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말씀드린 바 있다시피, FC에서 하이 요요를 설명한 부분은 하이 요요의 보편적인 특성을 말했다기보다는 저자 임의로 특정한 상황을 머릿속에 그린 채로 설명하였기에 상대적으로 좁은 조건을 제시한 채로 설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속도라고 하더라도 FC 저자가 가정한 상황에서는 하이 요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되므로, 특정한 상황을 전제로 하면 본문의 문맥 자체가 문제있다고 하기는 힘들다고 생각이 됩니다. 즉 저자는 보통의 AoT와 높은 접근율(그리고 본문에 명시되지 않은 기타 조건들)을 가정하고 있는데요. 이전의 답변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다시피, 속도가 같더라도 두 기체의 선회원 중심이 다르면 오버슛이 발생합니다. AoT가 30-60도라고 하는 것은 두 기체의 선회원 중심이 분리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FC에서는 Pure pursuit을 할 때를 전제해서 오버슛이 빠르게 발생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Pure pursuit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 적기보다 더 좁은 선회반경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같은 선회율이라고 하더라도 오버슛은 발생하게 됩니다.



좀더 폭넓은 의미에서 하이 요요의 조건은 속도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경우"라고 하는 것이 좀더 포괄적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설명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FC에 있는 대로 두 기체가 비슷한 속도인 것을 전제로 한다면, FC 본문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두 기체 모두 어느정도 충분한 속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고, 두 기체 모두 지속적인 선회로 낮은 속도로 떨어진 상황은 배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족한 에너지 상태에서 위쪽으로 고도 분리를 시도한다면 동안 선회율이 확 떨어져서 기수 간격 분리가 커지고 방어기가 대응 기동을 할 각도와 공간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F-16의 BFM을 설명하고 있는 MCH 문서에서 기동평면 이탈 기동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적기의 상단에 터닝룸을 얻으려 한다면, 공격을 지속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계속 유지한 채로 적기의 상단으로 갈 수 있는 속도가 있어야 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렇지만, FC에서 설정한 "동속도"의 설정이라고 해도 따지고 보면 실제로는 공격기의 에너지가 우세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몇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우선, 30-60도 정도의 AoT에서 방어기는 최대선회율로 브렉을 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방어기가 여기서 지속 선회율로 방어기동을 한다면 공격기가 더 높은 최대 선회율로 선회해서 무장 발사 솔루션을 얻게 되니까요. 따라서 최초 속도가 비슷하더라도 방어기의 속도는 반드시 손실될 것이고, 그에 비해 공격기는 속도 감소분이 고도로 저장되고, 이후에 강하선회를 하여 결정적인 공격 기동동안 지속적으로 높은 선회율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관점으로는, 이기종 교전에서 두 기체가 상대적으로 선회력과 추력이 각각 앞선다고 한다면, 공격기가 선회력이 높은 경우에는 그냥 같은 기동평면에서 높은 G를 당기기만 하더라도 방어기의 선회원 밖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기종간의 교전이라면 공격기가 선회력은 더 떨어지고 추력은 더 좋은 상황에서만 하이 요요의 필요성이 생깁니다. 이를테면 F-4로 MiG-19를 추격하는 상황이 한 예가 되겠죠.

로버트 쇼가 F-4의 RIO 출신이고 FC가 출판된 해가 1988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가 받은 BFM 교육이 F-4로 MiG-19나 21을 상대하는 것이라는 기본 설정을 가진다는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즉, 로버트 쇼가 설명하는 BFM은 F-16급에 최적화되어있거나 보편적으로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월남전을 통하여 확립된 추력 우위를 이용한 3차원 전술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삽화도 상당수 F-4를 공격기로 놓고 19나 21을 방어기로 그려놓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동속도라고 하더라도 추력 우위에서 비롯되는 공격기의 에너지 우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죠. 이전의 다른 답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그런 조건이라면 AIM-9P를 장착한 공격기인 F-4는 3차원 기동 아니면 근접 교전에서 답이 아예 안나옵니다. 웬만한 상황에서는 그냥 높은 G를 당겨 적기를 기수 앞쪽에 올려놓고 사격을 시도해도 되는 AIM-9M을 장착한 F-16과는 게임플랜이 많이 다르죠.



일전에 F-4 출신의 블랙이글 조종사분과 행사를 함께 하면서 팰콘 4.0으로 제가 1vs1 교전을 하고 그분이 뒤에서 조언을 해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충분히 당겨서 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높은 G를 당기기보다는 계속적인 3차원 기동을 통해 에너지를 보존하고 완벽한 공격 기회를 얻어가는 방향으로 조언을 하시더군요. 그분의 주기종에서의 상황인식이 습관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여튼 그런 방법이 당장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그 의도에 적응하고 보니 F-16으로도 매우 여유있게 교전을 이끌어갈 수 있었습니다.



조나단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기체 모두 에너지가 충분할 경우 공격기의 상승으로 간격이 벌어진 시점에서 방어기가 그 간격을 터닝룸으로 활용하여 기수를 들어서 하이 요요에 대응기동을 하는 것은 MiG-29를 가상적기로 놓고 설명하는 F-16의 BFM 자료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로 주의하라고 나오는 내용입니다. MiG-29급이라면 브렉 기동을 하고 나서도 기수를 들어올려서 공격기에게 대항할 능력이 어느정도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기동평면 이탈을 지나치게 크게 실행하여 기간 간격이 벌어져서 방어기가 그 간격을 자신의 터닝룸으로 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이 요요 기동을 하는 동안 두 기간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도록 해서는 안되고, 결정적인 강하공격을 하기 전에 방어기의 대응행동 여부를 주시하면서 강하해야 한다는 등의 주의사항이 붙게 됩니다.

하이 요요 설명 자료들의 삽화는 일단 이런 방어기의 대응 기동의 가능성은 배제하고 하이 요요 기동의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 방어기가 수평 선회를 하는 것으로 묘사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네요. 물론, 말씀하셨다시피 방어기가 대응 기동을 한다는 것은 방어기가 시야를 잃지 않은 것을 전제로 하고 방어기가 브렉 기동을 하면서 공격기의 하이 요요 기동을 시야에 유지하기는 상당히 힘들 것이라 생각되기에, 방어기가 대응 기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도 많이 발생할 것입니다.



결론을 정리하자면, 스타터님의 질문에 답변드렸던 것과마찬가지로 결국 FC에서 설명된 문맥은 원문에 명시되지 않은 다른 조건들까지 포함된 매우 특정한 조건을 전제로 쓰여진 것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로 돌아가게 됩니다. 즉, FC에서 설명한 내용은 보편적인 상황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생각되고, 따라서 저자가 어떤 이유로 굳이 본문에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또다른 부연 조건들이 있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문맥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숨겨진 부연 조건들을 다르게 적용할 여지가 있는 채로 명시된 문맥만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각자가 상상하는 조건과 문맥이 맞지 않게 되고 본래의 설명 의도를 곡해하게 될 소지가 많이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