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꼼꼼한 의견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__) 사실 태극기...는 저예산 영화 치고는 높은 퀄리티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헐리우드쪽의 평가인것 같습니다. 다만, 제 생각으로는 어차피 한정된 비용을 투자할 수밖에 없다면 굳이 비용이 많이 드는 소재를 택해서 헐리우드의 연출력을 억지로 따라가는 듯한 결과를 내는 것보다는 돈이 덜 들면서도 우리가 잘 연출할 수 있는 적당한 소재를 택하거나 혹은 같은 소재를 택하더라도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알차게 연출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지요. 실미도와 태극기...가 다행히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이전에 몇몇 블럭버스터들의 참패로 인해 영화계 전반의 자금사정이 상당히 안좋아진 측면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조금 다른 관점에서, 장르 영화는 장르 영화의 화법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태극기...는 전쟁영화라는 장르로서의 후에 벤치마킹으로 삼을만한 의미있는 화법을 담지는 못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형제애라든가 하는 것은 물론 영화 전체의 완성도면에서 볼때는 충분히 의미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장르 영화로서의 기준에서 보자면 그것이 전쟁영화라는 장르의 보편적인 정서를 대변하는 화법이 될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사실 좁은 의미로 따지자면 태극기...는 장르 영화로서의 전쟁영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원문에도 밝혔듯이 물론 노파심일수도 있겠습니다만 태극기...의 군사 고증면의 완성도 부분이나 전투장면 묘사 등이 혹 전쟁 영화 기법의 나쁜 선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군사 고증의 완성도라는 측면을 굳이 비평한 것도 그런 이유이기도 하고요. 끔찍한 전투장면이라는 것도 영화의 진행에 충분히 녹아들기보다는 단순히 라이언...이나 태극기...등의 전투장면들에서 잔혹한 묘사 그자체 혹은 특수 효과와 같은 기술적인 면들만이 주로 부각되어 이후의 전쟁영화라는 장르의 주된 특성으로 인식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겠지요.



말씀하신 요지와는 조금 벗어나지만 조금 더 부연해보자면, 정물화를 그릴 때에는 화면 구도 중심부에 있는 물체는 디테일하게 묘사하지만 주변부는 과감하게 묘사를 생략합니다. 묘사의 강약의 대비를 통해서 핵심부분을 강조하는 것인데요. 이와 마찬가지로 리얼하게 전투장면을 묘사하는 최근의 전쟁영화들도 막상 잔혹한 장면은 핵심적인 사건을 묘사할 때 이외에는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효과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총맞고 쓰러지는 동작같은 것만 보더라도 전반적으로는 리얼하다는 느낌을 받죠. 반면 태극기...에서는 묘사의 강약을 따질 여지가 없이 영화 내내 어디가 떨어져나가고 뭐가 튀고 하는 특수효과에 의지하고 있지만, 정작 전투장면이 그만큼 리얼하다는 생각은 별로 안듭니다. 팔다리는 끔찍하게 떨어져나가지만 총맞아 죽는 병사가 아프다는 시늉을 하면서 죽고 총에 맞았다는 것을 친절하게 알려주듯이 얼굴에 인상쓰고 쓰러지는 식의 50-60년대식 연출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태극기...의 전투장면을 뒷밧침하는 특수효과 부분이 기술적으로는 뛰어날지 몰라도 잘된 전투장면 연출의 사례라고는 보기 힘들고 오히려 엽기성만 주로 강조된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부분들로 인해 제작비를 불필요하게 소모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플심의 예를 드셨는데, 전적으로 일리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면 흥행성만을 전면에 내세워 플심의 일반적인 정서와 다소 차이가 있는 작품이 양산된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우려의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극단적인 하드코어의 기준에서만 이야기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넓은 의미에서 포용적인 입장을 취하더라도 장르 작품으로서의 기본 정서만큼은 혹 왜곡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는 것이지요.

차차 발전해나가는 과정에서의 격려는 충분히 가능하고 또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비록 단순한 홍보효과를 노린 발언이라고는 해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일대일로 비교를 할 정도로까지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이 되네요. 그래서 라이언...과 비교 대상이 될 정도의 차원에 한참 못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려다 보니까 결과적으로 그 장르에는 손을 안대는 것이 낫겠다는 얘기가 되었습니다^^;



졸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넓은 관점에서 좋은 의미로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