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7월 11일자
어머니께서
들려주시던 그비행기:
미그 앨리
팰콘4.0이라는 시뮬레이션이 극도의 사실성으로 인하여 세계의 하드코어 시뮬레이션 매니아들에게 깊은 감흥을 안겨 주었을 때, 한국의 게이머들은 또다른 의미에서 팰콘4.0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팰콘4.0이 제공하는 동적캠페인의 전장이 한반도의 가상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우리 나라의 심의기관에는 타협적이지 않은 그러한 내용상의 원죄 때문에 팰콘4.0이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 나라의 시뮬레이션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또하나의 시뮬레이션이 등장하였다. 다름아니라 6.25의 항공전을 소재로 한 "Mig alley(미그 통로)" 이 그것이다.
6.25의 항공전이 주무대
미그 앨리 역시 팰콘4.0에서의 동적캠페인과 비교될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한반도를 전장으로 하는 동적캠페인으로 구성되어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그 앨리는 6.25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6.25는 우리 나라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사건이지만, 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과 월남전의 틈바구니에서 승리도 패배도 하지 않은 "잊혀진 전쟁"으로써 기억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6.25는 항공전의 역사에 중요한 지평을 연 전쟁이었는데, 최초로 제트기대 제트기의 공중전이 벌어진 전쟁이었던 것이다. 미그앨리는 이러한 역사적 순간에 게이머가 가담하여 그 사건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우리 나라 게이머에게는 부모님이나 할머님들의 어린 시절 기억에 깊이 남아있는 "쌕쌕이" 전투기를 시뮬레이션으로 몰아본다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미그앨리에서 제공하는 기체마킹 도구를 이용하여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전투기인 F-51 무스탕에 한국공군 마킹을 그려 넣고 적진을 폭격하러 가는 것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옛날 "척예거의 공중전"에서 한국전이 부분적으로 다루어지기는 했지만, 세이버와 미그전투기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제작사는 최초의 제트기간의 공중전을 그냥 다루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전장과 비행모델에 충실한 하드코어시뮬레이션으로써 제작하였다. 게이머들은 급격한 기동에서 받는 기체의 진동과 시야가 좁아지는 속에서 적의 머리를 날려버려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치명적인 스핀역시 실제 하늘과 마찬가지로 전투를 방해하는 요소로써 게이머를 괴롭힐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갖출 것은 다 갖춘" 전투비행시뮬레이션이라 할 수 있다.
갖춘 것은 비행모델뿐만이 아니다. 세이버와 미그의 세기의 대결을 주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미그앨리에서는 9종의 유엔군 및 적국의 제트기와 프로펠러기를 몰 수 있음과 동시에 총 20여종이 넘는 각종 군용 항공기가 등장한다. 미그앨리는 한국상공의 항공전을 비행모델에서부터 캠페인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난이도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제트기간의 공중전이기는 하지만, 6.25의 항공전은 레이더와 미사일이 실용화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공중전은 2차대전당시와 마찬가지로 기총에 의해 수행되어야 했다. 이것은 게이머가 미그앨리를 하면서 복잡한 레이더나 공대공 미사일 운용, 적 미사일 회피기술 연마 같은 것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이러한 점들은 초보 비행시뮬레이션 게이머가 하드코어 시뮬레이션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주요한 원인들이다.)
멀미약
챙겼어? F-86 세이버의 3D조종석.
한반도는 한국인 출입금지?
한반도가 많은 시뮬레이션의 소재로 되고 있는 현실은 현재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곳중 하나이기 때문인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군사적 긴장이 높은 발칸반도나 중남미, 중동등에 비해서도 한반도가 자주 등장하는 또다른 제작요인중 하나는, 한반도라는 지형이 하나의 "게임판"으로서 최적의 모양과 쉽게 전투장소로 갈 수 있는 적당한 크기를 제공하고 있으며(미그앨리의 제작사는 한반도 거의 전체가 들어갈 수 있는 1500 x 1000 Km의 전장을 만들어냈다.) 산악지형을 통해 지루함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렇게 한반도가 무대가 되는 시뮬레이션은 게이머에게 남다른 감흥과 감정이입을 하게 해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의 심의기관은 이러한 게이머들의 감정이입에 대해서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이다. 많은 게이머들은 이점에 대해 분통을 터뜨릴 것이지만, 미그앨리의 정식 수입도 지금시점으로서는 아예 기대를 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 자리에서 이의 옳고 그름을 깊이 논하지는 않겠지만, 필자 역시 한사람의 비행시뮬레이션 게이머로써 아쉬운 마음 금할 길 없으며 보다 개방된 관점에서 시뮬레이션을 즐길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 굴뚝같다. 사실 베스트셀러인 스타크래프트도 원인은 달랐지만 비슷한 조건에 처했던 적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유독 비행시뮬레이션 게이머들만이 편파적인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닌 셈이다. 여기서 한가지, 스타크래프트는 대중적인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결국 합법적으로 게임을 즐길 기회를 부여받았다. 만약 비행시뮬레이션도 대한민국의 경제에 작은 일조를 할만큼의 시장형성이 이루어진다면 혹시 대한민국의 게임심의를 담당하는 기관의 한반도 배경 게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를 기대해보는 것은 무리일까.
(홈지기 주: 이 원고를 쓰던 시점의 상황과는 달리, 2002년 4월 현 시점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의 결과로 팰콘4.0의 출시를 계기로 하여 한반도가 배경인 전투비행시뮬레이션의 심의의 제약이 적어도 현재는 사실상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호넷 코리아도 최근 뒤늦게나마 출시되었다.)
무찌르자 공산당! 내조국의 하늘은 내손으로 지킨다.
-시스템 요구사항
EU | WIN95/98 | NET 가능 | 3D가능
펜티엄 166
RAM: 64M
제작: 엠파이어 인터렉티브
-Rated
★★★★
대상: 할머니 어머니께서 들려주시던 6.25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게이머
장점: 우리나라 게이머에게 6.25보다 더한 감정이입 소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단점: 6.25가 소재라는 장점이 동시에 단점이 된다. 즉 국내에 정식 출시 될지 안될지는 며느리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