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n Warden의 "The Air Campaign""

항공관련 문서들을 접하다보면 인용구나 참고문헌 목록등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이름이 몇명 있다. 두헤, 미첼, 마한, 트렌차드 등은 항공전 사상, 그리고 전략폭격 사상의 선구자로서 잘 알려져있다. 현대 항공전에 있어서는 존 보이드가 약간은 신화적인 존재로까지 부각되고 있다. 이 사람들만큼 일반인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는 인물은 아니지만, 이외에도 존 와든(John Warden)이라는 이름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다른 문서들에서 존 와든의 주장이 인용될 때는 그의 주장이 어떤 특징을 가진 것인지 쉽게 파악이 되지 않았고 그저 단순히 오래전에 주장된 전략폭격이론의 아류작중 하나 정도로만 생각되었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서점에 가게 되었다. 오래간만에 간 서점이라 사볼만한 책들이 많아서, 그중에서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그 기준에 맞게 구입 대상을 압축해나가기로 했다. 무작정 여러권 사놓으면 사재기가 되어 부담이 될 것이므로 닥치는 대로 한꺼번에 여러 권을 구입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기준이, 일단 가급적 공군에 관한 것으로 사보기로 했고, 그리고 옛날 저술가들이 쓴 책들보다도 현대전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사기로 했다. 그렇게 대상을 압축해나가다가 발견한 저자의 이름이 존 와든.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이었다. 내용을 훑어보니 다른 사람들의 이론을 이리저리 짜깁기한 것이 아니라 저자의 주체적인 저술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다지 두꺼운 책도 아니라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것 같아 골랐다. 그 책 이름은 "The Air Campaign"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모두 읽고 났을 때 이 책이 현대 항공전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존 와든이 이 책을 처음 발간한 것은 1988년이었다. 그가 추구한 것은 작전적 수준에서 항공력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체계를 잡는 것이었다. 그리고 1990년 걸프전이 발발하자, 존 와든과 동료들은 걸프전의 항공작전에 대한 전략적 및 작전적 수준의 계획을 작성하여 보고하였고, 그 계획은 실제로 걸프전에서의 미 공군력의 빛나는 성공의 직접적인 초석이 되었다. 걸프전에서의 항공전략은 이제 전쟁에서의 항공력 운용의 표준적인 이상형으로 자리잡아 있다. 존 와든의 항공전 교리는 단순한 예언이나 상상이 아니라, 현대 항공전의 이론과 실체 그 자체인 것이다. 그리고, 나온지 오래된 전략폭격론의 단순한 아류작이 아니라, 실전에서 성공적으로 입증된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작전적 수준의 항공력 운용 교리라 함이 무엇을 말하는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독자가 계실지도 모르겠다.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존 와든의 "항공 전역"의 내용은, 팰콘4.0의 캠페인 지도에서 P를 누르면 나오는 Target type과 Mission type을 어떻게 수동으로 조절하여 캠페인을 펼쳐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같은 수준의 전쟁 계획이다. 물론 이것은 팰콘 게이머를 위한 책이 아니지만, 실제 전역(campaing)의 계획관들이나 팰콘의 캠페인 진행자들이 모두 동일한 판단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므로 게이머에게도 현실적으로 유용한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손자병법이 경영자들에게도 좋은 전략 지침서가 될 수 있듯이, 존 와든 자신은 이 책이 경영자나 정치가들에게도 유용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일반인들, 특히 이 홈을 찾는 방문객들 중에서는 항공전역을 계획할 항공참모직을 수행할 일도 없을 것이고 사회에서 경영자 노릇을 할 사람조차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홈지기가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이 단지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대 항공전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현대전을 이해할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자료로써 읽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와든의 "항공전역"은 이 그림의 공을 어떻게 조절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론과도 같다.

 혹시 이 책이 단순히 개인의 주장을 담은 것이고 군 공식 교범은 아니지 않는가, 설령 군의 공식 교리가 이 책의 묘사와 비슷하다고 하더라도 미국만의 얘기가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전현직 군인들이 단순히 개인의 주관을 담은 책을 내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저자인 존 와든은 1990년대 중반에는 미 공군대학 항공지휘참모대학 교장을 지냈다.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한 박덕희 예비역 공군 대령께서는 공군대학에 15년간 몸담았고 현직 공군대학 항공전략 연구실장이다. 그리고 역자 스스로 이 책을 공군 간부 요원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공군의 정식 교재라는 얘기다. 이런 교재를 사용하는 공군의 항공력 운용교리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각자 생각해보길 바란다. 대한민국 공군 홈페이지의 항공 교리/사상 소개부문에서 존 와든의 이론이 어느정도의 비중으로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해보더라도 존 와든이 한국공군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무기는 그저 좋은 기능을 덕지덕지 갖다붙인 것을 사서 취향대로 적당히 쓰는 것이 아니다. 옛날에는 무기 개발이 앞서고 그에 따르는 교리 발전이 뒤를 이었으나, 현대의 군대들에서는 장차전의 비전이 먼저 제시되고 그러한 교리에 요구되는 형태의 무기체계를 제작 및 획득하거나 기존의 무기를 교리에 맞게 운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A-10기나 M1 전차는 각각 그자체로써 막연히 만들다보니 그렇게 생기게 되었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좌충우돌식으로 싸우는 용도로 제작되거나 쓰이는 것이 아니라, 그 무기들이 제작되고 운용되던 시기의 주된 교리인 공지전투 교리에 적합하도록 설계되거나 운용되던 것이다. 그리고 장차전 교리인 ForceXXI을 수행하기 위해 대비해 미군은 부대와 장비의 디지털화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미군이 수행하는 군대의 디지털화란 단순히 보고서를 파워포인트로 작성하고 소대장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지급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 책을 보고 나면, 밀리타리 매니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많은 논쟁들중 상당부분이 근거없는 공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동안의 자신의 무식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F-X 후보기종의 요구사항 논쟁같은 것이 단적인 예이다. 어떤 사람들은 제공권(군 공식 용어로는 공중 우세)을 얻기 위해 싸워야 할 하이급 전투기에 공대지 능력이 웬말이냐고 말한다(홈지기도 옛날에 그랬다). 그러나 사실은, 공중 우세를 획득하기 위해서 공대지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내용이므로, 이 글에서 그 이유가 뭐라는 따위의 시시콜콜한 얘기는 생략하겠다.

  저자인 존 와든은 서문에서, 항공전역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이 책의 구성을 보면, 저자 자신이 무척이나 논리적인 사고체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주제에 대해서 장황하게 서술한다거나 화려한 미사여구로 치장하지 않고, 핵심 주제들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하고 전체적인 책의 구성도 상당히 체계적이다. 제멋대로 주관적인 상상의 나래를 펼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론을 체계화시켰기 때문에, 한 개인의 주장을 담은 저술물이 아니라 학교의 교재같은 느낌이 든다. 심지어 표지나 종이 재질마저 대학교때 쓰던 교재 스타일이다.
 여기서 책의 구체적인 책 내용을 소개해버린다면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영화 결말을 알려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김빠지는 일일테니 책 내용을 설명하지는 않겠다. 어쩌면 책 내용의 일부는 여러분이 오다 가다 흔하게 보아왔던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이 책이 그만큼 현대 항공력 사상에 끼친 영향이 크 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존 와든의 이 책은 현대 항공전 사상을 구체적으로 체계화시킨 독보적인 작품이니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들을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주제에 관한 것이라고 해서 보지 않아도 본것과 똑같은 것은 아니다. 원래 저작 자체가 상당히 요점 위주로 설명이 되어있어서, 250페이지의 책을 25줄로 요약정리한 자료를 본다고 하면 시험공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저자의 항공력 운용 사상을 깊이있게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분명히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나온지 오래되어서 고전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불문하고 독자의 가치관에 깊고 영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은 고전이다. 이 책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느정도일지 궁금한가? 홈지기는 이 책을 읽고 난 시점에서 밀리타리 매니아들의 게시판에서의 항공력에 관한 논쟁은 전부 삽질로 보인다. 그리고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과는 항공전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제대로된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이 책 말고도 더 많은 고전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고나서는 그저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두헤나 미첼의 저서들도 통독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홈지기에게 다람쥐 쳇바퀴도는것과 같이 무의미한 인터넷 게시판에 매달려있던 스스로를 깨우치게끔 하였으며, 매니아들의 말초적 언어유희가 아닌 고차원적인 지혜에 대한 탐구의 욕구를 새삼 충만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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