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술 요격 *

요격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공격해 오는 대상을 기다리고 있다가 도중에서 맞받아침”이라고 되어 있다. 요격을 영어로는 인터셉트(Intercept)라고 하니, 농구의 인터셉트에서 날아가는 공을 중간에 가로채는 인터셉트를 연상해도 될 것 같다. 어디론가 날아가는 물체를 중간에서 막는다는 점에서 전투기의 요격이나 농구의 인터셉트나 비슷하다. 공군에서는 가용한 수단을 이용해서 접근하는 적기를 탐지하고 그 적기를 육안으로 발견하거나 유리하게 공격할 수 있는 위치로 가는 행동을 요격이라고 한다.

레이더가 없던 시절에는 다가오는 적기를 사람이 직접 눈으로 관측하거나 소리를 들어서 적기가 다가오는 것을 파악하고 그 수와 방향 등을 확인했다. 적기를 효과적으로 요격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멀리서 적기를 탐지해야 하기 때문에 적기의 소리를 더 멀리서 잘 듣기 위해 청음장치나 짐승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적의 접근을 탐지하면 이를 관제소에 전달하고 관제소는 이 정보를 기초로 각 전투기 부대에 요격 명령을 내렸다. 지상기반 레이더가 실용화된 후에는 적을 탐지하는 역할을 레이더가 맡았다. 그리고 전투기의 레이더가 발달한 현대전에서는 지상 레이더가 하던 일의 상당부분을 전투기가 직접 맡는다. 즉 과거에는 요격기가 적기의 근처에 가서 적기를 육안으로 발견할 때까지 관제를 했다면 이제는 전투기가 자체 레이더로 적기를 발견할 때까지만 관제소에서 관제를 해주고 그 이후의 요격 과정은 전투기 스스로의 몫이 된다. 따라서 이제는 전투기 조종사 스스로 요격의 전반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게 되었다.


2차대전 당시 사용한 방공용 청음장치

요격의 6단계
멀리서 적을 발견하고 접근해서 공격을 하기까지는 6단계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 단계는 다음과 같다.

(1) 탐지 (Detecting)
(2) 표적 분류 (Sorting)
(3) 타게팅 (Targeting)
(4) 요격 (Intercept)
(5) 교전 (Engage)
(6) 이탈 (Separate)

이 단계들이 항상 시간적으로 명확히 구분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단지 요격의 과정을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상의 구분이 아니라 요격을 위해서 전투기 조종사가 실제로 순서대로 수행해야 하는 과업의 단계들이다. 이 글은 현재 F-16을 놓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다른 종류의 전투기나 혹은 프로펠러 전투기에서도 응용할 수 있다.

1. 탐지 (Detecting)
적을 가급적 원거리에서 탐지하기 위해서는 레이더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레이더는 상하좌우 탐색 폭과 탐지범위를 조정할 수 있다. 관제소나 다른 아군기 등이 제공하는 외부 정보나 사전 정보가 없다면 가급적 탐색 범위를 넓혀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탐색 폭을 넓힐수록 레이더 빔이 주어진 공간을 한 차례 탐색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적기의 정보가 갱신되는 시간간격이 길어지고 탐색 범위 안에 있는 적기를 놓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외부 정보가 있다면, 예를 들면 관제소에서 어떤 적기의 위치와 고도를 알려주고 그 적기를 요격하라고 지시했다면 그 위치를 중심으로 레이더 탐색 폭을 좁혀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정해진 구역 안에 있는 적에 대한 정보를 더 확실하게 얻을 수 있다.

또한, 전투 임무는 항상 최소한 2기 이상의 편대로 수행한다. 따라서 편대원들이 레이더 탐색 구역을 나눠서 맡으면 편대가 탐색하는 전체 범위가 넓어진다. 예를 들면 2기의 편대에서 1번기는 중고도~고고도를 맡고 2번기는 저고도~중고도를 맡기로 책임을 정할 수 있다. (탐색 중심 부분은 중첩되도록 해야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는다.) 이러한 탐색 구역 할당은 통상 출격하기 전에 미리 약속해둔다.


레이더 탐색 구역 분리의 예

2. 표적 분류 (Sorting)
적기를 탐지했다면 탐지 물체를 분류한다. 적기는 대개의 경우 편대를 이루고 있을 것이므로 적의 편대가 몇 대인지, 어떤 대형을 취하고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어떠한 행동을 하는지 등의 정보를 파악한다. 그리고 이 정보를 무선으로 전파하여 편대원들이 공유하도록 한다. 이렇게 정보를 전파하는 이유는 편대원들이 각자 수집한 정보를 모두 모으고 서로 비교해서 전체 편대원들이 더 정확하게 전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요즘에는 게임에서 멀티플레이를 할 때도 음성 채팅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교신을 하면서 비행하므로 이 부분은 게이머에게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다른 온라인 게임에서도 음성채팅이 보편화되는 추세이니 음성 채팅 기능 자체는 생소하지 않을 것 같다.


다중 음성 채팅 프로그램 Teamspeak

소팅을 할 때의 상황 전파 무선 교신의 예는 다음과 같은 형식이 될 수 있다. (공중 전투 교신은 영어가 원칙이다.)

“Falcon 1 has a two ship, line-abreast, 350, 30 miles, angels 22, high aspect.”
(여기는 팰콘 1. 적기는 2기 횡대 대형. 방위각 350, 거리 30마일, 고도 22,000피트, 높은 에스펙트 상황.)

위의 교신문은 다음과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송신자 콜사인] [적기 수] [대형] [방위각] [거리] [고도] [에스펙트]

이와 같이 미리 정해진 양식에 맞추어 교신을 하면 필요한 정보를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교신을 한다면 필요한 정보를 빠뜨릴 수 있고 그러면 빠진 내용을 추가로 되묻고 답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한없이 복잡해질 수 있다.

전투기의 무전기는 수많은 아군들이 함께 사용하고 공중전은 초 단위로 빠르게 진행된다. 때문에 공중전 교신을 할 때는 친구들과 전화할 때와는 달리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공군에서는 비행 교신을 할 때 약속된 약어와 형식으로 이루어진 문장들을 사용한다. 게임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역시 간결하고 효과적인 교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몇몇 비행 동호회들에서는 공개된 공군 교신 용어나 절차 등을 적용해서 음성채팅을 하기도 한다.

위 그림은 팰콘 얼라이드 포스의 레이더 화면에서 보이는 적기 편대이다. 적당한 모드를 이용해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위 레이더 화면들을 보면 좌측의 편대는 4기로 이루어져 있고 대형은 쐐기 대형, 좌측 약 30도, 거리 약 17마일, 고도는 10,000피트, 낮은 에스펙트임을 알 수 있다. F1 키를 반복해서 눌러서 RWS 모드나 TWS 모드를 불러올 수 있고, TWS 모드에서 MFD 화면 가운데 있는 NRM이라고 표시된 버튼을 누르면 EXP(확대) 모드를 불러오거나 일반 모드로 돌아갈 수 있다.

3. 타게팅 (Targeting)
소팅이 되었으면 편대원들간에 표적을 나눠 맡는다. 예를 들어 적기와 아군기가 모두 두 대씩이라면 두 명의 아군이 서로 한 대씩의 적기를 나눠서 맡는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같은 적기에게 두 명이 모두 공격을 하여 무장을 낭비하고 남는 적기를 놓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타게팅도 소팅과 마찬가지로 출격을 하기 전에 미리 몇 가지 패턴을 미리 약속해놓고 올라갈 수 있다. 이를테면 적기가 종대일 때는 아군 1번기가 더 멀리 있는 적기를 맡는다거나, 적기가 횡대일 때는 각자의 방향에 있는 적기를 맡는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러면 전투 중에 해야 할 일이 줄어들므로 그만큼 작업이 간편해진다.

팰콘 얼라이드 포스 게임에서는 편대 내 데이터링크가 구현되기 때문에 다른 편대원이 어느 적기를 락온했는지가 MFD 화면에 보인다. 이 정보를 이용하면 편대원들이 적기를 적절히 나눠서 맡았는지를 알 수 있다.


레이더 화면(좌)과 데이터링크 정보(우)

위 그림은 팰콘 게임에서 왼쪽 MFD의 레이더 화면과 오른쪽 MFD의 수평상황화면(HSD)에 나오는 데이터링크 정보이다. 이 장면에서 플레이어는 우측의 적기를 락온했고 플레이어의 윙맨은 좌측의 적기를 락온했다. 오른쪽의 화면에서 2/16이라고 표시된 노란색 꺾인 선 모양이 윙맨이 락온한 물체를 나타내는 데이터링크 정보이다. 이 데이터링크 정보를 보면 두 대의 아군기가 서로 다른 표적을 락온했음을 확실히 알 수 있다. 2는 편대의 2번기가 락온한 물체를 뜻하고, 16은 이 물체의 고도가 16,000피트라는 뜻이다. (2/18이라고 표시된 하늘색 물체는 아군기로서, 2번기가 고도 18,000 피트에 있음을 의미한다.)

4. 요격 (Intercept)
요격은 실제로 적기에게 접근하는 단계이다. 적기를 탐지했다고 해서 무작정 적기 쪽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적기에 접근하면서 적당한 방향과 각도를 맞추면서 접근하여 적절한 공격 위치로 들어갈 수 있어야 성공적인 요격이라 할 수 있다. 이 요격 단계는 다른 단계들과 시간적으로 완전히 분리되는 개념은 아니기 때문에 자료에 따라서는 이 단계를 빼고 5단계로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요격 경로에 대한 설명을 위해서 별도의 단계로 분류했다.

요격 접근 경로는 다음과 같은 몇 단계의 패턴으로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다.

(1) 충돌 코스로 접근
(2) 옵셋(Offset) 기동
(3) 추적 기동
(4) 표적 육안 획득

1) 충돌 코스로 접근
충돌 코스라 함은 적기의 현재 방향과 속도, 그리고 내 비행기의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적기와 가장 빠르게 만날 수 있는 최단거리의 직선 경로를 말한다. 가급적 적기에게 신속히 다가가야 그만큼 적기를 일찍 차단할 수 있으므로 이렇게 최단거리의 방향을 찾아서 적기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옛날 비행기라면 관제소에서 방향을 알려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F-16에서는 친절하게도 일단 적기를 레이더로 잡은 후에는 적기와 내 비행기의 방향과 속도를 컴퓨터가 계산해서 충돌 코스의 방향을 알려준다. 팰콘 게임에서 적기를 레이더로 지정하면 레이더 화면에 작은 흰색 십자 표시가 생긴다. 이 표시가 충돌 코스의 방향을 알려주는 CATA(Collision Antenna Train Angle)라는 기호이다. 이 CATA 기호가 중앙에 오도록 하면 충돌 코스로 향하는 것이다.


CATA 기호

2) 옵셋
충돌 코스로 끝까지 적기에게 접근한다면 아무 각도에서 적기와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가급적 적기의 후방에 위치를 잡아야 적기를 더 잘 공격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거리에서 측면으로 간격을 벌려서 적기 후방으로 선회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옵셋 기동이라고 한다. 옵셋 기동을 시작하는 거리는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인터넷에 공개된 미공군 F-16 교범인 MCH 11 F-16 Vol5에 따르면 20nm 거리에서 옵셋에 들어가라고 되어 있다. (이 경우는 단거리 미사일인 AIM-9로 무장했다고 가정)

옵셋 기동을 할 때는 적기의 후미 방향을 향해서 선회를 하고, 적기가 레이더의 측면에 놓이도록 방향을 잡는다. 즉 예를 들면 적기가 내게 오른쪽 면을 보이고 있으면 나는 왼쪽으로 선회해서 옵셋한다. 이 때 적기가 레이더의 가장자리로 너무 멀리 나가면 화면에서 사라져 적기를 놓칠 위험이 있으므로 어느 정도 여유를 남겨두도록 한다. 이를테면 F-16의 레이더 폭이 한쪽으로 60도이므로 적기를 약 40도 정도의 방향에 놓는다. 적기가 직선 비행을 하더라도 거리가 달라지면 상대적인 각도가 계속 달라진다. 따라서 적기를 향해 약간의 각도로 꾸준하게 선회를 해야 상대적인 각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옵셋 기동 중의 레이더 화면

위 그림은 적기를 우측 45도 가량에 놓은 채 옵셋 기동을 하는 중의 레이더 화면이다. 이 상태로 적기가 레이더 화면에서 수직으로 아래로 내려오게끔 하면 된다. 가운데 두 개의 초록색 직선이 왼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은 내 비행기가 옵셋 각도를 유지하기 위해 기체를 오른쪽으로 30도 정도 기울이고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적기와의 적정한 상대각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내 선회 각도를 조정해야 한다.

3) 추적 기동
적기가 적당한 거리에 들어왔으면 적기 쪽으로 선회를 하면서 적기의 후미를 향해 기동한다. 위에 말한 F-16 교범에서는 8nm 가량의 거리에서 추적 기동에 들어가라고 되어 있다. 추적 기동을 할 때는 최대 급선회를 할 필요는 없지만 신속히 기동하면서 표적을 HUD 안에 집어넣는다. 표적을 HUD 안에 집어넣으면 표적의 위치를 나타내는 사각형(TD 박스)이 보인다. 그러면 표적을 쉽게 육안으로 발견할 수 있다.

4) 표적 육안 획득
접근 단계에서는 레이더를 보면서 작업을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 이내에서는 표적을 반드시 육안으로 확인해야 한다. 근거리에서는 적기의 상대적인 각도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레이더만 보면서는 적기를 추적할 수 없고, 근접 전투 기동을 하게 되면 적기를 육안으로 보면서 기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늦게까지 조종석 안에 머리를 박고 레이더 화면만 보고 있으면 적기를 제때 육안으로 잡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적기를 눈으로 확인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적기가 레이더 탐색 각도를 벗어나버린다면 적기를 완전히 놓치는 것이므로 적기에 아무리 가까이 다가갔다 하더라도 요격에 실패한 것이다.


요격 기동 과정 (삽화 출처: MCH 11 F-16 Vol5)

5. 교전 (Engage)
앞의 단계들을 적절히 수행한다면 적기가 직선 비행을 하는 경우에는 적기의 측면이나 후방의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되고, 혹은 적기가 대응 기동을 해온 경우에는 높은 각도로 적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물론 적기의 후방에 유리한 공격 위치를 잡고 무기를 발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무장이 빗나가거나 적기가 대응 기동을 한다면 앞의 장들에서 알아본 근접전투기동(BFM)을 실시해서 적을 제압해야 한다.

6. 이탈 (Separate)
적기와 교전에 들어가서 상황이 불리해지고 있거나 연료가 부족하거나 무장을 소모했다면 교전을 중지하고 이탈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 공중전은 권투나 이종격투기가 아니므로 누구 하나가 반드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할 필요가 없고 그 죽을 누구 하나가 내가 되어야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친다면야 안되겠지만, 더 이상 싸워봤자 무의미하다고 판단될 때는 가급적 빨리 교전을 중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적에게 패한다면 대개의 경우 어차피 임무에 실패하는 것이니, 장렬하게 싸우다 죽었노라고 영결식장에서 칭찬받느니 내일 다시 싸울 기회를 남기는 편이 낫다. (교전을 중지하고 이탈하는 방법은 8편 방어 BFM 기본원리 부분을 참조한다.)

또한 적기를 격추하고 승리한 후에도 신속히 그 장소를 벗어나야 한다. 미사일과 기총을 쏘고 하늘에서 비행기와 미사일들이 터지면 그 섬광들을 아주 멀리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적기는 분명히 자기 동료들에게 교전 중이거나 격추당했음을 무전기로 알렸을 것이다. 이는 즉 다른 모든 적군들이 여러분이 그 자리에 있음을 안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여러분이 적기를 잡으러 달려들었지만 이제부터는 적의 모든 공군이 여러분을 잡으러 달려들 것이다.

일단 그 자리를 피해 안전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연료와 무장을 점검하고 전장상황을 다시 파악한다. 그 후 기지로 귀환할지 전장에 남아서 계속 임무를 수행할지를 결정한다.

참 쉽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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