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이 안 받아준 사람들 *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공군이 주최한 시뮬레이션 대회는 97년도에 원주 비행단에서 처음 열렸다. 97년도에 처음 개최된 대회는 DOS에서 네트워크를 잡아서 EF2000으로 진행되었다. 여러 PC통신을 통해서 참가자를 모집하였고, 20명 조금 안되는 인원이 참가하였다. 다음해인 98년도에 또다시 원주 비행단 주관으로 대회가 개최되었다. 기종은 F-22 ADF였다. 참가자는 10명도 안되었고, 구경 온 분들에게까지 부탁하여 억지로 참가자를 늘려서 10명을 겨우 넘길 수 있었다. 시상식을 할 때, 드넓은 활주로 앞에서 거대한 단상 위의 수십명의 비행단 지휘관 및 참모분들 앞에 20명도 안되는 참가자와 갤러리가 모여서 시상식을 가졌다. 원주 대회는 그렇게 97, 98년 두 번으로 끝났다.

 2001년, 서울 에어쇼 운영본부의 공군 팀에서는 에어쇼 부속 행사로 공군참모총장배 비행 시뮬레이션 대회를 기획하였다. 이 행사를 기획한 것은 다름아닌 원주 비행단에서 비행단 주관 시뮬대회를 추진했던 분이었다.
 참모총장배 행사에 신청자가 불과 100여명을 조금 넘었다. 에어쇼 운영본부 상급부대인 작전사령부에서 난리가 났다. 부랴부랴 참가 신청자 특전(입상자 특전이 아니라)을 마련하고 플심인분들께 아쉬운 부탁을 해가며 참가자를 늘리고자 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운영본부 사무실 직원의 친구들 명단까지 등록해가면서 겨우 서류상으로 300명선을 채웠다. 실제로 참가한 사람은 100명정도였다.
 2회 공참배 대회는 공군사관학교에서 모형항공기 대회와 함께 열렸다. 원주 비행단과 에어쇼 운영본부에서 대회를 추진한 분이 이번에는 공군사관학교로 가있게 되신 것이었다. 100여명 신청에, 실제 참가한 인원은 70여명이었다. 그나마 1회와 2회 공참배 대회는 에어쇼와 모형항공기 대회와 함께 진행되었기 때문에, 많은 관람객들이 자동적으로 확보되었으므로 저변이 좁은 것이 어느정도 가려졌다.

 97년도부터 공군에서 비행시뮬레이션을 가지고 이루어진 기획 행사들은 전부가 지금 공군사관학교 정훈실장인 이영권 중령님이 추진해오신 것이었다. 그리고 원주 비행단의 행사에서부터 이번의 3회 대회에 이르기까지 아무 대가 없이 자기 시간을 쪼개서 행사를 거든 여러 장교분들이 있어왔다. 이러한 행사들에는 이제까지 언급한 비행시뮬레이션 대회들 뿐만 아니라 세 번의 정보화 추진 전시회, 두 번의 전쟁 기념관 특별전 등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행사들에서는 한 번의 대통령 브리핑을 포함하여 국무총리 브리핑, 공군 참모총장 브리핑도 여러 번 있었다. 공군 F-16 비행대대에 팰콘4.0이 보조 훈련용으로 납품되었던 것도 이분들의 힘이었다.
 이러한 행사들이 공군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초창기 행사때에는 행사에 참가하는 장교들이 정식으로 출장 허락를 받지도 못해서, 비행 스케쥴을 조정하여 하루 휴식을 받아 그 시간에 출장을 간다거나 휴가를 내서 행사에 참가하기도 했다. 출장 허가는 커녕 오히려 과외 업무에 한눈 판다는 심한 질책을 견뎌야 하셨다고 한다. 정예 전투 조종사인 공군 소령이 모래 담긴 20mm 탄박스를 나르고 군용 천막 위에 직접 올라가서 일하기도 했고, 밤이슬 맞으면서 작업하는 것은 예사였다. 행사에 장비 지원이 안될 때에는 집에서 애지중지 쓰던 PC와 스틱을 가져다가 행사장에서 험한 관객들의 손에 맡기기도 했다.

 에어쇼 운영본부에서 주관한 1회 공참배 대회때는 행사장 설치에서부터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그래서, 예산을 관리하는 운영본부의 민간팀측에서는 플심대회 개최를 상당히 싫어했었다. 2회 대회는 정식으로 나온 예산이 없어서, 모형항공기 대회의 예비비를 전용해서 행사를 집행했다. 1회 공참배 대회때는 X천만원의 경비가 소요되었다. 3회 대회때에도 거의 천여만원이 소요되었다.
 월드 사이버 게임즈 운영본부에서는 게임 종목 선정을 담당하는 분이 플심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 작년의 대회 종목선정시에 CFS3와 IL-2를 후보 기종으로 투표를 벌였다. 그러나 투표숫자가 워낙 적었음인지 두 기종 모두 종목에서 탈락되었다. 상업적인 기대치를 추구하는 업체에서는 현재 저변으로는 플심대회를 결코 개최하지 못한다. 공군 내부에서도 체계화되어 정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몇몇 개인의 노력으로 행사가 이루어지고 상급부대에서는 시범적인 개념으로 예의 주시하는 정도에 불과하고 있다. 물론 그 주시대상은 매니아들의 알량한 자존심에 대해서가 아니라, 플심계가 얼마나 폭넓은 저변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이다. 당장 올해 대회를 추진한 사관학교 정훈실장님이 내년에 다른 곳으로 전속을 가시게 되면 내년 행사가 어디서 어떻게 치루어질 수 있을지 막막해지는 처지다.

 플심인들이 공군에 대해서 무엇을 요구할 자격이 있을지 곰곰히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개최될 수 없는 행사가 몇몇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자기 입맛에 맞는 기종으로 대회를 개최하게 해달라고 하면서 보이코트 협박까지 하던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물론 일부 플심인들은 남들이 만들어놓은 열매를 낼름낼름 따먹기는 할지언정 열매를 만들어달라고 한 적이 없으니 공군에 대해서 아쉬울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RC나 패러글라이딩, 인라인 스케이팅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번 야외나 지방으로 나가는 것을 자기 취미를 즐기기 위한 당연한 과정으로 여긴다. 그렇지만 많은 플심인은 온라인상에서는 모두다 자신이 최고이고 하드코어 매니아라고 자칭하면서 자기 취미를 위해 1년에 한번 대의를 위해 모이는 것조차 이런저런 것을 따져가며 꺼릴 정도로 폐쇄적이다. 이런 성향은 매니아적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반사회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안방에서 자기 혼자 재미있으면 그만이니 당연히 공군에 대해서 아쉬워할 것이 하나도 없다고 느낄 것이다. 정말로 그렇다면, 홈지기는 이 사람들의 가련한 기억상실증에 대해서 통탄을 금치 못하겠다. 우리가 팰콘4.0을 떳떳하게 한글 매뉴얼 정품으로 즐길 수 있던 것이 과연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지 벌써 잊은 것은 아닌지. 그리고 앞으로 기종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는 게임들에 대해서는 또 어떤지. 훌륭한 게임이나 플심장비를 외국에서 비싼 값에 수입하면서 국내의 플심 저변이 좁은 것을 한탄하던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이다.

 이번 3회 대회를 하는 날 비가 왔다. 모형항공기 대회는 연기되었고, 실내 행사인 시뮬레이션 대회는 일정대로 단독 개최되면서 플심인들은 더 이상 모항 대회 관람객의 숫자 뒤에 숨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알량한 저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참배 플심 대회는 1회때부터 3회에 이르기까지 늘지도 줄지도 않고 실 참가 인원이 70명선이었다. 참가자 명단조차도 별로 바뀌지 않았다. 강당에서 치루어진 시상식의 객석은 플심 참가자와 관람객이 채운 것이 아니라, 휴일을 빼앗긴 채 급히 동원된 사병들이 채웠다.

 그렇게 하늘은 플심인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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