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장억제 *

미국 핵전략과 관련된 문서 작업을 하다가 [확장억제 = extended deterrence]라는 단어를 문득 접했는데, 시사적으로는 조금 적절치 못한 시점이지만 생각할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아서 정리해본다.
작년 10월의 한미 안보협의회에서 이 용어로 한미간에 논쟁이 있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해서 당시 관련기사들을 좀 추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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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2006-10-21 13:30]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통한 `확장억제의 지속'을 포함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굳건한 공약과 신속한 지원을 보장할 것임을 약속했고 이는 SCM 공동성명 3항에 반영됐다. '확장억제'라는 개념이 공동성명에 명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사실상 구체화한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이 문구가 삽입된 것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확장억제'라는 말은 '확장된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을 뜻한다. 이 개념은 미국의 핵 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안보정책의 핵심교서로 명시되어 있으며 구체적인 핵 전략 용어라고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은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한국이 직접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느냐'는 질문에 "그게 확장억제의 개념이다. 우리는 상호방위조약이 있어 더 강력한 체제가 되는 것"이라며 "일방에 의한 타방의 공격은 공격으로 의제된다"고 강조했다. 제3국이 미국의 동맹 우방에 대해 핵 공격을 위협하거나 자국의 핵 능력을 과시하려 들 때 신속한 핵우산을 전개한다는 것이 확장억제 개념이라는 것이다.

[쿠키뉴스] 2006-10-22 11:31
확장억제, 어떤 의미인가=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2년 발간한 핵 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안보정책의 핵심이자 구체적인 핵전략 용어로서 확장억제란 개념을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합동기자회견에서“핵우산 제공문제는 예년과 같은 수준으로 명기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우리 군관계자와 안보전문가들은 확장억제란 표현은 양국이 1978년 SCM이후 표기한 핵우산 제공(povision of nuclear umbrella)이란 개념을 좀 더 명확히 정의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국방부 김규현 국제협력관은 “과거에는 핵우산이 일반적인 공약이었지만 이번에는 북핵실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논의과정에서 나왔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며 “미국의 핵정책 변화는 아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새로운 의미”라고 말했다. 국방부 권안도 정책홍보본부장은 “한국이 제3국으로부터 핵공격 위협이나 공격을 받을 때 미국이 핵억제력을 한국에 확장해 제공한다는 의미”라며 “우리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있어 더욱 강력한 체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군사외교적 측면에서 ‘억제’란 용어는 자국에 대한 적국 또는 가상적국으로부터 핵과 재래식 무기 위협에 대해 자국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말하다. 반면 ‘확장억제’는동맹국 또는 우방국에 대한 제3국의 핵과 재래식무기 위협에 대해 자국의 억제력을 이들 국가들에게 확장해 제공한다 것을 의미한다. 핵 확장억제는 전술 핵무기와 전략 핵무기의 사용을 포함하며 미국은 러시아를 겨냥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이 개념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핵 사용위협→징후→실행단계와 핵물질 이전까지 포괄해 예방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확장억제란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22일자]
미국은 제38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확장억제’라는 표현을 삽입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22일 “미국측이 SCM 공동성명에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표현을 삽입하자는 한국측 주장에 완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러나 한국 협상팀이 배수진을 치면서 이 문구를 공동성명에 넣자고 압박을 가하자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 측은 1978년 제11차 SCM 이후 매년 공동성명에 ’핵우산 제공’(provision of a nuclear umbrella)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제공한다는 문구를 명기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논지를 폈다는 것. 우리측이 ’확장억제’라는 말을 삽입하려는 것에 대해 미 측이 이 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했던 이유는 자칫 이 용어가 미국의 핵 정책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확장억제 개념에는 핵을 보유한 국가가 그렇지 못한 동맹국을 상대로 핵 사용 위협을 가할 경우 미국이 예방적 조치 차원에서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예민하게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즉 공개화된 문서에 적국이 핵사용 위협을 가하는 단계에서 핵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표현을 넣게 되면 자칫 비핵보유국의 핵개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처음에 완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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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기사 내용들을 보면 확장억제라는 용어는 순수한 핵전략 차원의 개념이라고 이해가 된다. 보시다시피 우리나라 쪽 언론 자료는 모조리 “가상 적국의 핵공격에 대한 억지력”이라는 차원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을 보면 확장억제에 대한 용어설명은 정책당국에서 설명해준 내용을 기초로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건 우리나라 쪽에서 말하는 얘기고... 미국쪽 자료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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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S Report for Congress 2006년 8월 11일자]
http://www.fas.org/sgp/crs/natsec/RL33607.pdf
많은 사람들은 소련과 바르샤바조약군이 미국과 NATO 동맹국들에 비해 수적으로 훨씬 우세한 재래전력을 가졌기 때문에 미국이 이러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이용한 보복을 하겠다는 위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전쟁을 재래식 무기로만 치른다면 미국과 NATO군이 패할 수도 있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그러한 공격을 격퇴하고 물리칠 수 있는 다양한 전략, 전구 및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였다.
이 교리는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이 교리의 이론의 기초는 만약 미국의 동맹국들이 어떠한 수준의 공격을 받더라도 소련에 대한 공격을 포함하는 핵전으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소련이 모든 수준의 공격을 단념하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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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쿠키뉴스 기사에서는 확장억제 개념이 2002년 NPR에서 정의된 얘기라고 하고 있는데, 위의 CRS report 내용은 1950년대의 핵전략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다. 즉 확장억제라는 개념 자체는 2002년에 생긴 것이 아니라 핵무기 초창기부터 이미 형성되어있던 개념인데 이걸 최근에 다시 끌어온 것이다. 그리고 CRS report의 내용은 “모든 종류”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핵보복(위협 또는 실행)으로 동맹국을 보호한다는 개념으로 설명이 되어 있다. 즉 핵 선제공격을 포함한 개념이다. (위 CRS Report에 따르면 미국은 역사상 핵 선제공격 포기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 용어를 두고 논란이 되었다는 얘기를 다시 되짚어보자.

위 언론기사들에서 설명하다시피 확장억제를 단순히 핵우산과 비슷한 핵전략 개념, 즉 적의 핵 공격 및 위협에 대한 핵보복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우리 쪽에서 이를 요구하였더라도, 미국으로서는 이를 재래식 공격에 대한 핵보복, 즉 핵선제공격을 천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이 실제 그러한 전략을 택하고 있는지 어떤지의 여부를 떠나서 그러한 내용을 한미 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결이 되었나 봤더니, 발표된 공동성명 본문에는

"럼스펠드 장관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통한 확장억제의 지속을 포함하여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미국의 한국에 대한 굳건한 공약과 신속한 지원을 보장하였다."

라고 되어있었다. "핵우산 제공을 통한"이라는 단서를 달아서 확장억제 개념에 대한 양측의 용어 해석의 차이로 인한 혼란을 제거한 셈이다. 우리 측이 이해하는 바대로 확장억제와 핵우산이 같은 수준의 개념이고 단지 같은 내용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면 공동성명 본문에 쓰인 두 용어간에는 수식관계가 성립되지 않고 불필요한 동어반복에 불과해진다는 점에서, 우리 측이 이해하고 있는 개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연합 뉴스 10월 22일자 기사를 다시 보자.

“공개화된 문서에 적국이 핵사용 위협을 가하는 단계에서 핵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표현을 넣게 되면 자칫 비핵보유국의 핵개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처음에 완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는 것.”

잘 보면 문장 앞부분과 뒷부분의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을 뿐 아니라 모순된다. 문장 앞부분에서는 이미 핵을 보유한 적국이 문장 뒷부분에서는 비핵보유국으로 둔갑해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이걸 미국 측 용어정의대로 바꾸면 이렇게 된다.

“공개화된 문서에 적국이 재래전 위협을 가하는 단계에서 핵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표현을 넣게 되면 자칫 비핵보유국의 핵개발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처음에 완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는 것."

이러면 문장의 의미가 분명해지고 문장 전후 부분 간의 인과관계가 성립하게 된다.

말했다시피 공동성명 본문에서는 “핵우산 제공을 통한”이라는 단서조건을 통해 쌍방 의미상 통일이 된 셈이지만, 확장억제라는 개념을 정확히 공유하고 그런 표현을 쓰자 말자 논쟁을 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일견 등골에 식은땀이 흐른다. 또 일설에 의하면 2005년도에는 우리측에서 핵우산 개념을 공동성명에서 빼자고 제의했다가 갈등을 빚었고 2006년에는 또 확장억제 개념을 넣자고 해서 갈등을 빚었다는데, 핵우산과 확장억제의 개념상 차이점을 감안해서 생각한다면 홈지기의 짧은 상식으로는 더욱 알쏭달쏭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연례 안보협의회의 같은 중요한 국방정책 업무에 참석하는 분들은 그 분야에서 많이 배우고 똑똑한 분들이니 홈지기가 이런 걱정 하지 않더라도 용어정의 같은 것은 정확히 알고 개념 있게 협의하셨을 것이라 믿고싶다. 설마 우리나라 언론기사가 모조리 다 잘못된 개념설명을 할 리 없고 홈지기가 핵전략 관련 개념을 잘 모르기 때문에 우리나라 언론기사들을 의문스러워하는 것일 테다.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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