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 BFM - 최후방어기동 *

지난 회에는 방어기가 적기에게 공격받는 것을 알았을 때 가급적 불리하지 않은 상황으로 전투를 이끌어가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다시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방어기는 가급적 적기와 높은 각도로 마주볼 수 있도록 적기 쪽으로 급선회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방어기는 통상 급선회를 하느라 적기에 비해 속도가 느려질 것이므로 선회반경이 좁은 사람이 유리한 nose-to-nose 상황을 만드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리고 nose-to-nose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급선회를 해서 적기가 내 선회 경로 바깥으로 밀려나갈 때 선회방향을 바꾸면 된다고 했었다.

방어기가 적기의 존재를 가급적 일찍 알아차리고 위에 말한 대응기동에 빨리 들어갈수록 방어기에게 더 나은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방어기가 적의 존재를 너무 늦게 알아차려서 적기가 이미 내 뒤로 많이 들어와있거나 교전 중 각도 손해를 많이 봐서 적기가 내 꼬리 쪽으로 더 깊이 들어온 경우에는 위와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적기가 적절한 공격 위치에 있으면 방어기의 선회경로 바깥으로 잘 밀려나가지 않기 때문에 방어기가 선회방향을 반전할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적기가 선회경로 오버슛을 하지 않았는데 선회방향을 반전한다면 nose-to-nose 상황이 만들어지지는 않고 선회방향을 바꾸는 동안 각도 손해만 보게 된다. 그렇다고 한 쪽 방향 선회를 계속 한다면 속도가 높아서 선회율이 우세한 적기가 점점 더 유리해질 것이다. 따라서 방어기는 쉽게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러한 막다른 상황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미리 말하지만, 이번 회에 소개할 기동들은 이 기동만 하면 공격기가 저절로 죽어주는 그런 필살기는 절대로 아니다. 단지 공격기의 위치를 조금 더 나쁘게 만들고 방어기가 살아날 가능성을 조금 더 늘려주는 최후의 방법들에 해당한다.

1. 하이 G 배럴롤 (High G Barrel Roll)
적기가 비행경로 오버슛을 했을 때 선회방향을 반전하는 것을 계속 반복하면 시저스 기동이 된다고 했었다. 적기와의 상대속도가 크고 적기와 나의 교차각이 클수록 이 방법의 효과가 크다. 이럴 때는 적기가 내 비행경로를 빠르게 지나쳐나가기 때문에 나도 빨리 선회방향을 바꿔서 적기쪽을 향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적기와의 상대속도나 교차각도가 크지 않다면 적기가 내 방어기동에 대응할 충분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평범하게 시저스 기동에 들어가도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 적기의 위치를 좀 더 나쁘게 만들고 적기가 추월할 가능성을 더 높이는 방법이 하이 G 배럴롤 방어기동이다.

일반적인 시저스 상황에서는 선회방향을 반전할 때 스틱을 당기지 않고 옆으로만 빨리 돌려야 롤이 빨리 돌아가서 선회방향을 빨리 바꿀 수 있다. 그 대신 하이 G 배럴롤 방어는 선회방향을 바꿀 때 스틱을 당기기를 같이 한다. 예를 들면, 오른쪽으로 방어선회를 하고 있다고 해보자. 여기서 배럴롤에 들어가려면 스틱을 당기던 힘을 그대로 준 채 옆으로도 함께 밀어서 스틱을 왼쪽 대각선으로 당기면 된다. (이름에서 하이 G라는 말이 바로 스틱을 당기면서 기동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비행 궤적이 입체가 되고 속도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앞으로 나가는 전진량이 적어져서 결국 적기가 내 앞으로 추월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배럴롤은 입체로 하는 시저스 기동이다. 따라서 기동을 수행하는 타이밍도 시저스와 마찬가지로 적기가 가급적 내 선회경로 바깥으로 많이 밀려나간 시점에서 기동을 시작하면 된다.

그림 1. 하이 G 배럴롤

2. 롤링 시저스 (Rolling Scissors)
위 삽화를 보고 불만 있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파란색 방어기는 방어기동을 하고 있는데 빨간색 공격기는 가만히 수평 선회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위의 그림은 배럴롤 기동의 형태를 이해하기 쉽게 그려놓은 것이고 실전에서는 적기도 대응기동을 할 것이다. 만약 적기가 방어기의 배럴롤 기동을 쫓아오면서 계속 근접 전투를 벌이겠다고 하면 두 비행기가 같이 배럴롤을 하면서 싸우게 된다. 그러면 두 비행기의 비행궤적이 꽈배기모양으로 서로 꼬이고 두 비행기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전투를 하게 된다. 이것을 배럴롤 기동으로 시저스를 한다고 해서 롤링 시저스라고 한다.

그림 2. 롤링 시저스

비행기 밑의 그림자에서 보다시피, 롤링 시저스는 두 비행기가 선회방향을 계속 바꾸는 시저스 기동의 일종이고 그걸 입체적으로 하는 것이다. 평면 시저스 기동에서는 적기의 앞으로 밀려나가지 않는 사람이 이기는데, 롤링 시저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롤링 시저스는 입체 기동이기 때문에 고도 변화를 잘 조정해야 전진속도를 줄여서 적기를 앞에 놓을 수가 있다. 롤링 시저스에서 올라가는 부분은 적기보다 더 올라가고 내려가는 부분은 적기보다 덜 내려가면 내가 더 높은 고도에 있게 되고 따라서 적기는 고도가 낮은 만큼 속도가 빠르므로 내 앞으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올라갈 때는 적기의 뒤쪽을 향해서 올라가고 내려갈 때는 적기의 앞쪽을 향해서 내려가면 역시 더 유리한 각도를 만들 수 있다.

그림 3. 롤링 시저스에서의 고도 관리

3. 스파이럴 다이브 (Spiral Dive)
또다른 방어기동으로 스파이럴 다이브가 있다. 스파이럴 다이브는 강좌 3회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깊은 각도로 강하하면서 좁은 반경으로 선회를 하는 것이다. 방어 기동으로서 실시할 때는 출력을 줄이면서 깊은 각도로 강하선회를 한다. 만약 속도가 더 높은 적기가 방어기를 계속 추격하려고 한다면 그냥도 속도가 높은데 강하속도까지 더해져서 방어기보다 더 큰 선회반경을 가지게 되어 방어기의 선회반경 바깥으로 밀려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게 되면 수평 선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방어기가 선회방향을 바꾸어서 nose-to-nose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스파이럴 다이브 후 하이 G 배럴롤을 연결해서 하기도 한다. 만약 적기가 내 급강하 선회를 쫓아오지 않는다면 순간적으로 적기와 거리가 벌어질 것이다. 그럴 때는 그냥 바로 직선 강하비행으로 전환해서 최대한 빨리 속도를 높여서 적기와의 거리를 벌릴 수 있다. 대개의 경우는 그대로 그냥 교전장소를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적기와 계속 맞붙어 싸우고 싶다면 적기와의 거리를 이용해서 적기 쪽으로 선회해서 정면 상황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도 있다. 단 이 경우에는 스파이럴 다이브를 하면서 고도와 속도를 많이 잃어 적에 비해 그만큼 불리하리라는 점은 각오하고 싸워야 한다.

그림 4. 스파이럴 다이브

4. 징크 (Jink)
위에 설명한 기동들조차도 할 여건이 안되고 적기가 나를 쏘기 직전이라면? 그때는 불규칙하게 기체를 움직여서 적기가 내 기동을 예측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적기가 사격 조준점을 잡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적의 기총 조준을 피하기 위해 불규칙하게 기동하는 것을 징크라고 한다. 특히 두 비행기가 같은 평면에서 기동하고 있을 때는 공격기 입장에서 볼 때 표적이 움직이는 방향이 공격기의 기수가 움직이는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에 사격이 쉬워진다. 따라서 두 비행기가 움직이는 공간을 같은 평면이 아니라 서로 다른 평면에서 입체적으로 움직이게끔 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비행기가 전투기동을 할 때는 스틱을 당기는 방향으로 기동을 하므로 기체의 뱅크각(옆기울기)을 적기와 다르게 만들고 기동을 하면 두 비행기가 다른 기동평면을 가지게 된다. 기총 사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공격기의 기동평면을 벗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림 5. 기동평면 보는 법

 

그림 6. 기동평면과 사격 난이도

단, 징크 기동은 멀리서 할수록 공격기 입장에서는 시선각이 별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고 불필요하게 기동성만 낭비하게 된다. 따라서 적기가 가까이 붙어서 사격을 하기 직전에 실시해야 효과가 크다.

위에 설명한 다른 모든 기동들도 마찬가지로 방어기동 모양을 얼마나 똑같이 흉내내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적당하게 상황에 맞는 기동을 구사하는지가 방어를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하다.

5. 정리
위의 방어기동들을 최후방어기동(Last Ditch Maneuver)이라고 부른다.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써먹어보는 방법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어쩌다 죽기 직전에 지푸라기를 잡고 살아났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지푸라기가 죽기 직전에 있던 사람도 살렸으니 물에 빠지기만 하면 다른걸 다 놔두고 지푸라기만 잡으면 될까? 아니다. 다른 모든 방법이 없을 때만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설명한 최후방어기동들도 마찬가지다. 위태로운 상황이 되어 쓰는 방법이라고 해서 더 안전한 상황에서는 더 잘되는 것은 아니다. 최후방어기동은 정확히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성공률이 낮다. 따라서 다른 쉬운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우선 시도해야 한다. 물론 그러자면 방어기동술을 낱개로 외우려고 하기보다는 방어BFM 부분 첫머리에서 말했다시피 방어상황이라는 큰 흐름을 이끌어나가는 전반적인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최후방어기동은 방어 BFM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일정한 부분을 맡고 있는 구성요소들 중 하나로서의 값어치가 있다.

 

메뉴로  |  이전 페이지로  |  맨 위로  |  다음 페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