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F-16 추락 부른 "실속 전 회복 훈련" *

이 글은 2009년 3월 발생한 KF-16의 실속 회복훈련 중 추락사고에 관한 2009년 7월호 월간항공 원고입니다.
아래 기사를 보면 기억하는데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KF-16, 양력 잃고 뒤집혀 해상 추락"

이 원고는 사고 원인을 추론하던 글이 아니고 공군의 공식적인 사고 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에 발표 내용을 부연하는 성격으로 썼던 글입니다. 

 

지난 2009년 3월 31일에 한 대의 KF-16전투기가 서해상에서 기동 훈련 중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그리고 조사 결과 공군은 이번 사고를 “저속 경고음 인지 및 실속 전 회복 훈련” 도중 “배면 완전 실속” 상태에 빠져 추락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쉽게 풀어서 쓰면, 급격한 전투 비행 중 기체의 기동성능 한계를 넘어 조종불능 상황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종불능 상황 직전까지 갔다가 회복을 하는 훈련을 하던 중 조종사가 적절한 순간에 회복 조작을 취하지 못하고 실제로 실속 상황에 빠져 추락한 사건이라는 설명이다. 이정도에서도 어느정도의 상황설명은 된다고 생각되지만 일부 사람들의 경우에는 도대체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훈련이었기에 사고 위험을 안고 훈련을 하다가 결국 사고로 이어졌는가 하는 궁금증이 들 것도 같다. 그러나 일단 공군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으로 알 수 있는 사항은 위의 내용이 전부이므로, 관련 자료를 통해서 해당 훈련 내용에 조금 더 가까이 가보고자 한다.

 

미군은 육, 해, 공, 해병대, 합참에 이르기까지 모두 친절하게도 꼭 기밀로 묶어야 하는 자료가 아니라면 자발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자료들을 공개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공군 당국이 발간한 공식 문서로 돌아다니는 자료 중 F-16 전투기의 운용과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Multi Command Handbook 11-F16 Volume 5: F-16 Combat Aircraft Fundamentals (1996년판)”라는 문서가 있다. 이 문서는 F-16 기본 훈련용 자습서 정도의 성격을 가지는 자료이다 보니 이번 사고 당시의 훈련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는 내용이 있어 소개해본다. 이 문서는 꾸준히 갱신되고 있고 공개된 문서는 이미 오래 지난 구버전이지만 당시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는 참고 자료로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잡지 기사임에 맞춰서 쓴 부분인데 제 홈페이지에 있는 MCH F-16 문서입니다 - 주)

이 자료의 9.4.1 챕터는 Horn Awareness And Recovery Training Series (HARTS)라는 실속경고음 훈련을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이 제목을 볼 때 아마 공군에서 발표한 “저속 경고음 인지 및 실속 전 회복 훈련”과 동일한 과목이라고 생각된다. 이 챕터에서는 5가지의 실속 경고음 인지 및 회복 훈련 패턴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첫 번째 훈련 패턴을 원문대로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단, 이 기사는 관련 자료를 통해 일반적인 훈련의 방법을 알아보는 것이 주된 목적이며, 사고 당일에 실제로 있었던 구체적인 행동을 설명으로 재현하기 위한 것은 아님을 미리 밝힌다.

* HART Series #1
목적: 항공기의 G를 푸는 적절한 기술을 습득하고 G가 풀린 상황(0G)을 인식한다.
제원: 고도 - 10,000ft 이상, 속도 - 250 KCAS, 엔진 출력 100%, 연료 균형 상태, 트림 중립

방법:
약 2~3G로 30°까지 피치(기수)를 든다. 처음에는 피치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스틱을 약간 미는 압력이 필요하다. 약 150KCAS에서는 AOA(받음각) 제한치에 도달할 때까지 스틱을 당겨야 한다. 항공기가 25° AOA로 안정되면 G를 풀고(스틱을 당기는 압력을 풀고) 항공기의 하중이 풀리는 것을 주시한다. (AOA를 체크하여 15° 이하가 되어야 한다) 항공기가 최소한 200KCAS가 될 때까지 G가 풀린 상태를 유지한다. 200 KCAS에서 수평으로 회복 조작을 시작한다.

설명: 이 G 하중 풀기는 모든 회복 조작(Recovery)의 요점이다. 이 기동은 속도에 상관없이 항공기를 롤할 수 있도록 F-16의 하중을 푸는 적절한 방법을 알려준다. F-16을 트리 중립 상태에 놓고 비행하기 때문에(1G로 설정) 스틱을 당기는 압력을 풀면 AOA가 15° 이하가 된다. 저속과 높은 AOA에서 적절하게 G를 푸는 방법은 스틱을 당기는 압력을 푸는 것이다. 이 하중 풀기는 2~3초가 걸릴 것이며 그 동안 좌석에서 몸이 가벼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처음 이 기동을 훈련할 때는 AOA 표시계를 주시하여 AOA의 변화와 하중이 풀린 느낌에 유의한다. 이 기동은 조종석 안의 계기를 보지 않고도 회복조작을 수행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기수를 들어서 받음각을 높이고 속도가 떨어지도록 한 후 실속에 빠지기 직전에 경고음을 듣고 회복조작을 하는 절차이다. 공군에서 설명한 훈련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이 문서에 나온 다른 4가지 HARTS 훈련 패턴은 단계적으로 난이도를 높이면서 회복조작 훈련을 하는 패턴들로서, 조작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인 훈련의 취지는 모두 같다.

이 문서에 나온 내용을 보면, 이 훈련들은 정상적인 절차대로만 따라하면 무작위로 조종불능에 빠질 위험은 없는 훈련이다. 단 조종불능 상황 근체에 의도적으로 가까이 가보는 훈련이고 회복 조작과 조종 불능 상황 간에 시간적 여유가 불과 몇 초에 불과하기 때문에 내재적인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 같다. 그 대신 만에 하나 조종불능 사고가 발생할 것에 대비하여 조종불능에서 회복할 여유 고도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고도에서 이 훈련을 수행하라고 규정되어 있다. 보다시피 이 문서에서는 규정 고도가 10,000ft(3,050m)의 고도 이상에서 수행하라고 되어 있고, 사고 당일에는 15,000ft에서 기동을 시작해서 19,000ft 고도까지 상승했다가 조종불능 상태에 들어갔다고 한다.


공군에서 발표한 사고 상황도

또한 공군의 발표에 따르면 조종불능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우리공군에서는 고도 6,000ft(1,830m)가 될 때까지 회복을 하지 못하면 비상탈출을 하라고 규정되어 있었다고 하며, 사고기 조종사들은 실제로 이 규정을 지켜 안전 고도에서 탈출했고 그 결과 무사할 수 있었다. (사고 초기에는 바다에 추락하기 직전에 탈출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후의 공식 사고 조사 결과 발표 때는 안전 고도에서 탈출했다고 정정되었다.)

가급적이면 사고는 피하면 좋겠지만 전투기를 운용하면서 비행 성능의 한계를 끝까지 이용하는 실전적 훈련을 하는 이상에는 설령 그것이 조종사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비행 사고는 어느정도 불가피하게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번에는 다행히 조종사들이 목숨을 건졌고 사고 원인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공군은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부분에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기사의 소스가 된 MCH 11 문서도 미공군이 오랜 동안 F-16 기종을 운용해오면서 발생한 사고들을 반영한 안전 절차들이 집약된 자료이고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조종사들의 땀과 피를 헛되이 하지 않고 그것을 토대로 더욱 완숙한 공군 운용의 노하우를 쌓아나가는 것이다.

부연: 공군의 발표를 보면 배면 딥스톨에 빠졌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고도에서부터 1만 미터가 넘게 추락을 하면서도 회복을 못했던 것 같다. 팰콘을 해본 분들이라면 딥스톨이라고 하면 바로 상황이 이해가 되겠지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사고 내용을 발표하는데는 회복을 못하고 탈출했다는 점을 납득시키기가 다소 어려웠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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