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부대의 인원과 장비들이 종종 언론에 나오는군요. 대략적인 보도사진들을 종합해보면 논단에서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병력 규모에 맞는 장비를 충분히 갖추어 보내려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부대 창설 과정에서 종종 등장했던 5/4 트럭에 어설프게 철판 덧대놓고 도색도 안한 채로 공개하던 식의 태만함은 파병 부대 사진들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파병 장비들 도색도 다 제대로 되어있고, 전투복 같은 세심한 부분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네요.
전투복은 기존의 구형 미군 사막 위장복 패턴 대신 현용 국군 개구리복과 비슷한 형태에서 색상을 사막에 맞게 고친 신형 사막 위장복 패턴이 도입되었군요. 전투복 위장 패턴까지 새로 만들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하고 개방된 시각으로 준비를 했다는 것이 느껴져서 든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뜻 생각하면 군장에 특히 관심이 있지 않는 한 위장복 패턴이야 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기도 쉬운데 말이죠. 하긴, 서희,제마 부대가 사용하고 있는 구형 사막 위장복은 걸프전 당시의 미군 사막복 패턴을 차용한 것이기 때문에 미군에 반감이 있는 이라크 주민들로부터 안좋은 반응을 살 소지가 있기도 했었죠.
이라크전 사진에서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것으로 보이는 미군의 현용 사막 복장에 비해서 색상이 지나치게 밝고 원색의 느낌이 들어서 현장에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조금은 되지만, 막상 가보면 아마 그렇게 결정적인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닐겁니다. 현지의 주변 환경의 색조와 신형 사막 위장복의 실제 색상이 우리가 보도 사진에서 느끼는 색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구요. 해병대의 붉은색 명찰이 사막복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지만 명찰 식별할 정도의 거리에서라면 명찰이 무슨 색이었더라도 어차피 사람 자체가 발견되기에 충분한 상황일테니 그것 역시 실전에는 크게 문제될 것 없는 지엽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새로 도입된다고 한 프릿츠형 신형 헬멧도 지급이 되었네요. 유용원 기자님의 홈페이지에 보니까 몇몇 보도자료에 좀 이상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그런지 미군 헬멧보다 더 우수하다고 리플을 단 분들이 몇몇 계시던데, 그정도까지는 아니고 미군 프릿츠 헬멧보다는 한단계 낮은 공업규격에 맞춘 장비이지만 기존의 화이바보다는 우수한 방탄능력을 지녔고 무게도 역시 구형 국군 화이바와 미군의 프릿츠 헬멧의 중간정도 됩니다.
자이툰 부대에는 육군과 해병이 함께 배속되어 있는데, 해병대는 위장포를 깔끔하게 처리해서 헬멧의 라인이 잘 살아나는 반면 육군은 고무줄로 처리해서 좀 투박하게 보인다는 지적도 있던데,그건 뭐 실전에서는 아무런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고무줄 처리를 해서 전형적인 프릿츠형 헬멧의 실루엣이 조금 왜곡되어 보이는 것도 결과적으로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어보이기도 하네요^^
장갑차량들에는 사막색 도장이 되었더군요. 이역시 전투복과 마찬가지로 색상이 전반적으로 밝긴 하나, 색상을 임의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미군 차량의 구형 사막 위장 패턴을 차용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인 색 톤이 전투복과 비슷한 것으로 보아서는 전투복 색상이 차량 위장 패턴을 바탕으로 그 색조에 맞추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선적 대기중인 K-200 장갑차들을 보니까 다른 차량들은 다 개방되어 있고 구석의 한대에만 커버가 씌워져 있던데, 자세히 보니까 포탑 부위의 실루엣이 다른 차량들과 다른 것 같더군요. 제 생각에는 아마 그 차량은 언론에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제식 보유가 아직 기밀로 취급되는 신형 포탑을 장비한 형식의 차량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이를테면 유탄 기관포로 무장한 포탑을 장비하고 소대나 중대급에 장비되는 차량일 수도 있겠죠.
개인화기의 경우에는 별다른 것은 없는데, 한가지만 지적하자면 미군의 경우 총 멜빵끈이 총 위쪽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고 임무중에는 총을 목에 걸고 다닙니다. 그 자세에서는 곧바로 사격 자세가 나오죠. 이렇게 총을 목에 걸고 있으면 총을 손으로 들고 있을 필요가 없어져서 개머리판이 어깨 바깥쪽에서 위를 향하는 얼핏 보기에 어색한 자세가 나오는데, 이런 자세가 요즘 보병들의 전투자세의 대표적인 특징이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모션 캡춰 방식으로 제작하는 1인칭 전술 액션 게임에서도 병사들이 이런 자세로 등장합니다.)
반면 전통적인 형태의 멜빵끈은 총의 아래쪽으로 걸쳐있기 때문에, 메고 다니는 용도 이외에는 쓸모가 없고 임무 수행중에는 들고 다녀야 되죠. 더우기 K-2의 경우는 멜빵이 개머리판 한쪽에 붙어있어서 메는 것도 오른쪽 어깨에만 멜 수밖에 없게 되어있구요.
임무 수행 중 총을 목에 걸고 즉시 사격 자세를 취할 수 있게끔 한 것도 실전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니까, 그런 부분들도 잘 참고해서 효율적인 임무수행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여하튼, 이왕 가는거 소흘함 없이 준비되고 있는 것 같아 일단 든든하고,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까지 작은 부분 하나라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가서 파병되는 병사들이 최대한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모두 무사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얻어지는 많은 경험들을 잘 연구 활용하여 우리 군 모두의 실전적인 전투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