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행대대 - Squadron *

비행대대를 지칭하는  Squadron이라는 호칭을 한번 좀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Squadron은 본래 기병대대라는 의미에서 공군 편제용어로 의미가 확장된 것인데, 영영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기병 병과에서 Squadron은 연대(Regiment)보다 작고 Troop보다 큰 편제를 뜻한다. 또한 Troop은 보병의 중대(Company)에 해당하는 편제라고 정의된다. (웹스터 영영사전) 그러므로 이 정의에 따르자면 Squadron은 우리말로는 당연히 (기병)대대가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 현 공군 편제는 미공군 편제와 동일하고 따라서 편제 용어도 일대일로 대응해서 쓰는데, 미공군의 Squadron을 우리는 비행대대라고 한다. 그러므로 공군에서 쓰는 Squadron이라는 편제는 원뜻을 볼 때도 (비행)대대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고, 우리 공군이 쓰는 호칭과도 맞는다.

나라마다 조직과 규모가 조금씩 다르다보니 편제 호칭 기준이 혼란스러워질 소지가 있긴 하지만, 사실 편대급에서부터 따져나가면 적어도 영국-미국-독일 정도는 서로 엇비슷하다. 규모는 각기 다르지만, 같은 국가의 같은 단위 부대도 시기 별로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규모는 어차피 주요한 편제 단위의 기준으로 삼기 힘들다. 일례로, 독일공군의 경우는 2차대전 초기와 후기 동일한 호칭을 가지는 단위제대의 규모 차이가 두 배 정도 나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편제를 가지고 규모가 달라졌다고 해서 언제는 연대라고 하고 언제는 사단이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같은 국가의 같은 조직에서 그렇다면 다른 국가의 동급 조직에서도 마찬가지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애당초 Squadron을 기병대대라고 하는 영영사전상의 정의에서도 규모라는 개념은 배제되어있다. 말타고 다니던 시절의 기병연대 편제는 보통 인원수가 다른 병과의 한두 단계 하위 제대 인원수와 대략 비슷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연대의 호칭을 가지며 지휘관 계급도 그에 상응한다. 현재를 기준으로 해도 영국 Squadron은 중대급 부대이고 미군 Squadron은 대대급 부대지만 그래도 모두 대대라고 불러준다. 이와같이, 육군 관련 자료들에서는 부대 규모가 다르다고 해서 똑같은 Squadron이라는 단어를 언제는 대대라고 하고 언제는 중대라고 하는 식으로 때에 따라 바꿔 표기하는 경우가 없고 대대라고 부르는 것이 확실하게 굳어져 있다. 그렇다면 공군 편제에서도 이 원칙이 적용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특히, 서구 육군에서 연대가 부대전통의 기본 단위인 것과 마찬가지로 공군에서는 Squadron이 부대 전통을 공유하는 기본 단위 제대이고 이러한 문화는 우리나라의 비행대대급에도 동일하게 전해져 있다. 그 때문에도 Squadron은 대대라는 호칭으로 불릴 이유가 있다. Squadron을 중대라고 하는 것은 전통을 공유하는 부대 응집력의 단위가 되는 부대를 별 의미없는 소규모 하급제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부르는 것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군사잡지 등에서는 Squadron을 비행중대라고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영한사전들에서도 Squadron을 비행중대라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영한사전은 그다지 신빙성 있는 전문용어 소스라고 하기 힘들다. 동아 프라임 영한사전은 Squadron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1【미공군】 비행(대)대 《2개 이상의 중대(flight)로 편성》;【영국공군】 비행 중대 《10-18대로 편성;略 squad.》"

두 나라 모두 Squadron은 편대(Flight)의 상위제대를 의미하고 어원도 같은 같은 단어인데 어느 나라 Squadron은 대대이고 어느 나라 Squadron은 중대란다. 게다가 미공군은 flight를 중대라고 한다고 하고... 공군 편제를 잘 모르고 썼다는걸 대번에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규모가 약간 다르다고 같은 단어가 편의에 따라서 중대도 됐다가 대대도 됐다가하는 식이라면 전세계 역사상의 모든 부대단위 호칭들이 모조리 다 뒤죽박죽이 되어릴 것이다.

중대라는 편제는 우리공군에서는 지상근무부대 아니면 훈련부대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대대 하위제대의 호칭으로서, 외국의 Squadron에 상응하는 우리공군의 일반적인 비행부대 편제 용어가 아니다. 그러므로 Squadron을 비행중대라고 하는 영한사전의 설명은 틀린 것이다. 우리나라 비행부대 편제에서는 비행중대라는 용어를 Squadron이라는 의미로 쓰지 않는데 그러한 영한사전의 설명은 어디서 튀어나온 것일까를 생각해보면 일본식 편제를 그 어원으로 유추해볼 수 있을 것 같다.

2차대전 구일본군의 경우 3기단위의 소대에서부터로 중대, 대대(후에 같은 급 제대의 명칭이 연대, 그리고 전대로 바뀜)라고 호칭을 하였는데, 3기 단위인 소대가 4기 편제로 바뀌면서 편대급이 되었으므로 일본식 편제대로라면 편대 상위제대인 비행중대가 외국의 Squadron에 상응한다. 실제 일본에서 나온 2차대전 서적들에서는 모두 그렇게 대응시켜서 번역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공군 편제에 맞추어 보면 일본군 소대(편대)-중대-대대(연대/전대)는 우리나라 편대-대대-전대에 상응한다. 같은 한자어로 만든 같은 단어를 쓰면서 일본 비행대대는 우리나라 비행전대이고 우리나라 비행 대대는 일본 비행중대가 되니 혼란스러워질수밖에 없겠다. 그러나 일본말과 우리말은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비행대대나 비행중대는 일본말과 우리말 사이에서 한자만 같을 뿐 뜻이 다른 외국어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한자어를 쓰다보니 혼동의 소지가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불가피하기도 하지만, 이 문제를 진짜 심각하게 만드는 원흉으로는 아무래도 일본 자료를 무분별하게 직역해서 베끼는 무책임한 군사잡지 등에 큰 책임을 물어야겠다. (영한사전도 이런 류에 포함될 수 있겠다. 초창기 영한사전이 영일사전을 기초로 했을 수도 있겠고...) 미공군의 Flight-Squadron-Group-Wing은 우리공군 식으로는 편대-대대-전대-비행단이라고 일대일로 대응되는 용어가 엄연히 있다. 그러나 일본책을 무분별하게 베낀 자료가 워낙 넘치고 재생산되는 지경이다보니 공군의 편제 호칭이 그에 대응되는 일본식 용어로 둔갑해 버려서 오히려 그게 맞는 것처럼 쓰이고 있다. 항공단이라는 용어도 특히 그렇다. 항공단이란 미국의 Wing에 상응하는 현 일본 항공자위대의 편제 용어이다. 미국의 Wing과 정확히 일대일로 대응되는 우리나라 편제는 비행단이다. 우리나라 해군항공대에서 해군항공대의 최상위 제대가 전대 상위제대인 항공전단이고 이를 약칭해서 항공단이라고도 하며 이게 미군의 Wing에 상응할 수 있는 단위이기는 하지만, 일본 항자대가 쓰는 항공단이라는 용어와는 어원이 다른 말이다. 아무리 좋게 봐줘서 외국 해군항공대의 Wing을 항공단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미공군 편제에서의 Wing이나 그와 동급인 다른나라 편제들은 비행단이라고 해야 한다. Squadron을 비행대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많은데, 비행대는 현 일본 항공자위대에서 Squadron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고 우리나라에서는 Squadron(비행대대)보다 작은 단위, 통상 반대대급을 비행대라고 한다. 이를테면 8기로 구성되는 블랙이글팀을 비행대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책을 직역해서 Squadron을 비행중대라고 하거나 Wing을 항공단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말이 아닌 일본말을 쓰는 것밖에 안된다. 일본군이나 중국군과 같이 한자어를 쓰는 국가의 편제를 얘기할 때는 해당국 용어를 그대로 차용해서 쓰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는 이를테면 Staffel을 번역하지 않고 직접 표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외국어로서 이해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일본이 아닌 나라의 편제를 말하는데 일본식 편제 용어를 가져다 쓸 이유는 없다. 한자로 이루어진 현대 단어 중에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들이 많으므로 일본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이유는 없지만, 그것은 우리나라에 동일한 의미를 가진 다른 단어가 없고 일본과 우리나라가 같은 단어를 같은 의미로서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세계각국의 군편제를 한국말로 바꿔서 부르려다보면 나라마다 편제 등이 상이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문제와 일본식 용어를 차용해서 쓰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공군 편제는 엄연히 우리군에서 쓰는 고유한 용어가 있으므로 적어도 같거나 유사하게 대응이 되는 한도에서는 우리말 용어를 가장 기본적인 기준으로 놓고 얘기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사족: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나 조사를 통해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홈지기가 생각하는 바와는 같지 않은 용어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런 경우에는 물론 각자의 연구결과로서 존중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글의 목적은 그러한 기초적인 판단근거가 충분치 못한 채 용어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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