다. (그림 1)
그림 1. 속도와 선회능력
비행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느린 비행기는 움직이는 속도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선회를 하는데 오래 걸린다. 그 대신 선회하는 반경은 좁다. 비행기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지만 그 대신 선회하는 반경이 커진다. 그래서 너무 느리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은 어떤 속도에서 가장 빠르게 선회를 할 수 있다. 이렇게 가장 빠르게 선회를 할 수 있는 속도를 코너스피드(corner speed), 또는 코너속도라고 한다. 위에서 말한 골목길의 코너를 도는 예를 떠올려서 이름을 기억하면 되겠다.
이러한 비행기의 선회능력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은 산 모양이 된다. (그래프를 이해하기 힘들다면 그냥 건너뛰고 위의 내용만 알고 있어도 된다.)
그림
2. 비행기의 선회능력
여기서 가로축은 속도, 세로 축은 선회율(초당 선회 각도)이다. 산 모양이 가장 뾰족하게 솟은 A 지점에서 가장 선회가 빠르게 되므로 그 지점의 속도가 코너스피드이다. 산 모양 오른쪽에 130, 150, 200m…등의 숫자가 붙은 직선들은 선회반경을 나타낸다. 산 모양 왼쪽에 15, 2, 3G…등의 숫자가 붙은 곡선들은 비행기의 급기동 정도(G)를 나타낸다. 구체적인 수치나 세부적인 모양은 비행기마다 다르지만 기본적인 형태는 모두 대개 이와 비슷하게 된다.
이렇게 속도에 따라서 비행기의 선회능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코너스피드를 알고 있어야 적과 더 잘 싸울 수 있다. Fighter Ace 게임 폴더에 있는 FIGHTERACE_REALISTIC_SPECIF.PDF 파일을 보면 이 게임에 나오는 비행기들의 게임상의 코너스피드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코너스피드 개념을 좀 더 잘 애해해보기 위해서 게임에서 직접 실험을 해보자.
위에서 소개한 그래프를 보면 코너속도는 최대 G(위 그래프에서는 5G)를 당길 수 있는 속도 중에서 가장 낮은 속도이다. 그러므로 비행기를 타고 직선 수평비행을 하면서 일단 최대속도로 가속을 한 뒤에 수평으로 최대한의 급기동을 해본다. 그러면 화면 왼쪽 위의 G 표시계가 최대값이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속도가 떨어지면서 G도 같이 떨어질 것이다. 이 때 G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의 속도가 바로 코너스피드이다. 직접 비행하면서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차가 약간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기는 충분할 것이다. 아래의 동영상의 예를 보자.
영상
1. 코너스피드 실험
이 동영상은 P-51 전투기의 코너스피드를 실험한 것이다. 시속 약 420마일의 속도까지 속도를 높인 상태에서 최대한의 급기동으로 수평 선회에 들어갔다. 그러자 최대 G(화면 왼쪽 위의 붉은색 숫자)가 8.0이 나왔고, 몇 초 지나자 이 숫자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속 370 마일 정도의 속도에서 G값이 내려가기 시작했으므로, 이 비행기의 코너스피드는 약 시속 370마일이다. (화면 가장자리가 어두워지는 것은 급기동을 하면서 조종사 몸의 피가 아래로 쏠리고 뇌에 피가 부족해져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을 묘사한 것이다. 지나치게 급격하게 기동을 하면 기절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골치 아프게도 코너스피드에서 스틱을 최대한으로 당기기만 한다고 무조건 선회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급기동을 하면 비행기가 받는 저항이 커지고 그 때문에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코너스피드에서 선회를 시작했더라도 코너스피드 밑으로 속도가 줄어들게 되고, 따라서 선회율도 같이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최대한의 급기동으로 선회를 하면 순간적으로는 가장 빠르게 선회가 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선회를 하면 오히려 선회가 더 느려지게 된다. 전속력으로 달리기를 하면 100미터 달리기는 빨리 갈 수 있지만 오래달리기를 할 때는 전속력으로 달리면 금방 지쳐서 결승점에 도달하기는 더 오래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오랜 동안 선회를 계속하려면 스틱을 끝까지 당겨서 급기동을 하지 말고 스틱을 적당히, 즉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약 2/3 정도까지만 당겨야 한다. 그러면 당장은 최대한 빠른 선회를 하지는 못하지만 비행기가 받는 저항이 그만큼 작아져서 더 오랜 동안 꾸준한 속도로 선회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최대한의 급기동을 해서 순간적으로 가장 빠르게 도는 것을 최대 순간 선회라고 하고 스틱을 적당히 당겨서 오랜 동안 꾸준하게 선회를 하는 것을 최대 지속 선회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말한다면 적기가 나를 쏘려고 할 때는 당장 죽지 않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최대한의 급기동을 해야 하고, 당장 적기가 나를 쏘려고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속 선회를 하면서 전투를 하는 것이 좋다. (그림 3)
그림
3. 순간 선회와 지속 선회의
용도
2. 고도
등산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산에 올라가기는 힘들다. 그리고 산이 가파를수록 올라가기가
더 힘들다. 반대로 내려갈 때는 힘이 덜 든다. 지구가 밑에서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하늘에서 날아다니지만 지구가 잡아당기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비행기도
상승할 때는 힘들고 하강할 때는 쉽다. 그리고 더 가파른 각도로 상승할수록 올라가기가
더 힘들다. 비행기 엔진이 내는 힘이 버틸 수 있는 정도보다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
속도가 떨어진다.
공중전을 할 때도 이 원리가 적용된다. 위에 있는 비행기는 내려가면서 적기를 공격하기 때문에 기동하기가 쉽고 밑에 있는 비행기는 올라가면서 기동해야 되기 때문에 기동하기가 더 힘들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높은 고도를 먼저 차지하고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림 4)
그림
4. 높은 고도에 있는 비행기가
유리하다
아래의 동영상을 보자.
영상
2. 고도와 속도의 관계
360도 입체적으로 비행하는 전투기니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만 겨우 30도의 각도로 상승하는데도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반대로, 30도의 각도로 하강하는데 속도가 빠르게 늘어난다. 다시 말하면, 속도와 고도는 서로 주고받는 사이이다. 앞에서 속도가 떨어지면 선회능력도 떨어진다고 했었다. 적기가 높이 있다면 상승을 하기 위해 속도를 써야 하고, 그러면 선회능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높이 있는 비행기는 급기동을 하면서 속도가 떨어지더라도 내려가면서 속도를 다시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급기동을 오래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높이 있는 비행기가 낮게 있는 비행기보다 더 유리한 것이다.
단, 이는 고도 차이가 나는 비행기들이 속도가 같을 때 그렇다. 속도와 고도는 서로 주고받는 관계이기 때문에 적기보다 고도는 높지만 속도가 낮다면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고도와 속도는 따로 생각하지 말고 합쳐서 생각해야 그 비행기의 진짜 기동 능력이 된다. 이렇게 비행기의 기동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속도와 고도를 합쳐서 에너지라고 한다. 간단하게 식으로 표시하면:
에너지 = 고도 + 속도
가 된다.
대체로 말하자면 에너지가 높은 비행기가 더 높은 기동성을 가지고 있고 공중전에 유리하다. 그러므로 공중전을 하러 갈 때나 하고 있을 때 항상 고도와 속도 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전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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