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게임의 추억 *

  예전에 게시판에서 언뜻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PC 시뮬레이션에 발을 들이기 전에 자작 워게임을 즐겼던 적이 있습니다. 1:35 스케일 모형을 이용하여 자와 2개의 주사위로 이동과 명중률을 계산했던 게임이었죠. 중학교 시절에 1:35 스케일모델을 가지고 놀면서 스토리라인을 자의적으로 만들어서 노는 것에 싫증을 내고 객관성 있는 전투진행을 하고자 해서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하였고, 형이나 저와 취향이 비슷한 몇몇 친구들과 함께 즐기기도 했었습니다. 84년도에 처음 만들어지고 계속 꾸준히 개정이 되어 최종판인 "제5호 War Simulation"은 90년도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비대해진 병력 규모(전차 19대와 병력 650여명)로 게임을 치를만한 마땅한 시간과 공간이 부족했고 워게임 규정 자체도 정교하다 못해 복잡해져서 제 스스로도 규정을 찾아보면서 시행해야 하는 어려움끝에 자연스럽게 PC 시뮬레이션쪽으로 발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도 1:35 스케일 모델은 아니지만 비슷한 류의 모형과 주사위를 이용하는, 제가 만든 워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의 워게임 취미 장르가 존재하는 것 같더군요.

 모형들은 소장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1/3정도만 남기고 동네 아이들에게 주어 버렸지만 자료는 아직 그대로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규정집 이외에도 편제표, 인원 명부, 자체 워게임 연례 보고서, 전투 상보, 전술 연구집등이 노트 여러 권에 남아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워게임을 만들고 즐겼던 이유는 그때 당시 워게임을 즐기던 목표도 시뮬레이션을 즐기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가상 체험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지요. 군사학 서적과 전사 서적들을 읽으면서 역사에 참여하고픈 소망과 전투지휘를 해보고 싶은 욕구를 그런 식으로 풀었었습니다. 이때 당시의 체험들도 실제 전쟁을 이해하는데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고 되새겨집니다. 프라모델 갖고 놀면서 무슨 실제 전쟁을 이해하냐고 하겠지만, 워게임 규정을 나름대로 현실을 반영한 데이터와 객관성에 입각해서 만들었고 군사학적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게임을 진행하려고 했기에, 구체적인 전술 테크닉에 대해서라기보다도 일반적인 용병원리들을 고서적에서 꺼내어 경험법칙화할 수 있는 수단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경험능력은 스타크래프트를 통해서도 일정부분은 얻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니까요. 사실 그때 당시 자작 워게임에서 얻은 경험능력이나 기반 지식 등은 PC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 자작 워게임을 하던 당시의 지휘관으로서의 관점과 별다를 것 없는 시각으로 클로즈 컴뱃도 즐기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었다면 그 워게임이나 다른 전쟁게임 아이디어들을 PC 게임으로 만들었을텐데 프로그래밍에는 일체 손을 대지 않아서 그렇지는 못하고 그냥 즐기는 사람으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래머가 되었다면 아마 제네럴 류의 턴방식 워게임이나 클로즈컴뱃 같은 게임의 제작자가 되었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뭐 다 지난 얘기고 그냥 몇몇 아이디어들만 습작으로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옛 추억삼아 당시의 워게임 규정집을 스캔 이미지로 올려봅니다. 원래 아래에 스캔된 "제 5호 War Simulation" 규정 이외에도 짧은 항목들로 구성된 "4-3호 지뢰 조항", "4-4호 헬기 및 낙하산 조항" 등이 보조 규정으로 있으며, 지상전 규정인 제 5호 본 규정 이외에 본 규정과 거의 비슷한 분량의 "5-1 Air Simulation" 규정과 "5-2 레이더 조항" 등의 규정이 더 있었습니다만 편의상 본 규정만 올립니다.

 그럼 이제부터 스캔 이미지의 압박 들어갑니다...

 

 

구작 메뉴로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