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현충일에 보게 됐네요.
아버비의 깃발과 마찬가지로 주제 자체는 새롭지 않은 것이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화법은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동양인이 주인공이라 더 공감이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고요.
참고로, 아버지의 깃발은 사진이 소재인 영화인만큼 영화의 상당히 많은 신들이 이오지마 전투의 실제 기록사진을 오마주하고 있고,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도 주인공의 캐릭터때문에 픽션같은 느낌이 많이 들지만 전반적인 전황 흐름은 물론 개별 에피소드들도 상당수가 실제 사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전투신은 블랙호크다운이나 밴드오브브러더스류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고 어떤 면에서 보면 밀리터리 매니아적 관점에서는 묘사가 미흡하게도 생각되지만,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에 충실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카메라가 적나라한 앵글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 같습니다.) 반국가주의와 반영웅주의 영화에서 전투신이 영웅적 혹은 흥미위주로 묘사된다면 넌센스겠죠. 그런 점에서는 영웅주의 액션물의 대표장르인 서부극으로 반영웅주의를 이야기한 용서받지 못한 자와도 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있는 감독에게서만 나올 수 있는 시각이랄까요.. 클린트이스트우드가 참전용사는 아니지만 젊은시절 영화들에서 상업적인 액션영웅 노릇을 해왔던 자신의 과거를 투영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지의 깃발의 경우는 노인들이 아들에게 과거를 이야기해주는 방식인데 클린트이스트우드 감독 스스로가 그들의 관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또 그스스로가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음미해본다면 반일정서 때문에 일본군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국내개봉 기회를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운 영화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