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무기체계와 장차전

  F-X 사업이 결정되었다. 대통령 재가도 났고 다쏘사의 법적 대응도 기각되었다. 이제 조금의 결정 번복의 여지도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F-15K가 공군의 작전 요구성능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장래의 작전 능력에 대해서 여전히 회의적이다. 과연 F-15K가 국가안보에 심각하게 지장을 초래하게 될 나쁜 선택이라면, 더 나은 선택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무기체계는 F-15K로는 달성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국가안보를 대폭 굳건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인가.

 전통적으로, 무기의 성능제원은 전략이나 작전 수준에서보다도 전술 수준이나 각개 교전 수준의 하위 교전에서 더욱 중요성이 커진다. 그렇지만, 무기의 성능제원의 영향력이 각개 교전에서 가장 커짐에도 불구하고, 각개 교전 수준에서의 승패의 결정적인 요인은 무기의 성능제원이 결코 아니다.
 무기의 성능 제원이란 다른 모든 전술적 조건이 같고 특히 조종사의 기량이 엇비슷하다는 전제 하에서는 중요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계획 차원에서는 무기의 성능이 조종사의 기량과 연동되는 논점이 아니므로 조종사의 기량과 상관 없이 더 뛰어난 성능의 무기를 도입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전투가 발생하면, 무기 성능은 부수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무기 성능의 우열은 대등한 실력의 조종사가 맞붙었다고 가정하고 평가되는데 비해서, 실제로 교전에 임한 조종사의 실력은 항상 대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종사를 키우는데는 수 년이 걸린다. 대대에 전입한 조종사도 사실상 자기 무기를 제대로 다룰 능력이 부족하며, 조종사가 스스로 공중전의 도를 깨달을 수 있으려면 훈련 여건이 비교적 풍족한 상황 하에서라도 거의 10년 가까이 걸린다. 그리고 그렇게 키워진 조종사는 그 후 10-20여년 정도면 은퇴를 하게 되고 그 자리를 햇병아리 조종사가 대신한다. 따라서, 언제 어느 국가에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모든 국가의 공군은 일류 조종사에서부터 햇병아리 조종사들까지로 실력차가 대폭 나있는 채로 구성되어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각 국가의 훈련 여건에 따라서 전반적인 차이가 어느정도 날 수는 있지만, 아무리 훈련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조종사가 일류가 되는데에는 상당기간이 소요된다는 본질적인 특성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신형 장비가 조종사의 부담을 던다는 것도 주로 조종 자체의 편이성과 관계되는 것이며, 조종사의 전술적 능력 향상에는 부분적인 기여만을 할 수 있고, 그러한 기술적인 향상은 고참 조종사의 기량에도 역시 상승 효과를 발생시키므로, 무기체계가 발달하더라도 모든 조종사가 항상 최상의 전투기량을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는 특성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언제 어디에서 전쟁이 나더라도 대등한 기량의 조종사끼리만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므로, 실제 교전에서는 무기의 성능제원보다 조종사의 기량차이가 훨씬 중요해진다. 조종사의 기량차이만으로 무기 성능제원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분도 있을 것이다.

 보편적인 평가로는, P-51은 2차대전 중 최상의 기종이고, 제로센은 대전 종반까지 일선에 남아있던 기체중 가장 노후한 기종 중 하나이다. 이렇게 비교적 현격하게 성능차이가 나는 P-51과 제로센이 싸우면 거의 대부분 P-51이 이길까? 아니다. 순전히 조종사의 기량 차이에 따른다. 팰콘4.0에서 도그파이트 모드로 F-16과 Su-27의 온라인 교전을 해보면, 기량이 우수한 사람이 이긴다. 의문이 든다면, 직접 당해보면 안다...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께서 대부분 플심으로 간접 체험을 해오고 있는 분들일 것이라 생각되기에, 대부분 의미를 이해하시리라 믿고 말씀드린다. 안당해봐서 모르겠다면....그냥 무지한 채로 남아있으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실기에서도 F-4로 F-15와 싸워 이긴 한국공군 조종사분의 이야기도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F-5 조종사분들을 붙잡고 물어보라. 어느정도의 고참 조종사분들은 웬만한 조종사가 모는 F-16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을 쉽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극단성을 띠는 개별적인 사건들까지 보편화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우수한 무기 성능이 우수한 기량과 결합될 때 그것을 각개 전투 차원에서 역전시킬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조종사의 기량이라는 것은 전투대대에 갓 배속된 조종사라고 하더라도 겨우 그 비행기를 탈 자격만 갖췄다는 것에 불과하며 그로부터 3차원 기동을 적절히 손쉽게 해낼 수 있는 수천 시간의 비행시간을 가진 조종사에 이르기까지 기량차이가 극명하기 때문에, 무기 제원을 외우고 다니는 것이 주된 취미인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듯이 무기의 성능 제원이 항상 결정적인 승패의 요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기 제원 매니아의 판단의 관점은 무기 제원 이상일 수가 없으리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긴 하지만...
 
 만약 조종사의 기량보다 무기의 성능이 승패에 더욱 결정적이라면, 조종사를 교육시킬 비용을 상당부분 무기 구입 비용으로 돌리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조종사 양성 유지 비용은 전투기 가격보다 비싸다. 이는 공군이라는 조직에서 궁극적인 승패가 무기 성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종사에게 있다고 판단한다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단기별 전투의 차원을 넘어서 2v2의 상황으로 관점을 확대시켜보자.
 2v2 전술에서는, 전술을 적용하기에 따라서 적의 2기중 한기를 신속히 격추하여 전투를 불과 수십 초 이내로 끝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조종사 기량이 필요하긴 하지만, 1v1의 경우에서만큼 조종사 개인의 기량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즉, 개인 기량만 뛰어난 조종사 2명과 어느정도의 기량이 뒷받침되고 전술적인 팀플레이의 호흡이 뛰어난 2명의 조종사가 맞붙으면, 후자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2v2로 가면 1v1에서보다도 무기 성능의 중요성이 대폭 감소한다. 즉, 1v1의 경우에는 선회력 같은 개별적인 능력이 교전에 직접적으로 활용되지만, 2v2로 가면 전술 상황에 따라서 선회력이 떨어지는 항공기가 선회력이 우수한 적의 꼬리를 처음부터 물고 공격 위치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이러한 전술 위치 달성에는 무기의 성능제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이 극도로 혼란해지지 않는 한 무기성능이 승패에 개입할 여지가 1v1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다.

논점을 더욱 확대시켜 작전적 수준에서 이야기해보면, 가용 자원을 어떻게 조직하고 적의 취약지점을 공격하느냐에 따라서 한편이 일방적인 전력우세를 달성할 수 있는데, 그러한 접적지역에서의 일방적인 전력 우세와 작전 및 전략적 상황을 다소간의 무기성능차이만으로 극복할 수는 없다. 2차대전 초기 독일군은 영불연합군에 대해서 총 전력도 적었고 전차의 성능도 상대적으로 확실히 떨어졌으나, 아르덴느 돌파라는 작전 기동을 통해서 그 모든 불리성을 완전히 극복하고 압도적인 승리를 일구어냈다. 소련을 침공할 때에도, 당시 독일군에서 가장 강력한 관통력을 지닌 전차포로 T-34를 불과 50m 거리에서 흠집하나 내지 못할 정도로 기술적 격차가 심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의 T-34는 전황을 뒤바꾸는데 조금의 기여도 하지 못했다. 통상 작전술 수준이나 그 이상에서 전사를 논할 때 전투의 승패의 주된 요인중 하나로 무기의 성능 차이를 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작전 및 전략적 수준에서는 무기들의 개별 성능이 아니라 여러 무기들이 어떻게 조직되고 협조적으로 운용되느냐에 따라서 그 전체적인 군대의 능력이 결정된다. 설령 전반적으로 더 열세한 무기로라도, 지원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요하느냐에 따라서 전체 전황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주력 무기의 제원상의 성능이라는 것은 사실상 거의 무의미해진다. 이는 스타크래프트를 해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용병 상식이니 구구절절 논증하지 않겠다.

 물론, 어떤 무기들이 한세대 이상 차이가 나고 일방적인 학살극이 벌어질 정도의 성능 차이가 있다면 이제까지의 얘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그렇지만, 그정도의 현격한 차이가 아니라 동 세대의 그저그런 정도의 성능 차이를 가지고서라면 무기의 성능이 조종사나 지휘관의 실수의 여지를 커버해주어 전체 상황에 약간의 기여는 할 수 있지만, 상황 자체를 뒤집지는 못한다. 그저 비슷한 세대의 성능 차이라는 것은 A라는 무기에 장점이 5라면 B라는 무기에는 장점이 3이라는 식으로 장점과 단점이 서로 혼재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장단점의 혼재는 결국 조종사나 지휘관 차원에서 전술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즉, 전투는 자신의 장점을 취대한 살리고 단점을 최대한 숨기는 방향으로 노력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한 무기가 거의 일방적인 유리성을 갖고 있지 않는 한, 장단점이 혼재된 무기로 적과 싸울 때는 전반적인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되는 기체라고 할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장점과 상대의 단점을 얼마나 잘 전술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전투의 승패가 결정된다. 이 때문에 실제 전투가 벌어지면 미스코리아에게 점수를 주어 진선미를 가리듯이 무기 성능평가를 하여 우열을 판정한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전체 점수는 더 낮더라도 미스코리아 미가 얼굴은 더 예쁠 수도 있고, 그 경우 미스코리아 미가 진이나 선과 얼굴 사진으로 대결을 하면 당연히 우세할 것이다.

 F-X 사업 4개 기종은 모두 공군의 작전 요구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것은 곧 4개 기종 모두 성능 차이가 있어봤자 그만그만이라는 것이다.
 물론 단편적인 관점에서 F-15K와 라팔, 타이푼의 성능비교를 해볼 수는 있다.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난 성능제원이 그 기체들간의 실제 교전에 어떤 장점과 단점이 될 지도 잘 모르면서 무작정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러한 성능비교가 애당초 탁상공론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로 작용하고, 여러 가지 연구나 시뮬레이션 예상치라는 것은 말그대로 조종사의 기량 등을 모두 같은 것으로 놓고 "계산"해서 얻어진 예상치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한 예상이란 꼭 그것이 신빙성이 있어서 시도된다기보다도, 그렇게라도 해서 구체적인 비교 결과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실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둘째치고 일단 시도되고 보는 것일 뿐이다.

 본래의 논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F-15K를 선택하였음으로 인하여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되었고 라팔이나 타이푼을 선택했을 때라면 그에 비해 국가 안보가 대폭적으로 튼튼해지겠는가? 단편적인 면으로 볼 때 라팔이나 타이푼이 F-15K보다 공대공 능력에서 다소 우세할 것이라고 예상할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전 적합"이라는 것은 작전및 전략적인 관점에서 그 무기로 작전을 펼치는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단편적인 성능의 "다소"의 차이가 국가 안보에 위험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은 터무니없다. 한 국가의 공군이 일체의 작전 능력이 없어질 정도로 강력한 기습 공격을 받게 된다면, F-15K로 못막을 것을 타이푼이나 F-22를 가졌다고 해도 역시 못막는다. 반대로, 라팔이나 타이푼의 방어 전투로 막을 수 있는 정도 강도의 공격이었다면, 같은 공격을 F-15K로 막는다 해도 전체 전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할 이유가 없다. 왜냐고? 공군에서 "작전"에 적합하다고 판정했으니까.

 물론 단편적인 시각에서든 넓은 시각에서든 더 신형의 더 우수한 무기를 도입하지 못한다는 것이 많은 아쉬움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한 아쉬움은 홈지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서이지만 간접적으로 해당 무기를 운용해보고 F-15E급의 조종석 인터페이스와 타이푼급의 조종석 인터페이스의 차이도 간접적으로나마 비교해볼 수 있었던 홈지기 입장에서 그러한 아쉬움은 수치적으로 비교 묘사하기 힘든 조종석 인터페이스의 차이같은 것을 의미조차 이해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이고 개별적인 성능이 전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체감하지 못하는 무기 제원 매니아보다 더 크면 컸지 결코 더 작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가 그런 모든 면을 충족시키고 현대전의 기준에 맞추어 손색없는 무기를 자유로이 도입할 수 있는 처지인가를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할 것이다.
 F-15K의 선택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들은 대부분 공군이 "최고의 성능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전제에 입각해서 F-15K를 반대한다. 대한민국 공군이 F-5E와 F-4E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과연 그러한 기준에서 이해될 수 있겠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러한 전제는 이상에 불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세적 능력을 추구하는 것이 이상적인 탁상공론이라고 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지만, 홈지기가 보기에는 대한민국 공군이 최고 성능의 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도리어 이상에 불과하다고 느껴진다. 최고 성능의 무기를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입장이라면, 우리가 지금 이미 한세대 뒤떨어진 F-5E를 운영하고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공군의 여건상 어쩔 수 없이 F-5E를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기로 운용하고 있는 형편이 말해주듯이, 30년 후에 가서 그때의 기준으로 낙후된 성능의 F-15K를 운용하고 있게 될 것이라고 해도 하등의 이상할 것이 없으며, 지금 도입하는 항공기가 반드시 최고 성능의 항공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선택이 비판되고 부정될 아무런 이유가 없을 것이다. (방위성금이라도 걷어줄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단적인 예로 기종이 선정되고 나자 타이푼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서 부쩍 늘었는데, 타이푼은 적어도 알려진 분위기로는 애당초 선정권에서 멀어져있던 기종이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성능이 좋으니 장차전을 위해 그것을 사야 한다는 주장은 무기 도입에서는 성립할 수 없다. 그랬으면 타이푼 아니라 F-22를 샀어야 한다. F-22는 사업 초기에 제작사에서 한국에 마케팅을 실제로 시도했었고(팰콘 매뉴얼보다 좀더 많은 분량의 제작사 팜플렛이 국방부에 제공되었다. 그것은 지금 국내 어디에선가 돌아다닌다.) 발주량 증가로 단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도 수출을 하면 도움이 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F-15K를 반대하는 논리중 하나는 예산 초과분 때문에 AWACS 사업 등의 다른 사업이 지연된다는 것인데, 그런 논리를 펴는 사람의 입에서 오히려 대폭 더 비싼 타이푼을 지지한다는 얘기가 나오니 황당할 따름이다.
 과거의 사업도 그렇다. F-16보다 F/A-18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것을 누가 모르나? 하지만 가격 측면 등 다른 점을 고려해본다면 어차피 고만고만한 선택이었다. (추락문제를 들겠지만 F/A-18을 보유한 국가들에서도 평시 손실이 없거나 우리보다 대폭 적은게 아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다른 고려사항을 모두 배제하고 성능이 좋은데 왜 F-16을 선택했느냐는 소리를 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무기 제원 매니아나 반정부적 군사평론가보다 무기 성능을 비교할 줄 몰라서 그와 다른 결정을 내리기라도 하는가 말이다.

 대한민국 육군이 K-1A1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일본의 90식 전차보다 성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거나 국가 안보에 지장이 초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전차는 커녕, 병사들은 아직도 2차대전때 미군이 쓰던 수통을 공여받아서 쓰고 있다. 국군의 헬멧이 미군의 프리츠형 헬멧보다 방어력이 떨어지는 것이 확실한데도 그것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사람은 없다. 2차대전때 쓰던 기어링급 구축함을 주력 함정이라고 일선에서 쓰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미국에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배를 깨끗이 도색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고 미군들은 신기한 물건을 보았다는 듯 감탄을 연발하더라고 한다는 일화도 있다.) 이지스함도 아직은 꿈같은 얘기다. 이런 상황들이 이해되는 것은 대한민국 국군의 형편이 그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을 수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마당에 왜 꼭 공군의 무기도입 사업은 "최고 성능의 전투기"를 사지 않으면 안되고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초래된다고 하는 것일까.

 좋게 보면 그러한 편파적인 비판은 공군이 그만큼 국가안보에 지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군, 그리고 공군은 이미 도태되었어야 할 무기를 기름치고 조여서 운용해야만 하는 처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보더라도, 아무리 우리나라의 장차 위협이 클 것이라고 예상하더라도 대한민국 국군이 선진 군사강국의 기준에 맞는 첨단무기로 무장한다는 것은 군사비를 불균형하게 증가시키지 않는 한 불가능해보인다. 따라서 어떤 이유가 되었던간에 우리 처지에서 2선급 무기(F-15K가 2선급 무기라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라도 자제척인 기준에 의해서 도입하여 운용하는 것을 시대에 뒤떨어지고 국가안보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함부로 난도질할 수는 없을 것이다.

F-15K가 지금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30년 후에는 노후되어있을 것이므로 지금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지금 선택하는 어떠한 무기라도 30년 후에는 노후되어있을 것이다. 이미 도태되어 마땅한 F-5E를 아직도 울며 겨자먹기로 쓰고 있는 대한민국 공군의 처지를 감안해본다면, 지금 도입하는 무기가 30년 후에도 노후되지 않았다면 당연히 10년이나 20년은 더 쓰려고 할 것이다. 즉, 30년을 쓰고 그때 도태시키겠다는 얘기는, 30년 후에는 노후되었을 것이라는 것을 이미 각오하고 있다는 것이 된다. 물론 더 신형의 무기를 도입했을 때 더 오랜 기간 운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지금의 선택은 국가안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무기 교체시점이 얼마나 빨라지느냐 더 늦춰질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얘기가 된다.

 F-15K가 30년 후에는 노후될 것인데 그때가서 F-15K가 어떻게 적의 주력기들을 막을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은 맞지 않는다. 만약 장차전에서 F-15K가 아무런 작전적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을 것이라 예측된다면, F-5E나 F-4, 심지어 KF-16까지도 F-15K보다 더욱 형편없는 성능을 갖췄으니 전부 갖다 버려야 된다. KF-16은 방공에 기여할 수 있는 전력이라고 하면서 F-15K는 장차의 위협하에서 쓸모 없을 것이라고 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F-15K가 도입되면 노후 장비는 점차로 도태될 것이다. 2차 F-X 사업을 논외로 하더라도, 공군의 무기도입은 대략 10년정도의 주기로 이루어지므로, F-15K가 노후되었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30년 후에는 이미 F-15K는 대한민국 공군의 최고 주력기가 아닐 것이고 그때에는 다른 사업으로 더 앞선 기종을 적어도 한 개 기종은 보유하고 있을 시점이다. 따라서 30년 후에 F-15K로 어떻게 적의 주력기를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은 참으로 우둔한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렇다. F-15K의 성능이 다른 기종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아무리 부정적으로 보더라도 도태시점이 앞당겨지느냐 늦춰지느냐의 문제이고 도태시점의 변화는 것은 새로운 사업 일정에 의해 충분히 커버되는 문제일 뿐이지,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느냐 튼튼해지느냐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따라서 공군이 4개 기종 모두를 작전 적합 판정 내린 이상, F-15K가 장차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없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본다.

 솔직히, 현 시점에서 F-15K를 반대하거나 다른 기종을 옹호하는 어떤한 주장, 혹은 F-15K라야 한다는 F-15K지지 주장도 가만히 들어보면 개인 취향 이상의 뚜렷한 객관성 있는 이유를 별로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러한 개인 취향에 따라 특정 기종을 선호하는 주장은 예전에도 말했듯이 자신의 단편적인 지식을 과시하겠다는 것(F-15K보다 라팔이나 타이푼의 기술력이나 성능이 좀더 앞선다는 것을 누가 모르나? 하지만 무기도입시에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엄청나게 많은데 어째서  단편적인 기술이나 성능차이가 F-15K가 선택되어서는 안되는 충분한 이유가 되는가?) 이상의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F-15K가 장차전에서 몰살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F-15K가 선정된 마당에 그에 반대되는 개인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논거라기보다는, 개인의 의견과 공군 및 국방부의 최종 선택이 다르다고 해서 F-15K에 저주(공군 홈페이지에는 고물 비행기 F-15K 다 떨어져버려라는 노골적인 저주도 쉽게 접할 수 있다.)를 퍼붓는 것에 오히려 가까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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