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로파이터 타이푼 데몬스트레이터 탑승기 *

* 2013년 12월호 월간항공에 기고했던 2013년 ADEX 행사장에 나온 유로파이터 타이푼 데몬스트레이터 취재 기사입니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기종이었던 유로파이터. 다행히 필자가 지난 서울 ADEX 에서 타이푼 데몬스트레이터 체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2년 전에 열렸던 2011 ADEX 기간을 전후해 F-15SE 조종석 데몬스트레이터와 F-35 데몬스트레이터를 체험한 적이 있다. 이번 타이푼 데몬스트레이터 체험으로 F-X 3차 사업에서 경쟁하고 있는 세 기종의 데몬스트레이터를 모두 체험했다.

유로파이터 비행 특성 반영
체험 당일, 먼저 타이푼 시험비행조종사와 유로파이터 홍보 팀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후에 필자가 시뮬레이터를 탑승 해보는 순으로 진행했다
. 우선 영국군 출신 타이푼 시험비행조종사인 폴이 해당 장비의 성격을 설명했다. 이 장비가 실제 전투기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뜻하는 피델리티(Fidelity), 즉 충실도가 실제 비행기에 비해서 80~90% 정도이고 윈도우 기반으로 구동되는 단순하게 만든 마케팅 목적의 데몬스트레이터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덧붙이자면 필자가 전에 체험해보았던 보잉과 록히드 마틴의 조종석 체험 장비도 이와 같은 개념으로 마케팅 행사에 가지고 다니는 데몬스트레이터였다. 데몬스트레이터로 무엇을 해보고 싶냐고 묻는 그의 질문에 시간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타이 푼의 뛰어난 성능을 체험할 수 있는 가급적 많은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마케팅 목적의 장비이기 때문에 필자로서는 기체 자체의 성능도 성능이지 만 이 마케팅 장비를 통해 유로파이터 측이 고객에게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도 하나의 흥미의 대상이 되었다.

조종석에서 처음 받은 느낌은 조종석 구성이 비교적 “전통적”이라는 것 이었다. 보영 F-15SE F-35는 모두 일체형 대형 다목적 디스플레이가 조종석의 특징이고, 그 점이 조종석에서 자랑하는 요점 중의 하나였다.

반면 타이푼 조종석은 기존의 4세대 기체들과 비슷하게 3개의 다기능 디스플레이(MFD)와 보조계기들로 구성돼 있다. F-16급과 다른 점이라면 MFD 이외의 다른 보조계기들도 모두 디지털 화면으로 되어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MFD 자제도 컬러 스크린으로 되어 있어 레이더와 무빙 맵, 그리고 각종 페이지들의 정보를 컬러로 보여준다는 차이가 있었다.


 
타이푼의 조종석 내부 계기는 전통적인 모양새로 3개의 MFD가 그 중심이다.

펼지는 98년도 서울 에어쇼 당시에 유로파이터 타이푼 홍보 부스에서 조종석 콘셉트 소개행사를 참관하는 기회를 얻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레이더에서 적아 식별 정보가 컬러로 구분되어 표시된다든지, 데이터링크 정보들이 레이더 정보와 융합되어 표시된다든지 하는 기능들이 무척 새롭고 미래적으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15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겉으로 보기에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보였다. 물론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성능상의 개선점이 있겠지만 조종석 데몬스트레이터가 그러한 세부 성능의 차이를 파악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고, 데몬스트레이터에서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조종석 자체의 구성에 한해서 말하자면 새롭다기보다는 익숙하다는 느낌이었다.

실제 체험은 이륙부터 시작을 했다. 옆에서 필자에게 설명을 해줬던 조종사 폴은 이륙 직후에 몇 초긴 기다린 후 기제를 거의 수직으로 들어 올려 보라고 하면서 타이푼의 추력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그리고 애프터버너를 끈 상태에서 수평 비행으로 빠르게 가속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미사일 발사와 전투기동 체험 그 다음 일체형 조종간, 즉 HOTAS(Hand On Throttle And Stick) 장치를 이용해 공대공 무기들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사격을 한 번 해보자고 하더니 앞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로 가서 단거리 미사일인 아스람(ASRAAM) 미사일을 발사해보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발사를 했는데, 폭발 장면을 구경하기에는 목표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명증 장면을 보지 못하고 기수를 들어올려야 했다.

무장 발사에 이어 전투기동을 실시했다. 필자가 다른 비행기를 추적 해볼 수 있는지 물어보니 폴은 공대공 기동은 아니지만 다이내믹한 기동을 해볼 수 있는 시나리오를 열어주었다. 산악지형을 따라 설치된 일련의 가상 게이트들을 통과하는 시나리오였다. 처음에는 급격한 기동을 할 때 스틱 감각에 익숙해지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으나 곧 감을 느길 수 있었고, 지면과 충돌하지 않고 경로와 게이트들을 대체로 따라가면서 마지막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시나리오를 안내하면서 폴은 타이푼 기종이 가장 선회를 잘 할 수 있는 코너 스피드(corner speed)대가 350노트(648km/h)에서 450노트(833km/h)이며, 델타익 기체의 특성상 비교적 저속대에서 코너 스피드가 나오고 추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코너 스피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이트 통과 미션을 시연하는 장면

이 기동 시나리오를 해보고 이러한 기통 특성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과거의 일이 생각났다. 1990년대 중반에 EF2000이라고 하는, 현재의 타이푼 기종을 모델로 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 때 당시에 F-5를 타던 한 현역 전투조종사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코너 스피드 개념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당시 필자는 비행기 속도가 코너 스피드 보다 높으면 추력 을 낮추고 그보다 느리면 추력을 높여서 가급적 코너 스피드에 가깝게 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반면 F-5를 몰던 현역 분은 공중전 도중 가급적 코너스피드 이상을 항상 유지해야 한다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걸 지금 생각해보면 둘 중 한 명이 개념 을 잘못 알고 있던 게 아니라 각자가 접하던 기체의 성능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요령 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 즉 타이푼처럼 추력과 저속 기동성이 좋은 비행기는 전투 중 급격한 기동을 해서 속도를 잃더라도 상대 적으로 높은 기동성을 더 오래 유지 할 수 있고 잃어버린 속도도 회복하기 쉽지만 오히려 과속을 하게 될 위험이 있다. 반면 F-5와 같이 추력이 부족한 구형기는 급격한 기동으로 속도를 잃어서 코너 스피드 이하가 되면 그걸 전투 중에 다시 회복하기 힘들고 그리면 이후 전투에 치명적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은 이상에는 가급적 그보다 높은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러한 차이 는 전투에서 이주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타이푼 데몬스트레이터에서 기동 시나리오를 수행할 때는 급격한 기동들을 하는 중이더라도 최대 추력으로 비행할 때는 속도가 무한정 높아지기 때문에 추력을 줄여서 코너 스피드에 맞추면서 비행을 해야했다. 그러다 보니 추력이 우수한 기종의 공중전 특성과 능력이 다시금 되새겨지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개인적으로 조종석 데몬스트레이터들에서 해본 시나리오들 중 가장 다이내믹하고 재미 있는 미션 이기도 했다. 가이드인 폴은 잘 했다고 칭찬을 해주면서, 이렇게 이 기종을 처음 몰아보는 사람도 급격한 지형 추적 기동을 잘 할 수 있을 정도로 타이푼이 몰기 쉽고 민첩한 비행기라고 덧붙였다.

다른 기종들과 대동소이
항공기 성능 덕분도 있겠지만 조종사로부터 잘 했다는 평가를 받고 공대공 시나리오를 해보았다
.

우선 레이더에 붉은 색으로 표시된 적기를 레이더를 조작해 락온하고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다음에는 근거리에 있는 적기를 근접전용 자동 추적모드로 잡아서 단거리 미사일로 격추해 보았다. 다른 데몬스트레이터 장비들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데몬스트레이터들은 미시일의 탄도나 명중률, 적기의 반응 등이 실전성과는 거리 가 있고 그저 각 종류의 무장을 발사하는 절차를 따라해 보는 정도로 시나리오를 구성해 두는 것 같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표적을 조준하고 무기를 발사하기만 하면 되고, 적기가 회피기동도 그렇게 급하게 하지 않고 발사한 미사일은 대 개 다 표적에 명중하게끔 구현된 것 같다. 그래서 특별히 어려운 없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F-16 4세대기어| 비해 디스플레이 시현 방식이 좀 더 발전적으로 보이는 점이 주된 차이점이고, 무장발사 절차나 다기능 디스플레이 및 HUD에 표시되는 기호들은 다른 미군 기종들과 대체로 비슷한 것 같았다. 무 장발사절차가 쉽다면 쉬운 것이 한 가지 특징이 될 수 있겠지만, 전술 환경 시나리오가 아닌 단순한 체험 시나리오라서 그런 점도 있겠고, 이는 다른 데몬스트레이터들도 비슷한 부분이었다. 그 리고 동세대 다른 기종들이나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대들에 비해서 더 특별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유럽 기체임에도 익숙하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 HUD 기호들이 미제 기종들과 대동소이해서 익숙했다.

레이더 조작은 스로틀에 달린 3축 커서 이동 버튼으로 화면 상의 커서를 조작해서 표적을 지정하는 것이 F-16과 비슷했다. 데몬스트레이터에서 레이더 유효 범위같은 성능 사양은 아마 정확히 구현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어 구태여 물어보지 않았고, 가이드인 폴도 별 다른 언급이 없었다. 공중전 시나리오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오른쪽 MFD에 자동화 통합 방어시스템인 DASS(Defensive Aids Sub-System) 화면을 띄워놓고 임무를 수행하라고 조언을 받았다. DASS 4.5세대 전투 기틀에서 비슷하게 구현하고 있는 세대적 특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그 다음에는 착륙을 해보았다. 착륙 접근 위치에서 시작하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정해진 활공각 제원을 지키면서 받음각을 맞추고 내리면 되었다. HUD에 나오는 받음각 표시를 참고하면서 이상적인 받음각을 유지하도록 스로틀로 속도를 조절하며 비행 벡터의 방향을 지시하는 FPM(Flight Path Marker)을 이용해서 내린다는 개념은 F-16에서와 같았고 기호들도 유사했기 때문에 착륙 작업 전반이 별로 생소하지 않고 익숙했다. 속도 조절을 미세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착륙 접근 상황에서 스로툴 감각이 생소하게 느껴졌으나 정상적인 훈련을 받는 조종사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을 부분이겠다. 그런데 접지를 하고서 보니 데몬스트레이터 장비에 러더 페달이 없는 것이었다. 폴의 말로는 행사장에서 불특정 다수가 체험을 하는 데몬스트레이터이다보니 발로 조작을 하는 러더 페달의 파손 위험이 커서 착륙 접지를 하면 그냥 저절로 정지를 하고 시나리오를 끝내게끔 해두었다고 힌다. 파손 위험 문제라니 PC 게임 장비를 가지고 행사정에 다니는 필자의 입장에서 공감이 되기도 했지만, 비행 내내 러더 페달 없이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음도 다시금 깨달았다. 비행 중 러더페달을 시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전자식 비행제어장치인 플라이바이와이어(FBW) 시스템을 가진 기종들의 특정이다. 타이푼만의 고유한 특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FBW 방식을 통해서 기체 조작을 쉽게 할 수 있었던 점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덧붙이자면 코너 스피드가 350노트 ~450노트 중반까지 넓게 걸쳐 있는 것도 전자식 비행제어시스템의 특정이고 이는 F-16의 코너 스피드 비행특성과도 비슷하다.


착륙은 HUD를 보고 받음각과 강하각만 맞추고 내리면 될 정도로 조작이 편리했다.

착륙 시나리오를 마치고 나서 우리 공군에서도 조만간 공중급유기를 도입하게 될 것 이라는 점이 생각나서 급유를 받아볼 수 있겠냐고 물어봤지만, 시나리오가 구현되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데몬스트레이터로 급유를 받아보지는 못했는데, 타이푼과 미제 급유기 간의 급유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만약 타이푼을 도입하게 된다면 어느 쪽이든 개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기동성, 공대공 능력에 집중한 타이푼 데몬스트레이터
필자는
F-16 종을 묘사하는 PC 시뮬레이션인 팰콘4.0을 오랫동안 플레이해왔던 터라 여러 가지 데몬스트레이터를 타면서 대체로 F-16의 조종석 시스템과 비교해서 생각이 들었다. 성능 사양이 아니라 조종석 시스템만 놓고 볼 때는 비록 상용 PC게임이라고는 하나 여러 기종을 묘사한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접해본 경험이 진짜 비행기들의 데몬스트레이터를 좀 더 잘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조종석의 전반적인 실루엣이나 HOTAS, HUD와 각종 기호들, 미션시스템의 운용 방식 등을 익숙하게 받아 들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 점에서 타이푼 기종은 유럽제 기체라는 짐점 핸디캡이 될 소지가 있어보였다. 그러나 미국식 조종석에 익숙한 사람에게 마찬가지로 익숙한 느낌을 주었고 적응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다.

다시 강조하지만 데몬스트레이더 장비로 구체적인 성능 사양을 평가하려고 해서는 안 되겠고, 필자로서는 그런 평가를 시도할 만한 입장도 아니다. 서로 다른 기종들의 데몬스트레이터들을 놓고 성능을 비교 평가해보려고 하는 것도 물론 더욱 현명치 못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FX3차사업의 후보인 3개 기종의 데몬스트레이터를 모두 타보고 나서 그 각각에서 받은 느낌의 차이는 분명히 있고, 자꾸만 비교되면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전반적인 느낌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지금은 Advanced F-15로 컨셉이 바뀐 보잉 F-15SE의 조종석 시연장비를 타보았을 때는 이 비행기로는 F-16이 하는 것과 같은 과업을 같은 방법으로 더 우수하게 수행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F-35의 시연장비를 타보았을 때는 F-16이 하는 것과 같은 과업목표를 전혀 다른 방법으로 수행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타본 타이푼 데몬스트레이터는 그 중간 정도의 느낌이었다. F-16이 하는 일을 F-16이나 F-15와 비슷한 방법으로 하되 더 우수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홍보팀에서 데몬스트레이터를 통해 보여주고 싶어하는 타이푼의 그러한 우수성은 주로 추력과 민첩성과 같은 기동성, 그리고 공대공 능력 쪽에 많은 비중이 실려있는 것 같았다. 다만 인터뷰를 할 때는 진정한 의미의 스윙롤(Swing-role) 전투기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데몬스트레이터에서는 시나리오 여건 상 그러한 점을 체감해볼 수 없었다는 점이 많이 아쉽게 느껴졌다.

귀하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와 편의를 제공해준 유로파이터 측과 월간항공 편집부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마친다.

 

구작 메뉴로  |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