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35 라이트닝 II 시뮬레이터 탑승기 *

* 월간항공 2011년 12월호 원고입니다

보잉의 F-15SE 시뮬레이터에 이어 F-35 시뮬레이터도 탑승할 기회를 얻었다. 미리 전제하자면, 필자가 탑승한 시뮬레이터들은 판촉 활동이라는 용도에 맞추어 제작된 시뮬레이터들인 것 같다. 그래서 조종석 전체의 기능들을 교육목적에 맞게 재현했다기보다는 판촉 포인트들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데 중점이 놓여 있었다. 특히 이번의 F-35 시뮬레이터의 경우 이를테면 스텔스 기능이 있는 F-35로 적의 방공망에 침투할 때와 기존의 4세대급 항공기로 침투할 때의 적의 탐지능력의 차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묘사해서 조종석의 디스플레이는 물론 전면의 3D 전망에까지 이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가상으로 묘사를 해놓았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면서 고객에게 F-35의 우수한 스텔스 성능을 설명하는 식이었다.

터치스크린
전직
F-16 조종사인 안내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한 후 조종석에 앉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4세대급 항공기의 MFD와 아날로그 계기들을 모두 대체하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일체형 대형 디스플레이였다. 안내자들은 기본적인 스크린 터치 방법 및 화면 전환 및 이동 방법들을 설명해주었다. 기본 화면 분할 방식은 상단에 4개의 기본 MFD , 하단에는 8개의 작은 창들이 있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상단의 창들은 주로 기존의 MFD 역할을 대신하는 기능, 그리고 아래의 작은 창들은 아날로그 계기들을 대신하는 기능 정도가 된다. 단 이러한 용도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고 원하는 내용을 필요에 따라 불러오고 옮길 수 있고, 현재 주로 사용하는 창은 확대해서 볼 수 있다. 화면 확대 기능을 설명해주는데 무심코 더블 터치로 화면을 줌 하려고 했더니 안내자가 이건 아이패드가 아니라고 장난스럽게 지적했다. 난기류에서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 잘못된 터치방법은 필터링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내용 측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이라면 레이더 화면이 따로 없다는 점이었다. 4세대 항공기급 레이더의 화면은 항공기 전방의 부채꼴 형태의 영역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여기에 의지해서 상황인식을 하기는 상당한 난문제가 된다. 4세대급 항공기에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전지적 시점의 상황인식 화면이 있기는 하지만 정보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고 또 그 화면은 센서 조작에 최적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레이더 화면을 반드시 보면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반면 F-35는 항공기의 컨셉 자체가 다양한 센서들을 통합 운용하도록 되어있고, 디스플레이 화면도 그에 맞게 여러 센서들의 정보가 한가지의 화면에 완전히 통합되는 상황인식 화면을 그려주고 그 화면을 보면서 센서 조작과 무장 운용을 한다. 360도 전방향에 대한 정보가 컬러로 알기 쉽게 나오는 비행 슈팅 게임이 5세대 항공기에서는 현실이 된 셈이다. 이렇게 하나의 화면에 많은 정보를 동시에 보여주기 위해서는 화면이 커지는 것도 필수조건이었을 것 같다.


F-35의 조종석 디스플레이 (출처:
Kataklyzm's Dungeons & Dragons)

이륙
활주로 시작 지점에서 정지한 채로 터치스크린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이륙을 해보았다
. 이륙은 반자동이었다. F/A-18과 같은 기종은 이륙이 완전히 자동화되어 있어 F/A-18이 항공모함에서 이함하는 장면들을 보면 조종사들이 아예 만세 자세를 취하고 있곤 한다. F-35는 그정도 까지는 아니고, 이륙활주를 하다가 이륙 속도가 되면 기수를 들어 올리는 조작은 직접 해야 했다. 하지만 그 이외에 착륙장치를 접는 등의 조작은 모두 자동이었다. 너무 편한 나머지 지금 기계가 조종사 무시하나?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스틱과 스로틀은 HOTAS 시스템이었다. F-16HOTAS 시스템과 모양이 다르고 버튼들이 훨씬 많지만 기능별 위치가 비슷하고 동일 기능의 버튼은 모양이 비슷해서 HOTAS 시스템의 개념에 익숙하다면 적응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공대공
이륙 후 안내자들은 후연기를 켜지 않은 최대 추력에서 쉽게 음속을 돌파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그리고 공대공 임무에 들어가 보았다. 전방에서 몇 대의 적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 적기, 그리고 지상의 적 방공무기들이 가진 자체 센서들의 탐지범위가 통합 상황인식 화면에 나타났다. 그 범위 밖에 있으면 내 비행기는 그 적에게 탐지되지 않는다. 이 역시 너무 쉽게 만든 아케이드 게임 같지만 현실이었다. 화면에 나오는 적의 탐지범위 밖에 머무르면서 커서를 표적에 옮겨서 원하는 만큼 클릭해서 지정하고 발사버튼을 누르면 누를 때마다 순서대로 각 표적으로 미사일이 날아갔다. 물론 실전에서는 편대원들과 전술구사도 해야 되고 기타 여러 가지 고려사항을 감안해서 비행해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조작절차 자체로만 보았을 때 상당히 쉽다고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상황인식이 쉽기 때문에 그만큼 조종석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적어질 것 같다.

4세대급 기종에서는 조종석의 작업부담이 크기 때문에 후방석과 일을 나눠서 할 수 있는 2인승기가 그만큼 유리하지만 1인승기인 F-35는 그 점이 여전히 불리한 부분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4세대급 항공기에서는 공대공과 공대지 작업을 할 때는 항전장비의 모드를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1인승기라면 동시 작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F-35는 그런 개념이 아니었다. 통합 상황인식 화면에 공대공 물체든 공대지 물체든 모두 함께 표시되고, 락온도 한꺼번에 할 수 있다. 조종사는 항전장비의 마스터 모드를 바꾸지 않고 그저 공중물체든 지상물체든 상관없이 원하는 표적을 지정한 다음 원하는 무기만 선택해서 발사를 하면 된다. 그러므로 1인승기이면서도 공대공 무장과 공대지 무장을 사실상 동시에 운용할 수 있었다.

공대공 교전은 원거리에서 AIM-120을 쏴보는 것으로 쉽게 끝나버렸다. 그래서 근접전투기동이 해보고 싶어 도그파이팅을 해볼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안내자들은 난색을 표했다. 그래서 전방의 근거리 표적을 자동으로 락온해주는 자동 추적 레이더 모드를 보고 싶다고 설명했더니, F-35로 물론 도그파이팅도 할 수는 있지만 그러라고 만든 비행기가 아니라서 이 시뮬레이터에서는 그 시나리오를 구현해놓지 않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신 자동 추적 모드의 기능은 F-16에서와 대동소이하다고 말로만 설명해주었다.

공대지
공대지 무장은
GBU-31 JDAM을 탑재한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레이저유도폭탄이나 다른 기존의 범용 무장들은 PC 시뮬레이션 게임들에서 운용절차가 구현이 되어있기 때문에 익숙했지만 JDAM은 그렇지 않아 어떻게 투하하는지 궁금했었다. 화면에서 커서로 표적을 지정하고, 표적을 향해 기수를 돌리고, 사거리 표시 안에 들어오면 발사 버튼을 누르면 되었다. 그리고 투하한 후에는 적 방공무기의 탐지범위 밖에 머무르도록 적당히 선회를 해주었다. 레이저 유도폭탄은 폭탄 투하 후 표적에 명중할 때까지 표적을 레이저로 쏴줘야 하고 항공기에 탑재되는 레이저 표적조준기는 사각이 있기 때문에 표적이 사각에 들지 않기 위해 기동에 다소간의 제약을 받는다. 하지만 F-35에서 JDAM을 투하할 때는 그런 걱정이 없었다. 레이저를 쏴줘야 할 필요도 없었지만, 폭탄이 표적에 명중했는지 확인하는 것도 타게팅 포드가 아니라 360도 시야를 제공하는 적외선분산개구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에 투하 후 기동이 제약될 일이 없었다.

JDAM을 쏘는 것은 너무 쉬워서 자유낙하폭탄을 투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F-35는 그러라고 만든 비행기가 아닌 것 같아 그만두었다. 육안으로 표적을 획득해서 자유낙하 폭탄을 투하하려면 일정 고도 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러면 지상에서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어 스텔스기의 용도와 맞지 않게 되니 말이다.

가능한 많은걸 해보겠다고 생각하다가 TFR(Terrain Following Radar) 기능을 구경해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F-35에는 TFR 기능이 없단다. 그러면서 역시나 이 비행기는 그러라고 만든 비행기가 아니고 다만 필요하면 그냥 flight path marker를 보면서 하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질문과 답변을 하는 상황이 재미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고 보니 도그파이팅 모드나 자유낙하폭탄, TFR과 같은 것들은 순전히 필자가 PC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4세대급 전투기를 몰아보던 마인드에서 나온 궁금증들이었는데, 5세대기인 F-35에서는 그러한 개념 자체가 잘 맞지를 않았던 것이다.

HMD
F-35
는 비행 정보가 통합되고 타게팅 작업을 할 수 있는 헬멧 디스플레이(HMD)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게 무척 비싼 장비라서 그런지 실제로 써보게 해주지는 않았다. 대신 마네킹 머리에 씌워서 HMD에 구현되는 화면을 별도의 모니터로 보여주었다. 4세대급 항공기에서도 HMD를 많이 쓰지만, F-35HMD는 특히 분산개구시스템과 연동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기능을 켜면 조종사는 360도 모든 방향에 대한 적외선 영상을 볼 수 있다. 즉 비행기 동체에 가려지는 부분을 투시해서 볼 수 있는 셈이다. 옛날 비행기들은 기체의 배면을 확인하거나 기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기체 자세를 바꾸는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했지만, F-35에서는 그럴 일이 없어졌다. 단적인 예로, 항공모함에 수직 착륙을 할 때 내릴 지점을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다. 하지만 HMD로 내 비행기를 투시해서 볼 수 있으면 그런 점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기술은 90년대만 해도 로봇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수 있던 기술이었던 것 같다. 물론 F-35의 분산개구 시스템에 대한 얘기는 들어봤지만, 시뮬레이터에서 그 기능을 실제로 체험해 보니 말로 듣던 것과는 느낌이 또 달랐다.

착륙 및 착함
이 시뮬레이터는
F-353가지 모델인 재래식 F-35A, 단거리수직이착륙(STOVL) 모델인 F-35B, 함재기 모델(CV)F-35C형이 모두 구현되어 있다. 착륙을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어떤 착륙을 해보고 싶냐고 해서 모두 다 해보고 싶다고 했다.

우선 A형의 일반적인 착륙을 해보았다. 4세대급 기종의 전방시현기(HUD)에 익숙하다면 착륙에서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시나리오가 직선 어프로치로 접지점에서 2마일 가량 전방에 설정이 되어있었다. PC에서 팰콘 4.0 시뮬레이션 하면서 F-16 내리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어프로치 속도만 물어보고 그냥 내렸다. 한 번에 성공.

다음 함재기 버전 착함을 해보았다. 지상 활주로 착륙과 비슷한 시작 위치였다. 시작한 직후에 모함이 움직이느냐고 물어봤더니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역시 별 문제될 부분은 없고 그냥 활공각과 속도만 맞추고 내리면 됐다. 다만 항모에 착함할 때는 활주로 착륙과 달리 마지막 순간에 갑판에 항공기를 세게 찍고 스로틀을 최대로 올려서 착함 후크가 걸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데 무심코 접근하다가 스로틀을 죽이면서 공군 식으로 갑판에 갖다 대는 실수를 했다. 안내자는 그 부분을 지적했지만 하여튼 착함 와이어에 후크를 걸고 서는데 성공은 했다. 진짜 비행기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조종석 시뮬레이터도 어차피 CPU로 연산하는 프로그램이고 필자는 PC 시뮬레이션에는 익숙하기 때문에 착륙과 착함 모두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PC 시뮬레이션에서는 몰아보지 못한 기종이고 진짜 비행기가 아닌 시뮬레이터에서긴 하지만 HUD 보고 내리는데 못 내릴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안내자들은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었지만, 두 종류의 시도 모두 한 번에 성공한 것이 시뮬레이터라는 물건 자체의 특성이 진짜 비행기보다는 PC 게임에 가까워서 그런지(이를테면 난기류의 영향이 없다) 아니면 F-35가 그만큼 몰기 쉬운 비행기라는 방증인지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딱 잘라 말하기가 도리어 힘들다.

세 번째로 한 수직착륙에서는 다소 실수가 있었다. 호버링(hovering) 모드에서는 스로틀과 스틱의 기능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호버링 모드를 작동하면 스로틀은 추력의 분사각도를 결정하고 스틱의 앞뒤 움직임은 고도를 결정했다. 스로틀에는 작은 전후방향 스위치가 달려있어 추력의 분사각도를 미세조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처음의 접근에서는 스로틀의 작동 방식을 잘 이해하지 못해 속도 컨트롤에 실패하는 바람에 모함을 지나쳐버렸다. 원래대로라면 장주 패턴을 돌아서 다시 접근을 해야 했겠지만, 편의상 호버링 상태에서 러더로 기체를 180도 돌려서 모함에 거꾸로 접근하고 내렸다. 상당히 높은 고도로 접근해서 모함이 시야에서 일찍 사라졌음에도 분산개구 영상을 볼 수 있었기에 위치 파악이 아주 쉬웠다. 모함은 강습상륙함이었는데, 처음에는 착함 지점이 좁아서 들이 대기가 까다롭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시뮬레이터라 컨트롤이 쉬워서 그런지 여유가 충분히 많다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는 자동 호버링 기능의 덕에 수직 이착륙 모드가 굉장히 쉬웠다. 다만 이건 난기류가 구현되지 않은 시뮬레이터이고, 진짜 비행기에서는 기류의 영향을 어느 정도까지 버티면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조종의 어려움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일 것 같다.

아래 동영상은 필자가 타본 것과 같은 F-35 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자세한 F-35 조종석 소개 영상이다.

정리
본문에서 언급했다시피
, 전반적으로 마치 비현실적으로 쉽게 만든 아케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이건 시스템의 구조가 그렇다는 것이고, 시뮬레이터에 진짜 비행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재현되어 있지는 못할 것이다. 짧은 시간에 무장 운용 등의 기재취급을 하면서 쉽다고 느꼈지만 전술 구사가 아니라 단순한 기재취급 만이었으므로 체감상 더 쉽다고 느껴졌을 수도 있다. 아무리 첨단 전투기라고 하더라도 진짜 비행과 전투를 하면서는 결코 게임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조건에 한해서 말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있다. 필자는 근본적으로 PC 시뮬레이션 게이머로서 두 가지의 시뮬레이터를 타보았다. PC 시뮬레이션 게이머라는 자기소개를 못마땅하게 여길 분이 혹 계시다면, 흔히 말하는 닌텐도 세대라고 해두자. 닌텐도 세대가 디지털화된 군장비에 쉽게 적응한다는 보도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왔던 바 있다. 필자 역시 F-35의 조종석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길어야 1~2분 이내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거의 모든 작업을 실수 없이 수행했다. 물론 쉬운 조건의 시나리오에서 쉽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적응 과정이 쉽다면 공중전투라는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조종사의 부담을 그만큼 줄이고 조종사와 항공기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소중한 체험 기회를 만들어준 편집장님과 회사 측 관계자분들, 친절히 안내해준 안내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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