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세에서의 방어기동 *

  앞의 내용은 적기가 심각한 고도 우위가 없었다는 것을 가정하고 설명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적기가 더 높은 고도에 있어서 위치 에너지가 아주 크다면 어떨까요? 적기가 약간의 고도 우위를 가지고 있더라도 P-51로는 쉽게 극복하거나 이탈할 수 있으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적기의 고도 우위가 너무 크다면 교전을 할 때가 아닙니다. 그럴 때는 적기가 나에게 공격을 해오지 못하도록 가급적 일찍, 가급적 멀리 적에게서 벗어나야 합니다. 도망치는 것에 불만이 생긴다면, 불리한 상황이 되도록 주변 상황을 모르고 있던 자기 자신을 탓해야 합니다. 불리한 상황에서 적과 싸워 적을 격추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한낱 희망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중전의 세계는 냉정하고, 적기는 여러분을 봐주지 않습니다. 불리한 위치에서 할 일은 오직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입니다. 공격해 들어오는 적기를 화려한 기동으로 단숨에 맞받아서 죽인다는 것은 열 번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모험적인 반격을 시도하다가 실패했을 때는 죽을 확률이 더 커집니다. 그러므로, 10%의 성공 확률을 걸고 모험을 하는 것보다는 70%의 확률로 불리한 상황에서 도망치기를 권합니다. 적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도망치는 것은 비겁한 일이겠지만, 불리할 때 도망치는 것은 정당한 것입니다.  

  전장에서의 에너지(=고도+속도)에 관한 논의는 공장에서 만들어준 에너지가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대가 아무리 제원상의 최고 속도가 더 낮은 기종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고도 우위가 있다면 P-51에게 교전 선택의 주도권이 없을 것입니다.

 에너지가 열세한 상태에서 방어기동을 해야 할 상황이 된다면, 우선 급강하 할 고도가 있으면 적기의 공격에 대응해서 급강하로 피하도록 합니다. 그래도 적기가 추격해올 수는 있지만, P-51은 상대적으로 강하 속도와 높은 속도에서의 조종 성능이 더 좋기 때문에 가급적 전투를 고속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는 고도를 낮추어 강하를 해서 최고 속도를 내면 적기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적기가 추격을 포기한다면 생존이 달성된 것이므로, 섣불리 반격을 하려고 하지 말고 일단 전장을 이탈하도록 합니다. 고도 열세를 가진 상태에서 반격을 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불리할 때의 최대의 목표는 격추를 당하지 않고 살아남는 것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승리는 편대전술로 얻어질 것입니다. 동료기가 있더라도, 에너지가 열세한 상황에서 교전에 곧바로 다시 진입하려 하면 안됩니다. 적기가 쫓아온다면 아군 쪽이나 아군 기지 쪽으로 이탈을 합니다.

 이렇게, 적기의 고도와 속도가 나보다 높더라도 나에게 급강하를 해서 속도를 늘릴 충분한 고도만 있으면 적 위협은 그다지 문제될게 없습니다. 문제는 급강하할 고도도 없는 상태에서 적기가 고공에서 공격해 내려올 때입니다. 이 때, 상대적으로 더 빠른 속도로 후방에서 접근하는 적기는 선회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때는 앞에서 적의 무장 범위 밖으로 나가는 첫 번째 회피 방법으로 설명한 급선회(break)가 유용할 수 있습니다. 단, 적기가 공격해 들어오는 순간 그 즉시 급선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최대한 가속을 하여 가급적 고속상황을 만든 후에 급선회를 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높은 속도에서 급선회 기동을 하면 공격자가 그만큼 높은 중력 가속도의 관성을 받기 때문에 블랙아웃에 걸릴 위험이 많아지고 사격의 정확성이 떨어지며, 둘째로는 낮은 속도에서는 P-51의 기동성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기동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시속 200마일 정도에서 적기가 접근하는 것을 보았을 때 바로 급선회 기동을 하면 적기는 그 급선회 기동을 곧바로 따라잡아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속도를 시속 400마일 이상으로 올린 다음 급선회 기동에 들어가면 적기는 블랙아웃에 빠질 수도 있고, 그 정도 속도에서는 조종 성능이 저하되어 급선회를 잘 따라오지 못하게 됩니다. 이 급선회 회피를 할 때 다른 기종에서는 선회반경을 좁히기 위해 스로틀을 줄이기도 하지만, P-51에서는 속도는 줄이지 말고 스틱만 가급적 최대로 당깁니다. 이때, 너무 멀리서 급선회를 시도하면 적기의 사선 내에서 선회한 것이 되어 적기가 여전히 사격할 기회를 가지게 되고, 너무 늦게 급선회 기동을 하면 선회를 하기도 전에 적기가 먼저 사격을 하게 됩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적기가 높은 속도로 급강하를 해온 경우라면, 500-1000미터 가량에서 급선회에 들어가면 무난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급선회 회피 기동의 경우 적기는 한번쯤의 사격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정한 기동 경로를 적기에게 보여주면서 급선회 기동을 하면 적기가 나의 비행경로를 예측해서 그 앞쪽에 탄막을 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너무 정직한 비행 경로로 급선회를 하면 안되고, 선회를 하는 중에 뱅크나 피치에 변화를 주어서 적기가 나의 진행 경로를 예측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고속으로 공격 기동중인 적기는 시야와 기동이 제한되므로, 뱅크나 피치를 약간만 바꾸어주어도 적기의 조준점 예측을 혼란스럽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선회 초기에 상승하는 척 해서 그러한 적기의 예측을 흔든다거나, 적기가 일반적으로 예상하기 힘든 각도로 선회한다거나, 선회를 하면서 한쪽으로 러더를 같이 차준다거나 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고도가 낮을 때에는 지면에 좀더 가까이 붙도록 아래쪽으로 러더나 뱅크를 주고 선회를 하면 공격하는 적기가 지면의 충돌을 피해야 하게 되기 때문에 사격을 위한 공격 각도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단 적의 한번의 공격을 피했다고 해도 적기는 급선회를 하든 하이 요요를 하든 루프를 하든 다시 공격위치로 들어올 수가 있습니다. 일단 한번 급선회 회피를 해서 적기가 내 비행경로의 밖으로 밀려져 나가고 기수 교차각이 높아졌다면, 짧은 시간이나마 직선으로 속도를 높여서 적기와의 거리를 가급적 벌리고 에너지 격차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기가 다시 접근을 해온다면 위에 설명 드린 내용을 반복합니다. 그러니까, 급선회를 하고, 적기가 비행경로 밖으로 밀려나가면 직선으로 증속 이탈을 하고, 적기가 다시 돌아온다면 또다시 급선회를 하고...의 반복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반복할 수록 살아남는 시간이 늘어나서 아군이 도우러 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에너지 격차가 점점 줄어들어서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고, 또 이렇게 시간을 끌면서 기지 쪽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브렉턴에 이은 증속 이탈

 불리한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이 게임의 재미상으로는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도망칠 여지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궁지에 몰린 상황도 있을 수 있으므로, 반격의 가능성도 조금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방어기동으로 루프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루프는 일단 시작하면 적기에게 비행 경로가 노출되기 때문에 적이 사격하기가 쉬워지고, 적기에게 등 부분을 보이게 되어서 쉬운 표적이 됩니다. (게다가, 게임에서는 표적이 하늘 쪽에 있으면 프레임율이 올라가서 사격을 하기가 더 쉬워집니다.) 설령 한두 번의 루프를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적기는 여전히 공격 위치를 유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에너지가 비슷하거나 낮을 때 방어 목적으로 루프를 하는 것은 대개 자살 행위에 가깝습니다. 두 비행기가 모두 높은 속도를 가지고 있다면 루프시에 적기의 선회반경이 커지고 루프가 끝난 후에는 적기의 속도 손실이 더 커지게 되어 때로 고속의 적기를 따돌리는데 효과를 보일 수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주 제한된 조건에서만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므로 적기의 사격을 피하고 에너지 차이를 벌릴 수 있다는 분명한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가급적이면 시도하지 말기를 권합니다.


루프

 다음으로, 시저스 기동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급선회 회피 기동을 해서 적기가 나의 비행경로 바깥으로 밀려났을 때 선회의 방향을 바꾸면 적기와 서로 마주보고 선회하는 형태가 되는데, 이를 반복해서 적기가 내 앞으로 나가게 만드는 기동을 그 모양을 본따 시저스라고 합니다. 내가 시저스 기동을 시도한다는 것을 추격하는 적기가 눈치채면 속도를 유지한 채로 상승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선회방향을 반대로 반전하는 타이밍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처음의 급선회 후에 적기가 수평면에서 시저스로 말려들지 않는다면 위에 말씀드린 브렉&증속 방어를 합니다. P-51은 저속에서의 기동 성능이나 선회반경 등에서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적기가 시저스 기동에 같이 들어온다고 해도 시저스를 계속해서 저속 기동전에서 승부를 내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고속에서 시저스를 유도해야 하고, 시저스 기동으로 적기에게 반격의 기회를 얻으려 하기 보다는 적기가 시저스에 말려들어서 속도를 잃는 틈을 타서 적기와의 거리를 벌릴 기회를 찾는 것이 더 적당합니다.


시저스

 잠시 동안의 시저스를 통해 적기와의 거리를 벌릴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급선회 기동 후 선회가 끝난 방향으로 속도를 늘려서 이탈을 할 때는 적기가 여전히 내 뒤에 있으므로 다시 추격해오기가 쉽지만, 한번의 급선회 후 선회 방향을 반전해서 적기와 마주보고 교차를 하고 나서 적기의 비행경로와 반대방향으로 이탈을 하면 적기가 180도를 선회해서 추격을 해야 하므로 그만큼 적기와의 거리를 벌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기가 수평면에서 시저스에 말려들면 속도를 빠르게 잃게 되므로, 적기의 에너지 우세가 더 빨리 사라집니다.


시저스 도중의 이탈기회

 다른 방법으로 배럴 롤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쪽 방향으로든 스틱을 대각선으로 당기면서 러더를 차주면 배럴 롤 기동이 됩니다. 적기와의 거리가 가깝고 접근속도가 높다면 시저스에서와 같이 적기가 앞으로 추월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 확률이 극히 낮은 모험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에서 적기를 단숨에 격추할 수 있는 필살기라기 보다는 다른 모든 방법의 방어기동이 더 이상 불가능할 때, 죽기 직전에 한번쯤 시도해보는 기동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루프와 다른 점은, 러더를 써서 롤을 그리기 때문에 적기가 사격 조준점을 잘 갖지 못하고 지나쳐버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잘 되면 적기가 나를 추월해서 내 조준점 앞에 놓이게 될 수도 있지만, 잘 안되었을 때에는 그저 쉬운 표적이 됩니다. 일단은 반격보다는 접근하는 적기의 조준점에서 벗어나고 기동평면을 바꾸어서 치명적인 사격을 피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합니다. 적기가 일단 나를 추월하면 반격으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적기의 행동을 보아서 적기 반대편으로 거리를 벌리면서 이탈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든 더 가능성 높은 쪽을 시도하면 됩니다. 배럴 롤 방어는 시저스보다 더 위험한 대신, 적기가 배럴 롤에 말려들 가능성이 더 많고 적기의 에너지를 한번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배럴롤에서의 이탈 기회는 기동이 입체적이라는 것만 감안하면 위의 시저스에서와 같습니다.

 이러한 방어기동들은 아군의 도움이 더 이상 없을 때 마지막 대책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타이밍이 잘 맞으면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지만, 좋은 타이밍이 오는 경우는 사실상 그렇게 많지 않고 타이밍이 오더라도 그것을 잘 수행해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런 방어기동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반격을 해서 적을 격추하는 용도가 아니라 아군의 도움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끈다는 제한된 용도로 사용한다면 좀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메뉴로  |  이전 페이지로  |  맨 위로  |  다음 페이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