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 분리 - 지연 상승 *

 앞 장에서는 에너지 우위를 가지는 것이 교전에 유리하다는 것과, 그러한 에너지 우위를 이용하는 요령을 이야기했습니다. 에너지 우위를 가지고 교전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교전을 시작하기 전에 적보다 고도나 속도의 우위를 가지고 있거나, 추력 성능이 상대보다 우수한 기종을 타면 됩니다. 하지만 고도나 속도 우위를 가진 채로 교전을 시작한다는 것은 희망사항일 따름이지 나의 생각만으로 항상 가능한 일은 아니죠. 적도 역시 가급적 고도와 속도를 가지고 교전을 시작하려고 할테니까요. 추력 성능이 상대적으로 좋은 기종을 타면 비슷한 에너지 상태에서 교전을 시작해도 교전을 하면서 에너지 우위를 얻어나갈 여지가 더 많습니다. 같은 기종끼리의 싸움에서도 에너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교전을 하면서 에너지의 차이를 만들 수 있지만 추력 성능이 상대적으로 좋다면 그게 더 쉽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추력 좋은 비행기라고 해서 교전 중 에너지 우위가 저절로 생기는건 아닙니다. 일대일 교전에서 기체 성능의 우위만 가지고 전술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낼 정도의 압도적 우위를 달성하기는 의외로 쉽지 않습니다. 에너지 우위를 만들어내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여기서는 그 요령 중 한 가지를 정리해봅니다.

추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종으로 추력 성능이 뒤지는 적기와 교차를 할 때, 고도 우위를 얻기 위해서 수직 기동으로 들어가는 경우의 수가 있다는 것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적기와 교차 후에 곧바로 급한 각도로 수직 상승을 하게 되면 아무리 적기의 추력이 낮다고 하더라도 적기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머물게 되기 때문에 잠시동안이나마 적기가 무기를 발사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아무리 추력이 부족한 비행기라고 하더라도 충분한 속도만 있다면 임멜만 상승선회를 한 번 할 정도의 기동능력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추력이 우세한 비행기는 그 우세한 추력을 위치 우위로 바꿀 기회도 없이 위험에 먼저 처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공격받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공격받을 잠재적인 위험성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달갑지 않죠. 그리고 이런 식으로 적은 에너지 차이로 수직 공간에서의 도그파이팅이 계속된다면 추력이 우세한 비행기가 스스로 살기 위한 기동을 해야 되기 때문에 적기와의 에너지 차이를 여유롭게 벌리면서 교전을 이끌어가기도 힘들어집니다.

 

위 삽화는 F-4 팬텀(파란색색)이 MiG-19(검정색)를 상대로 교차 후 바로 수직 기동으로 들어가는 상황으로 예를 들었습니다. 추력성능 차이가 확연한 대표적인 상대기종이기 때문에 이 두 기종으로 예를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둘 다 충분한 속도가 있는 채로 서로 교차를 한다고 가정하면 추력 성능이 뒤떨어지는 미그기라도 팬텀을 잠시동안은 쫓아 올라갈 수 있고, 팬텀기는 미그기의 무기 사거리 밖으로 곧바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그기의 사격술이 좋거나 운이 좋으면 짧은 시간동안의 공격 기회에 명중탄을 날릴 수도 있습니다. 교전을 하던 도중이라서 둘 다 속도가 낮은 상태에서 이렇게 교차 후 수직 기동을 들어가도 팬텀이 상승할 여력이 적어지기 때문에 역시 미그기와 거리를 많이 벌리지 못합니다. 제트기로 예를 들었지만, 어느 시대의 전투기든 추력 성능이 우수한 기종이라는 점만 믿고 수직 기동을 무턱대고 들어가려고 할 때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추력이 우세한 항공기가 적기와 교차를 했을 때 바로 수직상승을 하거나 수평선회를 하지 않고 거의 직선으로 증속을 한다고 해보죠. 이 때 적기가 나를 공격하려면 거의 반 바퀴를 돌아야 됩니다. 그런데 대개의 전투기는 상대기와 교차한 뒤에 상대기가 직선으로 증속해서 이탈하는 동안 180도를 돌아서 상대기를 바라보자면 그 180도를 선회하는 동안 상대기가 단거리 미사일 유효사거리 밖으로 거의 벗어날 수 있습니다. 프롭기나 제트기나 마찬가지입니다. 멀리 있는 표적에도 사격을 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을 달았거나 선회 도중에도 사격을 할 수 있는 기축선밖 공격용 단거리 미사일을 장착한 경우에는 예외지만, 그렇지 않은 아닌 한에는 추력이 우세한 전투기를 타고 적기와 교차 후 증속해서 상대의 무기사거리 밖인 안전거리로 거리를 벌리는게 대체로 가능합니다.
추력이 부족한 상대기는 상대적으로 선회력의 우위가 있을 경우가 많을 것이므로 그 상대기는 나와 교차하고 나서 선회전을 들어오려고 반 바퀴를 돌려고 하는게 대부분일겁니다. 그러면 나는 적기와 교차 후에 한 10초 이상 속도를 높이면서 거리를 벌릴 수 있는 반면, 상대기는 선회를 하느라 속도가 떨어지겠죠. 그러면 상대기가 반 바퀴를 돈 후에는 내가 적기의 꼬리를 물려 있지만 무기 사거리의 밖에 있어 안전하고, 내 속도는 빠르고 적기 속도는 느려서 에너지 차이가 많이 나는 상태가 됩니다. 이 때 수직 기동으로 전환해서 고도 분리를 시도하면 적기의 무기 사거리 밖에서 안전하게 상승할 수 있고, 상대기가 나를 따라 올라오기도 더 힘들어집니다. 그 후에는 고도 우위를 가진 채로 적기에게 다시 접근해서 유리하게 공격을 가할 수가 있게 됩니다.

 

 

위 삽화는 첫 삽화와 달리 팬텀기가 미그기와 교차한 뒤 미그기가 반 바퀴를 돌아서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상승을 하지 않고 가속을 하고 있다가 미그기가 자신을 바라볼 때 쯤에 상승을 시작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면 위에서 설명드린 대로 상대 속도의 우위를 가진 채로 미그기의 무기 사거리 밖에서 안전하게 상승을 해서 고도 우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파란색과 검정색 점선으로 표시한 예처럼 미그기에 대해서 고도 우위를 가진 채로 공격에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단 재공격 형태는 팬텀기의 의도와 미그기의 대응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점선으로 표시해두었습니다)

예전에 제가 팰콘4.0에서 표본 삼아 기록해둔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표본에서는 제가 F-16을 타고 F/A-18C를 상대로 지연 상승 수직 분리을 실시해서 호넷을 고고도에서 내려가면서 공격하여 격추하였습니다. 상대 호넷이 AI였고 모든 전투가 다 이렇게 똑같이 된다는 법은 없지만 지연 상승 기술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하나의 실례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우선 ACMI에 기록된 전체 동선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제 F-16이흰색 화살표와 흰 선으로 표시된 동선이고, AI 호넷이 검정색 화살표에서 시작한 녹색-적색 동선입니다. 위의 두 삽화의 예에서와는 시작 위치가 반대인데요. 단 적기와 교차한 후 의도적으로 nose-to-nose 상황을 만들어서 두 비행기가 낮은 속도로 다시 교차하는 상황을 만든 후 기동에 들어갔습니다. 따라서 두 비행기가 반 바퀴를 돌고 마주본 상태애서 위의 두 삽화의 예제와 방향도 같아집니다. (두 비행기가 반 바퀴씩을 돌고 교차를 하기 때문에 호넷은 한 바퀴를 돌게 되었습니다)

제 비행기는 처음 적기와 교차 후 반바퀴를 돌아서 적기와 다시 교차한 후 상승하지 않고, 호넷이 반 바퀴를 돌아서 기수가 저를 향할 때까지 증속을 했습니다. 그리고 상승을 했죠. 그 순간 저는 10여초 가량 증속을 한 이후였기 때문에 거의 500노트의 속도에서 상승을 했고, 호넷은 저보다 반 바퀴를 더 돌아서 도합 한 바퀴를 돈 상태였기 때문에 속도가 크게 떨어져 있었고 거리도 미사일 사거리 밖으로 멀어져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AI의 단순한 인공지능 수준 때문이기는 하지만 호넷은 속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제 쪽으로 기수를 향하려고 했고, 그러다보니 제가 높은 고도로 쭉 올라가는 동안 낮은 속도에서 기수를 들어올리려다가 실속에 걸려서 다시 기수가 밑으로 떨어져버렸습니다. 그 순간 저는 다시 하강을 하면서 표적을 락온하고 사이드와인더를 발사하여 격추해서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실제 전투에서는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지만 이건 표본을 만들기 위해 가장 전형적인 형태로 단순하게 나온 기록으로 설명을 드린 것입니다.

 

 

 위 영상은 같은 교전의 조종석 시점 영상입니다. 너무 저화질로 업로드를 하는 바람에 적기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 처음 후방을 바라보고 증속을 할 때는 적기가 화면 중간 아래쪽에 있었고 패드락 시선 모드를 걸고 기동을 할 때는 적기가 화면의 중간에 있다고 가정하고 보시면 됩니다. 이 예에서는 교전 시작 고도가 15000피트 가량이었는데, 제가 높은 속도를 얻은 후 수직 기동에 들어가서 거의 실속 직전의 속도까지 상승했을 때 고도가 3만 피트를 넘었습니다. 수직으로 거의 2만 피트가량 고도가 벌어졌으므로 두 비행기 간의 거리는 약 3nm가량으로 벌어진 것이고 따라서 제가 상승했다가 다시 내려오는 동안 적기의 단거리 미사일 사거리 밖에 있기에 제가 상승 정점에서 실속 속도 근처까지 속도가 떨어졌지만 공격을 받지 않고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죠.

단 다시금 유의사항을 말씀드리자면, 처음 부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건 적기가 AIM-9M급 이하의 단거리 미사일이나 기총류만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적기가 중거리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면 이 정도 거리와 고도 분리를 하더라도 적기에게서 공격을 받을 수 있고, AIM-9X급과 같은 기축선밖 사격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선회를 다 마치기 전에 미사일을 발사해올 수 있으므로 적기와 교차 후 증속을 해서 거리를 충분히 벌리기 전에 적기의 미사일이 날아올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챕터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적기와 근접전 도중 수직 기동으로 들어갈 때는 적기와 교차한 직후에 바로 상승하지 말고, 적기가 나를 향해 선회하는 동안 증속을 하면서 기다렸다가 적기가 내 쪽으로 선회를 거의 마칠 때 쯤 상승에 들어가면 더 효과적으로 거리와 고도를 벌리고 더 안전하게 유리한 위치를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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