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18의 F-22 격추 사건 진위는? *

* 월간항공 07년 5월호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내용상 당시 시점으로 쓰인 부분들은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올 봄에 F-22가 레드 플래그 훈련에서 처음으로 피격추 판정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에 앞서 작년 겨울의 레드플래그에서는 첫 주에 144:0, 둘째 주에 241:2(이 2는 F-22가 격추된 것이 아니라 F-22와 같은 편이었던 동료기)의 격추교환비를 냈다는 경이적인 훈련결과가 공개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올 봄의 F-22 첫 피격추 판정 소식은 한편으로 F-22도 무적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줌과 동시에, 수백 대의 적기를 격추하고 난 후의 첫 피격추가 세계적인 뉴스가 될 정도로 역시 F-22의 성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가 되기도 하였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외 인터넷에는 F-22를 격추한 것이 F-16이라거나 F/A-18이라는 출처가 불분명한 소문들이 돌았는데, 특히 F/A-18이 F-22을 격추하는 장면이라고 알려진 아래 두 장의 F/A-18 HUD 테입 연속 캡쳐 사진이 이번 훈련과 관련된 것이라고 알려지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사실을 확인해보자면 이 사진은 올 봄의 레드플래그 훈련과는 상관이 없는 사진이다.


 

이 사진은 본래 Alert5라는 군사항공 관련 사이트(www.alert5.com)에 2006년 4월 8일자로 처음 등록된 이래로 여러 사이트들에 퍼져있던 사진이다. 이곳의 사진 설명과 기타 인터넷에서 알려진 소문들을 종합하면, 이 장면은 미 해군의 VFA-11 전투비행대대와 미 공군의 27 전투비행대대(2005년에 F-15에서 F-22로 기종을 전환한 최초의 F-22 운용부대)가 참여한 Red Air라는 훈련에서 F/A-18F 슈퍼 호넷이 F-22 랩터와 근접전투훈련(BFM)을 하던 중 발생한 장면이라고 한다. 2007년 3월의 훈련 장면이 2006년 4월에 인터넷에 공개될 수는 없으므로 이 사진이 올해의 훈련과는 상관없는 것이 분명하기는 하지만, 4세대 기종인 F/A-18F로 F-22에 공격위치를 점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흥미로운 사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HUD에는 비행에 관한 주요 정보들이 대부분 담겨있고 이 사진에서도 여러 기호와 수치들을 명확히 판독할 수 있으므로, 이 두 장의 사진에서 현재의 전투 상황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다.

1) 화면 중앙 상단의 W 표시는 항공기의 기수가 향하는 기체 축선을 나타낸다. 그 위의 + 표시는 기총 영점이다. 그리고 20, 25, 30, 35 등의 숫자가 붙어있는 일련의 기울어진 점선들은 피치래더(Pitch ladder)라는 기호로서, 항공기의 피치(pitch; 기수 상하각)와 뱅크(bank; 옆기울기)를 보여주는 기호이다. 이를 통해서 보면 이 HUD의 주인인 F/A-18F는 약 60도의 뱅크와 -25~-30도 가량의 피치 자세로 우선회를 하는 중임을 알 수 있다. W 표시 오른쪽의 사각형에 있는 15180은 고도를 나타낸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이 수치가  15090으로 줄었고 피치도 수평선 아래로 더 깊어졌으므로 이 슈퍼호넷은 현재 우측 강하선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 아래 끝부분에 세 개의 막대가 달린 작은 원은 플라이트 패스 마커(Flight Path Marker; FPM)라고 하는 비행벡터 표시기이다. 항공기는 실제로는 동체 축선을 뜻하는 W 표시가 아닌 이 FPM 방향으로 날아간다. 이 W 표시와 FPM 사이의 각도가 받음각(angle of attack)이다. 화면 중앙 왼쪽의 ∝ 20.3이라는 수치가 이 받음각을 ° 단위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속도가 낮아질수록, 그리고 급격한 기동을 할수록 받음각이 커진다. 그리고 상대적인 각도관계로 보자면 F-22는 거의 수직강하에 가까운 급격한 강하기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데이터들을 기초로 현재 두 항공기의 상태를 입체적으로 그려보면 대략 이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2) W 표시 왼쪽의 사각형에 있는 179는 속도(knots)를 나타낸다. 화면 중앙 왼쪽의 M 0.36이라는 수치는 이 항공기의 마하 속도를 뜻한다. 노트 수치가 일정하더라도 마하 속도는 고도에 따라서 달라지며, 마하 수치가 전투 기동 시 정확한 항공역학적 성능의 지표가 된다. 179노트의 속도라면 높은 기동성을 낼 수 있는 최적 속도보다 한참 느리다. 전투기동을 할 때는 충분한 속도(기종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350kts~450kts 가량)가 있어야 높은 기동성을 얻을 수 있고, 급격한 기동을 계속하면 항력이 증가하여 점차 속도가 떨어지고 그에 따라 기동성도 함께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 공중전이 시작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두 전투기들이 급격한 기동을 하느라 속도가 고갈된 상태라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강하선회를 하고 있는 것도 기동에 필요한 속도를 보충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기동으로 속도를 상실하고 나서 강하선회에 들어가는 것은 전투 기동에서 꽤나 흔한 패턴이다. 화면 왼쪽의 G 1.7이라는 숫자는 슈퍼호넷이 현재 당기고 있는 G를 나타낸다. 200kts도 되지 않는 낮은 속도이기 때문에 조종간을 세게 당기더라도 대략 이정도의 G밖에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G 1.7 아래의 7.6이라는 수치는 이 항공기가 이륙한 후 당겼던 최대 G를 나타낸다. 이 수치는 슈퍼호넷의 설계상 최대G 한계와 같으므로, 이 슈퍼 호넷 조종사는 전투 초반에 각도 우위를 얻기 위해서 최대한 급격한 기동을 시도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화면 중앙 약간 오른쪽의 1000FT라는 수치는 슈퍼호넷과 랩터 사이의 거리이다. 그리고 그 위의 200V는 접근율을 나타낸다. 즉 현재 두 기체는 200kts의 상대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두 번째 사진에서는 거리가 900 FT로 가까워진 것을 볼 수 있다.  

4) 랩터 전투기와 겹쳐있는, 중앙에 점이 있고 작은 막대들이 달린 원은 피퍼(pipper)라고 하는 기총 조준점이다. 이 피퍼는 컴퓨터가 내 비행기와 표적의 비행 제원과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서 표시하는 예상 명중점이다. 즉 이 사진에서는 피퍼와 랩터가 서로 겹쳐있으므로 기총을 발사한다면 명중할 가능성이 높다. 화면 가운데 아래에 있는 X 표시가 겹쳐진 GUN이라는 기호는 현재 공격무장기로 기총(20mm 발칸)이 선택되어있고 무장 안전 모드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 상태에서는 기총 발사버튼을 눌러도 실탄이 발사되지 않는다. 화면 왼쪽 위 구석의 검은 색 사각형은 인터넷에 소개된 설명에 의하면 현재 기총 발사버튼을 당기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 표시라고 한다. 이것은 유일하게 원래의 HUD에 표시된 기호가 아니고 녹화테이프에 표시된 것이다.

이상의 데이터들을 놓고 보면 슈퍼 호넷은 분명히 F-22를 기총 조준점에 올려놓고 발사버튼까지 눌렀으므로 격추 판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반대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점들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이 슈퍼호넷은 최적의 공격 위치와 적절한 기총 공격 조건에 있지 않다. 기총 조준 사격을 위해서 중요한 사항들을 꼽자면 가급적 각도상 적기의 꼬리쪽에 있을 것, 적기와 같은 기동평면에 있을 것, 접근율을 적절히 유지할 것 등이다.  

대체로 적기의 정6시 방향에서 30도 각도 내외를 기총 사격에 적당한 위치라고 간주하는데, 이 사진에서는 F-22의 등부분이 상당히 많이 보이고 있다. 등부분이 많이 보인다는 것은 적기의 꼬리를 확실히 물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거리도 가깝다. 가까운 거리에서 적기의 등부분이 많이 보인다면 적기를 지속적으로 추적하기 힘들다. 즉 이 장면 직후 공격기인 슈퍼호넷은 랩터의 선회반경 바깥으로 튕겨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 그림과 같이 랩터가 선회방향을 바꾸어 내 비행기 기수가 적기의 꼬리를 바라보는 nose-to-tail 상황에서 두 비행기의 기수끼리 마주보는 nose-to-nose 상황으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Nose-to-nose 상황은 중립적인 상황에 더 가까우므로 방어기 입장에서는 훨씬 사정이 나아지는 셈이다. (아래 삽화) 그리고 헬멧 조준기와 AIM-9X를 운용하는 F-22의 무기체계를 감안한다면 꼬리를 물리고 있을 때에 비해 F-22가 대응공격을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기동평면이란 선회기동을 하는 비행기의 궤적이 만들어내는 평면을 말한다. 전투기동을 할 때는 통상 스틱을 당겨서 기수를 올리는 방법으로 선회를 하므로, 전투기동을 할 때 생기는 기동평면은 대개 양력벡터방향과 비슷하다. 적기와 같은 기동평면에 있지 못하다면 두 비행기의 비행경로가 한 점에서만 만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적기의 꼬리쪽에 있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공격위치를 유지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는 두 비행기의 기동평면이 거의 90도정도 이격되어 있다. 즉 이 장면 직후 슈퍼호넷은 F-22를 지속적으로 전방에 두지 못하고 F-22가 화면 오른쪽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아래 삽화 참조)

실제로, FPM과 피치래더가 우측으로 밀려있는 것을 보면 조종사가 일반적인 전투기동을 할 때처럼 조종간을 수직으로 당겨서 적기를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기총 조준점을 적기에게 억지로 올려놓기 위해서 러더를 왼쪽으로 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즉 요우(yaw) 방향으로 기체가 밀리고 있다는 뜻인데, 오른쪽으로 선회하면서 왼쪽으로 러더를 찬다는 것은 정상적인 기동 방법에서 상당히 많이 벗어난, 순간으로만 효과가 있는 임시방편의 조작일 뿐 아니라 기총 사격 시에 요우방향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론상의 지침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총이 반드시 맞지 않는다는 법은 없지만, 이 조종사는 기본적인 기동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기본기가 떨어지는 조종사이거나 아니면 교범의 원칙을 무시하고 기동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뛰어난 조종사이거나 둘 중의 하나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초고기동성을 가진 랩터를 조준선에 올려놓은 것을 보면 물론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장면에서 두 비행기의 접근율은 200kts이다. 200kts를 환산하면 초당 약 333ft, 다시 말해 이 속도대로 적기를 향해 곧장 다가간다면 불과 3초 후에 두 비행기가 만나게 된다. 여러 자료들을 보면 기총 사격 시 접근율은 대략 50kts 이내로 조절하라는 조언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그에 비추어보자면 200kts는 기총 사격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빠른 접근율이다. 접근율이 지나치게 빠르면 그만큼 유효 사거리 내에 오래 머무를 수 없기 때문에 사격 조준을 위한 시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또 한가지, 공대공 근접전 훈련에서는 훈련기간 충돌 방지를 위해, 그리고 적기를 격추했을 때 피격된 적기의 파편을 피하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훈련 규정으로 최소접근거리를 설정하는데, 미 해군의 교범에 따르면 이는 통상 1,000ft이다. 이 사진에서 두 비행기 간 거리는  첫 장면에서 1,000ft, 두 번째 장면에서 900ft로, 이 훈련에서의 구체적인 교전규칙이 정확히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반적인 교전규칙의 제한을 분명히 위반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면을 종합해서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이 장면은 슈퍼 호넷이 지속적으로 랩터의 꼬리를 물고 공격을 하는 장면이 아니라 전투의 와중에 슈퍼호넷이 매우 순간적으로 랩터를 기총 조준점에 올려놓은 장면으로서, 이 사진 한두 장만 가지고는 이때 격추 판정이 났을 지의 여부는 단정해서 말할 수 없다. 격추 판정이 나기 위해서는 이 장면 이전에 이미 판정이 나있어야 할 것이며, 이 장면 이후로는 격추 판정이 나올 수 없을 뿐 아니라 공격 위치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단, 실전에서는 순간적인 타이밍에 사격을 해도 적기를 맞힐 수도 있고 느린 속도의 전투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어쨌거나 귀중한 기회를 잡은 것이기는 하다. 물론 못 맞힐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기동의 측면에서 보자면 슈퍼 호넷이 상당히 유리한 상태에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지만 지속적으로 꼬리를 문 채로 높은 명중률로 기총 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사일을 발사하기에는 너무 가깝다.) 뿐만 아니라, 일설에 의하면 이 사진은 BFM 훈련의 한 장면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근접전투훈련은 기량을 겨루고 승패를 따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주어진 상황에서의 대처법을 가르치기 위한 훈련이다. 때문에 어느 한 항공기가 처음부터 꼬리를 물거나 또는 대준 채로 전투를 시작하기도 한다. 그런 식의 훈련 설정에서는 이 정도의 상황이 나오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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