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브라 기동은 마법 기동인가 *

웹서핑 하다가 락온으로 만든 코브라 기동 실전 응용 동영상을 다시 보았다. 처음 나온지는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일단 보시고 나서..

 코브라 기동은 수호이 기종의 극한성능을 보여주는 한 실례로서, 수호이 기종이 탁월한 기동성을 가진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단편적인 실전용 테크닉이라는 측면에서 놓고 볼 때 이 동영상은 얘기할 거리가 많다. 동영상은 코브라기동을 단편적인 "전투 기동술"로서 실전에서 유용한 것처럼 묘사해놓고 있으니 역시 단편적인 기동술의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 1번 기동: Lead loop
머지하자마자 코브라기동을 이용한 루프로 배면 상태에서 사격을 한다.
그렇지만 상대 기체에 AIM-9M급의 무장만 있었더라도 이미 쌍방이 전방에서부터 무장 발사를 할 것이고 따라서 이 동영상처럼 적과 근거리로 교차하는 일은 사실상 드물 것이다. 따라서 정면 교차 순간 코브라 기동을 할 기회라는 것은 실전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이라기보다는 그저 지어낸 시나리오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2번 기동: 상방 공격
바닥으로 붙어서 가다가 상공의 항공기에게 기습 사격을 가한다.
이건 그냥 희망사항일 뿐이다. 적기의 배 밑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적어도 수십 마일을 적의 눈에 띄지 않고 침투해들어간다는 얘기인데, 아무리 바닥에 붙어서 간다고 하더라도 현대전에서 이정도 거리를 상대의 탐지 시스템에 노출되지 않고 은밀히 침투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고 보아야 한다. 저고도 매복 전술은 무려 40여년 전에 월맹군이 미그 19나 21같은 저성능기로 팬텀기와 같은 고성능기를 상대할 때 울며 겨자먹기로 쓰던 케케묵은 전술이다. 그러나 현대 전투기들은 이런 지형 추적 비행을 탐지하기 위한 룩다운 능력도 상당해졌을 뿐더러, AWACS가 괜히 AWACS일까. 저고도 기습 전술은 수호이가 자국 영공의 일부 지역에서나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며, 수호이가 이런 시나리오대로 작전을 해야 한다면 성능을 과시하는 사례이기는 커녕 숨어다녀야 한다는 것에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저고도 매복 전술은 코브라 기동 못하는 비행기로도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으므로 이 시나리오에는 코브라 기동 고유의 전술적 이점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3번 기동: 후방 공격
F/A-18이 후방에서 접근하니까 순식간에 기수를 뒤로 돌려 사격을 한다.
실전이라면 F/A-18이 AIM-9M만 달고 있어도 수호이가 이런 기동 하기 전에 벌써 미사일 연사로 날아왔을 것이고 수호이는 이미 죽어있어야 하는 입장이다.

 -4번 기동: 근거리 방어
후방 근거리의 적기를 코브라 기동으로 오버슛시켜서 적기를 격추한다.
적기를 오버슛시켜서 역전격추~! 이건 많은 시뮬게이머들의 꿈이기도 하지만, 영화 탑건에서 초창기 매버릭이 허접한 조종사라는 것을 묘사하는 사례로 나오는, 대표적인 허구의 전투기동이다. 오버슛을 유도하는 방법이 배럴롤이건 스피드 브레이크이건 코브라 기동이건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 기동을 시도해보기 전에 이미 미사일이고 기총이고 죄다 뒤집어쓸 것이기 때문이다. 동영상에서도 후방에 있는 상대기가 기총 공격에 실패한 뒤 수호이가 반격을 한다. 그러나 기총을 쏘기 전에 이미 미사일 쏠 기회가 충분히 있었을 것일 뿐 아니라 기총이 꼭 빗나가라는 법도 없다. 기총 공격에 대한 최선의 방어기동을 하기 위해서는 기동평면을 바꾸어야 하는데, 코브라기동은 기동평면을 바꾸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이 동영상은 오히려 등부분을 대문짝만하게 보여주면서 기총 공격에 더 취약해지게끔 기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식의 반격 상황은 실제로는 95% 이상은 수호이가 죽고 나머지 한 5%도 안되는 운좋은 경우에서나 나타날 수 있을 법하다. 더구나 코브라기동을 해야만 오버슛을 유도해서 적기에게 반격을 시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코브라 기동을 해서 속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고 이미 실속 직전의 저속이라야 코브라 기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 부연

1. 근본적으로 위 상황들에서 코브라 기동을 한다는 것은 단지 동영상 제작을 위한 시나리오일 뿐, 실전이라면 상당히 억지스런 설정이다. 코브라 기동은 중고속에서는 불가능하고 실속 직전의 속도에서 의도적으로 AOA 과잉조작을 하는 것이다. 즉 위 시나리오들을 구현하기 위해서 별 이유 없이 실속 직전까지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투를 하다가 에너지를 잃어서 실속 부근에까지 다다를 수는 있지만, 코브라 기동 하기 위해서 일부러 속도를 줄이는 것은 실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봤자 주도권을 상실하고 선제 공격까지 당하고 나서 후수를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우기 저속에서는 미사일에 극도로 취약해지므로, 코브라 기동을 할 줄 안다고 하더라도 속도를 일부러 줄이는 것은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 동영상 앞부분에서도 이 기동들은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하므로 함부로 따라하지 마시오.. 대략 이런 경고가 나온다. 수호이가 정상적으로 AOA limitor를 작동하고 있을 때는 코브라기동을 하지 못한다. 즉, 코브라 기동 할 수 있는 사람은 일부러 그것만 연습하는 시험비행 조종사 정도나 돼야 한다. 표준적인 교범에 따라 훈련받는 표준적인 파일롯은 이 기동 못한다. 러시아 조종사들 평균 비행시간이 서방측에 비해서 현격히 떨어지는 마당에 에어쇼 참가하는 시험비행조종사급이나 돼야 할 수 있는 기동이란 것이 야전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뿐만 아니라 어떤 자료에서는 코브라 기동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외부 무장을 하나도 장착하지 않고 50% 이하의 연료만을 탑재한 상태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시나리오에서라도 코브라기동을 이 동영상처럼 전투기동술로 활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진다. 이 동영상은 단순히 게임상의 물리모델 특성을 이용한 연출에 불과하다.

3. 앞서 말했다시피, 이 동영상들은 상대기들이 AIM-9M급의 무장만 정상적으로 운용했어도 대부분 수호이가 이미 죽어있을 상황들이다. 게다가 BVR 무장까지 감안한다면? 이 동영상에 나오는 기동을 실전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모르긴 몰라도 기껏해야 전체 교전의 2~3% 이상을 넘지 못할 것이다. 97%는 격추당하고 나머지 3%에서 현란한 기동을 해서 적기를 격추할 수 있다면 그 전투기를 좋은 전투기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극단적인 상황이 되어서도 좀 더 잘 버틸 수 있다는 것과 극단적인 상황이 되어야만 화려한 능력을 발휘할 수 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4. 이 동영상의 상황들은 마지막 시나리오만 빼고는 대부분 무장발사가 가능한 타이밍이 불과 2~3초를 넘지 않는다. 그 타이밍을 넘어가면 코브라기동 특성상 자세를 그상태로 유지하지 못하고 기수가 앞으로든 뒤로든 넘어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동영상의 적기들은 사격하기 전에 수호이의 레이더 탐지폭을 모두 벗어나 있다. 즉, 순전히 HMD만 가지고 사격했다는 것이다. 게임에서야 패드락 키를 걸어놓으면 시야가 표적에 "락온"이 되므로 HMD로 무장을 발사하기가 쉽지만, G받으면서 기동하는 전투기에서 직접 시선을 맞춰서 미사일 시커를 활성화해야 하는 진짜 전투기에서는 문제가 달라진다. 즉, 실제 전투기에서 이런 기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동영상에 나오는 것과 같은 짧은 순간에 무장발사를 실수없이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5. 이 동영상에서 수호이는 F-16, F/A-18 등 서방의 미들급 전투기들과 싸운다. 그러나 수호이는 최소한 F-15급, 실질적으로는 이미 부대 단위 임무 수행에 들어간 F-22급과 싸워야 하는 러시아 최고 상위 기종이다. F-15급과 상대한다고만 하더라도 이미 BVR 능력이 문제가 되기 시작할 것이고, F-22급에서는 뭐 더 얘기할 필요도 없어진다. 더우기 F-22는 BVR 능력은 물론 기동성도 수호이 기종 중 TVC를 장착하는 파생형 수준이다. 심지어 일부 특성은 수호이가 할 수 없는 영역의 기동성능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래 동영상 참조) 수호이의 코브라기동은 더 이상 서방측에 대하여 러시아 기체가 우수하다는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코브라 기동은 90년대 수준의 성능 개념으로, TVC가 점차 보편화되어가고 있는 이제는 코브라 기동을 자랑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F-16 후속 블록에서도 TVC를 채용할 가능성이 있다.)

 * 결론

발제 동영상은 수호이의 탁월한 기동 성능을 단순히 적기를 격추하는 단편적인 테크닉으로 묘사하는 바람에 수호이의 기동성의 장점을 오히려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제 기체가 BVR은 우수한 대신 러시아 기체는 근접전 성능이 우수하므로 전반적으로는 백중세일것이라던가 코브라 기동을 실전에서 써서 뒤에 붙은 적기를 순식간에 격추한다거나 하는 류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국내 밀리터리계에서도 많이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코브라 기동의 실전에서의 유용성을 따진다는 것도 이제는 진부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많은 게이머들이 락온을 통해 수호이 전투기를 몰고 있으므로 플심 플레이어들에게는 코브라기동의 실전 활용성이라는 것이 락온 게임에서 전투 중에 코브라기동을 얼마나 자주 써봤는지를 되새겨보기만 해도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는 단순명료한 문제일 것이다. 다만 앞의 동영상 시나리오가 실제로는 거의 무의미한 허구이며 단편적인 기동술을 연출하는데 집착하여 수호이의 성능을 오히려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전투 기동을 단편적인 테크닉으로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순식간에 적기에게 기수를 돌려 마법같이 적기를 격추한다는 환상을 좇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지적하고 싶다.

공중전에 마법 기동은 없다. 그것은 아무리 현란한 기동성능을 보이는 최신예 전투기에서라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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