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 기종 항공기의 기동 능력 *
선회율및 선회반경과 관련된 언급에 있어서 고려해야할 사항이 조금 더 있습니다.
카나드, 추력 편향 엔진(TVC)등을 장착하였거나 기체 설계가 뛰어나서 정상적인 경우라면 실속할만한 높은 받음각에서도 실속하지 않고 저속에서 뛰어난 기동성을 보이는 최신기종의 항공기들중에서는, 위에 말씀드린 전통적인 E-M 챠트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항공기의 경우에는 최대 G를 산출하지 않는데도 더 높은 선회율을 보이기도 하는등, 정상적인 E-M챠트의 형태로 생각할때는 이해가 가지 않는 기동을 보이곤 합니다. 대표적인 예를들자면 수호이 계열 기체의 저속에서 고받음각으로 급격한 피치변화를 보이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수호이기의
코브라 기동
이러한 뛰어난 공기역학적 특성을 가진 기종들은 이제까지 말씀드렸던 코너속도 개념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일반적인 설계의 비행기들에서는 급격한 기동을 해서 임계 받음각을 초과하게 되면 스핀에 빠지지만, 이런 항공기들은 추력편향 엔진이나 카나드등의 도움으로 높은 받음각에서도 스핀에 빠지지 않고 계속 조종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낮은 속도에서 높은 받음각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G에서도 매우 좁은 선회반경과 높은 선회율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기동 영역을 Post-stall maneuver 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이 Post stall 영역에 대해서 구체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므로, 최신 기종의 경우에는 이러한 특수한 고기동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정도의 언급만을 해두겠습니다. 이러한 기동영역을 가지는 항공기들은 거의가 아직은 실험기이거나 실전에서의 고기동의 적용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항공기들이 이러한 기동영역을 가진다는 것은 잘라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그러나, 최신 기종을 다루고 있는 몇몇 시뮬레이션에서는 그것이 게임의 단순화 때문인지 실기의 재현때문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분명히 이러한 고기동영역이라고 믿어지는 비행특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때 UFO 기동이라고 많은 논란이 되었던 EF2000의 놀라운 기동성도 그러한 고기동 영역의 일종이라고 추정됩니다.
저속의 고기동 능력이 실전에 얼마나 유리하게 작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기는 합니다. 수호이의 코브라 기동을 실전에서 쓸 수 있는가 하는 논쟁이 대표적인 예이죠. 물론, 코브라 기동 자체의 실전 유용성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중전투가 단편적인 기동술의 집합이 아니라 속도벡터의 연속적인 변화과정이라는 것을 이미 이야기하였습니다. 따라서 코브라 기동 그 자체의 모양새만 가지고 실전의 적용 여부를 이야기하는 것은 공중전투를 잘못 이해한 채 단편적인 논쟁을 할 뿐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투기에서 충분한 속도의 유지는 전술적인 기동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고 잉여 추력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저속에서 고기동성을 보이는 항공기라 할지라도 충분한 속도의 유지는 여전히 전술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공중전은 종종 전투기의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내야 하고 전투를 지속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저속 영역에 쉽게 빠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속에서의 고기동성이 근접전의 유리성을 가져올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코브라 기동은 전투에 쓰기 위한 "기동술"이 아니라 수호이기의 극한 성능의 영역이 그만큼 넓다는 것을 보여주는 시범인 것입니다. 실제로, 앞서 보여드린 F-16C Block 50의 최대 선회율은 330-440 kts/9G로 초당 19도인데, Su-27의 최대 선회율은 250 kts/9G로 초당 39도입니다. 훨씬 낮은 속도에서 똑같이 높은 G를 걸 수 있으니 매우 높은 선회율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추력편향 엔진(TVC)을 장착했거나 기타 뛰어난 항공기 설계를 통해 혁신적인 기동성을 보일 수 있는 최신기종들에 대해서 이들의 높은 기동성능을 어떻게 전술적으로 체계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이러한 항공기들이 실전에서 검증되지 않았고 제한적인 상황에서의 실험값이나 시험적인 기동들이 알려져 있을 뿐이기 때문에 사실 단언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사이버 전투 파일럿들은 생명이나 높은 비용의 지불 없이도 아직 양산되지도 않은 대부분의 최신기종을 비록 제한된 게임에서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조종해볼 수 있고 PC상에서나마 전투에 투입하여 운용해볼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사이버 파일럿들이 실시한 시뮬레이션 게임에서의 전투결과가 실제 전장에 학술적으로 응용될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적어도 사이버 파일럿들은 최신기종을 간접적으로 몰아보면서 스스로 그들을 운용하고 최신기종에 맞는 새로운 전술을 모색해볼 수 있는 매우 흥미 진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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