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세계대전사는 다른 일 하다가 틈틈이 봤었는데 브레이크아웃은 한번 붙잡기 시작하고 난 뒤 놓지 않고 이틀 밤을 꼬박 새워서 다 읽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몰두해서 독서한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네요. 책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았는데 얇은 종이를 써서 그렇고 분량은 600P더군요.
2004년에 한글판이 발행되어 아시는 분은 이미 모두 아시겠지만, 이 책은 해병대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경력의 저자가 참전용사들의 증언 위주로 장진호 전투 스토리를 재구성한 책입니다. 등장인물 색인만 10페이지에 달하네요. 분량에서 상상할 수 있다시피 소부대 전투들이 자세하게 묘사되어있습니다.
번역하신 분은 전문 번역사나 학자는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고 ROTC 출신이라고 합니다. 역자 서문에서는 군사 분야에 문외한이고 제대로된 번역 작업 경력도 없다고 겸손한 표현을 쓰셨지만 장교 출신이라 그런지 군사 실무용어들이 매우 잘 옮겨져 있고 전반적인 한글화 퀄리티도 상당히 좋습니다. 번역 실무 능력이 좋으시던가 아니면 교정을 잘 거친 것 같습니다.
번역작업은 언어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높은 한글 작문실력을 요하는 일이고 전문서적은 특히나 전문적 지식고증도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어색하지 않은 우리말 작문과 전문성을 모두 충족하는 전문번역물을 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라는 걸 다시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