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2: FB에서 P-40의 공중폭발 현상 *

P-40의 플러터 현상
IL-2: Forgotten Battles(이하 FB)는 전반적인 면에서 많은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나, 개별 기체들의 모델링이나 밸런스 면에서는 다기종간의 전투 재현에 최적화된 온라인 전용 전투비행시뮬레이션들에 비해서 다소 한계가 있다고 생각된다. FB의 기체 모델링에 대한 몇몇 논의들중에서, P-40이 고속 비행시에 폭발해 버리는 현상이 자주 언급되곤 한다. 홈지기는 개인적으로 원거리 사격에 유리하고 장탄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Cal50로 무장한 미국 기체들을 좋아해서 FB에서도 P-40이나 P-47을 즐겨 타곤 하는데, P-40을 탈 경우 저공에 있는 표적을 향해 강하하면서 결정적인 사격의 순간에 기체가 공중폭발해 버리는 경우를 여러 번 겪었다. 처음에는 RPM이 한계치를 지나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른 기종, 이를테면 독일기의 경우 RPM이 한계치를 넘으면 엔진이 멎기는 하지만 공중폭발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따라서 RPM과는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판단되었다. IL-2 포럼을 검색해본 결과 P-40의 공중폭발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있었는데, IL-2 포럼에서는 대체로 셋업의 Flutter effect 모델링의 버그라고 인식을 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하였다.

Flutter 효과에 대한 FB 매뉴얼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플러터는 복잡한 공기역학적 효과이다. 항공기는 고속에서 진동이 심해지게 되는데, 플러터가 시작되면 비행기의 비행 방법을 바꾸어 항공기가 부서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 설명만으로는 플러터 현상에 대해서 깊이 알 수가 없어서 네이버 백과사전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의 플러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공기 흐름에서 에너지를 받아 일어나는 진동으로, 비행기의 속도가 빨라졌을때 주날개와 꼬리날개가 공기 힘에 의하여 심한 진동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비행속도가 느릴 때는 날개에 생기는 미소한 교란으로 인하여 날개의 탄성진동이 발생하여도 날개의 진동에 따라 일어나는 공기 힘에 의하여 감쇠된다. 그러나 비행속도가 빨라지면 날개의 진동에 따라 일어나는 공기 힘이 날개에 진동을 일으켜 심한 진동이 생긴다. 일단 플러터가 발생하면 진동이 급속히 퍼져 비행기는 공중분해되므로비행기를 운행할 때는 이러한 플러터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속도를 제한한다."

 이에 의하면, 플러터 현상이란 고속 비행 중 기체 진동의 발산으로 파괴에까지 이르는 일종의 공명현상이라고 이해가 된다. 그러나, 플러터 현상이 기체의 구조한계에서 발생하는 것인지, 아니면 설계상 최고속도 이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는 여전히 홈지기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FB의 P-40은 최대속도에 다다르기 훨씬 전에 공중폭발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FB에서의 P-40은 계기판에 표시된 최대속도가 480 mph (770 km/h)인 반면, 공중폭발은 약 550km/h안팎에서 발생한다. 이 공중폭발을 플러터 현상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문제였다. 셋업에서 Flutter 효과를 끄고 비행할 경우, 같은 속도대에서 진동은 발생하지만 공중폭발하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 P-40의 공중폭발현상은 FB에서 묘사된 Flutter 현상의 결과라고 판단이 되었다.

 단, 이점은 짚고넘어가야 하겠다. 다른 독소전 주류 기체들에서는 플러터로 인한 공중폭발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IL-2 포럼이나 인터넷의 P-40 관련 자료를 찾아보더라도 P-40의 비행 특성이 플러터 효과의 위험이 유달리 크다는 어떠한 증언도 발견할 수 없었고, 오히려 강하 특성이 좋고 플러터에 강하다는 평가를 찾을 수 있었다. 결국 FB에 재현된 P-40의 플러터 특성에 실기와 다른, 그리고 같은 게임에 재현된 다른 기체와의 밸런스도 맞지 않는 어떠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것을 버그로 보느냐 기체 특성 재현의 왜곡으로 보느냐의 판단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는데, 홈지기의 생각으로는 후자라고 본다. 그 이유는, 일정 속도가 되면 항상 공중폭발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정 속도대에서 항상 폭발한다면 속도와 관련된 연산 버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정 속도대에서 공중폭발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안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것이 랜덤하게 발생하는 것인지 일정한 기준에 의해 발생하는 것인지를 테스트해본 결과, 랜덤한 것이 아니었다. FB의 P-40에서 플러터로 인한 공중폭발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발생하며, 플러터가 발생하는 속도대에서 플러터가 발생하는 조건을 피해서 증속을 하면 설계상 최대속도까지 가속이 가능하였다.

플러터의 방지
 P-40의 공중폭발은 연산 버그가 아니고 플러터 효과가 묘사된 것이다. 실기의 비행 특성의 재현 왜곡의 문제는, 패치버전에서 혹 수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어쨌든 게임의 현재 버전에 그렇게 묘사되어있으니 그것대로 비행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논의해볼 차례이다.

 P-40으로 여러 차례 테스트를 해보던 도중, 네트워크 플레이에서는 공중폭발이 잘 일어나는데 퀵 미션에서는 공중폭발이 잘 일어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네트워크와 오프라인 플레이간에 비행모델 연산이 다를 리는 없을 것이므로 타당한 원인을 추정하고 검증해본 결과, 연료량에 따라 플러터 현상의 발생정도에 차이가 있었다. 25% 연료상태에서는 플러터 현상이 확실하게 일어났지만, 100% 연료 상태에서는 의도적으로 발생시키려고 해도 잘 일어나지 않았다. 온라인에서는 연료를 적게 채우고 다니니 공중폭발이 잘 일어나고 퀵 미션에서는 무조건 100%를 채우게끔 되어있으니 공중폭발이 잘 안일어난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온라인에서 P-40을 몰 때에는 연료를 100% 채우고 다니라고 말하고 끝낸다면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25% 연료와 100% 연료는 비행 성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 연료량은 기체중량이 늘어나서 진동 발산 현상을 억제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지, 연료량 자체가 플러터 현상이 발생하는 요인은 아니다.

 플러터 발생의 주된 요인은 일정 속도대에서 조종면의 조작상태였다.
 플러터 현상은 스틱을 밀고 있을 때만 발생한다. 여기에는 엘리베이터 트림을 아래로 밀어놓는 것도 포함된다. 상상해보자. P-40에서 500노트 이상의 속도를 얻자면 수평비행으로는 불가능하고 강하상태라야 한다. 그리고 아래에 적기가 있어서 사격 자세로 강하를 한다면, 십중팔구 스틱이나 트림을 밀어놓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P-40이 일정 속도대에서 공중폭발한다는 것을 안다면 스플릿 에스같은 급격한 기동은 더더욱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공중폭발을 유발하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셋업에서 Flutter 현상을 켜놓은 채로, 연료상태를 불문하고 스틱을 당기는 채로 가속을 하였을 때에는 공중폭발은 물론 기체 진동현상도 일체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스틱을 밀면서 증속할 때에는 진동현상과 공중폭발이 발생하였다. 연료가 적을 때에는 플러터 현상이 심했고, 연료가 많을 때에는 상대적으로 현상이 덜했다. 대체로 절반이 넘는 연료를 채우고 있을 때에는 진동현상이 시작됨을 느끼는 순간 조종입력을 변화시켜 공중폭발을 방지할 수 있었고, 혹은 공중폭발로 이어지기 전에 진동 속도대를 넘어서 기체가 안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진동현상이 있더라도 빠른 속도로 진동 속도대를 통과하면 기체가 폭발하지 않았으나, 연료가 적은 상태에서는 조종사가 진동을 감지하고 대처할 충분한 시간이 부족하였고 불과 1-2초 내에 기체가 폭발하였다.

 P-40에서 발생하는 플러터 현상의 기본 특성과 방지대책을 아래에 정리하여보았다. 아래의 플러터 방지 주의사항을 준수하여 P-40으로 안전한 고속비행을 함으로써 기체 성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는데 도움이 되실 수 있기를 바란다. 단, 이래의 내용은 실제 기체의 특성이나 실제 비행기에서 나타나는 플러터 특성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으며, IL-2: Forgotten Battles에 묘사된 P-40 기종에만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점을 밝혀둔다.

정리
1)  
FB에서 P-40의 공중폭발 현상은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기체에 진동현상이 생기고 그 진동이 발산하여 기체를 파괴에까지 이르게 하는 플러터 현상이다.
2) P-40E형을 기준으로 연료량 25%일 때에는 약 530mk/h, 50%일 때에는 약 550km/h, 그 이상일 때에는 약 560km/h가량에서 진동이 시작되고, 진동 시작 속도보다 20~30km/h 높은 속도까지의 사이에서 진동현상이 계속된다. 그 이하의 속도에서는 진동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그 이상의 속도에서는 진동 현상이 사라진다.
3) 플러터 현상은 스틱과 트림의 총합이 중립상태보다 아래로 내려가있을 때만 발생하므로, +G가 되게끔 기동하면 공중폭발을 막을 수 있다. 강하하면서 증속할 경우에는 진동속도대를 통과하는 시간동안 배럴롤이나 스플릿 에스등의 +G 기동으로 플러터 현상을 막으면 제한 없이 설계상 최고속도까지 다다를 수 있다.
4) 연료량(혹은 외부 장착물)이 플러터 발생정도에 영향을 미치며, 기체 중량이 가벼울수록 플러터 현상이 발생하는 정도가 심하고 무거울수록 플러터 현상이 잘 발생하지 않는다.

 다른 기종의 경우, 플러터 특성이나 방지대책이 혹시 P-40의 경우와 다를 수도 있다. IL-2 포럼에서는 I-16 기종의 플러터 현상에 대한 보고도 있는 것 같은데, 홈지기로서는 아직 P-40 이외에 다른 기종의 플러터 특성을 테스트해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P-40의 테스트 결과는 다른 기종의 경우에도 어느정도 테스트의 참고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혹시 테스트 결과의 재현성에 의문이 있거나, 홈지기의 테스트 결과와 다른 결과를 얻는 분, 또는 홈지기의 테스트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를 얻은 분께서는 게시판에 의견을 밝혀주시면 감사하겠다.

 논단 메뉴로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