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

 2차 세계대전의 태평양 전선 초기에는 일본기들이 선회력, 상승력은 물론 수평 속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성능면에서 미군기에 비해 우세했으나, 중반 이후가 되면서는 대체로 일본기들은 선회성능이 좋은 대신 속도가 떨어지고, 미군기들은 선회성능이 떨어지는 대신 속도가 빠른 특징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해보면 본능적으로 적기를 향해 선회를 해서 기총을 발사하고픈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런 본능에 따라서 싸운다면, 속도가 빠른 비행기보다는 선회력이 우수한 비행기를 더 원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 전쟁에서는 속도가 빠른 미군기들이 선회력이 우수한 일본기들에 대해서 압도적인 우세를 점하였던 것이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간단합니다. 2차 대전 당시의 미군이 싸웠던 방법대로 싸우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속도가 빠른 비행기로 선회력이 우수한 비행기와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단순히 적기쪽으로 기수를 돌려서 기총을 발사하는 단순한 본능이나 스틱을 잘 다루는 "테크닉"이 아닌, 현명한 “전술”이 필요합니다.

 P-51은 대부분의 2차대전 전투기들 중에서 가장 빠릅니다. 때문에, P-51은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극단적인 장점을 가집니다. 여기서 빠르다는 것은, 전반적인 성능상 최고 속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높은 속도에서도 조종 성능이 탁월하게 유지되어 고속에서 벌어지는 전투에 그만큼 더 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빠르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모든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51이 많은 조종사들 사이에서 그다지 선호되지 못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P-51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인데, 어떤 기체든 장점을 최대한 살릴 줄 아는 것이 훌륭한 조종사의 덕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런 경우는 기체의 성능 문제라기보다는 조종사의 기량의 문제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은 기체의 장점을 살릴 수는 있더라도 그런 식의 전투를 수행하고 싶지 않은 경우입니다. 고속기의 장점을 살리자면 전투가 매우 지루해지기 때문에, 1시간에 5번의 격추를 하고 한번도 죽지 않는 것보다 10번 격추를 하고 5번 죽는 플레이를 택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게임이니까 나타날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게임상에서 딱히 비난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후자의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P-51은 적합한 기종이 아니고, 전자의 비행 스타일을 추구하는 플레이어에게는 P-51이나 다른 속도가 빠른 기체들이 더 적합할 것입니다.

 속도가 빠른 비행기는 전투의 주도권을 가집니다. 속도가 빠른 비행기는 적과 싸우고 싶을 때 적에게 싸움을 걸 수 있고, 적과 싸우기 싫다면 전투를 하지 않고 기지로 돌아가거나 아군을 향해 도망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속도가 느린 비행기는 적과 싸우기 싫더라도 적이 싸움을 걸어오면 죽을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고, 적과 싸우고 싶더라도 적이 도망치면 쫓아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속도가 빠른 비행기는 유리할 때만 싸우고 불리할 때는 싸움을 회피할 선택권이 있으므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더 나아가 전투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 기체의 잠재적인 성능으로만 따지면, 사실 이 비행기는 "죽어서는 안될" 비행기입니다. 그러나 뛰어난 기록의 상당수가 P-51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기체의 장점을 살리지 못해 쉬운 표적이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특히 P-51은 기동성, 상승력, 속도 등이 적절히 조합된 올 라운드 플레이어가 아니라 비교적 속도의 장점에 특화된 기체이기 때문에, 속도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다면 전투를 수행해 나가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이 글의 목표는 이러한 잠재적인 P-51의 성능을 이용하여 생존을 추구하고, 편대 전술을 통하여 기체 성능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이용함으로써 승리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 2기의 편대 전투는 1+1=1.5 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팀 플레이 경험자들의 하소연이기도 합니다. P-51은 단기로는 능력을 발휘하기가 힘들고 편대 전투에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P-51의 편대전투는 0.5+0.5=2가 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물론 결과값은 2가 아니라 무한대가 될 수도 있고, 또 무한 대의 효과를 추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속도가 더 빠른 비행기로 선회력이 더 좋은 비행기와 싸워 이기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이를 통해 여러분들은 2차대전의 미군기 조종사들이 더 날렵한 선회성능을 가진 일본기와 싸워 이긴 방법을 터득하고, 이를 게임에 적용해서 그들이 승리했던 것과 같은 방법으로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의 전술을 익히고 경험함으로써 단순히 데이터상의 성능 제원만을 가지고 막연한 공상의 나래를 펼치는 오류를 범하지 않고,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좀더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은 기본적으로 P-51이라는 기체를 기준으로, 적기들은 그보다 선회력은 좋으나 속도는 더 느리다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그렇지만, 이 글에 나오는 전술 원칙들은 P-51뿐만이 아니라 속도가 빠르고 고속에서의 기동성이 뛰어난 다른 모든 기종들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격 원칙에 대해서는 장탄수가 많고 발사속도와 총구 속도가 빠른 대신 화력이 비교적 높지 않은 Cal.50 기관총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기종들에서 적용 가능할 것입니다.

 이 글은 만 가지 전투상황에 대한 고정된 해결책을 일일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본적인 원리와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전투상황에는 여러 가지의 해결책이 있을 수 있고, 그 중 어떤 것도 유일한 정답이라 하기는 힘듭니다. 전투중의 최종적인 판단은 그 상황에 직접 처한 조종사의 몫입니다. 이 글은 전장에서의 조종사의 판단과 결심의 근거를 제공해주는 하나의 원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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