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의 F-15 탑승기

* 이 글은 옛날 F-15가 처음 미공군에 도입될 즈음에 F-15 도입을 반대하였던 민간인 저널리스트가 F-15를 시승한 탑승기입니다. 리더스 다이제트스에서 전재하였습니다. 리더스 한국어판 원문을 수정없이 올립니다.

 "수리기(機)를 타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딕 앤더레그가 나에게 말했다. 앤더레그는 미 국방성에 근무하는 공군 소령이다.

  미국 공군이 공군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자체의 우수한 시설을 견학시켜 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는 미국이 독수리기 또는 F-15기로 알려진 신예 전투기 같은 보다 정교하고, 값비싼 무기를 갖추어 가는데서 빚어질 이롭지 못한 측면에 대해 기사를 썼는데 그 기사가 보도되자 공군측은 조종사들 및 다른 관계당국자들과의 면담을 몇 차례 주선하여 내게 독수리기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해 주었다. 언젠가 그런 면담이 끝날 무렵 나는 정말 그 전투기가 그렇게 대단한 것이라면 한번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공군 작전국장이 나를 앤더레그 소령에게 소개시켜 주었던 것이다.

 앤더레그 소령이 "대가"라고 말한 것은 바로 비행 전에 받는 일련의 검사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먼저 받은 것은 철저한 신체검사였다. 그 다음에는 메릴랜드주(洲)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항공생리 훈련"을 받았는데, 그것은 고성능 비행기에 탑승할 사람들에게 저기압과 산소 부족 때 신체에 일어나는 현상이 어떤 것인가를 알려 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 훈련에는 기압과 산소 상태의 조절이 가능한 시험실이 이용되었다.

  시험실 안에서 클라크 미턴 상사는 저기압이 귀와 체내의 가스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 주었다. 기압은 점차로 낮아져 대략 고도 1만 500m에서의 기압으로까지 내려갔다. 상사는 수술용 장갑을 주둥이에 씌운 항아리 하나를 보여주었는데 평균 해발 높이에서는 측 늘어져 있던 장갑이 해발 1만 500m가 되자 농구공 크기만 해졌다. 나도 뱃속에 마치 농구공 하나가 들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다음 미턴 상사는 산소부족 때의 여러 중증을 보여 주었으며, 나는 자신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었다. 시험실 안이 "고도" 7500m의 상태에 이르자 상사는 내게 산소마스크를 벗으라고 말하면서 작업표 한 장을 건네 주었다. 표의 왼쪽에는 덧셈 문제와 추리력을 요하는 항목들이 적혀 있었으며 오른쪽에는 단계별 증상들이 적혀 있었다. 문제를 풀고 또 느끼는 증상대로 난에다 동그라미 표시를 하는 일이었다. 30초가 채 지나기도 전에 계산이 계대로 되지 않았으며 1분이 지나자 나는 증상 항목 중 "현기증"과 "졸음"의 난에다 간신히 0표를 하고 있었다.

고무풍선 인간.
 그 다음 버지니아주(洲)애 있는 랭글리 공군기지에 출두했다. 비행기에 탑승하는 날 나는 산소마스크, 땀을 흡수하는 부드러운 면제 두건이 붙은 헬멧, 낙하산, 중력복 등을 지급받았다.

  중력복온 가슴에서 발목까지 덮이는 간단한 .내리닫이 겉옷으로 공기 주머니가 하복부와 넓적다리, 그리고 장딴지 부분에 달려 있었다. 전투기가 격렬한 작전에 들어가면 승무원들은 중력보다 몇 배나 더 큰 힘을 받게 된다. 중력복은 이 같은 힘이 신체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시켜 준다. 일단 F-15기 같은 초음속 전투기에 오르면 중력복을 공기주입기에 연결시킨다. 공기주입기는 높은 중력이 작용하기 시작하면 자동적으로 공기주머니를 팽창시켜 주게 된다.

"자 어떤 느낌이 되는지 좀 보시지요."

상사 한 명이 자전거 펌프를 사용하여 중력복에 공기를 넣으면서 말했다 옷에 달린 공기주머니가 부풀어오르자 나는 풍선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조인(鳥人)으로서 내가 받은 교육에는 비상탈출 훈련이라는 것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캔트렐 중위가 F-15기의 모의조종실이 있는 훈련용 격납고로 나를 데리고 갔다. 캔트웰 중위는 만일 고공(高空)에서 비상탈출하지 않으몀 안 될 경우,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지 몸을 뒤로 기대어서 자동장치를 작동시키는 일뿐이라고 말했다. 1만 5000M의 고도를 비행할 경우 비행기 밖의 기온은 섭씨 영하 54도 이고 산소도 아주 희박하다. 그 높이에서 밖으로 탈출을 한다면 그 사람은 고도 4000m에 다다를 때까지 마치 하나의 돌맹이처럼 떨어져 내려야만 한다. 이는 곧 약 6km를 그대로 낙하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거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3분이다. 그 동안에 소형 보조낙하산이 먼저 펴져서 의자가 뒤집혀지지 않게 바로 잡아 준다. 그 다옴 의자에 달려 있는 특수 감지장치가 제 시간에 주낙하산이 펴지도록 한다.

  비행 전 브리핑은 도널드 로스 대위가 했다. 로스대위는 다른 한 대의 F-15기를 조종하고 나는 토마스 바버중령의 뒤에 탑승키로 되어 있었다. 이 두 명의 조종사는 "플로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소련 전폭기를 가장한 두 대의 F-4 전투기를 요격하기로 되어 있었다. 플로거 기는 어떤 목표 지역, 예컨대 나토의 한 비행장을 향해 접근해 오는 것으로 가상되었다. F-15기의 임무는 바로 플로거 기 두 대를 그곳에 도달하기 전에 "요격"하는 것이었다.

 "누워서 떡 먹기로군."
 
마침내 F-15기에 탑승하러 가는 시간이 되었다. F-15기는 보통의 전투기 규모로는 큰 편이만 여객기에 낮익은 일반 사람들의 눈에 는 작게 보인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는 거의 말이 없던 바버 중령이 갑자기 생기를 찾아 무전으로 명령을 내리는 한편 이륙 점검을 해 나갔다. 곧 모든 준비가 끝났다.

  두 대의 F-15기 - 이번 비행에서의 호출신호는 스패드1과 스패드2호 - 는 활주로의 끝까지 나란히 나아가서는 활주로 위를 달리다가 평행을 유지한 채 이륙했다.

"사이가 얼마나 됩니까7"

 로스의 비행기가 손에 잡힐 만큼 가깝게 날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내가 바버에게 물었다. "두 비행기의 날개 끝이 3m 떨어져 있어요"라고 그가 대답했다. 1분정도 두 대의 비행기는 속력을 내면서 가파른 각도로 상승했다.

 "누워서 떡 먹기로군." 대서양 위를 날으면서 두 비행기 사이의 거리가 점차 멀어지는 것을 보고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대서양 상공에서 벌어지는 이 연습은 F-15기의 전자 및 레이다 장치가 어떻게 원거리의 적기를 탐지하며 또 그들을 격추시키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레이다 유도탄을 발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기 위한 것이었다. 비행속도는 시속 885km였지만 만사는 평온하고 순조로웠다. "적기"의 영상을 찾아내기 위해서 바버는 레이다외 관측관을 조절했다. 일단 영상이 잡히기만 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컴퓨터 비디오게임의 조작과 비슷하다. 바버는 자기가 격추시키고자 하는 목표물의 영상 위에 표적표시를 포개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목표물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레이다의 계기들이 그것을 알려 주게 된다. 모든 조건이 들어맞으면 유도탄 발사 단추를 누른다는 것이었다. 실전(實戰)메서라면 레이다유도탄이 발사될 것이지만, 이런 연습에서는 컴퓨터장치가 되어 있는 지휘본부에서 바버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신호만 받게 된다. 미사일이 목표물을 쫓아가서 명중시키면 레이다 스크린 위에서 목표물의 영상이 사라진다.

 이런 과정에 대한 바버의 설명이 끝났을 때 무전기에서 소리가 났다. 스패드1의 로프가 적의 플로거기들을 발견한 것이다. 공중전이 시작되었다.

 토하고, 숨쉬고, 또 토하고.
 
그 다음 45분 동안에 대해서는 더없이 어지럽고 고통스럽던 기억밖에 없다. 작전이 끝나고 나서 컴퓨터장치에 의해 당시의 상황이 재연되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나는 그 동안 돌아간 사태의 양상을 정연하게 회상할 수 있었다. F-15기들이 적기를 요격하기 위해 방향을 바꿨다. 적기들도 방향을 바꿨다. F-15기가 사정거리를 잡자 모의미사일을 발사했다. 모든게 계획대로 돼 나갔다.

 F-15기를 타는 일이 얼마나 신체적으로 힘드는 일인가 타 보고 나면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는 말은 미리 들은 바 있었다. 높은 중력이 미치는 영향이나 갑자기 진로를 바꾸는 것이 되풀이되는 데서 빚어지는 방향감각의 상실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떤 일과도 비교가 안 된다. 가장 높은 중력은 비행기가 급선회할 때 발생한다. 중력은 내가 마치 거인의 손아귀에서 쥐어짜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G(중력표시 단위) 5에서는 머리가 가슴쪽으로 찌그러지는 듯했다. G 6에서는 광대뼈에 붙어 있는 살이 턱쪽으로 잡아당겨졌다. 어떤 비행기의 조종사들은 9G 의 압력을 견뎌내면서 비행기를 조종하고, 목표물을 찾아 내고, 또 적기의 공격을 피해야 한다.

  지속적인 중력의 영향보다도 더 괴로운 것은 급선회였다. 정상적인 건강상태에서 비행을 시작했지만 작전 시작 20분 후, 나는 지독한 욕지기를 겪고 있었다. 바버가 로스에게 "좌로 90"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려 오곤 했는데, 그것은 비행기가 왼쪽으로 90도 급선회한다는 뜻이었다. 로스는 보다 더 간단히 "스패드 제로 원 활동개시"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적기를 향해 폭음을 내며 급강하한다는 뜻이었다.

  이륙하기에 앞서 상사 한 사람이 규칙을 일러주었었다.

"마스크 속에 토해 놓으면 선생님이 그것을 치워야 합니다. "

 한 차례 공격이 끝나고 다음 번 공격에 들어가기 전 비행기가 수평을 유지했을 때 나는 산소마스크를 벗기로 마음먹고, 마스크를 헬멧에 연결한 고리를 잡아당겼다. 나의 중력복 아래 부활에 달린 자루 속에다 앤더레그는 사려 깊게도 4개의 비닐주머니를 넣어 두었었다. 나는 시간에 맞춰 주머니 한 개를 꺼냈다. 비행 마지막 20분 동안 나는 양쪽 손을 동시에 조심스럽게 놀렸다. 왼손에는 산소마스크를 들고 이따금 호흡을 하기 위해 그것을 얼굴에 갖다 대었고 오른손에는 비닐주머니를 들고서 산소마스크와 교대로 얼굴에 갖다대며 토하고 숨쉬고, 그리고 또 토하고 숨쉬는 동작을 계속했다.

 독수리기 조종사?
 내가 그런 동작을 반복하고 있을 때 인터콤(기내통화장치)을 통해 바버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 비행기가 할 수 있는 것을 전부 보고 싶소 ? "

  "조, 조‥‥좋아요." 기왕 내친 걸음이고, 또 방금 결심한 대로 그놈의 전투기를 다시는 타지 않을 테니까 모든 쇼는 다 구경해 둘 속셈이었다.

 우리는 위로 올라갔다. F-15기는 무게가 약 1만8000kg이다. 두 개의 엔진은 각각 1만kg씩, 도합 2만kg의 추진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추진력과 중량의 비율로 보아서 F-15기는 수직상승 비행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비행을 계속하며 속력을 더 낼 수도 있다. 바버는 이 같은 "수직비행 기술" 중 몇 가지를 나에게 보여 주었다. 우리는 불과 몇 초밖에 안되는 것 같은 순간에 고도 4500m에서 1만1500m까지 상승했다. 다시 하강했다가 다음에는 거의 수직으로 곤두서서 올라갔다. 수직상승 비행의 막바지에서 바버는 비행기를 완전히 거꾸로 누이더니 다시 거의 수직으로 급강하했다.

 마침내 마지막 교전의 시간이 왔다. 이 교전에서 두 대의 F-15기는 플로거기들을 뒤쫓아 근거리 사정권에서 그들을 격추시키도록 되어 있었다. 여기에는 가장 괴로운 비행이 요청되었는데, 조종사들이 갖추어야 할 조건 중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케 해주었다. 보통의 기준으로 활 때 나의 시력은 아주 좋은 편이다. 그러나 로스와 바버가

  "저기 적기의 비행운이 보인다"

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내 눈에는 파란 하늘밖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적기가 보이지요? 적기가 보이지요?"

  바버가 계속 물었다.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는 적기에 바짝 가깝게 접근해 갔다.

 그제서야 나는 옆에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까스로 알아볼 수 있는 작은 비행기 한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적기를 또 한번 격추시키고 나서 스패드 1과 스패드 2는 기수를 돌려 기지로 향했다. 비행에 앞서서 공군의 한 사진사가 비행기쪽으로 걸어가는 미소 띤 이 방문객의 사진을 수없이 많이 찍었었다. 우리가 착륙했을 때 그 사진들은 이미 인화가 되어 액자에 끼워져 있었는데 거기에는 나의 새로운 신분을 축하하여 "독수리기 조종사"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조종실에서 비틀거리고 나오자 이 "비행 전"의 사진과 필름을 누군가 내 손에 꼭 쥐어 주었다. 바로 그 사진사가 이번에는 비행복이 온통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죽을상이 된 "비행 후"의 내 모습을 찰칵찰칵 찍고 있었다. 그 사진과 필름은 자비로운 공군의 수중에 남아 있다.

 그날 하루 동안 나는 F-15기에 대해서 전에 알지 못했던 것을 배운 것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 비행기들을 조종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분명히 무엇인가를 배웠다. 여러 달 동안 나는 조종사들과 비행기 설계자들이 기술상으로 더없이 정교한 이 무기에 있어서도 흔히 기계 자체보다 그것을 조종하고 정비하는 사람들의 정신과 기술과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말을 들어 왔었다. 정비사가 성실치 못할 경우 재난을 당할 기회가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또 조종사들이 견뎌 내야 하는 고된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대강 보고 난 다음에야 나는 전에 들었던 말들의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공군은, 나의 경우, 그들이 다루는 기계에 대한 신뢰도를 심어넣어 주려고 한 점에서는 실패했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믿음은 오히려 기계를 조종하는 사람들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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