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 불능 상황 *

1. 실속(Stall)
 앞 페이지에서 말씀드린 대로, 비행기는 날개에서 양력이 생겨서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날개에 양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공기가 날개의 위아래로 부드럽게 흘러야 합니다. 받음각 부분에서 조금 설명드렸다시피, 어느정도 선까지는 받음각이 커질수록 양력이 커집니다. 달리는 자동차에서 손을 내밀고 손 바닥을 날개모양으로 펴고 앞쪽을 살짝 들면 손이 위로 뜨려는 힘을 받게 되겠지요. 그렇지만, 손의 각도를 어느정도 각도 이상으로 세우면 손이 위로 뜨려는 힘보다 공기가 손을 뒤로 밀쳐내는 힘이 더 커지게 됩니다. 이렇게 날개의 받음각이 지나치게 커짐으로 인하여 공기 흐름이 흐트러져서 더 이상 양력을 발생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실속(Stall; 스톨)이라고 합니다.

 실속이라는 단어가 한자어로 "속도를 잃는다"는 것이기 때문에 흔히 실속 현상이 속도와 관계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속도는 실속의 속도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받음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물론 속도가 느려지면 받음각이 높아지므로 일정 속도 이하에서는 비행기가 실속에 빠집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실속 현상의 전부는 아닙니다.

 속도가 충분한 상황에서라도, 조종간을 더 세게 당겨서 급격한 기동을 할 수록 날개의 받음각이 커집니다. 이렇게 급격한 기동으로 인하여 받음각이 높아질 때에도, 기체가 허용하는 한계(이런 받음각 한계를 임계 AOA라고 했었지요. 임계 AOA는 기종마다 다릅니다.) 이상으로 받음각이 높아지면 역시 실속이 됩니다. 보통은 속도가 느리면 임계 받음각을 넘을 정도로 기수를 당길 수 있는 물리적인 힘이 생기지 않고 어느정도 속도가 있을 때에만 임계 받음각을 넘기도록 기체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속도가 떨어져서 생기는 실속이 아니라 고속의 급기동시에 받음각이 높아져서 생기는 실속을 고속 실속(Accelerated stall; 액셀라레이티드 스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보통은 이렇게 급격한 기동으로 인하여 날개에 실속이 생기면 심각한 조종 불능 상태가 되어, 속도상실로 인하여 발생하는 실속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실속이든 원인은 모두 받음각 때문이며, 실속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종사가 실속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물리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우선은 실속의 원리를 알아서 실속에 빠지지 않게끔 기체를 제어할 수 있기 위해서이고, 그 다음으로 실속에 빠지게 되었다면 실속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알고 있기 위해서입니다. 실속이 대개 두 가지 경우에서 발생한다고 하였으므로, 실속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도 두 가지를 주의하면 됩니다. 우선은 기수의 각도와 엔진 출력에 주의해서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지지 않게끔 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스틱이나 러더를 너무 급격하게 조작해서 받음각이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게끔 주의하는 것입니다.
 실속이 발생하였다면 받음각을 낮추어 날개의 공기 흐름을 다시 되찾아주어야 합니다. 대개의 비행기들, 특히 프로펠러기들은 무게중심이 앞쪽에 있기 때문에, 스톨이 걸리게 되면 스틱을 중간에 놓고 있으면 알아서 기수가 지면쪽을 향해 떨어지게 됩니다. 기수가 지면쪽을 향하고 속도가 높아지면 받음각이 줄어들어 공기의 흐름이 회복됩니다. 스틱을 밀거나, 기체가 배면 상태일 때에는 당겨서 기수가 지면을 향하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실속이 생길 때 기수가 저절로 내려가려고 한다고 해서 스틱을 당겨서 기수를 위로 들고 있으려고 하면 받음각이 더 높아져서 오히려 실속이 더 심해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스틱을 중앙에 놓거나, 혹은 지면쪽을 향해 스틱을 밀어서 기수가 지면쪽을 향하게 하고, 스로틀을 올리고 속도가 충분히 늘어날 때까지 기체 자세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그렇게 해서 속도가 충분히 회복되면 부드럽게 조종간을 당겨서 수평 비행을 회복하면 됩니다.

 실속은 아무도 몰래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받음각이 높아짐에 따라 실속이 발생하기 이전에 몇가지의 징후를 나타내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급격하게 비행기를 조종하지만 않는다면 조종사가 기체를 실속에 빠지지 않게끔 적당히 제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받음각이 커져 임계 AOA에 가까워지면서 가장 먼저 조종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버펫(buffet) 현상입니다. 간단하게 날개를 지나는 공기 흐름이 불안해져서 기체가 떨리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게임마다 묘사 정도가 조금씩 다르고 기종 특성에 따라서도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버펫 현상이 생기기 시작하는 부근에서 최적의 기동성이 나오고 버펫이 주체할 수 없이 심해지는 부근이 거의 실제적인 받음각 한계라고 생각하면 비슷하게 맞습니다. 게임에 따라서 실제로 조종석을 떨리도록 그래픽 처리를 하여 버펫 현상을 묘사하기도 하고, Warbirds나 Aces High같은 경우는 버펫 현상을 윙~하는 소리로 대신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버펫 현상만 나타나는 경우는 아직 조종성에 큰 문제는 없고 흔들림의 정도가 약하면 미사일이나 기총을 사용하는데도 지장이 없습니다. 여기서 받음각이 더 커지면 날개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고 한쪽 방향으로 저절로 롤과 요우 움직임이 생기려고 하게 됩니다. 이를 윙 록(wing rock)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것을 그냥 놔두면 롤이 더 심해져서 비행기가 빙글빙글 돌면서 완전한 조종 불능 상태로 추락하게 됩니다. 즉, 스핀(spin)에 빠집니다. (스핀은 아래에서 다시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윙록 현상은 사실상 조종불능상태가 되는 시작 부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체가 한쪽으로 롤과 요우가 저절로 들어가면서 조종이 불안해지면 요우나 롤의 반대방향으로 러더와 에일러론을 사용해서 기체가 한쪽으로 더 돌아가는 것을 순간적으로 잠시 막으면서 스틱을 당기는 힘을 늦추거나 속도를 올려서 받음각을 줄여주어야 합니다.

2. 스핀 (Spin)
 스핀은 날개에 실속이 생길 때 기체의 비행 축선이 어긋나서 양쪽 날개의 양력 차이가 생기면 실속과 함께 롤, 요우, 피치 방향의 조종능력이 모두 상실되는 치명적인 상황입니다. 아래의 그림들을 보면, 기체의 축선이 어긋남으로 인해서 한쪽 날개는 최대 양력이 산출되는 반면 다른 한쪽 날개는 임계 AOA를 넘어서 양력을 상실하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양력이 살아있는 날개쪽은 계속 비행을 하려고 하고 양력이 상실된 날개쪽은 아래로 떨어지겠죠. 그 결과 비행기가 조종 불능 상태로 회전하면서 추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스핀 현상에는 세부적인 종류가 여러 가지 있지만, 모두다 롤, 요우, 피치 3축이 모두 한꺼번에 조종불능이 되는 점은 같습니다.
 스틱을 너무 세게 당겨 악셀레라이티드 스톨에 걸리면 스핀으로 연결되고, 느린 속도에서 조종면을 무리하게 극한까지 움직인다거나, 여러 조종면들을 서로 조화롭게 움직이지 않을 경우, 이를테면 러더는 왼쪽으로 차고 비행기는 오른쪽으로 롤시킨다거나 하는 식으로 조종면을 부조화스럽게 움직이면 기체의 비행 축선이 바뚤어져서 스핀에 빠지기 쉽습니다. 특히 스핀은 비행기의 축선이 크게 어긋날 때 쉽게 빠지게 되므로, 러더를 무리하게 차면서 기동을 하면 스핀에 빠지는 위험이 매우 커집니다. 그래서, 러더를 사용하는 전투 기동은 충분하게 익숙해진 다음에 능력범위 안에서만 실행해야 위험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의 비행 축선이 비뚤어지면 양쪽 날개의 양력이 달라져서 스핀에 빠지기 쉽다

 전투기동중에 받음각이 높아져 스핀의 징후가 나타나면 스틱과 러더를 느슨하게 해서 기동을 더 부드럽게 해주어야 합니다. 적기가 나를 쫓고 있는지 어떤지는 나중 문제입니다. 스핀에 빠지지 않아야 회피 기동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스핀에 빠지면 고도를 순간적으로 많이 잃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이를 역이용하여 적기가 뒤에 붙었을 때의 마지막 발악중 한 방법으로 일부러 스핀을 걸어서 위험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꼼수는 어디까지나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고 원칙적으로는 언제든 스핀에 빠져서 좋을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스핀에 빠졌다면, 머리에서 모든 생각을 즉시 중단하고 스핀 회복만을 생각해야 합니다. 스핀에서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그만큼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들고, 전투중이었다면 스핀에 오래 빠져있을수록 고도를 많이 잃어 버리게 되어 회복한 후에라도 매우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스핀 회복을 위해서는 스로틀, 스틱, 러더 세 가지를 모두 써야 합니다. 스핀 회복법은 게임에 따라, 그리고 기종에 따라 모두 다르지만, 대략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요우 회전의 반대 방향으로 러더를 끝까지 찹니다. - 이것은 모든 비행기에서 거의 공통적인 회복절차입니다.
2) 스로틀은 대개의 경우 최하로 줄여야 하지만, 기종에 따라서 스로틀을 최대로 올려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단, 스로틀을 어떤 위치에 놓든 부드럽게 움직여야 갑작스런 토크로 인해 기체가 더 심하게 스핀현상에 빠지지 않습니다.
3) 일단 스틱을 중앙에 놓았다가, 정해진 방향으로 스틱을 움직여줍니다. 스틱의 움직임은 기종에 따라 차이가 많습니다. 스틱을 밀어야 하는 비행기도 있고, 선회방향으로 롤을 주어야 하는 비행기도 있습니다. 드물게는 스틱을 당겨야만 스핀에서 회복이 되는 비행기도 있습니다. 단, 하나의 비행기에는 한가지의 방법만이 최선이며, 한번 스핀에 빠졌을 때 스틱을 이리저리 흔들라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스틱을 움직이면 오히려 스핀이 더 심해집니다. 배면 상태에서 스핀에 빠졌다면, 스틱의 움직임도 대체로 반대가 됩니다. 즉, 스틱을 밀어야 하는 비행기에서는 반대로 스틱을 당기고, 스틱을 당겨야 했던 비행기에서는 반대로 스틱을 밀어주어야 합니다. 기수의 움직임이 지면을 기준으로 해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죠.

 어떤 비행기든 이 3가지 조종장치를 모두 움직여서 각각의 비행기에 맞는 스핀 회복법을 가급적 빨리 실행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Aces High의 P-51의 스핀 회복법은 러더를 회전 반대방향으로 차고, 스틱을 밀고, 스로틀을 최하로 당기는 것입니다. 반면, 같은 Aces High에서도 F-4U 계열기들은 러더를 회전 반대방향으로 차고, 스틱은 당기고, 스로틀은 최대로 밀어주어야 합니다.

 정확한 스핀 회복조작을 실행하고 있다면 기체의 회전이 점차 멈추게 됩니다. 이때가 중요합니다. 기체의 회전이 멈출 즈음에 러더와 스틱을 천천히 풀어서 기체가 자연스럽게 비행 축선이 맞도록 유지하면서 하강해서 속도를 얻어야 합니다. 물론 필요하다면 하강하면서 부드럽게 스로틀을 올려줍니다. 그렇지 않고 스틱과 러더에 그대로 압력을 주고 있으면 반대 방향으로 스핀이 들어가 버리게 됩니다. 또는, 스틱과 러더의 압력을 너무 급하게 풀어도 기체의 축선이 갑작스럽게 변하기 때문에 역시 다시 스핀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기체의 회전이 멈추었다고 해서 속도를 충분히 다시 얻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 조종을 하려고 해도 곧바로 다시 스핀에 빠지게 됩니다. 따라서 스핀에서 벗어난 직후에는 잠시동안 직선 하강 비행상태를 유지한 후 안전한 속도가 되고 난 후에 부드럽게 조종을 다시 해야 합니다.

 종종 전투기동중에 실속이나 스핀에 빠져 회복하지 못하고 죽었다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곤 합니다. 모든 기종들은 조종불능에 빠지기 전에 충분한 조종불능 징후들이 나타나므로, 조금만 주의하면 스핀에 빠지는 것을 조종사가 능력껏 막을 수 있습니다. 스핀에 잘 빠지는 비행기란 그 조종 불능의 징후에서 실제 스핀이 빠지기까지의 간격이 짧다는 것일 뿐이므로, 그런 경우에는 미리 조금 더 조심해서 비행기를 몰면 됩니다. 스핀에 잘 걸리는 비행기라고 해서 조종사가 아무 손쓸 기회나 징후도 없이 마음대로 스핀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즉, 모든 실속이나 스핀은 궁극적으로 조종사의 부주의나 과격한 기체 조작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기종이나 상황에 따라서 스핀을 회복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대개는 스핀에 빠지더라도 즉시 적절한 회복 절차를 수행하고 고도만 충분하다면 스핀은 대부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고도가 너무 낮았다거나 심각한 스핀이라서 회복을 못한 경우라면 할 수 없겠지만, 실속이나 스핀의 회복 방법 자체를 몰라서 아무 대책 없이 죽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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