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 조종사의 F-35 근접교전 경험담 *

* 월간항공 2016년 4월호 기사 초고 버전입니다.

 노르웨이 공군의 F-35 조종사가 노르웨이 국방부 공식 블로그에 올린 F-35 비행 경험담이 화제다.

모르텐 돌비한케 소령은 F-16에서 2,200시간 이상을 비행한 조종사로, 노르웨이의 F-35 프로그램 운용시험평가 절차의 일환으로 미국 루크 공군기지에 파견되어 F-35의 교관 자격을 획득하고 제62전투비행대대에서 일선 전투조종사들과 함께 비행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F-35를 비행하면서 몇 개의 경험담을 노르웨이 국방부가 운영하는 공식 F-35 사업 블로그에 올렸는데, 최근에는 31일자로 올린 도그파이팅 경험담이 화제가 되었다. 이번에 그가 올린 경험담이 특히 화제가 된 이유는, 작년에 군사 평론 블로그인 War Is Boring 사이트에서 익명의 미국 시험비행조종사의 F-35 도그파이팅 보고서 내용이라면서 소개한 기사와 전체적인 뉘앙스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작년 6월 말에 War Is Boring 블로그는 해당 시험비행조종사의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하면서 F-35의 에너지 기동 성능이 떨어져서 가속이 형편없이 느리고 기수 변화율이 낮아서 근접 기총 전투에서 공격과 방어를 하는데 불리하다고 말하였다. 그러면서 블로그의 필자는 F-35가 근접 공중전인 도그파이팅에서 구형기인 F-16에게도 패하는 비행기이고 도그파이팅에서 죽은 목숨(dead meat)”이라며 혹평을 가하는 결론을 제시했고, 이에 미 국방부의 사업 부서와 록히드 마틴 쪽에서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었다. 해당 논란은 월간항공 20159월호에서도 다룬 바 있다.

이번에 화제가 된 한케 소령은 1110일에 노르웨이 공군 조종사로서는 최초로 F-35를 탑승한 이후 1주일간 비행한 경험담을 올리면서 F-35의 가속 성능을 극찬했다. 즉 이륙 가속 성능이 F-16에 비해 탁월했을 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후연기를 최대로 사용하고 이륙했을 때는 심지어 랜딩기어를 미처 올릴 새도 없이 속도가 너무 갑자기 빨라지는 바람에 랜딩기어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후연기 추력을 최소로 줄여야 했을 정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F-35를 비행한 첫 느낌이 마치 묵직한 SUV 자동차를 모는 것처럼 안정적이면서 터보 장치를 단 것처럼 강력했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비행한지 거의 3달이 지난 31일에 그는 그동안 겪었던 도그파이팅 훈련 경험을 정리해서 공식 블로그에 포스팅했다. 그는 근접전 전투 기동을 훈련하는 BFM, 즉 기본전투기동(Basic Fighter Maneuvers) 훈련이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절차와 방법을 설명한 후 그 훈련에서 F-35 기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공격기동을 할 때 F-16에서는 기수를 적기에게 향할 때 상대적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는데,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적기 후방에서 적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격할 수 있는 통제위치(control position)를 유지할 수 있고, 기수를 적기에게 너무 적극적으로 향하면 적기를 지나쳐서 공격 위치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케 소령이 설명을 위해 첨부한 위 삽화를 보면, 청색인 공격기가 적색인 방어기의 뒤쪽을 향해서 기동하면서 적기 후방의 공격 위치를 유지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공중전 용어로는 지연 추적(lag pursuit)을 하는 상황이다. 그에 따르면 F-16으로 공격 기동을 할 때는 통제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이 방법을 써야 한다.

 

반면 위의 삽화는 청색 공격기가 방어기를 기수 정면에 계속 올려놓은 채 적기를 추격할 때 발생하는 일을 보여준다. 방어기가 방어기동을 함에 따라 두 비행기는 각도가 커지고 결국 공격기가 방어기의 비행경로 바깥으로 튕겨나가게 되고, 방어기는 그 순간을 이용해서 선회방향을 반전하면 서로 마주보는 중립 상황이 된다.

 

위의 삽화는 F-35가 공격기일 때의 경우이다. 그에 따르면 F-35에서는 적기를 기수 위에 계속 올려놓고 있더라도 적기가 방어기동을 할 때 적기를 적극적으로 사선에 올려놓고 추격을 하면 속도를 크게 상실하면서 좁은 선회반경으로 기수를 돌릴 수 있어서 적기를 더 오래 기수 위에 올려놓을 수 있고 따라서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다른 한 전직 전투조종사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이와 같이 선회능력의 우세를 이용하여 적기를 사선에 바로 올려놓고 쏘는 방식은 과거 80-90년대에 F-16이 한 세대 전 기종인 F-5F-4를 공격할 때 썼던 방법이다. 그리고 이제는 한 세대가 지나서 F-35가 다른 기종을 상대로 같은 기동을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다만 한케 소령은 우수한 미사일 성능을 전제로 해서 속도를 줄이면서 순간적인 선회를 하면서 적을 공격하는 특성을 장점으로서 활용하면서 비행을 한 것 같으나, 크게 볼 때는 그처럼 속도를 줄이고 선회를 하는 것이 항상 효과적이지만은 않고 전통적인 시각으로는 전투기동을 하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능력을 중요시하기도 한다. 이 점은 부분적으로 F-35의 근접전 성능 특성에 대한 시각차이를 가져오는 하나의 요인이 되는 부분이다.

단 한케 소령은 방어기동을 할 때는 기수를 급하게 돌릴 때 속도가 순간적으로 줄어드는 비행 특성을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왜냐하면 그러면 후방에 있는 적기가 나를 추월해가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2번 삽화의 적색 방어기 입장에서 회피기동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설명하면서 그는 영화 탑건에서 매버릭(탐 크루즈 분)이 적기에게 뒤를 물렸을 때 순간적으로 급감속을 하면서 공격받는 위치를 벗어나 상황을 반전시키는 장면을 예로 든다. (단 그렇다고 해서 탑건을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생각하지는 말라고 덧붙인다.) 이렇게 급격하게 방어기동을 하면 속도는 낮아지고 받음각(AOA)은 높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는 러더 페달을 사용하면 기수를 요우 방향(기체 축의 횡방향)으로 빠르게 돌릴 수 있어서 그걸 공중전에 매우 유용한 기술로 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받음각이 커질 때 날개 표면을 지나는 공기 흐름이 불규칙해지면서 날개가 떨려서 생기는 진동 현상인 버펫(Buffet) 현상이 있다는 점도 언급한다. F-16에서는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의 특성상 컴퓨터가 기체의 안정성을 제어하기 때문에 그러한 버펫 현상이 나타나지 않으나 F-35에서는 같은 FBW 시스템이지만 전통적인 비행기들처럼 버펫 현상이 나타나는데, 조종사 입장에서는 버펫 현상이 현재의 받음각 상태를 알려주는 좋은 물리적 단서가 되기 때문에 공중전에 더 유리했고, 그 진동으로 인한 무기 조준의 불편함 문제는 3세대 헬멧조준장치에서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칵핏 시야는 F-16에 비해 확실히 불리하다고 인정하면서, F-16은 오른쪽 뒤로 고개를 돌아보더라도 왼쪽 날개 끝까지 넘겨다 볼 수 있을 정도로 후방 시야가 편하지만 F-35는 그에 비해 시트의 머리받이 때문에 처음에는 불편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후에는 몸을 기울이면서 후방을 내다보는 요령을 터득해서, 여전히 F-16에 비해서는 불편하지만 급격한 공중전에서 후방의 적기를 시야에 유지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전체적으로 F-35가 공중전에서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하게 움직이며, 특히 높은 받음각+낮은 속도의 상태에서 그렇다는 점을 칭찬했다. 그리고 받음각을 줄이면 강력한 엔진 덕분에 빠르게 가속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근접 전투에서 F-35를 가장 잘 운용하는 방법을 담은 교과서(textbook)”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으며 지금 F-35를 비행하고 있는 일선의 조종사들이 치열한 토의를 통해 그것을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글을 맺는다.

전체적으로 War Is Boring에서 주장한 내용과 한케 소령의 경험과는 표면상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여서 독자가 자칫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큰 시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선 작년 1월에 미 시험비행조종사가 비행했던 도그파이팅은 이미 여러 사람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지적했다시피 F-35F-16이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를 겨뤄보는 무대가 아니었다. 그 대신 F-35의 비행 인벨롭(envelope), F-35로 비행 가능한 성능 영역을 확인하면서 이 비행 한계를 차차 넓혀가는 점진적인 과정 중에서 처음으로 도그파이팅이라는 조건 아래에서 컴퓨터비행제어장치의 알고리즘이 적절한지, 예기치 못한 기체의 반응은 없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비행의 연장선이었다. 그러나 War Is Boring에서는 그러한 시험비행의 목적성을 완전히 배제한 채 일부 문맥만 자의적으로 떼어내서 블로거 임의대로의 결론을 도출하고 보고서 본문에는 있지도 않은 표현까지 삽입하면서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과정에서 기사의 뉘앙스가 보고서 원문과는 상당히 달라졌음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온라인에 공개된 미 시험비행조종사의 보고서 원문을 보면 War Is Boring 사이트에서 제시한 뉘앙스와는 사뭇 다르게 그러한 시험 비행이 목적임을 서론과 결론 부분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추력이 부족하다거나 기수 변화율이 부족하다는 것은 F-35의 성능을 비난하기 위한 부분이라기 보다는 전투 기동의 바탕이 되는 항공기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서술한 것에 가깝다. 물론 그러한 특성이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한케 소령은 미국에 파견 가기 전인 작년 6월에 War Is Boring 사이트에서 미 시험비행조종사의 보고서를 폭로했을 때 그 기사에 대한 의견을 밝힌 적이 있는데, 그의 의견에 따르면 도그파이팅이란 설령 F-16과 프로펠러 훈련기가 맞상대를 한다 해도 각자 유리하고 불리한 영역이 있기 마련이며, 조종사 입장에서는 유리한 영역을 이용하고 불리한 영역은 피하는 것이 근접전투기동의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월간항공 159월호에서 해당 논란을 다룰 때 소개한 전직 전투조종사도 정확히 같은 의견을 제시했었다.)

또 한가지, 작년 1월의 보고서를 쓴 미 조종사와 한케 소령이 F-35를 타기 전에 각자 탔던 주기종 차이도 감안을 해야 할 것 같다. 미 조종사는 F-15E가 주기종이었고, 한케 소령은 F-16을 몰았다. 그러므로 F-15 출신이 보기에는 F-35의 가속 성능이 그저 그래 보일 수 있겠지만 F-16 조종사의 입장에서는 대단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조종사는 F-35의 가속력을 얘기할 때 F-15E를 명시해서 비교했고, 한케 소령도 F-16과 비교해서 하는 얘기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한 주기종이 다르면 전투비행 스타일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F-15는 우수한 추력을 바탕으로 상대보다 높은 속도나 고도를 점하고 이를 유리하게 이용하는 에너지 파이팅(energy fighting)에 강한 기종인 반면, F-16은 우수한 선회력을 이용하여 적기에게 기수를 올려놓고 무기를 발사하는 매뉴버 파이팅(maneuver fighting)에 강점을 보일 수 있는 기종이다. (단 에너지 파이팅과 매뉴버 파이팅의 구분은 기종 별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 해당한다.)

두 조종사의 시각 차이의 상당부분은 항공기의 비행 특성 자체에 관한 평가의 차이라기보다는 이러한 비행과 전투스타일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를 들면, 두 조종사 모두 F-35로 급기동을 하면 좁은 선회반경으로 기수가 돌아가면서 순식간에 속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F-15 출신이라서 에너지 파이팅에 더 익숙할 법한 미국 조종사는 그것을 불리한 점이라고 묘사한 반면, F-16 출신인 한케 소령은 그로 인해 적기를 기수 앞에 올려놓고 무기를 발사할 기회를 더 오래 가질 수 있다면서 좋은 점이라고 평했다. 저속의 고받음각 상황에서 러더 페달을 밟아서 기수를 요우 방향으로 돌리는 러더 턴(rudder turn)을 하면 기수를 빨리 돌릴 수 있다는 특성은 두 조종사 모두 장점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기체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반응했다는 것도 두 조종사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미국 조종사는 시험비행 목적 상 개선 요구 사항을 결론으로 제시하기는 했는데, 그 개선 요구 사항 중 적어도 일부분은 한케 소령이 타는 F-35에는 적용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두 조종사가 수행한 도그파이팅의 목적 자체가 달랐다. 미국 조종사는 세상에서 처음으로 F-35 기종으로 도그파이팅 조건에서 시험 비행을 하면서 기체의 안정성과 반응을 체크하는 것이 비행의 목적이었고, 한케 소령은 그와같은 일련의 시험비행을 통해서 도그파이팅의 안정성이 입증된 이후에 일선 전투 조종사들과 함께 본격적인 훈련 비행을 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 조종사는 많지 않은 횟수의 비행 동안 느낀 첫인상에 해당되는 점을 보고서에 적었고, 한케 소령은 몇 달에 걸친 반복된 비행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담긴 시각을 경험담에 적은 것이다. 실제로 한케 소령은 여러 번 비행을 하면서 비행기를 더 험하게 몰아도 된다는 요령을 터득했음을 경험담에 밝혔으며, 동료 조종사들과 많은 토의도 하고 있다고 한다.

그처럼 두 조종사의 역할 자체가 달랐고 서로 보완적인 위치에 있었으므로, 그 두 조종사는 F-35의 근접전 특성에 대해 서로 반대되는 평가를 내린 반대자의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협력자의 관계라고 이해하는게 옳을 것 같다. F-35의 근접전투 능력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이며 미국 조종사는 그 과정의 초기에, 그리고 한케 소령은 최근에 각자의 역할과 경험을 한 파일럿들이다. 따라서 두 명 모두 F-35 프로그램의 일원으로서 각자의 파트에서 역할을 한 동료 조종사라고 보는게 그들의 이야기들을 올바른 의미로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인 것 같다. 그리고 독자인 우리는 1년의 시간차가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F-35 프로그램의 발전 상황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 한케 소령의 도그파이팅 경험담 전문은 노르웨이 국방부가 운영하는 이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문본은 중간 이후에 수록)

* 2015114일자 미 시험비행조종사의 보고서 전문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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