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의 판단 *

 공격을 위한 최초단계는 "에너지 확보"입니다. 에너지는 고도+속도이므로, 고도를 높이든지 속도를 높이는 것 모두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속도를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기를 만나기 전에는 고도를 충분히 높이는 것이 좋고, 적기가 시야 내에 있는 상황이라면 당장의 기동에 쓸 수 있도록 속도를 높이는 것이 좋습니다. 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고도는 은행에 저장한 예금과 같고 속도는 언제든 쓸 수 있는 현금과 같다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것은, 적기가 가까이 있을수록 고도보다는 속도확보가 중요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교전에 들어갈 때 1000-2000피트 정도의 고도열세는 어렵지 않게 극복될 수 있지만, 적기와 근접한 위치에서 1000-2000피트의 고도를 얻으려고 속도를 잃고 있으면 초기 기동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여 최초 기동의 여유가 없어지게 됩니다. 교전에 들어갈 때는 적어도 한 번의 임멜만 기동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교전에 들어가야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로운 기동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은 교전을 할 때 적기의 에너지 상태를 판단하는데 고도를 주로 이용합니다. 2차 대전 비행기들에서는 상대방의 속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반면 고도 차이는 눈으로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주로 고도차이로 에너지를 판단하는 경향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때로는 맞지만 때로는 틀립니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어떤 플레이어들은 교전 전에 고도를 확보하기보다는 속도를 얻으려고 합니다.

 단적인 예로 정면 접근시의 한가지 트릭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정면에서 적과 접근시, 하강하는 척 하면서 임멜만을 할 정도의 고도만큼을 급강하 하였다가 밑에서부터 위로 치고 올라오는 수법이 있습니다. 이것을 본 적기는 상대방의 고도가 낮다고 해서 상승하여 고도우세를 점하려고 하거나 그 적기가 다른 곳으로 강하하는 줄 알고 무시해버릴 수가 있는데, 그러나 급강하로 속도를 얻었던 비행기는 급강하로 얻었던 속도를 이용하여 방심하고 있는 상대를 향해 상승하면서 공격을 들어오게 됩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에너지 차이가 나면 전투가 불리해진다는 것을 많은 플레이어들이 알기 때문에, 자신보다 더 높은 고도에 있는 상대를 만나면 급강하 이탈 등의 방법으로 교전을 회피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의 적을 만났을 때 고도 우세를 가진 채로 적에게 접근하였다면, 적기는 도망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고도를 확보한 채로 접근하지 않고, 적기와 같은 고도로 내려가되 속도를 높인 채로 적기에게 빠르게 접근을 하면, 적기는 에너지가 열세한데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대응해서 교전을 해오거나 이탈할 타이밍을 놓치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렇게 적기가 대응해온다면 적기와 교차한 후에 높은 속도를 이용하여 속도를 고도로 바꾸어 상승해버리면, 적기는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불리한 상태에서 도망칠 기회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예들이 고도 판단에 의지하는 적기에 대한 에너지 트릭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꼭 이대로 전투를 수행하라는 의미로 소개를 해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수법들을 트릭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기가 그 의도를 눈치채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효과가 있지만, 적기가 그 수법을 알고 대응한다면 무의미해지거나 또는 도리어 불리해질 수도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들을 언급한 것은, 에너지를 파악하는 데에는 고도와 속도 두 가지를 모두 중시해야 한다는 설명을 하기 위함입니다. 이상의 예들을 빌어본다면 적기의 에너지를 예측하는 것이 보다 정확해질 것입니다. 현재의 고도가 같더라도, 하강을 해서 내려온 적기나 오랜 시간 수평 비행을 해왔던 적기의 속도는 최대 속도 부근일 것입니다. 그리고, 상승해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비행기라면 아마도 대부분 시속 200마일 이하일 것입니다. 거의 모든 2차 대전 당시의 비행기들은 수평 속도에서 임멜만 기동을 두 번 연속으로 할 정도의 능력은 없습니다.

  에너지 우위가 없다면, P-51로는 적기와 근접전투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기량이 떨어지는 적기를 상대로 자신만의 기술들을 이용해서 비슷한 조건에서 전투를 시작해서 근접전으로 승리를 거두는 것도 아주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승리를 거두기 위해 때로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됩니다.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P-51은 적기와 같은 에너지 상태에서 원할 때는 언제든 이탈할 수 있으므로, 마음대로 교전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P-51의 장점을 절반은 살리는 것입니다.
 전술상황이 동등하거나 불리할 때는 이탈할 때이고, 유리할 때만이 교전을 할 때입니다. 손자병법에 이르기를, 싸우면서 이기기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겨놓고 싸운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2차대전의 공중전에도 적용됩니다. 불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시작해서 뛰어난 비행기량으로 적을 항상 물리칠 수 있는 현묘한 고수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뛰어난 조종사란 언제 교전을 하고 언제 도망쳐야 할 지를 아는 사람들이지, 신묘한 조종기술을 가지고서 아무 상황에서건 적기들을 손쉽게 떨어뜨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아무리 신묘한 조종 비법이라고 할지라도 물리학 법칙을 뛰어넘을 수는 없기 때문에, 기동술이란 어느 정도의 수준 이상이 되면 다 엇비슷해지고, 그 이상의 수준에서는 상황판단을 누가 더 잘하느냐에 의해서 차이가 납니다.

 모든 기체들이 같은 에너지 상태라고 한다면, 2vs1로 수적으로 우세한 측이 전투 중에 에너지를 유리하게 사용할 여지가 많고 다수 아군기의 에너지들이 더하기가 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투개시 후 쉽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편대가 제 위치에만 있다면, 같은 고도나 다소 더 높은 고도에 있는 적기에게 공격을 해도 역시 적기는 고도우세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에너지를 소모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기동원칙을 설명하는 지금 시점에서 소극적인 방법을 일러드린다고 해서 상심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에너지 우세를 달성한 상황은 아래에 있는 적기가 위로 치고 올라오지 못할 정도의 결정적 에너지 차이와, 적기가 위로 치고 올라오면 사격기회를 한번쯤 가질 수 있는 정도의 에너지차이, 이 두 가지 경우로 세분할 수 있습니다. 이중에서 적기가 위로 치고 올라오면서 사격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에너지 우세 상황은 잠재적인 적의 공격 범위 내에 있는 것이므로, 유리하기는 하지만 매우 조심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때는 이쪽에서 기습이 가능하다면 기습을 할 수 있지만, 기습이 불가능하고 적기가 나의 위치를 알고 접근전으로 대응해온다면 공격을 서두르지 말고 좀더 여유 있게 적기를 몰아가면서 에너지 차이를 좀더 벌려야 합니다. 에너지를 이용한 일격이탈 전법은 기습이 뒷받침될 때만이 최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적기가 나의 공격을 알아차렸다면 그때 이미 그 공격은 절반은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후에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에너지의 소모가 커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변에서 다른 적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많은 상황에서는 전투를 오래 끌수록 위험해집니다. 적기가 나를 발견하여 대응기동을 한다면, 눈앞의 적기를 꼭 죽이겠다는 집착을 버리고 그냥 적에게서 이탈해서 안전거리를 확보한 후 아군을 기다리거나 아니면 전반적인 상황 판단을 하면서 안전한 위치에서 에너지를 더 비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적기가 반격을 해 올라올 수 없는 상황에서의 공격도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흔히 에너지 우세가 큰 상태에서 공격에 들어가면 좋은 공격위치가 저절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무리 에너지 차이가 커도 적기가 나의 공격을 알아차리고 대응기동을 한다면 적기의 대응상승으로 인하여 두 비행기가 정면으로 마주보는 헤드 온(Head-on) 상황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헤드 온은 중립적인 상황이고, 그 시점에서의 죽고 사는 것은 운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에너지 우세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공격에 들어가서 결과를 요행에 맡기는 헤드 온 상황을 만드는 것은 전술적 유리성을 활용하지 못하는 잘못된 방법입니다. 수직에서 만난 헤드 온의 경우 위쪽에 있는 항공기가 조금은 더 유리하기는 합니다만, 90%의 안전한 격추를 포기하고 굳이 60%의 성공률을 추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기가 반격을 해 올라온다면, 그냥 다시 상승하여 고도를 확보하거나 고도를 유지하면서 안전위치를 다시 확보하면서 더 결정적인 공격의 기회를 다시 노려야 합니다. 강하 공격으로 좋은 위치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우세를 이용해서 좋은 위치를 만든 후 결정적인 공격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에너지 우세가 확실한데도 적기가 반격을 취하고 헤드 온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일까요? 다음 부분에서 이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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