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공군이 제공권을 상실? *

 요즘 밀리타리 매니아 사이트들에서 미 공군과 인도 공군의 연합 훈련 결과가 이슈가 되고 있다. 떠도는 내용인 즉슨 미공군의 F-15C들이 인도공군의 Su-27기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어떤 매니아들은 장차전에서의 미공군의 우세는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을 하기도 하고, 특히 수호이 매니아들은 보란 듯이 이 훈련 결과에 대한 소문(구체적인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다.)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연합뉴스에서 24일자로 AP, AFP 통신을 소스로 하여 기사를 낸 것이 있다. 이 기사를 보면 그 훈련내용에 대해 어느정도 어렴풋이나마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일단 인용해본다.

 美 "공군력 인도에 뒤진다"

 (워싱턴 AP.AFP=연합뉴스) 지난 2월 인도에서 진행된 미국과 인도의 연합군사훈 련에서 인도 공군이 소유한 수호이기 등이 미국 F-15 전투기에 비해 몇 가지 점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인 것은 미국의 공군력이 다른 나라에 뒤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 이라고 미국의 한 공군 장성이 23일 주장했다.

  미 공군의 전투.폭격기 부대를 지휘하는 미 공군 전투사령부의 할 혼버그 사령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과거 우리가 생각했던 것 만큼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며 2월 진행된 미-인도 연합군사훈련 '코우프 인디아'(Cope India)에서 인도 공군기들이 우수한 성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당시 훈련에는 미 알래스카 엘멘도르프 공군 기지의 제3전투비행단 소속 F-15C 이글 전투기들이 참가했고 인도는 러시아와 프랑스가 설계한 수호이기와 미그기 및 미라지 전투기들을 내보냈다. 혼버그 사령관은 또 여러 측면에서 "이번 훈련은 일종의 경고 신호"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도 공군기들이 미국 비행기들에 맞서면서 몇 가지 예상치 못한 성능을 발휘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지난 15년간 미국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우수한 공군력을 갖고 있었으나 최근 새로운 전술이 개발되고 수호이-30기 등 우수 기종과 신형 지대공 미사일이 등장하 면서 미국의 제공권이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미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렉싱턴연구소에서 군사 문제를 다루는 로렌 톰슨씨는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수한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익숙해진 나머 지 최근 한 세대 동안 이 우수한 능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에 소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F-15기는 1970년대 기종"이라며 "다른 나라들이 마침내 우리를 따라잡 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kjw@yna.co.kr

 역시 내용을 보면 미 공군이 무슨 큰 난관에 봉착하기라도 한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이 기사를 이제까지 압도적인 우세를 믿어의심치 않던 미 공군의 공군력이 훈련 한번으로 종이호랑이인 것이 드러났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될까? 내용을 좀더 정확히 알기 위해 영어 원문 기사를 찾아보았다. 원문은 이렇다. (출처: CNN)

U.S. warned it could lose air supremacy

Wednesday, June 23, 2004 Posted: 7:10 PM EDT (2310 GMT)

 WASHINGTON (Reuters) -- United States must modernize its fighter jets to maintain air supremacy, a top Air Force general said Wednesday citing the success of advanced Russian-made jets against American planes in a recent exercise as signaling an erosion of its overwhelming advantage.

Gen. Hal Hornburg, head of U.S. Air Combat Command, said a U.S. air-to-air exercise with the Indian Air Force in February, in which India used Russian jets to defeat aging American F-15Cs, revealed "that we may not be as far ahead of the rest of the world as we once thought we were."

Defense experts in both the United States and Europe, however, have said it is unlikely that America -- with vast spending power and a major industrial base -- would lose its dominance in military technology.

U.S. defense officials have said Indian SU-30, Mig-27 and older MiG-21 jets, some armed with Russian-made AA-10 air-to-air missiles, got the best of F-15s based in Alaska in exercise "Cope India" high over northern India.

Hornburg said in an interview with military writers the air maneuvers emphasized his service's push for expensive, stealthy new F/A-22 "Raptors" being built by Lockheed Martin Corp. and F-35 Joint Strike Fighters being designed by Lockheed with input from allies.

He declined to discuss classified results of the exercise but said, "Something like Cope India, when we find that some of our advantages aren't as great as we thought they might be, leads me to remind people that we need to modernize our air-to-air capability."

Hornburg added, "We have been saying for a long time that we need newer fighters to do more things," and that the Indian exercise could be a "wake-up call" for Washington.

Russia's Sukhoi aviation works and the Moscow Air Production Organization company have been designing and building increasingly advanced fighters such as the MiG-29 in recent years. India, China and other countries are buying the warplanes -- some with contracts for co-production.

France and Sweden also build advanced combat planes and a consortium of four European countries, including Britain, are producing the Eurofighter "Typhoon" jet.

"I see air forces across the spectrum and across the world becoming better and better as each year passes. That just means that we have to do the same thing," said Hornburg.

"With air superiority, everything is possible. Without it, hardly anything's possible" he added. "People jump to the conclusion that it is ours just because we go. And that's blatantly false."

  CNN의 기사는 air supremacy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용어인 "제공권"은 좀더 정확한 학술 용어로는 "공중 우세"라고 하고, 영어 원 단어로는 air superiority라고 한다. 의미는 "우리측 공군이 적의 심각한 저항을 받지 않고 자유로이 공중작전을 할 수 있는 상태" 정도가 된다. CNN의 기사에서 언급한 air supremacy는 air superiority의 극단적인 상황으로서, 대략 "적군이 일체의 공군 작전을 실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정의된다. 그런데 기사는 이러한 "압도적인 우위"를 기준으로 해서 쓰여져 있다.
 즉 CNN 기사의 요지는, 미공군이 그동안 어느누구도 넘보지 못할 압도적인 공군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러시아제 최신 무기들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가상 적국들이 미 공군력에 대들 위험이 생기게 되었으므로 정신차려서 압도적인 우위를 계속 유지하자는 내용이다. 문제의 미-인도 공군간 훈련 결과에 대해서도 미공군이 인도공군에게 패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미 공군의 우위가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연합 뉴스에서는 미공군이 장차전에서 러시아제 무기로 무장한 공군에게 패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으로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명색이 연합 뉴스 기자정도 되면 영어실력도 좋을텐데 이런 단신 기사의 뉘앙스하나 제대로 전달못한다는 것이 어이없하기도 하지만, 영어 원문이 버젓이 있는 기사를 가지고 한글로 오역된 기사를 액면 그대로 인용해서 무슨 큰 비밀이 드러나기라도 한 것처럼 전달하는 일부 밀리타리 매니아들 역시 손가락질 받아 싸다고 본다. 일반인들보다 좀더 많이 아는 밀리타리 매니아라면 설령 일반인들이 그런 오해를 하더라도 그런 오류를 지적해주어야 할 마당에 오히려 알량한 지식을 과시하겠다는 욕심에 왜곡된 정보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80년대까지 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의 항공전자기술의 우위는 논의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90년대 초에 MiG-29와 Su-27이 조명을 받으면서 그런 격차가 좁혀졌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사실 MiG-29나 Su-27 초기형은 서방측에서는 글래스 콕핏이 이미 상식이 된 시점에서 여전히 낡은 아날로그 콕핏을 사용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인터페이스를 가진 낡은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항공전자기술의 열세는 그때도 여전히 분명했었다. 그리고 90년대 이후로 러시아는 무기 개발 여건이 아전보다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런데 90년대 중후반 이후에는 수호이의 개량형이 서방측 기체를 능가한다는 주장이 버젓이 나오고 밀리타리 매니아들 일부에서는 그것이 정설로 굳어져 있다. 소련이 몰락한 이후로 러시아 군수산업도 지리멸렬해지고 국책 항공 연구소에 있던 사람이 PC용 플심게임이나 만들고 있는 상황인데 러시아가 무슨 수로 일순간에 서방측의 기술적 우위를 능가해서 서방측이 꿈도 못 꿀 초강력 레이더와 마법같은 사거리와 기동성의 미사일을 개발하여 공중 우세를 얻을 수 있겠는가? 기술 자료 뒤져볼 것도 없이, 러시아의 뛰어난 기술 어쩌고 하는 것은 말장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미 항공전은 BVR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명백해졌는데도 수호이기는 여전히 BVR 능력에 대한 과시는 안하고 근거리 교전의 유리성만을 부각시키고 있고, 코브라나 쿨비트 기동으로 도플러 레이더를 속여서 BVR을 극복할 수 있다는 허황된 억지 따위나 일삼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러시아가 스스로 무엇을 약점으로 생각하고 있는지가 명백하다. 더군다나, 수호이의 우수성을 이야기하면서 F-15C와 비교를 하는데, 그 뛰어나다는 수호이 후기형들이 장차전에서 맞닥뜨릴 동급의 상대는 F-15C라기보다는 F-15F 아니면 F-22 등등이다. 단편적인 데이터의 우열이 어떻고를 떠나서, 수호이 최신형(심지어 양산도 안된 테스트 기체들)들을 개발된지 30년도 넘은 F-15와 비교하면 할수록 러시아 기술력의 우수성이 입증되기는 커녕 러시아가 미국보다 한세대 이상 뒤떨어져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뿐만아니라, 공군력이란 시스템이다. 활주로 잔디깎이 기계에서부터 시작해서 위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체계가 하나로 어우러져서 그 국가의 공군의 전력이 구성되는 것이다. 다른 사정이 다 그대로인데 최신 무기 한 두종류, 미사일 한 두종류 개발되었다고 해서 전세가 확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상상일 뿐이다. 그레이트 마징가 얘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흔히 러시아 계열 기종 대 미국계열 기종의 가상 교전을 얘기할 때 러시아의 항공전자장비의 낙후성을 지적하면 "러시아에 AWACS만 있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서 반론이 제기된다. AWACS가 그렇게 중요한 공군 자산이라면, 러시아도 AWACS 지원받을 것을 왜 전제 못하나? 물론 러시아도 AWACS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서방측 장비에 비해 성능이 형편없기 때문에 국제 시장에 명함도 못내밀고 있는 것이다. AWACS는 아예 비교 대상에 올리지도 못할 정도로 기술 격차가 심한데 전투기 장비 레이더는 러시아가 미국보다 좋다는 얘기도 웃기는 것이고, 한 나라 공군이 다른 나라에게 일방적으로 밀릴 정도로 전반적인 시스템이 열등한 것도 다 그나라의 기술력과 전술체계 때문인데 이제까지의 미 공군의 우세는 막강한 지원자산의 덕분이었을 뿐이므로 배제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식의 논쟁도 개그맨 선발대회 이상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미 공군이 한국의 밀리타리 매니아들조차도 다 꿰어차고 있는 러시아 기체들과 미사일의 성능도 모르고 있어서 air supremacy 운운하고 있겠는가? 무의미한 단편적인 데이터들을 그 뜻도 잘 모르고 심지어 본인도 잘 읽어보지도 않으면서 마구잡이로 퍼나르기하는 사람들은 고작 마우스 클릭 몇 번 하는 간단한 노력으로 대단한 지식의 소유자가 되었다는 착각에 빠지기 이전에 상식과 보편성을 바탕으로 한 이해력부터 키워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개적인 게시판에서 활동하고 논쟁에 끼어들려면 국어 실력도 함께 말이다. 그래야 밀리타리 매니아라는 부류가 적어도 상식과 대화가 통하는 상대로서 최소한의 존중은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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