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

 움직이는 물체는 역학적 에너지를 가집니다.
 땅바닥에 놓여있는 돌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돌은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돌에는 에너지가 없는 것입니다. 이제 1미터 높이에 떠있는 돌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돌은 땅으로 떨어지겠지요. 이 돌에는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어떤 사람이 돌을 옆으로 던지면 날아가겠지요. 날아가는 돌도 역시 에너지를 가진 것입니다. 물체의 에너지는 그 물체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뜻합니다. 이와 같이, 비행기에서 비행기가 가진 에너지란 비행기가 기동을 할 수 있는 잠재적인 힘을 말합니다.

 에너지는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1미터 높이에 있는 돌은 땅으로 떨어지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잠재적인 힘인 위치에너지를 가진 것입니다. (위치에너지를 영어로는 잠재적인 에너지라는 의미로 potential energy라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움직여서 날아가고 있는 돌은 운동에너지를 가진 것입니다. 움직이는 물체에서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는 서로 변환이 됩니다. 손에서 하늘로 향해 던진 돌이 땅에 떨어져 땅에 있는 유리를 깨트렸다고 해보지요. 돌이 손에서 떠나갈 때는 높이는 낮지만 높은 속도를 지닙니다. 즉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돌이 위로 올라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속도는 0이 되고 높이는 높습니다. 즉, 운동에너지는 모두가 위치에너지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다시 돌이 떨어져서 유리를 깼습니다. 이때는, 하늘에 떠있는 돌의 위치에너지가 다시 운동에너지로 바뀌어 유리를 깰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돌과 마찬가지로, 높은 고도에 있는 전투기는 높은 위치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속도가 빠른 비행기는 높은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위치에너지와 운동에너지의 합이 그 물체가 가진 총 에너지입니다. 그러므로, 전투기가 가진 에너지란 고도와 속도를 통틀어서 말합니다. 물론, 전투기는 돌과 달리 엔진이라는 동력을 스스로 가지고 있으므로, 실제 전투기의 에너지는 고도+속도+엔진 추력입니다. 그렇지만, 엔진 추력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에너지라고 하면 보통 고도와 속도를 의미합니다.

 공중 전투 기동은 적기가 나를 공격하지 못하는 위치에서 적기 쪽으로 기수를 돌려서 무기를 발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그렇게 움직이기 위해서 전투기에게는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에너지는 "움직이는 힘"이니까요. 전투기에 에너지가 없다면, 즉 정지해있다면 그 전투기는 움직이거나 기수를 적기 쪽으로 돌릴 수 없겠죠. 에너지가 높을수록 더 잘 움직일 수 있습니다. 또한, 공중전투에서도 지상 전투와 마찬가지로 전술적으로 유리한 위치로 적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는 빠른 속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아군기를 엄호할 수 있는 위치로 빠르게 도달한다거나, 기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적기의 후방 사각 지대로 신속히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적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를 가진 비행기는 자신이 싸우고 싶을 때 적에게 교전을 강요할 수 있고 싸우기 싫을 때 교전을 중지할 수 있으므로, 전술적인 주도권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교전의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은 유리할 때만 싸우고 불리할 때는 전투를 회피할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그럴 수 있다면 싸울 때는 항상 이기고 적어도 패하지는 않겠죠.

 역학적인 면에서 에너지의 필요성을 생각해보자면, 뱅크턴을 할 때에는 양력벡터방향(조종사 몸의 수직 방향)으로 기수를 당기는 것이 적기를 향해 가장 짧은 거리로 선회하는 법이라고 말씀드린 것이 있습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적기 쪽으로 급선회를 하기 위해서는 높은 양력을 얻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높은 양력을 얻기 위해서는 속도가 빨라야 합니다. 즉, 에너지는 전투기가 적기 쪽으로 기수를 돌리는 능력의 원천이 됩니다.


스틱을 당겨 양력벡터 방향으로 선회

 그런데, 비행기가 전투 기동을 하면서 높은 양력을 얻으면 항력도 함께 커집니다. 엔진 추력이 일정한데 항력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커지면 속도가 줄어들게 됩니다. 속도가 줄어들면 날개에서 발생시킬 수 있는 양력의 최대치도 줄어듭니다. 즉, 급격한 전투 기동을 위해서는 충분한 속도가 필요한데, 급격한 전투기동을 계속할수록 기동을 위해 필요한 속도를 잃어 버리게 되어 결국 기동능력을 잃게 됩니다. 반면, 지나치게 높은 속도를 가지고 있으면 선회할 때 원심력이 커지기 때문에 적기 쪽으로 기수를 돌리는 속도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에 무작정 높은 속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높은 기동성과 직결되지도 않습니다.
  전투기동이 적기 쪽으로 기수를 돌리는 것이 전부라면 전투조종사는 그저 높은 에너지를 가지고 적기 쪽으로 기수를 돌리는 것만 생각하면 되겠지만, 이와 같이 전투기가 가진 에너지가 전투기의 기동성에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들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단순히 적기 쪽으로 조종간을 세게 당기는 것만 가지고는 전투기동의 문제가 충분히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전투기동의 문제는 적기 쪽으로 기수를 "얼마나" 돌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돌리는가 하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내 비행기를 효과적으로 움직여서 전투기동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전투시에 전투기의 에너지를 어떻게 이용할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해집니다. 공중전 역학은 이렇게 에너지의 관점에서 전투기동을 분석하여 효과적으로 전투기동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전투기의 고도와 속도도 서로 변환이 됩니다. 추력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상승을 하면 속도가 고도로 바뀌고, 강하를 하면 고도가 속도로 바뀝니다. 항력으로 인한 손실을 제외하고 생각하면, 에너지 변환 자체만으로는 두 에너지의 합은 언제나 일정합니다. 이 에너지의 변환 원리를 알고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 전투기동시에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하이 요요를 들어보겠습니다. 하이 요요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적기가 옆으로 지나쳐갈 때, 내 속도가 높다면 수평선회로 따라가지 않고 기수를 대각선방향으로 들어올리다가(이때 속도가 줄어듭니다) 기수를 낮추면서 돌면 더 효과적인 선회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의 에너지변환은, 우선적으로 고도를 높이면서 속도가 줄고 이것은 운동에너지가 위치에너지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행동이 끝난 후에 기수를 내리면서 적기의 뒤로 쫓아가는 것은 다시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것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하늘로 던진 돌에서의 에너지 변환과 마찬가지의 현상이 발생한 것입니다. 모든 3차원 기동들은 이렇게 에너지의 총량을 유지하면서 에너지의 전환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기동을 추구합니다.


하이 요요

 급격한 전투 기동은 에너지 손실을 초래하므로,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사람이 장기간의 전투기동에서 그만큼 유리합니다. 따라서, 에너지를 어떻게 저장할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비행기에서 에너지의 근본적인 원천은 추력이고, 추력은 두 가지 방법으로 비행기에 저장됩니다. 하나는 위치에너지이고, 또 하나는 운동에너지입니다. 다시말해서 고도를 높여놓던가 속도를 높여놓으면 됩니다. 고도는 은행 예금이고, 속도는 현금과 같습니다. 즉, 속도는 기동성을 위한 직접적인 힘이며, 고도는 필요할 때 속도로 바꾸어 쓸 수 있는 잠재적인 힘입니다. 때문에, 평상시에는 고도를 확보해놓고 있는 것이 좋고, 적기와 만나서 기동을 하게 될 상황에서는 약간의 고도를 조금 더 가지는 것보다는 기동에 필요한 속도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무조건 고도가 높거나 빠르기만 하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오히려 기동성이 둔화되고, 적기를 추월해서 도리어 꼬리를 내줄 수도 있기 때문에, 에너지 우세가 저절로 승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에너지 우세는 조종사에게 에너지를 더 많이 활용하여 우세하게 전투기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입니다. 에너지 기동이라고 해서 꼭 적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것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에너지의 변화에 따라 비행기의 기동 특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상대적인 에너지 차이에 따라 전술적으로 어떤 면에서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이해하는 것이 폭넓은 목표입니다.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기동 역학의 이해를 바탕으로 에너지의 우세, 혹은 열세에 따라서 각기 상황에 맞는 게임 플랜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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