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현충일 기념으로 블랙호크다운을 HD로 방영했군요.
더빙 버전은 배우들의 육성을 직접 듣지는 못하는 대신 전반적으로 자막 버전보다 번역 상태가 나은 편이기 때문에 리스닝이 잘 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자막 버전과 일장 일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TV에서 욕을 비롯한 심한 표현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하는 편이기 때문에 감정 표현들도 잘 살린 것 같구요.
끔찍한 장면은 많이 가위질되었던데, 현장의 정서를 전달하는 목적의 "줄거리와 상관 있는" 묘사들이라 아쉽기도 하지만 공중파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것들보다도, 전쟁물 대본이나 번역, 연기나 더빙들을 보면 군인 특유의 말투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시지 말입니다"같은 군 특유의 잘못된 어법을 살리지는 않더라도, 같은 부대원 상하급자간에 다, 까를 써준다거나 원문의 계급을 감안해서 존칭 여부를 써주는 그런 기본적인 부분들이 의외로 무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이병이 병장하고 말하는데 여동생이 언니한테 말하는 말투를 쓰면 상당히 거슬리죠...
조금 더 기대해본다면 간부나 사병들, 때로는 보직에 따라서 특유의 억양이 나오는데 그런 것까지 살려준다면 더없이 좋을텐데 말입니다. (물론 미국도 군인 특유의 억양이 있습니다. 아메리카스 아미의 교관들 말투나 밴드 오브 브러더스 DVD 메이킹 필름에 나오는 데일 다이씨의 말투 정도를 연상하시면 될 듯)
이라크전 미군 전사자가 2000명이 넘고 지금도 계속 죽어나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무려 19명의 미군이 전사했다는 식의 표현은 원작이나 영화 제작 당시에 비해서 많이 빛이 바랬다는 느낌은 들지만, 몇 번째 다시 보는 것인데도 여전히 보는 중간중간 눈물 글썽일 정도의 감동은 여전했습니다. 현충일이라는 것을 문득문득 떠울리면서 보니 더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남의 나라 군대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스펙터클 총격전 액션을 즐기는 것으로서가 아니라 원작에서 말하고 싶었던 부분을 느낄 수 있다면 현충일에 방영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영화 중 하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