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파병 부대를 지켜보며*

 얼마전부터 현재 파병되어있는 서희.제마 부대에서 흰색 민간 트럭에 기관총 거치대를 거치하고 기동타격대용 차량으로 운영하는 사진이 돌아서 우리를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국방부 공보실의 해명으로는 의무, 공병 부대라 중장비가 없고, 안전 지역이며, 미군이 지켜주는 경계선 내부이므로 괜찮다고 하는데, 안전하고 말고를 떠나서 외국군과 함께 주둔하는 우리 장병들의 사기의 문제도 문제려니와 소요 차량 한대 보낼 정도의 준비나 여건도 안되어서 민간 차량을 도색도 안하고 사용한다는 것이 참으로 어이없다. 어차피 파병 부대는 신편 부대이므로 의무, 공병의 편제상 중장비가 없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소요물자가 있다면 지급하면 그뿐이다. 그 트럭에 불필요하게 덕지덕지 스티커로 붙여놓았던 태극기가 오히려 부끄럽게 느껴졌다.


문제의 사진: 이라크 파병 병력이 사용중인 "기동 타격대"용 차량

 간간히 흘러나온 보도를 보면 추가로 파병될 부대에는 장갑화된 차량을 보낸다고 하였던 것 같으나, 우리군에는 K-200급 미만의 경장갑차량은 없기에 임시로 기존 차량에 임시로 장갑판을 대서 파견 차량을 제작하려한 듯 하다. 방탄력 테스트니 뭐니 하는 보도가 일부 있었다.
 오늘자 신문 보도를 보니, 미군에게 험비등의 장비를 제공할 것을 요청해서 미군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것 같다. 험비는 방탄능력이 있고 군용 차량이므로 오뎅 트럭을 타고 임무수행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테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치스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군사 장비를 빌려서 임무수행을 하다니... 국위 선양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군이 낙후된 군대라는 것을 세계에 온몸으로 보여주는 격이다.

 파견되는 병력은 미군이 장비를 제공주니까 그렇다 치고, 한국에 남은 국군은 무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상자가 발생하는 작전지역에 병력을 보내는데 임무수행에 적합한 장비가 없어서 기존 장비를 개조하거나 타국군의 장비를 빌어서 써야 한다는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 국군의 무기체계가 실전적이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본다. 사실 현재 쓰고 있는 신형 지프만 해도 험비류의 작전 운용성을 따진 차량을 선정하여 배치했어야 할 위치에 지휘관들의 안락한 승차감을 따져서 선정한 차량이 선택된 면이 크다고 본다. 아무리 4륜구동 차량이라고 하지만, 본래 민수용으로 설계된 차량을 대량구매해서 군에서 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얘기다. 군용과 민수용은 설계의 중심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인데 말이다. 결국 지휘관들의 안락한 승차감을 기준으로 도입한 현용 지프로는 이라크 현장에서 쓰기에 문제가 되니까 뒤늦게 장갑판을 덧댄다느니 미군의 험비를 빌린다느니 하는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3000명에게 필요한 장비는 어떻게든 조달한다 치고, 만약 우리나라에서 당장 위급상황이 되면 그땐 뭘로 싸울 것인지 궁금하다. 국군의 신형 헬멧이 미군 헬멧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식의 허구로 가득찬 공보자료 따위로는 적탄을 막는데 하등의 도움이 안된다. (국군 신형 방탄 헬멧은 방탄장비 공업규격상 미군용보다 한등급 떨어지는 규격의 기준으로 제작된 제품인데, 이라크 관련 공보 자료에는 미군 헬멧보다 우수하다고 나온다. 또, 육군 홈페이지의 장비 소개 코너에서는 현용 지프가 험비류의 작전능력이 있다는 투로 소개되어 있다.유치원생에게 구라치는 것도 아니고...)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인 장병들을 사지로 보내겠다면 그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그에 합당한 무기와 장비를 주어서 보내는 것이 국가와 국민, 그리고 그런 결정을 한 정치가의 책임일 것이다. 장병들은 목숨을 내놓고 사지로 가는 마당에, 생명에 조금도 지장이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들을 위해 최선의 준비를 해주지 못할 어떠한 타당한 이유도 존재할 수 없다. 돈이 없어서? 편제표에 없어서? 정치적인 고려로? 무슨 말을 이유로 대든지, 그 대신 사람이 죽는 것을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 만원짜리 월급의 병력의 목숨으로 정치적인 부담과 준비부족, 능력 부족을 대신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망상이다. 전쟁이나 파병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능력이 안된다면 차라리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어떤 목적으로든, 군인에게 나라를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치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적들이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군의 할 일이다. 우표 한 장으로 징병했으니 병사를 소모품 취급하고 여물값이 많이 드는 말 한 마리보다도 중요하지 않게 여겼던 구일본 제국의 황군의 사고방식과 21세기의 대한민국 국군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공군지의 사진 설명에 의하면 진료를 나가는 사진이며 이중 2/3가 경호팀이라 한다. Convoy 편성할 차량이 없어서 한 차에 모두 타고 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방탄능력이 없는 일반 버스인 것은 그렇다 치고 경호병력이 경호를 해야 할 그 차량 안에 타고서 무슨 경호가 되나... 이런 식으로 움직이다가는 테러범 두세명이 매복 공격을 해도 몰살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우리 병사는 RPG 맞아도 안죽는가보다. 

 얘기가 조금 새지만, 군납 비리 범죄자들은 극형에 처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적과 싸울 군인들에게 형편없는 무기와 장비를 주고 싸우라고 하는 것은 아군에게 총을 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군납비리는 아군을 집단 학살하는 것이며 이적행위이다.

 직업군인의 꿈을 접은 후로는 인생의 절대적 목표가 없어지고 이런 홈페이지 따위나 운영하면서 살고 있지만, 군과 관련된 소식이나 그 세계의 이야기들을 접할 때마다 그것을 직업으로 갖지 않은 것이 오히려 잘 된 결과라는 생각이 들곤 하니 참으로 씁쓸하다... 노동 집약적인 군대와 기술 집약적인 군대간의 전투력의 차이 논쟁같은 것을 떠나서, 대한민국 국군은 본질적으로 스스로 하나의 전문적인 직업 분야로서 존재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건에 미달되는 것 같다. 물론 자기희생적인 신념으로 군복무를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현대전에서는 몸바쳐 충성하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는 결코 나라를 지킬 수 없다. 국군 장병들도 사람이고 국민이다. 나라가 사람을 구해야지, 어째서 사람이 나라를 구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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