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 BFM(4) - 무기 회피 *

1. 미사일 회피
 미사일 회피는 방어 BFM의 한 형태로, 다가오는 미사일에게 aspect, angle-off, 거리의 문제를 발생시키기 위한 기동입니다. 그리고 미사일이 가급적 높은 G로 많은 기동을 하게끔 유도하여 미사일의 에너지를 소모시켜서 기동성을 떨어뜨려놓고 이를 피하는 것이 큰 그림입니다. 이 기본적인 원리는 미사일의 종류, 유도 방식 등에 상관 없이 공통적으로 적용됩니다. 레이더 유도 미사일과 적외선 추적 미사일은 대응 장비의 사용이 약간 다르지만, 회피 기동 원리는 마찬가지입니다. 유효 사거리가 긴 미사일은 사거리가 짧은 미사일들보다 기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므로 회피하기가 쉽습니다. 그 대신, 중,장거리 미사일은 더 강력한 탄두를 가지고 있어서 파편의 피해범위가 넓기 때문에 미사일에 명중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안심해서는 안됩니다.

 "미사일을 피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질문들은 어느 게시판에서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엄밀히 말해 잘못된 질문입니다. 만약 100% 확률로 미사일을 피할 수 있는 회피기동법이 있다면 미사일은 무용지물이라는 얘기가 됩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중에서 내가 쏜 미사일이 적에게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적어도 어느정도의 명중률을 기대하고 쏘겠지요. 공격자가 쏜 미사일이 50%의 확률로 명중된다면, 이를 방어기의 관점으로 뒤집어보면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할 가능성과 피격될 가능성이 반-반이라는 것이 됩니다. 자신이 미사일을 쏠 때는 대부분 맞기를 바라면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할 때는 대부분 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입니다. 그렇다고 미사일 명중률이 딱 50%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미사일의 명중률은 공격자나 방어자의 희망사항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제원과 발사당시의 여러 변수들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러한 변수들중에서 미사일 회피 기동은 보조 변수이지 주요 변수가 아닙니다. 미사일 회피 기동술은 제트 전투기를 모는 조종사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술이기는 하지만, 조종사를 불사조로 만들어주는 필살기는 아니라는 한계를 명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최신형 미사일이 적절한 거리에서 발사되었다면 이론상으로 아무리 뛰어난 기동성의 전투기라고 하더라도 그 미사일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때의 회피기동은 단지 불과 몇 %의 생존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시도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따라서, 미사일 회피의 첫 단계는 적의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실제로는 가장 중요합니다. Last ditch maneuver들이 화려한 반격법이 아니라 죽기 직전에나 써먹을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인 것과 마찬가지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피하는 회피 기술도 미사일 방어 중의 최후의 대책일 뿐입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입니다.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내가 먼저 발사하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을 먼저 발견해야 하지요. 즉, 먼저 발견하고, 먼저 쏘아서, 먼저 죽인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면 미사일 회피법은 내가 아니라 적기에게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으면서 주도권을 저절로 얻기를 바라는 것은 날강도 심보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주도권을 얻기 위해서는 레이더와 미사일의 기술적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주변 경계를 하며, 적을 적보다 빨리 발견하여 결단력 있고 과감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이 먼저 미사일을 쏘았더라도 조금 늦게라도 내 미사일을 같이 발사하면 적에게 겁을 주어서 적이 미사일 유도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적이 먼저 공격을 하여 주도권을 잃었고 회피기동을 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반격을 하려고 시간을 지체해서 위험을 자초하는 것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회피 기동에 조금이라도 더 이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대개의 경우는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미사일을 표적에 효과적으로 조준하기 위해 레이더로 표적을 락온하므로, 적기가 나를 레이더로 락온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가급적 적기의 옆으로 돌거나 고도를 바꾸어서 적기의 레이더 영역을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기의 레이더 각도 안에 있을 때는 적기가 내 3-9 라인에 놓이게끔 기동하면 적의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적과의 거리가 멀수록 ECM(레이더 전파 방해장치)을 사용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 대부분의 전투기에 장착된 레이더는 펄스-도플러(pulse-doppler) 레이더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레이더는 지상의 난반사로 인한 레이더 신호의 잡음을 필터링하기 위해 레이더 반사파에 생기는 도플러 효과로 탐지된 물체의 상대속도를 측정합니다. 즉, 레이더에서 일정 속도 이상으로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 물체는 비행 물체라고 인식을 해서 레이더에 표시해주지만, 상대 속도가 0에 가까운 반사 신호는 지상 물체로 인식을 해서 레이더에 표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적기가 내 3-9 라인에 놓이게끔 기동을 하면 상대속도가 0에 가깝게 되어 적기의 레이더가 내 비행기에서 반사되는 전파를 지상의 난반사로 인식해서 필터링해 버려 내 비행기가 적기의 레이더에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그러면 적기의 레이더 범위 안에 있더라도 적기가 나를 레이더로 조준하는 것을 어느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적기나 적의 미사일이 나의 3-9 라인에 놓이는 것을 빔(Beam) 위치라고 하고, 적기가 빔 위치에 놓이도록 기동해서 적기나 미사일의 레이더를 교란하는 방법을 빔기동(Beaming)이라고 합니다.

빔 위치

 적기가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미사일의 종류에 따라 단서가 다릅니다. 근거리 열추적 미사일은 눈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탐지방법이고, 레이더 경보 수신 장치(RWR)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쓸 수 있습니다. 열추적 미사일을 발사할 때는 표적을 반드시 레이더로 조준하지 않아도 되므로, RWR만 믿고 있으면 안됩니다. 레이더로 조준하고 쏘는 중거리 미사일은 발사 거리가 멀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를 육안으로 확인하기가 더 힘듭니다. 그 대신 레이더 유도 미사일은 발사 전에 반드시 표적을 레이더로 조준해야 하고 미사일이 날아오는 것도 대개 RWR로 알 수 있으므로 레이더 경보 수신 장치를 통해 적이 나를 조준하고 있는지, 또는 미사일 접근 경고표시가 뜨는지를 주시해야 합니다. 구형 레이더 유도 미사일은 RWR에서 미사일 발사 표시를 해주기도 하지만, 최신 레이더 미사일이라면 아마도 적기가 나를 레이더로 포착한 순간에 적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어 기동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미사일이 발사되었다면, 적기에 대한 나의 aspect와, 적기까지의 거리를 따져봅니다. 적기가 중거리 미사일을 최대 사거리 부근에서 발사했다면, 단순히 적기의 반대편으로 최대한 빠르게 가속을 해서 도망치는 것만으로도 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적기가 최대 사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내가 처음 있던 위치까지 미사일이 날아왔을 때 내가 반대로 더 멀리 움직이게 되므로 미사일이 더 이상 따라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만약 적기가 가까운 거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상대의 미사일에게는 내가 도망칠 거리를 더 비행할 여유가 생기게 되므로 이렇게 반대로 도망치는 방법만으로는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적기가 충분히 가까이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회피법을 말씀드리기 전에 도대체 적기가 그렇게 가까이 다가와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을 동안 무얼 했느냐라고 우선 묻고 싶습니다. 적기가 그렇게 하게끔 허용했다면 그 조종사는 죽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 일을 당한 조종사는 전장에서 적어도 수십 초동안이나 적에게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대 사거리 부근 - 미사일 반대방향으로 이탈

 미사일 회피 기동은 어떤 이유로 적기가 유효 사거리 이내에서 미사일을 발사해서, 반대로 도망쳐서 벗어날 가능성이 없을 때 비로소 필요해집니다. 미사일은 발사된 직후 수 초동안 로켓 모터를 통해 최대 속도로 가속이 됩니다. 그러나 로켓 모터의 작동 시간은 불과 몇 초에 불과하고 그 후에는 추진력이 없이 표적까지 날아갑니다. 미사일도 역시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운동에너지가 기동성의 바탕이며, 비행거리가 길어지고 기동을 많이 할수록 에너지를 잃고 기동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크게 보면 미사일 회피 기동은 미사일의 에너지를 소모시켜 기동성을 가급적 둔하게 만든 다음 이를 회피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거리 미사일이 날아온다면 가급적 미사일의 반대 방향으로 멀리 빠르게 도망을 쳐서 미사일 사거리 밖으로 벗어나거나 미사일이 가급적 오래 비행을 하게끔 해서 에너지를 최대한 소모시킨 후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회피 기동에 들어갈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반면, 근거리 열추적 미사일은 대개의 경우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는 방법을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이 미사일이 발사된 것을 안 그 즉시 회피 기동에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참고로, 근거리 미사일이 날아와서 명중될 때까지의 시간은 대략 길어도 불과 4-5초 내지 그 이내입니다. 따라서 근거리 미사일이 날아올때는 심사숙고를 하지 말고 평소에 익힌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미사일과의 거리가 어느정도 있을 때는 일단 큰 궤적으로 비행을 하여 적의 미사일 비행방향이 가급적 많이 바뀌도록 해서 미사일의 추진력을 소모시켜야 합니다. 미사일이 멀리 있을 때는 급격한 회피 기동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먼 거리에서 급격한 기동을 하더라도 미사일 입장에서는 상대적인 시선각 변화율이 작기 때문에 미사일의 에너지를 빼앗는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방어기의 결정적인 순간에 회피 기동을 하기 위해 써야 할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것이 됩니다.


원거리 - 큰 궤적의 빔 기동

 날아오는 미사일이 방어기의 3-9 라인에 놓이게끔 기동하면 미사일의 선회량이 최대가 되므로 가장 효과적으로 미사일의 에너지를 소모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적기나 미사일의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미사일이 멀리 있을 때는 방어기의 선회율이 낮아도 되고 미사일이 가까워질수록 방어기가 점점 더 급격하게 선회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따라서, 미사일이 가까워지면 최대 G에 가깝게 선회를 합니다. 그러면서 플레어와 채프를 사용합니다. 플레어나 채프를 사용할 때는 한두 발씩만 떨구지 말고 여러 개, 대략 3-5개의 묶음 단위로 사용하는 것이 좀더 효과적입니다. 당장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므로, 나중을 위해서 아껴서 쓸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원칙적으로는 적의 레이더 미사일에는 채프를, 열추적 미사일에는 플레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을 때는 그냥 한꺼번에 무더기로 투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적합합니다.


근거리 - 점차 급격한 기동 필요

 미사일은 대개의 경우 방어기를 리드추적합니다. 즉, 유도 미사일은 방어기의 비행 방향을 예측에서 그 앞을 향해 미리 선회를 합니다. 따라서, 방어 기동을 하면서 한쪽 방향으로만 기동하지 말고 비행 방향 자체를 몇 초 단위로 계속 바꾸면 미사일이 리드 추적을 하기 위해 비행 방향을 계속 바꾸어야 하므로 미사일의 기동성을 둔화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하나의 기동 평면 안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가능하면 수평과 수직면을 모두 이용해서 3차원으로 방어기동을 하면 미사일에 좀더 많은 급기동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날아오는 방향은 정확히 모르겠다면, 미사일을 발사한 적기 또는 SAM 사이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서 그쪽에 미사일이 있다고 가정하고 방어기동을 해야 합니다. 이런 단서조차도 없거나 방향 감각을 잃어 버리는 등의 이유로 날아오는 미사일의 방향을 모르겠다면, 수직으로 급강하하는 것이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급강하를 하면 어느 방향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에 대해서도 빔 기동을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수직 회피 기동

 미사일과 방어기의 종류와 미사일 발사 당시의 제원에 따라서, 어떤 경우에는 이론상 방어기가 회피 기동만 잘 하면 피할 수 있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방어기가 아무리 회피 기동을 잘 하더라도 피할 수 없기도 합니다. 전반적으로, 미사일 회피는 기술이 아니라 확률입니다. 즉, 미사일 회피는 미사일의 명중률을 낮추기 위한 게임이지, 모자 속의 토끼를 사라지게 하듯이 미사일 앞에서 표적이 사라지게 하는 요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을 때는 특정한 기동술을 기계적으로 흉내내려고 할 것이 아니라, 미사일의 에너지를 소모시켜서 기동성을 둔화시킨다는 원칙에 입각해서 그때 상황에 맞는 방법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행을 하다보면 어쩌다 한두번 상대의 미사일을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회피를 하더라도 언제는 맞을 수도 있고, 언제는 빗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개별적인 경험으로 얻은 미사일 회피의 사례를 정형화시키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로, 게임의 특성에 따라서 어떤 특정한 게임에서는 어떤 특정한 회피법이 높은 효과를 보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보편성 있는 전술이라기보다는 특정한 게임의 연산 특징을 이용하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이 강좌에서는 어떤 게임에서 어떤 테크닉을 쓰면 되더라 하는 식의 이야기는 논외로 합니다.

 미사일 회피법이라는 것은 가장 위협이 되는 하나의 미사일에 대해서 수행하는 것이고, 한발의 미사일에 대해서는 회피 기동이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대방 역시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간차로 미사일을 연사하는 방법을 씁니다. 여러 대의 적기들로부터 여러 발의 미사일이 날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가장 위협이 되는 하나의 미사일에 대해서 방어 기동을 실시하고, 그 미사일을 피한 후에는 그 다음 위협이 되는 미사일을 피하는 것을 반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미사일 회피를 잘하더라도 회피기동을 반복할수록 에너지를 상실하여 피격될 확률은 급격히 높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연속적인 미사일 공격에 회피 기동만 계속하다보면 전투의 주도권을 잃고 불리한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미사일 회피 기동을 하는 상황도 기본 방어 BFM에서와 마찬가지로 미사일을 피한 다음에 적에게 멋있게 반격을 가해서 적기를 격추하는 것으로 연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가능하면 교전을 중지하고 전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결국 미사일 교전도 적기에 대해서 주도권을 잡고 유지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주도권을 잃었다면 가급적 교전을 미리 중지하고 전장을 이탈해야 한다는 교전의 기본 수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전투인 것입니다.

2. 기총 방어
 
기총 방어는 적기가 가까운 거리에 들어와서 무기를 발사하려고 할 때 최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하는 방어 기동이며, 기총 방어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적기에게 피격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므로 last ditch maneuver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기가 기총을 발사하려고 하는지의 여부는 뒤에 있는 적기의 모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적기의 등부분이 많이 보인다면 적기는 래그 추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 적기는 각도가 모자라서 나에게 기총 사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혹은 좀더 깊은 추적 위치를 점하기 위해 기총 공격을 보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때는 기총 방어를 실시할 때가 아닙니다. 적기가 기총 사격을 하려고 한다면 리드 추적을 해야 하므로, 적기의 기수가 곧바로 나를 향하거나 적기의 배면이 살짝 보이게 됩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이렇게 적기가 기수를 내쪽으로 당기고 있을 때는 적기가 실제로 사격을 하고 있든 하고 있지 않든간에 방어 기동이 필요합니다.더 나아가서, 적기의 기수가 나를 이미 향하고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적기의 기수가 돌아가는 것을 보아서 이런 비율로 돌면 내쪽으로 기수를 돌릴 수 있겠다 싶다면 그때부터 적기의 사선 앞에 놓이는 것을 피하도록 방어 기동에 들어가야 합니다. 적기가 발사한 탄환이 날아오는데는 불과 1초도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적기가 사격을 하는 것을 알고 나서 피하려 하면 늦습니다. 적기가 나를 쏠 수 있는 상황 자체를 만들어주지 말아야 적기가 나를 맞히지 못합니다.


  방어기에서 본 적기의 추적 경로별 목측

 기총 사격의 형태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가 됩니다. 하나는 스냅샷(Snap shot)이고, 다른 하나는 트래킹 샷(Tracking shot)입니다. 카메라 촬영을 할 때에도 스냅샷이라는 말을 쓰지요. 촬영에서 쓰이는 스냅샷이라는 단어가 원래 사격에서 온 용어입니다. 스냅샷이라는 촬영법이 대상 물체를 순간적으로 재빨리 찍는 것이듯이, 사격에서의 스냅샷도 표적을 정조준하지 않고 표적이 사선을 순간적으로 지나갈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사격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표적과 높은 각도로 지나치거나 두 비행기의 기동평면이 다를 때 스냅샷을 하게 됩니다. 반면, 트래킹 샷은 단어 뜻 그대로 조준 사격을 말합니다. 표적을 계속 추적하면서 정조준을 해서 쏘는 것을 말합니다. 표적과 같은 기동 평면에 있고 적기의 꼬리를 완전히 물고 있다면 트래킹 샷을 하게 됩니다.

스냅샷과 트래킹샷



스냅샷 영역과 트래킹샷 영역

 방어기가 이를 파악하는 단서는 적기에 대한 시선 변화율과 뱅크각을 보는 것입니다. 적기에 대한 LOS(방어기에서 적기를 보는 각도)가 빠르게 변한다면 적기는 나를 지속적으로 추적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스냅샷 영역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적기가 내 비행기의 양력벡터상에 있고 적기의 뱅크각이 나의 뱅크각과 같다면 적기는 나와 같은 기동 평면에 있는 것입니다. 뒤를 보고 있으면서 적기와 내 비행기의 기동 평면이 같은지를 쉽게 파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적기의 수직 꼬리날개와 내 비행기의 수직 꼬리날개의 각도차이를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방이나 후방 고정 조망이라면 내 비행기의 양력벡터는 항상 모니터에서 수직을 이루고 있으므로, 이때는 그냥 적기가 모니터상에서 얼마나 기울어져있는지를 보면 그것이 곧 나와 적기의 뱅크각 차이가 됩니다. 즉, 전방이나 후방 고정조망에서는 내 비행기의 자세에 상관 없이 적기가 모니터상에서 수평으로 보인다면 적기와 뱅크각이 같은 것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적기가 트래킹 샷 영역에 있다면 적기를 보는 각도가 대체로 일정하거나 느리게 움직이고, 나와 뱅크각이 같습니다. 적기를 보는 각도가 빠르게 움직이거나 뱅크각이 나와 다르다면 적기가 스냅샷 영역에 있는 것입니다. 이 두가지 사격 형태에 따라서, 기총 방어도 역시 크게 두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1) 스냅샷 방어
 방어기의 기동 평면이 일정하면 설령 공격기가 표적과 다른 기동 평면에 있더라도 미래의 위치를 예측하기가 쉬워지고, 공격기가 방어기와 같은 기동평면으로 들어올 기회도 제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기동 평면에 있다면 높은 각도로 순간적으로 지나치더라도 피격될 확률이 매우 커집니다. 따라서, 스냅샷이든 트래킹 샷이든간에 적기의 기수가 나를 향하고 있을 때는 가장 우선적으로 기동 평면을 지속적으로 바꾸어주어야 합니다. 즉, 한쪽 방향으로만 선회를 하지 말고 롤을 수시로 돌려서 뱅크각을 계속 바꾸면서 선회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적기가 방어기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어지므로 순간적인 스냅샷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커지고, 같은 기동 평면으로 들어와서 트래킹 샷을 할 기회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앞의 강좌에 설명한 last ditch maneuver들은 롤을 계속 돌리는 기동들이므로 그 자체로 기총 방어의 효과도 함께 지닙니다.)
 스냅샷 방어시에는 상대적으로 작은 뱅크각의 변화로도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공격기의 자세를 육안으로 파악하는데 익숙해진다면 그에 맞추어 적기의 사선을 피하는것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G를 바꾸어주거나 러더를 불규칙하게 차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단, 뱅크각과 G를 너무 많이 바꾸거나 러더를 너무 많이 차면 자신의 비행 경로가 흐트러지게 되므로 이를 주의해야 합니다. 스냅샷 영역에서는 적의 기총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기는 하지만, 적기의 사격기회가 지나간 후의 방어기동도 계속 생각해야 하므로, 이후의 행동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비행 경로를 너무 많이 바꾸어 회피 기동을 하는 것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기동하여 피격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기동하는 것이 낫겠지요.

2) 트래킹 샷 방어
 기본 원리는 스냅 샷에서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트래킹 샷은 한순간 피하더라도 적기의 추적과 조준이 계속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트래킹 샷 위치에서는 방어기가 뱅크각이나 G를 약간 바꾸더라도 적기가 이를 쉽게 따라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기가 트래킹 샷 영역에 있을 때는 이후의 행동은 생각하지 말고 당장의 위험을 피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뱅크각과 G의 변화를 더 크고 더 불규칙하게 하고 러더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즉 징킹을 해야 합니다. 뱅크각을 계속 바꾸면 적기가 방어기와 기동평면을 일치시키기 힘들어지고, G를 바꾸거나 러더를 차면 적기가 방어기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러면 적기가 조준점을 잡지 못하거나 최소한 트래킹 샷이 아닌 스냅샷 기회만을 가지게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지속적인 추적 위치를 아예 잃어 버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3. 방어 BFM - 맺음말
 영화 '탑건'의 도입부에는 방어 위치에 몰려 적기가 사격을 하지 않았는데도 패닉 상태에 빠지는 조종사가 등장합니다. 적기가 실탄사격을 했다면 이 조종사는 죽은 목숨이었을 것입니다. 제정신을 잃어서 최선의 방어기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판단력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면서 이런 지경까지 이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게임에서라고 할지라도 방어 위치에서 고도의 인내심과 냉정함이 필요한 것만은 틀림 없습니다. "방어 위치에 빠졌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나누었던 몇몇 대화들에서, 방어 위치에 빠진 조종사는 사출 레버를 당기는 것말고는 할 일이 없다는 극단적인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적기가 이미 지속적인 추적 위치에 들어와있고 두 비행기의 기동성이 비슷하다면, 적기 조종사의 기량에 다소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적기는 단지 방어기의 방어 기동을 그대로 흉내내기만 하더라도 방어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적기의 조종사가 최선의 행동을 한다고 가정하면, 어떤 종류의 last ditct maneuver나 기총 방어라고 하더라도 단지 생명을 조금 더 연장시켜주는 정도의 의미밖에는 없고 결과적으로는 방어기가 죽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은 피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기도 전에 전투 조종사로서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방어기는 방어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스스로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다대다 전투 상황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는 것이 동료기가 도와줄 시간을 얻기 위해 중요합니다. 때로는 방어 위치에서 2,3초정도 더 오래 살아남는 것이 전체 편대의 승패를 바꾸기도 합니다.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가? 답이 예라면, 내 비행기를 확인해봅니다. 조종을 할 수 있는가? 여기에도 답이 예라면, 사출 레버보다는 조종간을 잡고 무엇인가를 할 때입니다.

 방어기동의 목표는 불리한 상황에서 기기묘묘한 반격 기동을 해서 적기와 맞상대를 해서 KO승을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우선 적기의 실수를 유도하고 그 다음에 그 기회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방어 기동을 할 때는 단순히 적기의 공격을 피하는 기술 뿐만 아니라 적기의 실수나 약점을 인지해서 이를 이용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합니다. 방어 기동을 하고 있다보면 방어기가 이용할 수 있는 크거나 작은 기회가 반드시 생기게 되는데, 작은 기회를 이용하면 이를 더 큰 기회로 만들 수 있고, 그러다보면 위험을 점점 줄여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기총 방어를 예로 든다면 징킹도중 적기와 각도가 높아진다거나 순간적으로 거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들이 모두 방어기가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무작정 방어기동만 계속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런 기회를 파악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주의를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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