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산기지 원정기 *

 전날까지 멀쩡했던 하늘이 깊은 밤중부터 폭우를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폭우는 아침 8시의 국제 전자센터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전투기 이착륙 관람이 행사 일정에 들어있었던지라, 하늘을 어둡게 만들고 있는 짙은 먹구름은 견학단 참가자들의 가슴도 어둡게 만들었다. 그나마 시뮬레이터 탑승 행사는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날씨에 상관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작은 다행이었다. 작년처럼 시뮬레이션 대회 입상자 특전이 T-41 탑승이었다면 스케쥴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형편이었으니 말이다.

 08시의 출발 시각을 지키지 못한 사람들을 조금 기다리다가 10분경에 국제전자센터를 출발 하였다. 그런데, 버스가 인터체인지를 그냥 지나쳐서 출발지인 국제전자센터로 다시 돌아왔다. 국제전자센터에 늦게 도착한 사람이 안내장교분께 연락하여 버스가 출발지로 회차한 것이었다. 여러 명을 태우고 가야 하는 행사 버스를 개인용 콜택시로 착각한 듯 했다. 두 명을 더 기다리고 나서 원래 출발 시각보다 30분여 늦게 출발하였고, 이는 결국 하루 스케쥴 전체가 틀어지는 하나의 큰 원인이 되었다.  서산으로 가는 도중 구름이 조금씩 옅어져 이착륙 관람을 할 수 있을까 조금의 기대를 해보았지만, 저녁때까지 비가 오다가 잠깐씩 그치는 날씨가 계속되었다.

 서산 기지에 도착하여 정문에서 각자 오신 분들과 청주에서 출발한 버스와 합류하였다. 전체 견학 인원은 50명이 조금 넘었다. 강당으로 가서 계획처장님의 인사말씀을 듣고 비행단 소개 비디오를 시청하였다. 원주 기지 방문 행사에 갈 때도 항상 강당의 부대 소개 비디오 시청이 꼭 들어있는 것으로 보아 모든 부대의 표준 견학 스케쥴의 일부인 것 같았다. 이진성님은 이 비디오를 보고 예비군 훈련 입소때 보는 비디오 풍이라고 평가를 하였다. 성우도 그런 비디오에 나오는 분이었다.

 강당에서 나온 후 전체 견학인원이 두 조로 나뉘어 두 개의 버스에 각각 타고 비행단 견학 일정을 시작하였다. 가장 처음 간 곳은 야전 정비 격납고였다. 정비 중대장님의 간단한 소개를 듣고, 정비를 끝내고 재조립을 거의 마친 KF-16을 가까이서 관람하였다. 촬영을 할 수 있었으면 가까이에서 디테일한 부분들을 촬영하여 스킨 작업할 때 자료로 쓸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으로 출판된 디테일 업 사진 자료를 보는 것과 실제 기체를 가까이에서 보는 것과는 기체 형태를 이해하는데 또다른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나서 조종사 비상 대기실인 Alert로 갔다. 예전에 원주 기지의 Alert를 견학해본 적이 있었다. 내부 시설은 두 곳 다 같았다. 조종사 한 분께 Alert와 임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듣고 나서, 바로 옆에 출격 대기중인 공대공 표준 무장을 한 KF-16을 가까이서 관람하였다. 한 분의 조종사께서 비행기 주위를 돌며 무장 등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고, 다른 조종사분들도 여러 분 나오셔서 친절하게 질문에 답변을 해주시기도 하고 견학 인원을 콕핏에 직접 앉히며 콕핏 내부를 설명을 해주시기도 하였다.

 다음 이동한 곳은 또다른 이글루에 전시된 무장 전시장소였다. Mk-82, 84, GBU-12, 24, CBU-58, AGM-88, HARPOON, AIM-120등의 무장이 전시되어있었고, 무장 중대장님께서 친절하게 각 무장에 대한 제원 소개를 해주셨다. 그리고 함께 전시되어있는 KF-16의 조종석을 관람하였다.

 ***(자체 보안성 검토상 생략) 비행대대로 이동하였다. 비행대대 건물은 여느 신형 군 건물이나 마찬가지로 모두 표준화되어 똑같은 것 같았다. 예전 블랙이글팀에 계시던 김일환 소령님과 2회 시뮬레이션 대회 심판을 맡아서 안면이 있던 분 등 몇분의 아는 분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브리핑실에 가서 조종 장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대대 소개 비디오를 보았다. 대대 소개 비디오는 부대에 들어와서 맨 처음에 보았던 비행단 소개 비디오보다 훨씬 흥미로웠는데, 훈련 비행을 담은 HUD 테입 화면도 조금 들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ACM 기동이었고, 다른 하나는 야간 공대지 공격 장면이었다.

 나레이션에서 아군기간 협조하여 적기를 공격하는 공중전투 기동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나오면서 HUD 테입이 나왔다. (이하 이탤릭체는 보면서 생각한 내용)

'음 그럼 3기 ACM 정도 되겠네'  

 HUD 수치를 보니 25,000 피트 정도의 고도에서 좌로 60도정도의 뱅크로 선회하고 있었다.

'저건 Support Fighter겠구나. 이제 곧 Engaged Fighter로 역할 변경을 하겠지'

 역시 곧 HUD 테입의 주인공은 ACM Bore 모드로 6-7G가량으로 강하 선회를 하기 시작하였다.

'저런 때에는 Bore 모드보다 10x60 모드를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적기가 곧 화면에 나오겠군'

 고도가 2만피트정도에 이르자 화면의 위쪽에서부터 표적이 화면에 들어오고 락온이 되고 무장이 발사되었다.

다음 HUD 테입에서는 LANTIRN 장비를 이용한 야간 저고도 공격 장면입니다라는 나레이션이 나왔다.

'야간 저고도 공격이면 Direct Pop-up이겠구나'

 HUD 테입에서는 표적을 CCRP로 락온한 상태에서 저고도로 비행을 하고 있었다.

'우리 대대 제원은 5nm에서 팝업을 시작하는데 여기서는 어떠려나...'

화면의 항공기는 5.2nm 거리가 되자 steering line을 HUD 중앙에 정렬한 채 팝업을 시작하였다. 녹음된 목소리에서는 4.5G를 맞추고...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비행기는 4.5G로 30도 상승을 하였다.

'한 6000-7000 피트쯤에서 배면으로 뒤집으려나?

비행기는 6000피트에서 반전하여 강하를 시작하였다.

'그래 이제 CCIP로 바꾸는거야' 이런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흥분하여 FLCS의 S1 버튼을 누르는 손동작을 하였다.

역시 HUD는 CCRP 모드에서 CCIP 모드로 바뀌고 조종사는 피퍼를 표적에 올려놓고 무장을 발사하였다.

 그리고 무인도에 대한 GBU 투하 훈련의 테입도 나왔다.

 대대 소개 비디오가 끝 난 후 약간의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조종사 한 분이 브리핑실 앞에 나오셔서 친절하게 여러 질문에 답해주셨다. 활달하고 붙임성 있어보이는 좋은 이미지의 대위님이셨다. 그 분 말고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다른 조종사분들도 여러 질문에 친절히 답해주셨다.

 브리핑 실에서 나와서는 대대의 다른 방에 있는 UTD 장비를 구경하였다. 한분이 장비를 소개해주시고 시뮬대회에서 심판을 맡으셨던 조종사분께서 적기를 요격하는 시범을 보여주셨다. 지상 텍스쳐는 팰콘의 텍스쳐와 비슷해 보였고, 하늘은 그냥 2D 파일로 배경처리가 되어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해보였다. 잠시동안의 요격 시범이 끝난 후, 견학단중에서 한 명이 뽑혀서 직접 탑승을 해볼 수 있도록 해주셨다. 나는 어차피 오후에 더 비싼 장비를 탈 예정이었으므로 뒤로 물러나서 김일환 소령님과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던 중 아까 브리핑실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시던 대위분이 오셔서 LANTIRN 패치를 주셨다. (감사합니다^^) 우리 조에서는 한두 명만 UTD를 타보았지만, 다른 조는 여러 명이 타볼 수 있었다고 했다.

 영외자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 시뮬레이터실로 향했다.
 우선 장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받고, 컴퓨터실에서 운용 컴퓨터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컴퓨터 케이스를 겉에서 쳐다본다고 무슨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지만 하여튼 컴퓨터 장비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 설명 듣느니 탑승할 사람들 1분이라도 더 태워주든지 지상 교육 좀 더 시켜주는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실에서 나와서 일반 견학인원들과 시뮬레이터에 탑승할 입상자들이 별도로 나뉘어 탑승을 시작하였다. 지상 교육이나 비행 브리핑이 조금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컴퓨터 껍데기를 쳐다보면서는 많은 설명을 하고 정작 콕핏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탑승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먼저 탑승했던 사람들이 이러이러하더라는 얘기를 뒷사람들에게 전달해주며 탑승을 하였다.
 원래 계획된 시간은 20여명에 대해서 2시간 30분이었으므로, 1인당 10분에 못미치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었다. 그런데, 홈지기가 첫 탑승을 하고 났을 때 계획에 없던 일이 발생해서잠시 탑승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잠시 탑승을 못한다는 말에 혹시 홈지기가 타다가 뭐가 고장이 났나 걱정했으나, 다행히 그런 문제는 아니었다-_-;

 시뮬레이터를 잠시 탑승하지 못하는 대신, 탑승자들은 다른 건물에 있는 ACMI 분석실로 이동하였다. 그곳에서는 ACMI 시스템에 대한 소개와 필름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중에 느낀 바로는, 시뮬레이터에 단 몇분동안 수박 겉핥기식으로 앉았다 일어나는 것보다 차라리 그게 더 재미있었다.
 샘플로 돌아가는 ACMI 파일에서는 3기 ACM 셋업이 실행되고 있었다.

'익숙한 장면이군 음헛헛...

고도나 시작 셋업 제원이 3166 대대에서 할 때와 대동소이하였다. (당연한가-_-?) 그런데, 필름을 보고 있다가 뜨악~~~~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못하는 것이었다-_-;;;
 방어기인 #3은 일정G로 레벨턴을 하는 기본 ROE였다. 여기서 처음 Engaged Fighter가 되는 #1은 BFM 셋업에서와 마찬가지로 고도우위를 속도로 변환하며 증속하여 에너지 우위를 유지해야 하는데 필름에 나오는 #1은 기동이 시작되자마자 방어기의 선회원 중심으로 지나치게 붙으며 타이트한 강하선회로 리드 추적을 하여 적기의 후방을 곧바로 물고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첫 강하에서 방어기의 후방을 물어 사격을 할 때의 속도가 거의 300노트 이하로 떨어져있었다.

'저러면 추후 기동이 될 수가 없는데...-_-;;;'

그리고 한두 번의 역할 변경이 있은 후에는, #2 역시 에너지 유지에 실패하여 오히려 방어기보다 낮은 고도에서 저속으로 겨우 다른 기체들을 쳐다보면서 헉헉거리고 있었다...-_-;;;;;;

'저 위치에서는 support 역할을 할 수 없는데...ㅜ.ㅠ'

 마치 우리 대대에서 ACM 처음 할 때 감 안잡혀서 허둥대고 실수하던 것과 너무나도 똑같았다-_-; 실수하는 패턴도 실기와 게임이 서로 비슷한 것을 보니 좀 웃기기도 했다. 우리 대대에서는 저런 식으로 비행하고 나면 디브리핑 분위기 썰렁해지는데 저 비행에서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기는 게임보다 훨씬 힘들테니까...하면서 이해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그림 잘 나온 필름을 보여줬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혹시 못 알아볼거라고 생각하고 아무거나 틀어주셨는지도...)

 실제 ACMI 화면은 팰콘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고 간단한 폴리곤 도형으로 묘사되는 Window용 팰콘 ACMI 필름 뷰어와 좀 비슷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기능면에서는 팰콘에서와 대동소이했다. 정말 친숙해보였다^^ ACMI 분석실에서도 설명을 하신 조종사분께서 기타 여러 질문을 받아서 답변해주셨는데, 그곳에서는 왼쪽에 있는 관람객이 질문을 하니 오른쪽에 있는 관람객이 답변을 하여 조종사분이 허탈해하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시뮬레이터 탑승이 재개되었는데, 3-4명정도 탑승을 하자 예정되었던 4시가 다 되어 버렸고 입상자들이 당일에 모두 탑승해야 했으므로 우여곡절 끝에 한시간정도 계획시간을 넘겨서 계속 탑승이 이루어졌다. 계획 시간이 초과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많지 않게 주어져있던 개인별 탑승 시간이 더 짧아져 채 스틱감을 잡아볼 시간도 없이 내려와야 해서 많은 탑승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 행사가 시간을 넘겼기 때문에 나중에는 이후 시간에 탑승하기로 계획되어있던 조종사분들이 왔다가 그냥 돌아가야 하셨다. 여하튼 시뮬레이터 통제교관님은 퇴근시간이 다 될 때까지 많은 인원을 탑승시키는데 노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행사 전반에 걸쳐서, 많이 보이니까 더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HUD 테입에 나오는 ACM 장면, Direct Pop-Up 장면, 그리고 ACMI 필름의 3기 ACM등등은 비록 게임으로지만 늘 하는 것이다보니 너무도 익숙하게 보였고 상황이 잘 이해가 되었다. 실제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늘 말해왔지만, 실질적으로 그런 효과가 있구나 하는 것을 체감하는 것은 또다른 이색적인 느낌이었다. 소개하는 HUD 테입이나 ACMI 필름들의 상황이 눈에 들어오니, 일반적인 견학의 기준에서 간략한 소개로 지나치는 것보다도 HUD 테입이나 ACMI 필름을 좀 더 많이 보여주면서 게이머들과 조종사분들간에 좀더 깊이있는 질문/답변이나 토론을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실기의 기록들을 보니 비행 욕구도 생겨 그동안 뜸했던 대대 비행도 본격적으로 어서 다시 올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정식 한소티로 시뮬레이터를 탔던 것이 아닌 이상, 시뮬레이터를 잠깐 타서 조작을 해보았다는 것보다도 하루의 견학 일정 중 이런 기록 필름들을 보고 느낀 흥미가 홈지기에게는 오히려 더 크게 남았다. 사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고가의 시뮬레이터를 탑승했지만, 많은 인원이 제한된 시간 내에 모두 한번씩 타야 하다보니 실제 올라가서 해볼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고가의 장비를 개방한 효과가 그를 위한 여러 주최측 분들의 준비 노력에 비해 기대에 못미쳤다고 생각된다. 시간관계로 고가의 장비를 타고서 해보았던 과목들이 정작 UTD로도 해볼 수도 있는 정도의 내용이라, 그랬을 바에는 차라리 UTD라도 좀더 많이 타볼 기회가 주어졌더라도 좋았겠다 싶었다.

 돌아오는 길에도 여전히 비가 그치지 않았다. 이후에 행사가 있을 때에는 가급적 하늘이 날씨로 태클거는 일은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기념으로 받은 시뮬레이터 운영팀 스티커는 TQS에 고이 붙였다.

 논단 메뉴로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