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어 BFM (1) - 기본 원리 *

 방어 기동이라고 하면, 흔히 적기에게 꼬리를 물렸을 때 피하는 방법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적기에게 꼬리를 물렸다면 이미 불리해진 상황입니다. 불리한 상황에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고, 불리한 상황에서 적을 물리칠 방법을 생각하려는 것은 하수의 방책이라는 것을 여러차례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미 적기에게 꼬리를 물린 상태에서 적기의 사격을 피하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은 최선의 대책이 될 수 없습니다. 물론, 적기에게 꼬리를 물렸을 때 피하는 방법도 방어기동에서 다루는 내용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좀더 넓은 관점에서 방어 기동이라는 문제를 살펴보아야 불리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방어 BFM에서는 이러한 넓은 관점에서 불리한 상황에 대처하는 전반적인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특히, 방어기가 적을 함정에 빠뜨리거나 기묘한 기동술로 단번에 상황을 역전시켜서 적기의 꼬리를 물고 격추하는 것이 이제 설명할 방어 BFM의 목표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분명히 해둡니다. 방어기가 불리한 상황에서 시도할 수 있는 적극적인 반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공중전에서는 더 적극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동일수록 위험성도 함께 높아집니다. 그런데 불리한 방어자가 반격을 할 생각으로 적극적인 기동을 한다면 적기를 격추할 가능성이 10% 생기는 것에 비해서 죽을 위험성은 족히 80%는 높아지게 됩니다. 방어기가 궁지에 끝까지 몰려서 죽을 것이 분명해지는 상황에서라면 이런 고난이도의 기동에 희망을 걸어야 할 순간도 분명히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더 좋은 생존의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성공 가능성이 낮은 반격 기동에 의지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목숨이 무한대인 게임에서는 평범하게 싸우기보다는 화려한 기동을 보여서 실력을 과시하고픈 생각이 드는 것도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방어기동의 원리를 이해하면서 그러한 고난이도의 기동도 함께 알고 있으면 적극적인 반격 기동이 언제 필요한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높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지 않는 다른 더 좋은 대책이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같은 기동이라도 더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고 넓은 시야에서 방어 전투를 더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1. 방어 BFM의 적용 기준
 어떻게 적의 공격을 피할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언제" 방어 BFM을 실시할 것인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방어 BFM의 일차적인 목표는 단지 불리한 상황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입니다. 따라서, 방어 BFM이 아닌 정면 BFM이나 공격 BFM을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그 기회를 살려야 하고, 방어 BFM은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구사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이 방어 BFM을 수행해야만 하는 상황인지, 아니면 정면 BFM이나 공격 BFM을 구사해도 되는 상황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 중요합니다.
 누차 말씀드리다시피, 공중전의 목표는 내가 살고 적을 죽이는 것입니다. 따라서, 방어 BFM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란, 내가 이 공중전의 목표를 추구하지 못하고 적기는 추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면 되겠지요. 즉, 나는 적기를 공격할 수 없고 적기는 나를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곧 방어 BFM을 수행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적기가 내 뒤에서 나를 향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는 너무 포괄적인 내용이라서 정의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적기가 내 뒤에 있는 것도 몇도 각도, 어느정도 거리에 있는지 등등에 따라 상황이 다양하니 말입니다. 89도 각도까지는 방어 상황이고 90도부터는 아닌가? 혹은, 적기와의 거리가 1nm이면 방어 BFM 상황이고 1.2nm이면 아닌가? 그러나 이런 절대 수치로는 방어 BFM이 필요한 상황을 정의할 수가 없습니다. 대신, 방어 BFM을 적용할 것인지, 적용한다면 어떤 식으로 적용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다른 기준이 있습니다.

1) 턴 서클 (Turn Circle)
 턴 서클이라는 단어의 표면상 의미는 방어기의 선회원을 말하지만, 개념상으로는 방어기와 적기의 간격을 판단하는 하나의 단위입니다. 턴서클은 방어기가 적기쪽으로 선회했을 때 적기와 마주볼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개념이며, 이에 따라 방어 BFM을 수행해야 하는지의 여부가 가려집니다. 단, 절대값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방어기의 선회반경에 따라서 달라지는 유동적인 값입니다. 예를 들어, 방어기와 적기의 속도가 같고 적기가 방어기의 7000ft 후방에서 방어기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고 해보죠. 이때 방어기가 3000피트의 선회반경으로 선회를 한다면, 반 바퀴를 선회했을 때 방어기의 비행 거리는 3000 x 3.14 = 약 9400 피트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어기가 180도 선회를 하기 전에 적기가 방어기의 위치에 도달하게 되므로 방어기가 적기와 마주볼 수 없겠지요. 따라서 이 경우에 적기는 방어기의 턴서클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방어기는 방어 BFM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방어기가 선회를 더 타이트하게 해서 더 좁은 선회반경으로 선회를 한다고 해보죠. F-16은 15,000 ft의 고도에서 약 2000 ft의 최소 선회반경을 가지므로, 이 값을 대입해봅니다. 그러면, 방어기가 180도 선회했을 때 방어기의 비행 거리는 2000 x 3.14 = 약 6300피트가 됩니다. 즉, 이 비율대로 방어기가 180도 선회를 하면 적기와 700피트정도의 간격을 두고 서로 마주보게 됩니다. 서로 마주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정면 BFM 원칙에 따라 기동할 수 있는 중립적인 상황이므로 방어 BFM을 수행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이때 방어 BFM에 따라서 기동한다면 중립적인 상황을 포기하고 일부러 불리한 상황을 자초한다는 것이 됩니다.) 위 두가지 예에서, 적기의 거리는 일정했는데도 방어기의 선회반경에 따라서 정면 BFM 상황이 되기도 하고, 방어 BFM 상황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적기가 뒤에 있다면 방어기는 적기가 가급적 멀리 있을 때 가급적 빨리 선회를 해서 적기와 마주보아서 될 수 있으면 정면 BFM 상황을 만드는 것이 1차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첫 번째의 선회를 통해 적기와 마주볼 수 있다면 그 다음은 정면 BFM에 입각해서 기동하면 되고, 적기와 마주볼 수 없었다면 그 때 방어 BFM을 구사해야 합니다. 설령 방어 BFM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방어기가 선회반경을 좁히면 적기와 높은 각도를 만들어낼 수가 있는데, 적기와의 각도가 커질수록 적기는 방어기를 효과적으로 공격하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이 이유는 후에 차차 설명드리겠습니다.


 방어기의 선회가 공격기에게 미치는 영향

2) 무장 발사 구역 (Wepon Envelop Zone)
 무장발사 구역(이하 WEZ)이란, 공격기가 방어기에게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영역을 말합니다. 방어기로서는 당연하게도 적기의 WEZ 안에 들지 않도록 기동해야 하겠지요. WEZ는 무장에 따라서 몇가지의 형태가 있습니다.

a. 기관포
 기관포는 공격기의 직선 전방으로만 나갑니다. WEZ가 가장 좁은 무기입니다. WEZ가 길쭉한 직선 형태이기 때문에, 방어기의 비행 경로가 WEZ의 방향과 비슷해질수록 명중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방어기의 비행 경로가 WEZ의 방향에 직각이 될수록 적기가 방어기를 맞출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집니다. 따라서, 이러한 형태의 WEZ를 가진 적기에 대해서 방어기는 가급적 급격하게 선회를 해서 적기와 높은 각도로 교차하게끔 해야 합니다.


 기관포의 WEZ와 방어 선회

b. 후방 발사 미사일
 AIM-9P급의 후방 발사 미사일은 방어기의 후방 일정한 각도와 거리 안에서만 발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림과 같이 방어기의 꼬리쪽으로 WEZ를 그릴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WEZ를 가진 적기에 대해서, 방어기는 적기와의 교차 각도를 높이면 적기가 WEZ에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타이트하게 선회를 해야 합니다.


 후방 발사 미사일의 WEZ와 방어 선회

c. 전방향 미사일
 AIM-9M급의 미사일은 표적의 어느 방향에서든 발사할 수 있고, 공격기의 기체 축선에서 약간 벗어나있는 표적에 대해서도 발사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는 편의상 그림과 같이 공격기를 기준으로 WEZ를 그리는 것이 이해하기가 편하겠습니다. 적기가 이런 형태의 WEZ를 가졌다면, 방어기는 적기의 WEZ에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기 위해서 적기의 측면쪽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도 역시 방어기는 되도록 급격하게 선회를 해서 적기와 높은 교차각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방향 미사일의 WEZ와 방어 선회

d. 최신형 미사일
 AIM-9X급 미사일은 표적의 어느 방향에서든 발사를 할 수 있고 공격기의 기축선에서 크게 벗어난 표적도 공격을 할 수 있어서 그림과 같이 WEZ가 매우 넓어집니다. 이런 무장을 가진 적기에 대해서는 방어기의 기동이 상대적으로 무의미해지지만, 방어기는 여전히 좁은 선회반경으로 선회를 하여 적기와 높은 교차각도를 만들고 적기의 WEZ에서 벗어나게끔 적기의 측면쪽으로 움직이기를 시도해야 합니다.


 최신형 미사일의 WEZ와 방어 선회

 정리하자면, 어떤 형태의 WEZ에 대해서든, 적기의 WEZ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리고 그리고 설령 WEZ에서 벗어나지 못하더라도 높은 각도로 공격기를 마주보고 있을 때 공격기가 발사한 무기의 명중률이 낮아지므로, 방어기는 급격하게 선회를 해서 적기와 높은 각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방어 선회를 할 때 적기쪽으로 선회를 해야 합니다. 적기의 앞으로 지나치지 않기 위해 적기의 반대쪽으로 선회를 한다면, 적기가 기수를 조금만 돌리더라도 방어기의 꼬리를 쉽게 물 수 있고 두 비행기 사이의 각도도 낮아져서 적기가 지속적인 공격 위치를 얻게 됩니다. 반면, 적기쪽으로 선회를 하면 적기의 앞을 순간적으로 지나치기는 하지만 높은 각도로 지나치게 되므로 적기가 공격 위치를 계속 유지하지 못하고 방어기는 적기의 옆으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적기쪽으로 선회

 적기의 WEZ에서 벗어나는 또다른 방법으로 증속 이탈법이 있습니다. 즉, 적기의 WEZ를 옆으로 피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높여서 적기의 최대 사거리 밖으로 벗어나는 것입니다. 방어기의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높거나 가속성능이 좋다면 증속 이탈법이 효과적입니다. 적기의 WEZ의 옆으로 선회해서 피하는 것은 에너지의 손실을 초래하고 적기에게 재공격의 기회를 허용하지만, 적기보다 높은 속도로 적기의 무기 사거리 밖으로 이탈할 수 있다면 적기가 재공격을 할 수 없으므로 실행 가능한 상황이라면 증속 이탈법이 급선회법보다 우월한 게임 플랜입니다. 단, 증속 이탈법은 기종별로 속도 차이가 많고 공격무기가 기총밖에 없어서 사거리와 명중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던 2차대전 시대의 고속 전투기에게 가장 유용합니다. 기종간 속도와 가속 성능의 차이가 적거나 적기에게 미사일이 있다면 증속 이탈법은 그만큼 제한적이 됩니다.


 증속 이탈법

 증속 이탈법을 실시할 때는 가급적 빠르게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엔진 출력을 최대로 하고 스틱을 풀고 기수를 수평선 아래로 내려서 얕게 강하를 하면서 이탈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기가 멀어지고 있는 방어기에게 사격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너무 단순하게 직선 비행을 하지 말고 기체를 약간씩 불규칙하게 움직여주어야 합니다. 단, 너무 크게 움직이면 속도를 빠르게 높일 수 없으므로 속도를 높이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당하게만 움직여야 합니다. 적기에게서 멀어지고 있을 때는 적의 조준을 흐트리는 기동을 조금씩만 하더라도 적기가 조준사격을 잘 할 수 없습니다. 반면, 부주의하게 직선 비행을 한다면 비교적 먼 거리에서도 피격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2. 방어기동시의 에너지
 예전의 내용인 "선회 반경과 선회율"에서 선회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을 다시 되새겨보겠습니다. 최대 선회율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즉 최대 "순간" 선회율과 최대 "지속" 선회율입니다. 최대 순간 선회율로 선회를 하면 당장은 그상황에서 가장 높은 선회율과 좁은 선회반경을 얻을 수 있지만, 그대신 에너지를 잃게 되기 때문에 이내 선회율이 낮아지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반면, 최대 지속 선회율로 선회를 하면 최대 순간 선회율보다는 낮은 선회율과 좀더 큰 선회반경을 가지게 되지만, 일정한 선회율로 꾸준히 선회할 수 있으므로 장기적으로 볼 때는 더 유리하다고 하였습니다. 방어 기동에서도 이 원리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방어 기동에서는 최대 순간 선회율로 선회하는 것은 브렉턴(Break Turn; 정확한 발음상으로는 '브레이크'라고 해야 하지만, 발음이 같은 'brake"와 구분하기 위하여 앞으로 break은 브렉이라고 표기합니다.), 그리고 최대 지속 선회율로 선회하는 것은 하드턴(hard turn)이라고 호칭하여 구분합니다.

 방어기 위치에서 최대 순간 선회율로 선회, 즉 브렉턴을 한다고 해보죠. 당장은 약간의 각도를 얻을 수 있겠지만, 조금만 있으면 에너지를 잃게 됩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우세해진 공격기가 더 높은 기동 잠재력을 유지할 수 있어서 지속 선회에서 더 유리해지고, 에너지 우위를 이용하여 방어기의 위쪽으로 고도 분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경우든 방어기에게는 치명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브렉턴은 적기가 나에게 무장을 발사할 수 있어서 당장의 목숨이 위급한 경우에만 실행해야 되고, 적기가 당장 나를 쏠 수 없다면 하드턴을 해서 어느정도의 속도를 유지하여 지속적인 기동능력을 계속 확보해야 합니다. 이렇게 어느정도의 속도를 유지하고 있으면 적기가 나를 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최대 선회율로 브렉턴을 해서 위험을 순간적으로 피할 수 있는 능력도 또한 계속 가질수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적기가 나를 쏠 수 없는 상황에서 브렉턴으로 속도를 미리 잃어 버린다면, 적기가 나를 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에는 더 이상 추가적인 방어기동을 하지 못하고 그냥 당하는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에너지 부분에서도 잠간 이야기한 적이 있다시피, 에너지라는 것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있습니다. 즉, 중간 속도대에 있을 때는 가속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속도가 낮아질수록 가속능력이 나빠집니다. 이를테면, 350kts에서 450kts로 가속하는데 5초가 걸린다고 한다면, 250kts에서 350kts로 똑같이 100kts를 증속하는데는 10초 이상이 걸리는 식입니다. 물론, 기종에 따라서 가속능력이 최대화되는 영역이 다 다릅니다. 최대 속도가 350kts인 프로펠러 비행기라면 더 낮은 속도에서 가속을 할 때보다 300kts-350kts로 가속하는 것이 더 오래걸리겠지요.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대부분의 비행기들은 코너 스피드 부근, 즉 비행기의 기동성이 가장 높은 속도 부근에서 가속 능력도 가장 좋습니다. 따라서, 방어기가 자신의 기동성이 최대화되는 중간 속도대를 유지하고 있으면 적기가 나에게서 잠시 벗어났을 때 그 순간을 이용해서 순간적으로 가속을 하여 거리 분리를 하여 이탈을 하거나 적기쪽으로 선회를 하여 높은 각도를 만들 수 있고, 또는 방어에 필요한 속도 에너지를 더 모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한번 속도가 낮아지고 나면 똑같은 시간의 기회가 생기더라도 잃어버린 속도를 만회하기도 그만큼 어려워져서 중립 상황을 만들거나 반격을 전환할 능력마저 잃어 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당장은 어떻게든 적기의 공격을 한두 번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죽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해집니다. 방어기동을 할 때 한번 속도를 잃기 시작하면 빈익빈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큰 것이죠.
 뿐만 아니라, 지금은 1vs1 상황을 전제로 한 BFM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적기가 2대 이상이 되면 방어기의 에너지 유지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앞으로 더 이야기하겠지만, 1vs1 교전에서는 방어기의 에너지가 낮아지더라도 시도할 수 있는 저속 전투 상황의 게임플랜이 있습니다. 하지만 적기가 2대 이상이고 상호 협조되고 있다면 에너지가 낮아진 방어기가 한 대의 적기에 대해서 저속 전투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적기의 다른 동료기에게는 더 쉬운 표적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때문에 적기가 여러대 있는 상황에서는 에너지 유지가 더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방어기동을 할 때는 어떤 상황이든 이 원칙을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속도를 잃었다면, "너는 이미 죽어있다".

 설명이 장황하였지만, 요는 간단합니다. 위에 WEZ라는 개념을 빌어서 방어기동을 할 때 선회를 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아래 세가지 사항만 유념하시면 됩니다.

1) 적기의 WEZ 안에 있을 때: 브렉 턴
 2) 적기의 WEZ밖에 있을 때: 하드 턴
 3) 불확실할 때: 브렉 턴

 

3. 방어 선회 패턴

1) 체크 앤 익스텐드법 (Check & extend)
 위의 원칙을 바탕으로 방어 선회를 한다면, 방어기의 방어 선회는 무작정 뺑뺑이를 도는 것이 아닌, 일정한 패턴이 생기게 됩니다.
 방어기가 적기의 WEZ 안에 있다고 가정을 해보죠. 방어기는 WEZ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브렉턴을 해야 합니다. 방어기의 꼬리를 문 적기는 대개 에너지가 방어기보다 더 높거나 적어도 비슷하므로, 공격기의 선회반경이 더 클 것입니다. 그러므로, 방어기가 브렉턴을 해서 최소 선회반경으로 선회를 하면 공격기는 퓨어나 리드 추적을 계속하지 못하고 기수가 래그로 쳐지게 됩니다. 그러면 방어기는 순간적으로라도 WEZ 밖으로 벗어날 수 있고, 공격기는 무장발사를 못하게 됩니다. 이제는 WEZ 밖으로 벗어났으니, 위 원칙에 따른다면 더 이상 브렉턴을 하지 말고 하드턴을 하는 것이 적당하겠지요. 실제로는, 적기의 기수가 나에게서 충분히 많이 벗어난다면 하드턴을 할 것도 없이 하드턴 이하의 G로 스틱을 가급적 많이 풀고 증속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방금 브렉턴으로 잃어 버렸던 속도를 다시 얻어서 방어기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고, 적기와의 거리를 더 벌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G를 풀면 적기의 기수가 다시 나를 향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다시 공격기의 WEZ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면, 다시 브렉턴을 합니다. 그러면 공격기의 다시 WEZ 밖으로 벗어나고, 공격기의 기수가 래그로 쳐지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방어기가 브렉턴과 증속을 반복하는 패턴을 미공군식 용어로는 Check & Extend 기동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증속-브렉턴을 반복하면 증속시에 적기와의 간격을 조금 더 벌릴 수 있으므로, 그 간격을 터닝룸으로 이용하여 브렉턴을 할 때 적기와 더 높은 교차각을 만들어나갈 수 있어서, 결국 각도를 조금씩 더 얻어나가서 중립상황을 만들 수도 있게 됩니다. 반면 방어기가 브렉턴만을 계속한다면, 방어기는 곧 에너지를 잃어서 선회율이 떨어지고 공격기는 하드턴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를 이용하여 고도 분리를 하거나 지속 선회율의 우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방어기가 선회를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상황을 역전시킬 기회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물론 체크 앤 익스텐드법을 이용하더라도 항상 상황을 역전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무작정 스틱을 당겨서 선회를 하는 것보다는 상황을 타개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더 생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체크 앤 익스텐드 법은 같은 기동 평면상에서 공격기 기수가 래그로 쳐지는 상황 말고도 공격기가 기돋 평면을 분리해서 3차원상에서 공격기의 기수가 방어기에게서 벗어나는 순간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2) 지속 선회법
 또다른 패턴으로는 지속 선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의 체크 & 익스텐드 법은 적기가 방어기를 WEZ에 넣을 수 있는 상황에서 쓰는 방법인데 비해, 지속 선회는 적기의 위치 우위가 확실하지 않아서 방어기를 WEZ 안에 넣을 수 없을 때 적합한 방법입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적기가 방어기를 WEZ 안에 넣지 못하고 있어서 당장의 공격 위험이 없으므로, 최대 순간선회율로 브렉턴을 할 필요가 없고 하드 턴으로 높은 지속 선회율을 유지하면서 방어 선회를 지속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적기가 방어기를 WEZ에 넣지 못하는 지속 선회 상황이 되면, 위치상으로 좀더 불리하다는 점만 제외하면 정면 BFM에서 이야기한 중립 러프베리와 사실상 마찬가지 상황이 됩니다. 따라서 이후로는 정면 BFM에서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지속 선회의 우위를 얻는 게임 플랜을 실행하면 됩니다.

 
 지속 선회법

 주의할 점은 체크 & 익스텐드 기동중에 지속 선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지속 선회중에 적기가 방어기를 WEZ 안에 넣어서 브렉턴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상황변화는 눈에 띄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미세한 차이로 구분될 수도 있습니다. 방어 기동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수시로 바뀌는 현재의 상황을 빠르고 정확히 파악하여 즉시 그에 맞는 게임플랜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가지 게임플랜에만 지나치게 얽매이고 있다면 방어에 실패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지속적인 방어 선회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동안 적기가 순간적으로 방어기를 WEZ 안에 넣었는데도 막연히 지속 선회를 계속한다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일 것입니다.

4. 고도 분리시의 방어
 위에 설명한 선회 패턴은 기본적으로 고도가 비슷한 상황을 가정한 대응법입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공격기가 에너지 우위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고도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도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도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는 조금 다른 형태의 방어 패턴이 필요합니다. 고도가 비슷한 것으로 가정하고 설명한 위의 방어 패턴에서는 방어기가 적기와의 거리가 멀 때 가급적 빨리 가급적 급격하게 선회를 해서 적기와 마주보거나 적어도 적기와 높은 각도로 교차하게끔 하라고 했었습니다. 방어기가 한번의 임멜만 기동을 해서도 다다를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고도에 공격기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렇다면, 방어기가 공격기쪽으로 선회를 한다는 것은 곧 급상승을 해서 기수를 계속 하늘로 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됩니다. 그러면 방어기는 속도를 급격하게 잃고 기동능력이 없어져서 공격기에게 쉬운 표적이 될 것입니다. 때문에, 고도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는 방어기가 공격기쪽으로 먼저 기수를 돌릴 수가 없습니다.


 무리한 상승 대응 기동의 결과

 방어기가 임멜만 기동을 해서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고도에 공격기가 있다면, 공격기는 방어기의 3차원 턴 서클의 바깥쪽에 있는 것이고 두 비행기간의 직선거리가 멀 것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공격기가 고도 차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상황은 공격기에게 유리하기는 하지만, 공격기가 아직 완벽한 공격 위치를 점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방어기가 가만히 있으면 공격기는 유리한 각도를 잡으면서 공격에 들어오게 되므로, 방어기는 무엇인가를 해야 합니다. 상승하여 대응하는 것은 안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수평 선회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고도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수평 선회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공격기 입장에서는 방어기의 움직임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므로, 방어기의 기수가 어느쪽을 향하더라도고도차이를 자신의 터닝룸으로 이용하여 어렵지 않게 방어기의 후방으로 내려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방어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책은 공격기 반대편으로 강하 증속을 해서 공격기와 거리를 더 벌리는 것입니다. 거리가 멀어서 여유가 있다면 5-10도 정도의 얕은 강하증속을 해도 되고,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깊은 각도로 강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깊은 각도로 강하를 할수록 증속은 빠르게 되지만 증속 효율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깊은 각도로 강하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공격기가 많은 고도 우위를 가지고 있을 때 방어기가 강하증속을 하면, 일단은 거리가 벌어집니다. 공격기가 고도를 유지하겠다고 한다면 이탈이 성공하는 것이고, 공격기가 방어기를 놓치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면 방어기를 추격하기 위해서 함께 강하증속을 해야 하겠죠. 그러면 두 비행기 모두 고도를 잃으면서 최대 속도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만약 공격기가 방어기를 추격하겠다고 한다면 방어기보다 더 빠르게 증속을 하기 위해 더 깊은 각도로 강하를 하겠죠. 그러면 앞에 말씀드렸다시피 증속 효율이 떨어집니다. 즉, 공격기의 에너지의 소모가 더 커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공격기와 방어기의 에너지 차이가 줄어들고 고도 차이도 더 적어질 것입니다. 방어기는 가급적 오래 증속 기동을 해서 공격기와의 에너지차이를 줄이고 나서 공격기가 가까워지면 그때 방어기동에 들어가면 여전히 에너지가 불리하긴 하겠지만 처음 상황에서보다는 더 방어를 하기가 편해집니다. 덧붙이자면, 이때 에너지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 뿐만 아니라 공격기가 지나치게 높은 속도대에 있기 때문에 기동성이 둔화되어 공격력이 떨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증속 이탈법

 단, 제트기간의 전투에서 적기가 중거리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면 증속 이탈을 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공격기만이 중거리 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고 한다면 애당초 무장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의 방어를 논한다는 것이 애당초 무리이고, 순수한 방어 기동의 영역을 넘어가는 문제가 됩니다. 다만 비슷한 기종이고 방어기도 열추적 미사일이나 중거리 미사일을 가지고 있다면 방어기도 역시 적기에게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으므로 에너지 차이가 전투의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아집니다. 그때는 공격기든 방어기든 더 신속하게 적에게 대응을 하는 사람이 주도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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