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화 군대 (Digitized Force) *

 미군이 사용하는 고유명사로서의 군의 디지털화(Digitized Force)의 개념을 간단히 요약하면, 디지털화된 지휘통제 및 전투 수단을 통하여 실시간 지휘와 신속한 작전속도를 달성하여 전투력을 극대화해서, 궁극적으로는 한차원 앞선 교리를 실현하여 전승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장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Digitized Force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은 지휘계통 및 유닛간의 디지털화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옛날 군대에서는 보병이 포병에게 화력 지등 요청을 하려면 무전으로 포대를 부르고 지도에서 좌표를 읽어서 불러주면 포대의 무전병이 받아 적어서 그 좌표를 가지고 사격 제원 산출하고 등등....의 작업을 수행한 다음 사격을 한다. (포병출신이 아니라 구체적인 프로시져는 잘 모르지만, 이를테면 이런 식이라는 것이다.) 반면, 디지털화된 군대에서는 보병이 가진 네트워크 장비에 표적의 좌표를 마우스로 클릭하면 같은 네트워크상에 있는 포대의 네트워크 장비에 그 정보가 즉시 공유되고, 그 데이터에 따라서 자동으로 사격 제원을 산출해서 사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간차를 이용하여 아군 포대는 적의 대포병 사격이 날아오기 전에 진지 변환을 할 수 있게 된다. (지휘 통신망이나 포대의 디지털화가 개별적으로만 이루어지면 이러한 효과를 최대화할 수 없고, 기존의 군대와 엇비슷한 결과만 가져오게 된다. 그래서 "시스템"을 바꾼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제대간, 병과간, 부대간, 유닛간 디지털화된 네트워크 망을 통해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그를 통해 전투에서의 불확실성을 가급적 줄이고 실시간 지휘를 할 수 있게 된다. (최소한 그것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서 또 필요한 것이 전장 감시수단이다. 단순히 일선 보병이나 일선 전차로부터 정보를 얻는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총량은 기존의 군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고 단지 정보전달 방법과 속도만이 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미군은 각 제대 단위로 운용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무인 감시수단을 개발 및 운용하고 있다. 위로는 프레데터나 글로벌 호크 등의 대형 무인기에서부터 아래로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무선 조종 비행기까지 모두가 이런 전장 정보 수집 수단에 속한다. (미군이 겉보기에 장난감같고 별 쓸모 없어보이는 무인 전장 감시수단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하는게 이때문이다.)

 물론, 이런 전장 감시 수단이 있더라도 아날로그 군대의 기존의 무선망 체계로는 얻어진 정보를 적절히 수집 관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전장 감시수단의 효율성이 그만큼 떨어지지만, 디지털화된 군대에서는 개별 전장 감시 수단에서 얻어지는 정보들을 디지털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효과적으로 통합 관리하고 그 통합된 정보를 지휘통제에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쉽게 비유를 하자면, 스타크래프트 시작하자 마자 옵저버 100마리 띄워놓고 게임하는 것과 비슷하다. (예하 유닛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지휘부의 관점으로 볼 때 스타크래프트 게임 플레이는 디지털화된 군대의 지휘기법과 개념상 유사하다.) 그만큼 더 빠르고 확실한 전장정보를 통해서 지휘통제의 우위를 얻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군대를 스타크래프트에 비유하자면, 오버로드나 옵저버 하나도 안띄우고 정찰 유닛도 안보내면서 적의 유닛 이동이 1분 늦게 전략맵에 표시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 두명이 싸우면 누가 이길지는 안봐도 뻔할 것이다.

 그러면 또 이것이 전부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이것이 전부라고 하면, 실제 전투에서의 결과에 따라서 전황이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불분명할 것이다. 즉, 맵핵한 스타크 초보가 맵핵 안한 프로 게이머한테 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지휘통제의 수단이 효율적이 되면 약간의 유리성은 더 생기겠지만 그것이 반드시 승리와 직결된다고 단언하지는 못한다. 지휘통제는 지휘통제일 뿐이고,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전투의 승리에 얼마나 기여하는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털화 군대의 개념은 이러한 효율적인 지휘통제 수단을 통한 작전 교리의 발전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91년 걸프전 당시, 미군 기갑부대들은 기동전을 펼치긴 했지만 시간별, 날짜별로 공격 범위와 위치 등을 세심하게 통제받으면서 부대 기동을 했고 부대간의 측면 접촉 유지를 여전히 중요시했다. 즉, "선형 전장"을 유지하였다. 지휘계통에서 선형 전장을 유지해서 부대간 측면 접촉을 유지하는 것은, 제한된 만큼만 적정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적의 기습적인 돌파로 아군의 측면이 노출되거나 부대간 간격이 돌파당할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러한 "예기치 못한 경우"를 대비해서 아무리 모자란 병력중에서라도 조금이라도 예비대를 두게 된다. 그래서, 1개 군단이 공격을 한다고 하면, 예비대 빼고 측면 엄호를 맡은 부대 빼고 하면 실제 공격 주력은 절반이나 1/3정도까지 밖에 안남는 일이 벌어진다. 선형 전장에서는 부대의 전투력을 상당부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03년 이라크전에서는 걸프전에 투입된 것보다 더 적은 병력이 걸프전때보다 더 넓은 전장에서 싸워 승리했다. 몇몇 군사평론가들이 지적했듯이, 기존의 작전개념으로는 병력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다. 그러나 군사평론가들이 근본적으로 틀렸던 것은, 그들이 기존의 선형 전장의 관점에 머물러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황 지도를 보면, 선봉이었던 3사단이나 해병 원정군 등은 측면 접촉을 거의 유지하지 않고 점단위의 부대로 기동하면서 싸웠다. 그래서 해병대의 우익과 3사단의 좌익에는 별다른 측면 엄호부대가 배치되지 않거나 과거에 비해 매우 약한 전력의 차장 부대가 측면 엄호 역할을 했고, 3사단과 해병대간에는 부대간 측면 접촉도 사실상 없었다. 이는 부대의 측면을 몸으로 막지 않고 우세한 전장 정보와 지휘통제 체제를 통해서 측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결과, 측면 엄호병력이 절약되고 막상 적과 전투를 벌일 때에는 여전히 대등하거나 우세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점단위로 빠르게 움직이는 부대를 더욱 효과적으로 지휘하는데 위에 설명한 디지털화된 감시 및 지휘통제 수단이 쓰이는 것이다. 물론, 03년 이라크전에서는 아직 완전한 디지털화가 되지 못하였고 교리 전환의 과도기적인 상황이었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하지만, 03년 이라크전은 디지털화 군대를 통해서 미군이 추구하는 장차전의 형태를 어느정도 엿볼 수 있는 전쟁이었다. 즉, 91년 걸프전과 03년 이라크전의 차이는 M1전차가 M1A2로 바뀐 것만큼의 차이가 아니라, 교리 자체가 판이하게 달라진 전쟁이었다.


우수한 정보력과 지휘력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전장의 변화

 군의 디지털화는 공책 새로 사야되는데 줄 없는 노트살까 줄그어져 있는 노트 살까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넓은 관점에서 미군의 새로운 교리인 FORCE XXI을 실현하는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FORCE XXI은 간단히 말하자면 대량 소모전을 전제로 한 기존의 미군의 공지전투 교리에서 한발 나아가 소수의 병력을 첨단화된 지휘통제 하에서 조기에 신속하게 운용하여 전승을 추구하는 개념이다. 흔히 이런 개념을 럼즈펠드 독트린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럼즈펠드 개인이 지어낸 것이 아니고 이미 80년대 중반부터 공지전투 교리를 대체하는 신 개념으로 체계적으로 연구발전되어온 것이다. 그리고 럼즈펠드는 그 새로운 개념을 강력히 지지 후원하고 03년 걸프전에서 그것을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책임자였을 뿐이다.

 FORCE XXI은 더 길게 얘기하는 것은 당초 논지에서 좀 벗어나는 것 같으니 더 깊은 내용은 생략하고, 구체적인 장비 면에서 군대의 "디지털화"의 중추는 개별 유닛 부품의 디지털화(물론 이것도 어떤 부분들은 군 디지털화의 필수 요소이긴 하지만)라기보다는 FBCB2(FORCE XXI BATTLE COMMAND, BRIGADE AND BELOW; Force XXI 교리용 여단급 이하 전투 지휘 장비)라는 유닛 장착 무선 네트워크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비는 험비에서부터 M1전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닛과 보병 단위부대에 장착이 되고, 이를 통해 "디지털화된 지휘통제"를 수행하게 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장비는 명령 및 데이터 입출력 기능이 있는 게임의 "전략맵"과 비슷하다. 즉 일선 유닛들은 이 장비를 통해 자신이 직접 보고 듣는 것 이상의 넓은 전장 정보를 얻을 수 있으므로 더 정확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한 행동을 할 수 있고, 상급 제대에서는 이 FBCB2 장비를 통해 전장에서 수집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종합해서 관리할 수 있어 역시 더욱 정확한 실시간 정보를 토대로 지휘를 할 수 있게 된니다. 물론 이 장비를 통해 부대간 의사소통이나 표적 좌표와 같은 디지털 정보의 교환도 할 수 있다. 이정도면 지휘계통의 디지털화라는 것이 소대장끼리의 채팅이나 여단 참모끼리 화상 회의 하는 것 이상의 개념이라는 것이 충분히 설명될 수 있으리라 본다.


FBCB2 장비

 M1A1 전차의 Dizitized Force용 개량형은 기본 제원은 그대로인데도 가격이 거의 두배로 뛴다고 한다. 군대의 디지털화라는게 단순히 지휘관들 조금 더 편하자고 하는 것이라면 전차 두대 살 돈으로 한대 사는 짓은 돈많은 나라의 허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넓은 관점에서 군대의 디지털화를 통해서 추구하는 이익이 그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전차 한대에 두배의 가격을 감수하면서 미군에서 군대의 디지털화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약간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미군은 본질적으로 해외 원정군이기 때문에 그 특성상 전투력을 정예화할 수밖에 없다. 미군의 디지털화는 이런 제한된 전력의 정예화를 달성하기 위한 측면에서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이 된다. 산업화 시대의 하드웨어적인 관점(주포 구경, 방어력 등과 같은)에서 보자면 91년 걸프전 당시의 미군이 이미 거의 사실상의 최고치에 가까워 있었고, 그 이후로는 주어진(제한된) 전력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강력한 전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고 군의 디지털화가 그를 달성하는 주된 수단 중 하나인 셈이다.

[부연 -참고 자료 소개]

 이곳으로 가면 동영상을 포함해서 디지털 전장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자료들이 있다.
 이 페이지는 미 육군 공식 사이트의 일부로서, M1 계열 전차나 M2 브래들리 등의 현재 기갑전력 체제 이후의 차세대 전투차량 체계인 FCS 계획을 소개하는 페이지이다. 그런데 FCS 계획은 디지털 전장을 전제로 하는 FORCE XXI 교리를 구성하는 일부로서의 의미가 있어서, 이곳에 나온 장차전의 모습을 소개하는 내용들에 FORCE XXI 교리하의 디지털 전장에서 쓰일 장비와 전투 방식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 Media 부분에 있는 동영상들이 장차전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동영상들에서는 개별 유닛들의 특징보다도, 전장 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전달해서 지휘관의 결심에 도움을 주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가는가 하는 전체적인 체계 위주로 감상하면 미군이 추구하는 장차전의 형태를 이해하는데 좀더 도움이 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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