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존을 달성하라 *
속도가 빠른 비행기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생존입니다. 따라서 P-51을 탔을 때는 가장 먼저 생존을 생각해야 합니다. 물론 어떤 비행기를 타더라도 생존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단 살아남는데 성공한다면 적기를 죽일 기회는 언제든 옵니다. 게임에서는 눈앞에 보이는 적기를 향해 달려들어서 적기를 죽이고 싶은 충동이 항상 듭니다. 그러나, 단 1%의 위험성이라도 가진 채로 전투에 임한다면 통계적인 기대값을 따져보아도 적기를 100대 이상은 격추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총 352대의 격추기록을 가진 역사 최고의 격추왕인 에리히 하르트만(Erich Hartmann)은 평균적으로 따져서 대략 네 번 출격에 두 번 적기와 교전에 들어가서 그중 한번 한대의 적기를 격추하고 기지로 돌아왔습니다. 한번 출격에 2-3대의 적기를 격추하는 것쯤은 잘한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게임의 법칙에 비하면 전투라고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소극적인 기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안전위주의 플레이로 인하여 하르트만은 종전까지 살아남았고 결국 352대라는 경이적인 전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역시 적기를 격추하려는 욕심을 비우고 살아남는 것과 임무를 수행하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면 높은 전과는 자연히 얻어질 것입니다. 즉, 생존이 먼저이고 그 다음에 공격을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격추비율을 계산할 때는 적기 격추숫자와 나의 피격숫자라는 두 개의 변수가 필요합니다. 적기 격추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격추비율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그에 비해, 나의 피격숫자가 줄어들면 격추비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이러한 간단한 계산만 해보더라도, 적기 격추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는 피격 횟수를 한 번이라도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캠페인 모드를 플레이하고 있다면 적기를 한대도 격추하지 못하더라도 일단 살아남아야 캠페인을 끝까지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보편적인 상황에서 적기의 무장범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적기의 무기조준각도에서
벗어난다.
2) 적기의 무기사거리 밖으로 벗어난다.
첫 번째 경우는 기동성이 민첩한 항공기가 적의 기총 조준으로부터 벗어나는 주된 방법입니다. 적의 무기 조준 각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선회 성능으로 급선회(break)를 하면 됩니다. 두 번째 경우는, 적에게 꼬리를 물렸을 때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적의 기총 사거리 밖으로 멀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 두 가지 중에서 첫 번째 경우는 급선회를 통해 한두 번 적기의 사격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그 뒤로 적기에게 계속적인 공격기회를 허용하게 되어 계속 방어적인 입장에만 머무르게 됩니다. 반면, 두 번째 경우는 일단 한번 적의 사거리에서 벗어나면 적기는 더 이상 공격을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속도가 빠른 P-51을 타면서 위험에 처했을 때는 가급적 두 번째 방법을 추구해야 합니다. 대체로 500-600m정도까지는 적의 조준사격이 날아올 수 있고, 1km정도가 되면 안전권에 속합니다.
* 게임에 따라 적기와의 거리가 미터 단위로 표기되기도 하고 야드 단위로 표기되기도 하는데, 두 단위 사이에는 10%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 전술 설명을 위해 거리 수치를 이야기할 때는 정확한 값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략적인 값을 의미하므로, 미터법으로 표기된 이 글의 수치를 야드 단위로 표기된 게임에 일대일로 치환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
적기의 기총 사거리에서 벗어나기 전에 속도의 손실을 가져오는 모든 행동은 무의미합니다. 어렵고 멋진 기동을 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급적 빨리 적기에게서 멀어진다는 것만 생각하십시오. 지나치게 높은 각도로 상승을 한다거나 급선회로 회피를 시도하면 속도를 잃게 되어 적기에게 결정적인 공격기회를 줄 뿐입니다. 필요하다면 기수를 수평선 아래쪽으로 해서 가능한 빨리 거리를 벌려야 합니다. 아군기가 뒤에 있다고 하더라도, 적기를 유인하기 위해 적의 사거리 내에서 선회나 상승을 해서는 안됩니다. 일단은 자신의 안전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아군과의 협조를 해야 합니다.
적기의 고도우세가 그리 크지 않았다면 적기의 사거리에서 벗어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4-5초나 그 이내일 것입니다. 그런 짧은 시간 동안 멀어지고 있는 표적에 조준사격을 해서 격추할 수 있는 게이머는 극히 드뭅니다. 그러나 이렇게 적기의 기총 사거리에서 벗어나는 짧은 시간 동안 적탄에 맞는 경우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증속 이탈 시에는 적기가 조준사격을 하지 못하게끔 하기 위해서 반드시 불규칙하게 기체를 움직여서 적기의 조준선을 흐트려야 합니다.
이렇게 적의 조준 사격을 피하기 위해서 기체를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것을 징킹(Jinking)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불규칙한 조종 그 자체에만 주의를 두어서 너무 빠르게 스틱을 흔들면, 정작 적기의 조준점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하게 되어서 적기의 탄막사격에 피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틱을 지나치게 과격하게 흔들면 항력이 커져서 속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약 2-3초 간격으로 기체의 뱅크각을 바꾸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스틱과 러더를 밀거나 당겨주어야 합니다. 이 때 항력이 커지면 속도가 떨어지므로, 지나치게 세게 스틱을 밀거나 당기지 않도록 합니다. 그 대신, 적기의 조준을 방해하기 위하여 기동평면을 계속해서 바꿔주는 것이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습니다. 기동평면을 바꿔준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뱅크각을 계속 바꾼다는 것입니다. 적기와 내가 뱅크각이 같으면 같은 기동평면에 있는 것이고 적기는 조준점 예측을 같은 기동평면 상에서 하게 되므로 예측 사격이 쉬워집니다. 그러나 적기와 나의 뱅크각이 다르면, 적기와 내 기동평면이 한 점에서 교차할 때에 맞추어 사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기가 조준사격을 하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기동평면을 계속 바꾸면 적기가 나의 기동평면으로 들어와서 조준사격을 할 충분한 시간여유를 갖지 못하게 됩니다.
그럼 적기와 나와의 기동평면이 일치하는지 어떤지는 어떻게 확인할까요?
방어기동을 할 때에는 후방을 보면서 비행해야 합니다. 방어 위치뿐 아니라, 모든 근접 교전시에는 모니터상에 적기가 보이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해야 하고, 콕핏 전방 화면은 그저 사격할 때만 쓴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렇지 않고 편하게 기본 전방화면에만 머물러 있으면 공중전에 필요한 주변 상황 인식을 잘 하지 못하고 적이 어떻게 기동하는지를 모르게 되어 적절한 대응기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적을 보고 있는 데서 모든 기동과 전술이 시작되며, 조망을 이용하는 습관을 잘 가져야 주변 상황을 잘 인식할 수 있습니다.
후방을 보면서 기동할 때는 화면에 보이는 지평선과 자세는 실제 나의 자세와 반대입니다. 그리고, 후방을 보는 화면에 하늘이 보이면 기수가 땅을 향하고 있는 것이므로, 후방화면에 하늘이 보일 때는 항상 전방을 조망을 확인해서 내 자세를 파악해야 합니다. 언제든 내 비행기의 자세를 모르겠으면 전방 화면을 보아야 합니다. 옆이나 뒤를 보면서 비행하면 처음에는 당연히 헷갈리지만, 계속 이용하려는 노력을 해서 익숙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적기와의 상대적인 기동평면 파악은 좀더 어려워 보이지만, 단순히 적기가 내 모니터상에서 얼마나 기울어 있는지만 보면 됩니다. 그 기울기가 내 비행기와 적기의 뱅크각의 차이가 됩니다. 뱅크각이 다르다고 판단되면 스틱을 약간만 당기거나 밀어주도록 합니다. 후방을 보고 있을 때 적기와의 상대적인 자세파악이 여전히 헷갈린다면, 그냥 적기가 나를 계속 조준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징킹을 하도록 합니다. 적기가 사격을 해온다면, 스틱을 당기거나 밀던 양을 바꾸기만 해도 적기의 조준사격을 대부분 피할 수가 있습니다. 먼 거리에서 이탈하고 있는 동안에는 조종간을 약간씩만 움직여주더라도 적기의 조준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상대가 예상하지 못할만한 방향과 크기로 스틱을 당기거나 미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보통 방어기가 뱅크를 주면 공격기는 방어기가 그 쪽으로 급선회를 할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 조준점을 잡기 마련인데, 급선회를 하지 않거나 오히려 스틱을 밀면 적기의 탄착점 예측이 틀려지게 되며, 적기가 그 사실을 깨닫고 다시 조준점을 잡으려 하는데는 몇 초가 걸리므로 2-3초 간격으로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조종간을 움직여주면 됩니다. 물론 위에 말했듯이 지나치게 과격하게 스틱을 움직여서 속도가 떨어지면 안됩니다.
증속 이탈시의 징킹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적기와 기동평면을 다르게 만든다.
2) 2-3초마다 한번씩 새로운 방향으로 조종간을 움직인다.
3) 적이 예측하지
못할만한 방향으로 불규칙하게 조종간을 움직인다.
4) 속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일단 적의 기총 사거리에서 벗어났다면 그 이상 멀어질 필요는 없으므로, 그 때부터는 부드러운 선회나 상승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여유 거리와 속도를 이용하는 방법은 편대전술 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하겠고, 일단 지금은 적의 기총 사거리 밖으로 가급적 빨리 벗어나는 것이 P-51의 방어기동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까지만 설명하겠습니다. 1:1전투라면 거리를 더 벌려서 적기가 포기하기를 바라거나 두 비행기 사이의 공간을 이용하여 적기 쪽으로 선회를 해서 다시 적기와 맞붙거나 할 수 있지만, 편대 전투에서는 자신이 직접 뒤에 있는 적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속도가 빠른 비행기의 전술은 궁극적으로 편대전술에서 완성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므로 1:1 상황에서 이탈 후의 추후 기동은 깊이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