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의 유지와 활용 *
잉여추력은 기동성과 직결됩니다. 그러므로, 전투 중 어떻게 높은 잉여추력을 확보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잉여추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중량, 속도, 항력, 추력입니다. 이 네 요소를 기준으로 잉여추력을 확보하는 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1. 중량
더 가벼운
비행기가 더 높은 잉여추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단, 여기서 말씀드리는 점은 서로 싸우고
있는 비행기들 간의 중량을 비교해서 가벼운 비행기가 유리하다는 것이 아니라, 내 비행기의 중량변화가
잉여추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중량을 줄이기 위해서 조종사는 이륙을
할 때부터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선, 예상되는 작전시간을 감안하여 가능하다면 연료를 줄이도록
합니다. 연료 적재량이 비행기의 기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 외로 큽니다. 물론, 중량만을
생각해서 필요한 연료나 비상시를 대비한 예비량까지 덜어낼 정도로 소극적이어서는
안됩니다. 연료는 중량 증가 요인이기는 하지만, 반대로 전투시에 필요한 추력의
근본 원천이기도 하기 때문에 비행에 필요한 적정량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장도
역시 중량에 크게 영향을 미칩니다. 연료와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외부 무장을 적재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무장을 줄이는 것도 전투력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적절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대지 공격용 무장의
경우는 임무의 필요에 따라 반드시 탑재해야 하므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내부 무장의 탄 양을 조절하거나 Bf-109의 Gun pod와 같이 외부 장착형
공대공 무장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무장을 증가시키면
화력이 늘어나는 대신 기동성이 떨어지는 장단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상황이나
임무에 따라, 혹은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적절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만약
공대지 무장을 장착하고 있는데 적기를 만나서 불가피하게 방어적인 교전을 해야
한다면, 공중전에 불필요한 공대지 무장이나 외부 연료탱크는 반드시 버려서 중량을
최대한 가볍게 해야 합니다.
2. 속도
속도는 급격한
전투기동을 하면 일반적으로 상실됩니다. 따라서 단순히 코너속도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전투기동을
하면 속도가 상실될 것을 감안해서 교전 전에 충분히 여유있는 속도를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팰콘3.0의 매뉴얼에서는, 선회전을 가정할 때 코너속도보다 50노트
정도는
높은 속도로 교전에 임하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늘 고정된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수직기동을 염두에 두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다 적극적인
수직기동을 하려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좀 더 높은 속도가 필요합니다.
속도는 잉여추력
값의 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깁니다. 즉, 일단 가지고 있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유지하기 쉬운 반면,
한번 속도를 잃어 버리면 회복하기는 힘듭니다. 따라서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속도를 잃어 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전투기의 에너지는 고도+속도이지만,
양력을 얻어서 전투기동을 하는데는 고도는 필요없고 속도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전투
중 속도가 줄어들어
기동성이 떨어진다면 하강하면서 기동을 하여 속도를 보충해야 합니다. 반대로 속도가
너무 높아 주체할 수 없게 된다면 고도를 올리는 방향으로 기동을 하여 남는 속도를
고도로 저장해둘 수 있습니다.
3. 항력
항력의 발생
요인에 여러 가지가 있듯, 조종사가 항력을 제어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중량 증가의 요인이 되었던 폭탄이나 연료탱크 등의 외부 장착물은 항력 증가의
요인도 됩니다. 역시 불가피하게 방어 전투를 해야 할 때에는 공중전에 불필요한
외부장착물은 떼어 버려야 항력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플랩, 에어 브레이크, 기어를 펼치고 있어도 항력이 늘어납니다. 플랩이 양력 보조장치이기
때문에 근접 전투 중 플랩을 펼치면 선회가 더 빨라진다고 생각하는 분도 종종 계신데요,
플랩을 펼치면 순간적으로 선회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대신 항력이 커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순간적으로 플랩을
쓰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에너지에 여유가 있는 충분히 높은 속도에서 고속 선회전을
벌일 때에도 상황에 따라서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코너 속도 이하로 속도가 떨어지는
통상적인 의미의 지루한 꼬리물기 선회에서 플랩을 사용하면 선회율 증가의 이점보다
항력 증가로 인한 에너지 감소의 단점이 더 큽니다. 만약 상대방이 플랩을 사용하면서
타이트한 기동을 하려고 한다면, 에너지 우위를 유지한 채 지속 선회나 수직 기동으로
이끌면 그리 어렵지 않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급격하게 기동을 할수록
잉여 추력 값이 낮아진다는 점은 이미 앞에서 설명하였습니다. 스틱을 당기는 정도를
조절하면 항력이 변해서 잉여 추력 값이 변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틱을 세게 당기면
받음각이 높아지는데, 이는 공기와 기체의 마찰로 생기는 형상항력과 양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도 항력을 모두 증가시킵니다. 선회라고 다 똑같은 선회가 아니라, 스틱을
어느 정도로 당기면서 선회하느냐에 따라서 에너지를 유지할 수도 있고 깎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간혹 상대방의 기동을 보면 '아니 저 비행기가 180도 선회하는데 아직도
속도가 저렇게 빠르네?' 하고 놀라운 느낌을 받는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그것은 스틱을
끝까지 당기지 않고 적당히 당겨서 잉여 추력 값을 높게 유지한 것입니다.
4. 추력
다른
모든 조건이 똑같더라도, 추력에 따라서 잉여에너지가 달라집니다. 같은 속도에서
같은 선회율로 선회하고 있더라도, 최대 추력을 내고 있을 때가 스로틀을 중간에
놓았을 때보다 에너지 유지가 더 잘됩니다. 원래 잉여에너지는 추력이 가장 중요한
변수인데, 막상 비행을 하다보면 추력을 기동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지요.
이를테면, 선회전에 들어갈 때 더 좁은 선회반경을 얻기 위해서 스로틀을 줄이라는
식의 조언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의로 저속 전투로 들어가려는 것이 아닌 한에는
스로틀을 줄이면 그만큼 에너지를 손실하여 지속 선회율을 오히려 손해보게 됩니다.
그나마 스로틀을 줄이고 선회하는 것은 현재 속도가 코너속도보다 높을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고, 코너 속도 이하로 속도가 줄어든 상태에서도 스로틀을 계속 줄이고 있다면
전투기동을 안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불가피하게 에너지를 줄여야 할
특별한 상황이 아닌 한, 일반적으로 스로틀은 가급적 높여서 잉여 추력을 최대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속도가 남는다고 생각되면 스로틀을 줄여서 에너지를 버리기보다는
수직기동을 해서 남는 운동 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저장하는 것이 넓은 관점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코너속도를 기준으로 시작하여 최대한의 선회능력을 이용하는 전투는 좁은 선회반경을 얻을 수 있지만 에너지 면에서는 불리합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에너지 우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선회반경면에서는 불리성을 수반한다는 말이 됩니다. 특히, 동시대의 서로 다른 기종간의 전투일 경우에는 어느 한기종이 선회력이 뛰어나면 다른 한 기종은 속도면에서 우세한 식으로 각자의 성능의 장점이 대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내 비행기의 기본 성능이 적기보다 떨어진다면 최대 선회율이나 지속 선회율 어느 것으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에너지 우세를 이용하여 뒤떨어지는 선회능력의 불리성을 극복할 전술적인 대책이 필요해지게 됩니다.
공중전의 목표를 다시 생각해볼까요. 전투기동은 적기가 나를 쏘지 못하게끔 하면서 내가 적기를 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적기 후방으로 들어가려는 싸움을 하는 것은 그 때문이고요. 그렇지만, 공중전투가 반드시 적기 후방으로 들어가기 위해 적과 같은 고도에서 각도이점을 얻는 것으로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적기와 수평으로 5000 피트 떨어져있다면, 두 비행기는 서로 눈 깜짝 할 사이에 접근해서 서로의 후방을 물기 위해 대등한 상태에서 기동을 펼치겠지요. 반면, 적기가 수직으로 5000피트 아래에 있다고 해봅시다. 무기 발사는 일단 생각하지 않고 기동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위로 5000피트를 올라오기는 매우 힘들지만 5000피트 아래로 내려가기는 쉽습니다. 굳이 적과 같은 고도에서 적기의 꼬리방향에 있지 않고 충분한 고도차이가 있더라도 적기가 나를 쏘지 못하면서 내가 적기를 쏠 수 있게끔 하는 전투기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죠. 만약 적기가 위로 올라오려고 한다면 속도를 잃게 되고, 그러면 선회능력도 함께 잃게 됩니다. 반대로, 나는 내려가면서 기동을 하기 때문에 높은 선회율로 선회를 하더라도 고도를 속도로 바꾸어 기동에 필요한 속도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수평 선회를 할 때보다 선회율의 추가적인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고도 우위가 그 자체로 결정적인 것이 되기도 하고, 혹은 고도를 속도로 바꾸면서 기동을 하여 각도이점을 얻어 나갈 수 있지만, 어떤 방법으로 전투를 수행하든 수평기동에서는 각도이점을 얻는데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는 에너지 우위를 고도로 바꾸면 다시 이를 전술적으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3차원 기동을 통해서 수평면상에서의 선회능력의 한계를 전술적으로 극복해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에너지 우위를 이용하여
수행하는 일격이탈 전술을 흔히 Boom &
Zoom이라고 부릅니다. Boom
& Zoom은 적기가 나를 향해 기수를 계속 쳐들고 있을 수 없는 높은 고도에서부터
상대적으로 고도와 속도가 부족한 적기에
대하여 빠른 속도로 강하하며 기습(Boom)을 한 후 적기의 사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상승(Zoom)하는 전법입니다. 이때
아래에 있는 적기는 고도와 속도가 모두 불리하므로 별다른 대응행동을 취하기가
힘듭니다. 붐앤줌은 각도를 얻기 위한 기동을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 우위를 통하여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선회능력을 커버하고 공중전투의 목표를
직접 달성하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 중
하나입니다. 단, 에너지를 소모해서 각도의 이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차이를 그대로
공격 기동과 연결시키려면, 기동 중 어떤 단계에서라도 적이 나를 향해 기수를 돌려서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에너지 차이가 크지 않거나,
적기가 가진 무기의 사거리가 길거나, 혹은 적기가 나의 기동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충분한 대응기동을 한다면 적기가 나에 대해서 사격 기회를 가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전투기동이 성공한
것이 아닙니다. 대체로 제트기에서는 사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미사일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 우세를 선회능력으로 치환하여 각도우세를 달성하려 하고, 구형 프로펠러기의 경우에는 급기동시 상실하는 에너지를 보충할
추력이 충분치 못하고 무장사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적기가 도달하지 못하는
고도와 속도를 유지해서 전술적 성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것은
상대적인 경향일 뿐이지 기종에 따라 전술이 고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궁극적인 게임플랜의 선택은 기체 자체의 성능에 의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적과의 상대적인 상황에 따라서 판단해야 합니다. 에너지가 충분한 P-51은
에너지가 바닥상태인 Spit-9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우세하게 선회할 수 있습니다.
고속에서도 P-51의 선회력이 Spit-9를 능가합니다. 또한, 급강하해서 내려온 저속 기체는 수평비행을 하던 고속 기체를 쉽게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장 데이터만 가지고 선회력이 우수하다거나 속도가 빠르다거나
하는 것을 막연하게 믿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기체 자체의 성능에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에너지 우세 혹은 선회능력의 우세를 얻고 승리를 위해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기체 자체의 성능이 전술적인 판단의 고려사항의 일부가 되기는
합니다. 이를테면, 내 비행기의 에너지 충전 능력이 적기에 비해 떨어진다면, 적기에게 에너지를 충전할 시간을 너무
많이 허용하지 말고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라도 빨리 적극적인 행동에 들어가야
에너지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면 자신의 기체가 에너지 충전
능력이 좋다면, 에너지의 유리성을 잃지
않고 전투를 장기적으로 유리하게 이끌어가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조종사가
자신의 비행기를 기계로써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체의 고유한 성능과 현재의
비행 상태에 기초하여 적과의 상대적인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서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커버하는 방향으로 전투를 수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