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발 전성 시대 *

웹서핑을 하다가 F-22의 결함과 관련된 펌글을 하나 보았다. 해외 단신 기사의 번역 소개문인데, 언뜻 보니 번역 뉘앙스가 좀 이상했다. 그래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문단 별로 원문-->번역문--> 홈지기의 해석--> 부연 순으로 정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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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Lockheed Martin Corp.'s F-22A fighter jet may have a serious structural flaw that would require redesign or major modifications to most of the planes delivered to date, Bill Young, chairman of a House defense panel, said.
번역문: 록히드 마틴사의 F-22A 제트가 심각한 구조적 결점이 있어 재설계나, 지금까지 인도된 기체들의 대대적 개조가 필요할지도 모르게 된다고, 빌 영 House defense panel의 회장이 말했다
홈지기 해석: 록히드 마틴의 F-22A 전투기에서 현재까지 인도된 기체 대부분에 재설계나 상당한 개조가 필요한 심각한 구조적인 결함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원 국방위원회 의장인 빌 영이 말했다.
부연: 원 번역문에는 'may'가 수식하는 단어가 잘못 연결되어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원문에서 may가 수식하는 것은 "require..."가 아니라 "structual flaw"이다. 즉, 원문은 결함이 사실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결함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이다. 또한 원 번역문에서는 이 말을 한 빌 영을 House defense panel 회장(그렇다면 House...는 무슨 업체쯤이라도 된다는 말인지?)이라고 번역했는데, chairman of a House defense panel은 하원 국방 위원회 의장이다. 말을 한 사람의 신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직책을 정확히 번역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 빌 영의 직책을 명확히 하면 앞의 'may'의 의미가 더 확실해진다. 풀이하면, F-22A의 기체 결함 가능성 문제제기를 한 사람은 국회 국방위원회 의장, 즉 그러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원문: Young, R-Fla., who chairs a House subcommittee on defense spending, said he told Air Force Secretary Michael Wynne that he opposes buying any more of the $338 million planes until the problem is fixed.
번역문: 영은 그가 미공군 장관 마이클 윈 에게 그 결함이 고쳐질때 까지 3380억원 짜리 전투기들을 더이상 구입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홈지기 해석: 공화당 플로리다 지역 의원으로 하원 국방 지출 분과위원회 의장인 영은 공군 장관 마이클 윈에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3380억원짜리 비행기를 구매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부연: 원 번역문을 언뜻 보면 전투기 조달사업의 결정권이 영 아니면 윈에 있고 지시를 하는 것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이 두사람 중 누구도 조달사업 주체가 아니고 둘 사이에는 지시 권한도 없는 관계이다. 즉, "결함이 있으므로 구매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 "결함 가능성이 있으므로 일단 잠정적으로 추가 구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다.

원문: Both the Air Force and Lockheed agree there's a potential flaw that must be investigated. The Air Force said flight safety is not at issue and no redesign or modification is necessary.
Young, in an interview, said the concern is that an engine casing made of titanium may not meet Air Force standards and it would cause the plane's engines cracked if they are overheated.
번역문: 공군과 록히드사는 그 결함이 조사되어야 한다고 동의했다. 공군은 전투기의 안전은 이슈될게 아니고, 그 어떠한 재설계나 개조도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은, 인터뷰에서, 엔진 외피의 티타늄이 미공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말했고, 만약 엔진이 과열되면, 엔진이 균열이가 파괴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홈지기 해석: 조사해보아야 할 잠재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에 공군과 록히드 마틴 모두 동의한다. 공군은 비행 안전에는 문제가 없으며 재설계나 개조를 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영은, 문제는 티타늄으로 된 엔진 케이스가 공군의 규격을 충족하지 못하여 엔진이 과열되면 엔진에 금이 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하였다.
부연: 원 번역문에서 가장 심하게 오역된 부분이라고 본다. 없는 단어를 만들어서 집어넣은 것에서 고의성도 상당히 보인다. 일단 원 번역문에서는 계속해서 결함을 기정사실화하고 여기서는 공군이 그 결함 사실을 인정했다고까지 해석하고 있지만, 영어 원문의 내용은 군과 록히드가 단지 "잠재적인" 결함, 즉 결함 "가능성"을 조사해볼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영어 원문에서는 이 문단의 두 부분, 즉 공군측 입장과 영의 발언이 상호보완적이다. 즉, 영의 발언에는 공군측 주장을 부정하는 의미가 전혀 없고 단지 부연설명을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번역문에서는 "그러나"라는 영어 원문에 있지도 않은 단어를 지어내서 마치 공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뉘앙스로 왜곡을 해 버렸다. (게다가 공군이 결함을 인정했다고 해석하면 결함은 인정하면서도 재설계는 필요없다는 황당한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번역문은 "cracked"를 "균열이 가 파괴"라는 섬뜩해 보이는 두 개의 단어로 바꾸어놓았다.
 이부분에서 영의 부연설명을 보면 잠재적인 "결함" 실체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구심이 생긴다. 과열되었을 때 정상인 엔진은 이세상에 존재할 수 없으니 말이다. 영의 부연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기체의 정상적인 성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기체 성능 한계를 넘었을 때의 초과 내구성의 허용 폭에 관한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문: " "There's been a specification deviation and they are evaluating it," he said. "The engine casing is a significant part. … If it turns out it's not being manufactured to specification it could be a serious issue, but they don't know the answer yet."
번역문: "제원상 잘못된점들이 있고, 우리는 그게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고 있다. 엔진 덮게는 그중 하나이다. 분명 제원과 일치하지 않게 제작 되어지지 않았다는게 밝혀졌고, 이것은 심각한 이슈가 될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록히드, 공군) 아직 해결방안도 모르고있다"라고 영은 말했다.
홈지기 해석: "기체 사양에 편차가 있었으며 그들(공군, 록히드)이 이를 평가 중입니다." 그(영)는 말한다. "엔진 케이스에서 그 문제가 큽니다....요구사양대로 제작되지 않았다고 밝혀지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들은 아직 그 대답을 알지 못합니다."
부연: 역시 심각한 오역문이다. 일단, "제원상 잘못된 점들이 있고"<-- 이는 마치 원 설계상에 하자가 있다는 뉘앙스인데, 이 문단의 specification은 요즘 흔히 즐겨쓰는 단어인 "스펙"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공군의 요구사양을 의미하는 것이고(즉 윗 문단의 Airforce standard와 같은 의미) 거기에 편차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편차란 예를 들어 요구사양서 1P에는 100이라는 수치가 10P에는 99로 나와있다거나, 소숫점 몇째 자리에서 유효숫자를 표기하는지에 따라서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거나 하는 따위의 것들일 수도 있다. 즉 제작 공정에 하자가 있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evaluating "it"에서 it이 의미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설계 결함"이 아니라 "요구사양의 편차"이다. 게다가... 원 번역문은 엄연히 If로 시작하는 가정법 문장(요구사양의 편차가 확인된 것이 아니고 아직 진위여부를 평가중이므로 결과를 예단해서 말하지 않고 가정하는 것)을 "..다는게 밝혀졌고"라고 해석하고 있다. 상당히 쉬운 문장을 이렇게 해놓은 것을 보면 고의성이 더욱 의심된다. 번역문에서는 그리고 마지막 문장에서도 결함을 기정 사실화해서 "answer"를 "문제의 해결방안"이라고 해석했는데, 원문에서 마지막 문장의 의미는 현재 평가하고 있는 "요구사양의 편차" 가 어느정도인지를 알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무식해서 해결방법도 모르는게 아니라 현재 무슨 문제가 있는지 평가 중이니 당연한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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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다. 바다에는 갯벌도 있고, 대륙붕도 있고, 마리아나 심연도 있다. 인터넷의 밀리터리 관련 자료라고 하면 중학교 작문실력 수준의 먼치킨 전쟁소설에서부터 군 공식 교범까지 그 수준이 다양하다. 그런 마당에 일개 네티즌이 게시판에 올린 글 하나를 가지고 그 게시판 혹은 그 취미분야 전체의 수준을 탓할 이유는 물론 없다.
 분명한 점은, 넓은 바다로 나갈수록 더욱 고도의 항해술이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즉, 정보가 넘친다고 해서 그 정보에 둘러싸인 사람들의 지식이 알차진다고는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엄청난 양의 정보중에서 진정 신빙성 있고 가치있는 정보를 선별해서 흡수하기 위해서 정보가 적던 시절에 비해서 훨씬 많은 내공이 필요해진다. 위의 오역문에서 보다시피 심지어 "저는 그럴싸한 소스에요"라는 표정으로 화면발을 세우면서 특별한 이의제기도 받지 않은 채로 게시판에 올라 있는 텍스트조차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물론 영문 원본 기사의 출처가 명시되어있지 않다는 점에서, 번역 해볼 것도 없이 이미 신빙성 있는 소스로서의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애당초 무시하면 그만이긴 하지만.)

 토론 게시판을 디시인사이드 인물갤이라고 한다면, 이런 게시물은은 캠빨 세운 하두리 캠사진 정도라고 하면 적당하겠다. 캠빨은 항상 조심해야 하며, 속지 않겠다는 결연함과 항상 의심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캠빨에 속았다가 원판에 뜨악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 출처를 명시하고 인용하여야 하겠으나, 이를 굳이 드러내는 경우 도리어 특정 개인이나 포럼을 탓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을 것 같아 의도적으로 생략하니 양해를 부탁드린다. 각론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아님을 다시한번 분명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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