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성을 위한 고증 *

  "좀 더 많은 근접항공지원을 원합니다. 후방차단 작전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몰라도, 근접항공지원은 그날 바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키팅은 1991년 벌어진 걸프전을 떠올렸다. 최첨단 무기의 경연장처럼 인식된 그 전쟁 역시 미군이 제대로 전쟁을 수행한 것은 아니었다. 오죽하면 군사평론가들 입장에서 Air Land Battle이 아니라 Air Land Operation이란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그 말은 새로운 작전술을 개발해 두고도 정작 전쟁을 수행할 때는 2차 대전 당시부터 해오던 방식 그대로 항공기들이 후방차단 작전에만 치중했다는 말이었다. 항공기 조종사들 입장에서는 치밀한 대공포화도 피하고 전과도 많이 올려 좋겠지만 지상군입장에서는 체감이 안되는 지원이었다.
미군이 그때까지 바르샤바 조약군을 상대로 준비한 Air Land Battle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육군이 단순히 공군의 협조를 받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육군 군단장이 전술공군을 사실상 통제하는 것에 가까운 권한이 주어져야 했다. 그러나 정작 걸프전에서는 해군 따로, 공군 따로, 육군 따로 전투를 벌였다. 육군이 '우리에게 좀더 많은 근접항공지원을!'이라고 노래를 불러대도 공군은 여전히 전통적인 임무인 후방차단작전에 더 주력했다.

 정리 
 이 글은 어떤 국산 밀리타리 소설의 한 장면이다. 개별적인 작품이나 작가 개인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작가와 작품명은 밝히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밀리타리 소설 중 하나라는 정도로만 말해두기로 하겠다. 이 장면은 국내 밀리타리 소설이 얼마나 허술한 기초 위에 쓰여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나름대로 고증에 충실한 것으로 인정받는 작품이다.

위 인용문 문단에서, 공지전투에 관한 작가의 몇 가지 의견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다.
 1. 차단작전(AI)보다는 근접항공지원(CAS)이 더 현실적인 방법이다.
 2. Air land battle은 적극적인 CAS 임무 출격으로서 달성된다.
 3. Air land Operation보다 Air Land Battle이 더 발전된 상위 개념이다.
 4. 공군의 대지작전은 전통적으로 2차대전 당시부터 차단작전에 주력해왔다.
 5. Air land battle의 성공은 군단장이 공군전력을 통제하여 공군이 육군을 직접지원하는데 결정적으로 달려있다.
 6. 공군이 육군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air land battle 교리가 성공적으로 완수된다

 이러한 관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분석
1. AI와 CAS
 적어도 공군의 관점으로 볼 때 차단작전이 우선이냐 근접항공지원이 우선이냐는 문제는 논쟁의 여지가 없이 차단작전이 우선이라고 오래 전에 결론이 나있다. 공격목표가 어디에 있는 무엇이냐라는 단편적인 문제를 떠나서, 차단작전은 공군이 중앙집권적으로 전력을 운용을 하는 것이고, 근접항공지원은 일정한 공군 자산을 육군의 군단장의 통제하에 둠으로써 공군의 화력을 육군의 요구에 따라 분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육군을 보조하는 것이 공군의 주임무가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으로 적의 전략 중심을 타격하여 전쟁승리를 추구하는 것이 공군의 임무이다. 개별 임무의 효과면에서도 CAS에 비해 AI가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미 실증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물론 Air land battle의 개념으로 인하여 육군과 공군간에 공군 대지작전 전력의 통제권 논쟁이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1980년대 초에 육군에서 제시한 Air land battle 교리는 공군과 아무런 상의 없이 육군 단독으로 제기한 개념이었다. 즉 쌍방이 합의한 정식 합동군 교리가 아니라 육군이 일방적으로 주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육군이 일방적으로 주장한 공지전투 교리를 공군이 100% 수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미군 전체의 전쟁수행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 미 육군과 공군간의 관점이 불일치하여 전쟁수행에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하는 작가의 주장과는 달리, 1차 걸프전 당시 미육군과 공군은 거시적인 면에서 적의 지휘부를 전략 중심으로 본다는 데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었다.
 육군 지휘관 입장에서 공군이 차단작전보다 자기 눈에 보이는 곳에서 도와주는 CAS 임무를 더 선호한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위의 인용문에서 CAS를 더 많이 달라는 야전 지휘관의 요구도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육군의 야전 지휘관이라면 공군 지원뿐 아니라 해군 함포, 포병 화력 등 모든 것을 더 달라고 하는게 오히려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야전지휘관의 1인칭 시점에서의 견해일 뿐, 작가가 후에 장황하게 토를 달았듯이 작전술 차원에서 공군과 육군의 대립이라는 식으로 거창하게 묘사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육군의 야전 지휘관이 못보는 곳에서 적 전차 100대를 무력화할 것인가 아니면 육군 지휘관이 보는 앞에서 적 전차 10대를 파괴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전쟁 승리를 위해 어느 임무에 우선적으로 전력을 투입해야 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2. Air land battle 교리에서의 공군의 대지작전 형태
 위의 인용문은 육군이 공군전력을 통제해서 육군 전투에 직접 화력으로 개입하는 것이 공지전투를 달성하는 방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지전투는 간단하게 말하면 소련의 제파식 돌진전법에 대항하여 전선에서 맞붙는 적에 대해서만 화력을 집중하지 않고 적의 후속 제대가 전장에 도달하기 전에 가용한 화력으로 미리 공격을 가하여 약화시킨다는 적 후방 동시 공격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은 아군 화력의 중복 방지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육군만의 입장으로부터 설명해보자. 아군 최일선 소대의 100미터 전방에 있는 적에게 장사정의 군단 포병이나 MLRS를 사격하는 것은 낭비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상급 부대의 장사정 화기일수록 적의 최일선 소대를 공격하는 것보다는 가급적 적의 지휘부, 포병 진지, 보급소 등등 종심 표적을 공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래야 화력의 불필요한 중복으로 인한 낭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군도 하나의 화력으로 본다면, 군단 포병이나 MLRS보다 훨씬 더 사거리가 긴 화력운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군 화력을 아군 전선 코앞의 적에게 사용하기보다 가급적 적의 종심에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도 역시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지전투의 핵심 개념인 적의 후속 제대 동시 공격은 공군의 화력 없이는 절대로 달성할 수 없다. 적의 후속 제대는 공군 화력으로만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군 전력을 CAS 위주로 투입한다면, 육군 화력으로도 공격할 수 있는 적을 공격하는데 공군 화력을 투입하여 결과적으로 적의 선두제대 타격에 집중하고 후속제대 공격은 중요성을 낮추겠다는 얘기밖에 안되는데, 이는 air land battle의 기본 개념을 부정하는 결과가 된다. 즉, Air land battle 교리하에서도 공군의 차단작전은 여전히 중요하다. air land battle 교리에서 육군이 공군 전력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논쟁의 핵심은 실제로는 AI를 하고 싶어하는 공군의 의견에 대하여 육군의 의견대로 CAS 위주로 공군력을 운용해야 한다는 논쟁이 아니라, 종심지역의 표적 선정을 하는데 공군이 주체가 되어서 공군이 판단하는 목표에 따라 중앙집권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육군 군단장이 자신 관할 구역의 지상 전투의 전황에 따라 자신에게 할당된 공군력의 표적을 선정할 것이냐의 논쟁이었다. 따라서, 공군이 CAS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이 Air land battle 교리에 반발하여 낡은 임무에 집착하였기 때문이고 그 결과 Air land battle의 수행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주장은 완벽한 허구이다.

3. Air land battle과 Air land operation
 위의 인용문에서는 1차 걸프전에서 공군의 반발로 Air land battle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군사전문가들에게 Air land operations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한다. 즉, air land operation은 폄하하는 뜻이고 Air land battle이 Air land operation보다 발전된 상위 개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은 길 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완전히 틀린 얘기다. Air land operation은 Air land battle의 이전 단계가 아니라, 오히려 Air land battle이 체계적으로 발전된 개념이 Air land operation이다.

4. 차단작전이 공군의 낡은 임무인가
 위의 인용문에 따르면 차단작전이 낡은 전술이고 air land battle에 입각한 CAS 임무 위주의 운용(이것이 사실이 아님은 이미 말했다)이 새 교리에 따른 신전술이라는 것인데, 이 역시 그 반대다. 오히려 육군의 요구에 따라서 근접지원 작전에 많은 자원을 배분했던 과거의 전례 연구를 통하여 근접항공지원보다 차단작전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 것이다. 한가지만 예를 들어보자. 냉전당시 나토 공군은 바르샤바 조약군의 수천대의 탱크를 며칠 내에 모두 일선에서 파괴하기에는 전력이 부족했다. 그 대안으로, 전 전선에 걸쳐 불과 몇 개의 연료 중계기지를 통해 모든 바르샤바 조약군의 연료를 보급하는 보급망이 이루어져있다는 것을 알았고, 나토공군의 임무는 일선의 전차들을 물리적으로 격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의 연료 중계 기지들을 공격하는 것이 되었다. 이것은 엄연히 Air land battle 교리하에서 이루어진 대책이었다.

5. 육군의 공군 전력 통제권 여부
 육군이 독자적으로 주장한 Air land battle 교리에서는 육군 군단급에서 공군전력을 통제하기를 기대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육군 군단장이 공군전력을 직접 통제했는지의 여부는 air land battle 교리 성공 여부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후속제대 동시 공격이라는 air land battle 교리의 개념은 반드시 육군 군단장이 공군전력을 통제해야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위의 인용문에서는 육군이 공군전력을 통제한다는 말을 CAS 임무위주로 투입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였는데, 공군전력을 AI 위주로 투입하느냐 CAS 위주로 투입하느냐의 문제는 air land battle 교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라는 것도 이미 언급하였다.
 더군다나 일개 야전 지휘관의 주관적인 견해를 근거로 상급자에게 작전 효과를 강의까지 하면서(위 인용문에 서술된 액면 그대로 말했다면 지휘계통에서 있을 수 없는 무례에 가깝다) 야전지휘관 임의로 공군 전력 운용의 비중을 좌우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식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공군을 육군의 보조전력으로 치부하는 사고방식의 한계는 물론, 야전에서 작전계획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지휘 결심 체계가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도 제대로 묘사하지 못한 매우 문제있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위 내용대로 한다면 교리가 효율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공군전력의 운용 계획, 즉 공군의 작전 계획이 애당초 없고 상위차원의 전략이 하위차원의 지휘관의 요구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는 말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육군과 공군 사이에 공군의 자산을 대지작전에 투입 하는 방법이나 양에 이견이 있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기존의 작전 계획을 근거로 한 할당량에 따라 육군이 요청할 수 있는 CAS 소티가 정해지고 육군은 그 주어진 자원을 가지고 각 야전부대의 우선권을 감안하여 배분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일 것이다. 그리고 하급 부대 지휘관의 요구들을 바탕으로 상급부대의 작전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급부대가 정한 상위차원의 계획의 범위 내에서 하급부대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상식이다.

6. 공군의 육군 직접 지원 여부
 위 인용문을 보면 육군이 정작 중요한 CAS 임무를 요구하는데 공군은 그것을 무시하고 혼자 편할 대로 안전하게 전과를 거둘 수 있는 AI에만 치중하여 작전수행이 그르쳐졌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육군이 공군전력을 통제한다는 air land battle의 초기 개념은 단지 육군이 독자적으로 주장한 것에 불과하므로, 육군이 주장한 육군 위주 교리에 공군이 따라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리고 공군이 자기 편할 대로 안전한 작전을 하느라  걸프전을 망친 것이 아니라, 차단작전에 치중하는 것이 공군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는 판단하에 전쟁승리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차단작전을 수행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군사작전의 목표는 육군이 요구하는 것을 얼마나 충족시키는가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전쟁승리 그 자체에 있지 않겠는가. 작가 스스로 차단작전이 더 안전하고 전과도 더 많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차단작전을 오히려 비판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조금 더 덧붙이자면, air land battle 교리를 완성시키기 위해 육군이 공군전력을 통제하고 CAS 임무비중을 더 높여야 하느냐의 논쟁은 이미 끝나있으므로, 육군과 공군의 시각차이로 인한 대립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의문제기(위 인용 문단의 주제)는 air land battle 교리가 체계화되지 못하던 80년대 중반에나 적합했던 질문에 불과하다. 걸프전과 발칸분쟁들을 거치면서 미군 교리는 육군과 공군간의 의견조율이 사실상 완성단계에 접어들어서 합동군 교리로 체계화되어있다. 공군이 육군을 지원하는 체계나 절차가 세밀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공군의 주임무가 변했다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육군과 공군이 서로 더 잘 협조할 수 있는 방법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 대책이란 것이 공군의 주임무를 육군의 통제하에 CAS임무로 운용하는 것은 아니다.

결론
 일반적인 문장 독해의 관점에서 볼 때, 위 인용문은 걸프전에서의 미육군과 공군간의 작전 협조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각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문단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살펴보았듯이 위 인용문은 글쓴이가 공지전투의 개념도 잘 모르고 air land operation과의 차이도 모르면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AI와 CAS의 우선순위를 자의적으로 재단하며 일반 상식에 입각해서 상상 속의 주장을 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작가로서는 이에 대해 여러 반론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소설 전체가 아니라 일부 문맥을 떼어서 비판하는 것을 적절치 못하다거나, 한두 개 용어에 착오가 있었을 뿐이라거나, 걸프전의 공지전투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생각한 것에 불과하다거나 등등등...
 위 인용문은 일부 문맥이지만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하나의 완성된 문장이다. 홈지기로서는 전체 중 일부 문맥만을 떼어서 생각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보다는 일부 문단도 이런데 전체 소설에는 얼마나 더 황당한 오류들이 더 많겠는가가 오히려 걱정된다. 그리고 위 문단의 문제는 한두 개 용어의 단편적인 착오의 문제가 아니다. air land battle은 20세기 말경의 대표적인 미군 교리로서, 그 개념을 알지 못하면 미군이 치르는 현대전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에서는 그런 극히 중요한 개념에 대한 완전한 무지가 드러난다. 이것은 무기 이름 틀리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다. 요즘 세상에 무기 이름이나 제원따위는 인터넷에서 검색 한번만 하면 무기 하나에 몇백 개의 데이터가 쏟아진다. 무기 제원을 충실하게 재현했다고 해서 충분히 고증했다고 생각하면 굉장한 착각이다.
 위 인용 문단은 등장인물이 생각한 내용이므로 작가의 주관과는 상관이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나라 군대의 대표적 교리의 기본 개념도 모르는 지휘관은 존재할 수 없으므로 역시 말이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문맥관계를 볼 때 등장인물이 착각하고 있다는 것의 묘사가 아니라 엄연히 작가의 비판적 사고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되기에 충분하다. 설령 작가의 의도가 그것이 아니었더라도 아무 지식 없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위의 문맥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 당연하다.

 창 들고 싸우는 전쟁을 묘사하면서 총 들고 싸우는 전술로 묘사하면 잘 된 고증이라고 할 수 없다. 6.25 전쟁을 묘사하면서 나폴레옹 때의 대형을 갖추고 싸우는 것으로 묘사한다면 전쟁 소설이 아니라 코메디가 될 것이다. 즉, 무기 제원 같은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 시대와 군대에 맞는 전략,전술적 관점에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개념에는 위배되지 않게 묘사가 되어야 참된 고증이 되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무기제원들이 줄줄이 나오더라도 건담 만화 이상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건담 만화도 무기 데이터와 역사 배경 등의 방대한 설정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위의 인용문은 우리나라 군사소설에 군사학적 기본 토대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한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군에서 운영하는 고급 지휘관 교육과정을 거쳐야 한다거나 그런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소설을 쓰는데 나름대로 많은 자료조사와 고증 노력을 한다는 것도 안다. 소설을 쓴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노력인 것만큼은 이해한다. 하지만 소설하나 쓰는데 몇 년씩 자료 조사를 할 노력의 1/10만 투자하더라도 군사학의 상식에 해당하는 air land battle이 뭔지 몰라서 공개적으로 웃음거리가 되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력이 문제가 아니라 시각이 문제라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고증이 뛰어나다고 하는 군사소설이 가진 문제점이나 리얼리티를 추구한다고 하는 시뮬 게이머가 가진 문제점이나 서로 비슷한 점이 있다. 무기는 단독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략, 작전, 전술 등 무기들이 '어떻게 싸우는가' 하는 것에 대한 게이머 스스로의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데이터 고증이 된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한낱 아케이드 게임으로 전락하고 만다. 사실적인 게임을 떠나서 심지어 진짜 무기를 준다고 하더라도 무기와 부대 운용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짜 무기로 무장한 게이머들이라도 그 무기들로 사실적인 전투는 결코 치를 수 없을 것이다.

 

 논단 메뉴로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