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전투와 선회전투 *

 공중전은 크게 각도우세를 추구하는 선회전투와 에너지 우세를 추구하는 에너지 전투로 나뉘고...하는 식의 공중전 강의를 심심치 않게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아마도 플심인들 사이에 알려져 있는 공중전 이론에서 "에너지 전투"라는 개념만큼 자주 오해되고 있는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공중전의 에너지 이론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이전에 에너지 이론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 부연설명이 필요할 것 같네요.
 공중전투를 선회전과 에너지 전투로 구분한다는 개념은, 흔히 선회전투는 에너지를 희생하여 각도를 얻는 것이고 에너지 전투는 각도를 희생하여 에너지를 얻는 것이라는 대립적인 설명으로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선회력이 더 좋은 제로기가, 속도가 더 빠른 머스탱을 만났다면 제로기의 장점이 선회력이니까 에너지를 포기하고 머스탱을 향해 재빨리 선회할 것만을 생각한다면, 에너지 격차가 더 커져서 오히려 더 쉬운 먹이가 됩니다. 제로기가 머스탱을 만났다면 가급적 에너지를 저장해서 에너지 차이를 줄여야만 반격의 기회를 더 잘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머스탱이 제로기에 대해서 각도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에너지만을 생각한다면, 제로기는 머스탱을 향해 결정적인 순간에 기수를 돌려서 정면대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각도를 생각하지 않는 "에너지 전투"는 아무 이점이 없는 정면 대결만을 초래하게 됩니다. 그러면 적기가 나를 쏘지 못하게 하면서 내가 적기를 쏜다는 전투기동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아주 많은 공중전 강좌들에서는 에너지 우세가 유리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강조만 할 뿐, 그것을 구체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붐앤줌(Boom & Zoom; 일격 이탈 전술)과 같은 단편적인 몇 가지 기동을 제시하는데 그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 우세를 가지고 있어도 전투 승리가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고, 에너지 우세를 전술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몰라 수직이나 수평면상에서 정면 대결만 반복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를 두고 에너지가 더 높은 비행기가 정면대결에서도 더 유리하므로 그것이 에너지 우세의 이점이라는 식으로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만, 정면대결은 본질적으로 어느 한 사람이 유리한 상황이 아니라 동전을 던져서 승패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에너지가 높은 사람이 정면 대결에서 유리하다는 얘기는 기껏해야 5:5의 확률이 6:4나 7:3정도만큼 유리해진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100% 유리한 상황을 포기하고 70% 유리한 상황을 추구하는 것은 전술 이론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붐 앤 줌

 공중전을 선회전과 에너지 전투로 구분하는 설명은 가르치기는 쉬우면서도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는데, 근본적인 문제는 선회전투와 에너지 전투라는 것이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공중전의 에너지 이론은 본래 공중전을 단편적인 기동의 조합으로 보지 않고 에너지와 위치가 계속 바뀌는 연속동작이라는 점에서 공중전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에너지 전투를 말하면서 여전히 일격이탈과 같은 단편적인 전술에 치중해서 설명을 한다면 그만큼 에너지 이론의 본질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게임 매뉴얼같은 곳에서는 지면의 제약 때문에 불가피하게 극히 핵심적인 개념만을 간단하게 언급하는데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복잡한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할수록 이해도와 정확성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어떤 문서들에는 선회전=앵글 파이트=스톨 파이트라고 설명된 것이 있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에너지가 우세한 사람이 유리하다는 보편적인 상황에 반하여 에너지가 불리한, 즉 속도가 더 느린 사람이 유리해지는 상황으로 공중전이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드물게 상대방을 내 앞으로 추월시키기 위해 더 느리게 날기 경쟁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에너지가 우세한 사람이 유리한 보편적인 "에너지 파이트"의 개념에 반하여 "스톨 파이트"라고 부를 수도 있습니다. 이때의 두 방식은 분명히 대립적인 개념입니다. 하지만, 스톨 파이트가 곧 선회전이나 그 능력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스톨 파이트 vs 에너지 파이트라는 구분은 선회전투 vs 에너지 전투의 구분 개념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 개념 구분을 혼동하여 전통적인 의미의 "선회전"에서 속도가 더 느린 사람이 더 유리하고 선회전에서는 에너지를 무시한 채 싸운다고 오해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공중전투는 크기와 방향, 상대적인 위치 등으로 구성된 벡터 기하학이며, 전투기의 기종과 상관 없이 각도와 에너지는 동시에 함께 생각해야 할 공중전의 여러 변수들의 일부입니다. 에너지와 각도는 모든 비행기에게 다 중요합니다. 특히 비행기의 에너지는 통상 말하는 붐앤줌을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는 더 많은 이유 때문에 중요합니다. 에너지 전투는 붐앤줌과 동의어가 아닙니다. 에너지전투vs선회전투라는 식의 대립적인 개념에서는 에너지의 이점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는 에너지를 특정한 기동에 필요한 수단으로써 설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중전에서의 에너지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공중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적기가 나를 향해 무기를 발사하지 못하는 위치에 머무르면서 적기 쪽으로 기수를 돌려 무기를 발사하는 것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적절하게 활용하여 위치와 각도를 얻어야 합니다. 즉, 에너지는 저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전투에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것이지 통장에 넣어놓기 위해 버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공중전에서 말하는 에너지 이론이란 급격한 전투기동을 하지 않고 적을 이기는 신묘한 비법이 아니라 에너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공중전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가 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이렇게, 흔히 말하는 선회전이나 붐앤줌같은 전투방식의 차이는 전투기동의 원리의 차이가 아니라 단지 에너지를 "어떻게" 쓰는가 하는 방법론 면에서의 단적인 경향들에 불과합니다.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을 극단적으로 구분하면 설명하기는 쉽지만 에너지의 우세나 열세를 전투의 이점으로 활용하는 융통성을 방해합니다. 혹시 공중전은 선회전과 에너지 전투로 구분되고...로 시작되는 경전을 읽고 계셨다면, 지금 이순간부로 깨끗이 잊어 버리십시오. 모든 공중 전투는 에너지 전투이면서 선회 전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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