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35 성능, 달리 보면 달리 보인다 *

* 월간항공 2013년 4월호 원고 마이너 편집본입니다

요즘 군사항공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뭐니 해도 F-35다. 개발지연과 가격상승은 이미 계속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이고, 최근에는 지속선회율이나 후방시야 등 성능과 제원에 대해서도 문제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F-35의 성능과 제원에 대한 보도는 연일 뜨겁다. 보도내용대로 보자면 F-35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그저 그런 전투기가 돼 버렸다. 그러나 전투기 조종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성능문제를 단순히 단편적으로 볼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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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를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성능이다. 많은 사람들은 제작사들이 친절하게 만들어 놓은 수치화된 개별 성능을 통해 그 전투기가 가진 능력을 판단한다. 그러나 개별 성능을 따지기보다 이러한 성능들이 실전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투기 조종사들의 얘기다. 현재 F-X 3차 사업 후보기종 중 하나인 F-35도 마찬가지다. F-35의 성능을 가늠하려면 F-35가 치르게 될 공중전의 모습을 큰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F-35 개발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을 뿐더러 스텔스기의 공중전 모습도 일반인에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지만, 알려진 사실과 가용한 근거들을 토대로 한 추론은 가능하다.

가시거리 밖 교전
F-35가 가시거리 밖(Beyond Visual Range; BVR)에서 비스텔스 적기를 만난다고 가정해 보자. 스텔스기라고 해서 레이더에 전혀 잡히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BVR 교전에서는 탐지거리가 상대에 비해 짧을수록 전술적으로 불리해지는데, 스텔스기는 적에게 그러한 불리성을 커지게 만든다. 말하자면 레이더 성능에 차이가 나는 재래식 기종들 간의 싸움과 비슷하다고 바꿔 생각하면 연상하기가 더 쉬울 것 같다.
지상이나 공중조기경보기로 F-35를 탐지할 수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이고 상대가 F-35의 존재와 위치를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유도하기 위해서는 항공기의 레이더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이는 곧 공격 타이밍이 늦어진다는 불리성은 피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데이터링크가 없다면 음성관제를 받으며 요격을 해야 한다. F-5나 MiG-21과 같은 기종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전술관제가 항공기 자체의 BVR 능력을 완전히 대신하지는 못하고 전술적 열세가 극복되지도 못한다.


스텔스기는 비스텔스기보다 먼저 보고 먼저 쏠 수 있다. (부채꼴: 상대 탐지거리)

따라서 대개는 F-35가 적을 더 멀리서 탐지하고 미사일을 먼저 쏠 수 있을 것이다. F-35는 현재 AIM-120 암람(AMRAAM) 중거리 미사일을 4발 탑재하며, 동시다목표 교전능력이 있어서 한 차례 공격 시에 4발 모두를 각자의 표적에 발사할 수 있다. 또한 앞뒤로 거리를 분리한 편대들이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뒤로 빠지기를 교대로 반복해 근접교전을 피하고, 아웃파이팅만으로 적을 공격하는 ‘그라인더(Grinder)’라는 BVR 전술도 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F-35는 BVR 교전에서 최대한의 화력을 사용할 수 있다.


그라인더 전술

암람 미사일은 명중률이 50%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 확률수치를 근거로 산술적으로 계산해 대강의 흐름을 예측해 보자. 만약 F-35가 적기와 각각 한 편대씩 4대 4로 만났다면 적기 편대들은 거의 전멸하는 지경에 이를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적기가 2개 편대 8대라면 적기 당 미사일 2발씩을 발사할 수 있고, 이 때 격추율은 기당 75%가 되므로 적기 8대 중 2대 정도만이 살아남는 상황이 된다. 적기가 3개 편대로 12대 정도는 되어야 적기들이 선제공격을 받은 후에도 수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대 공중전에서 3개 편대급 전력이 동시에 하나의 교전에 투입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3개 편대 12대가 동시에 교전을 걸어오려면 하나의 전투집단으로서 스크램블 대기를 하고 있었거나 전투공중초계를 하고 있었어야 할 텐데, 그 정도의 스크램블 대기나 공중초계 전력을 24시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그 임무에만 투입해야 하므로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또한 현실에서는 F-35도 한 전장에서 한 편대만 운용될 리가 없다. 공세적 혼성편대군의 일원이거나, 방공작전에서도 다른 지원전력이 있을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비스텔스전력을 포함한 총 전력상 가상 적국들에 대해 압도적인 수적 열세에 처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F-35 한 편대에 대해 3배나 그 이상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가진 적기들이 교전을 벌이는 시나리오는 더더욱 비현실적이 된다. 덧붙이자면 현재까지 운용경험에 따르면 스텔스기가 비스텔스기들과 함께 작전을 펼칠 때 비스텔스기들도 전투력 상승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가시거리 내 교전
F-35의 성능 중 특히 가시거리 내(Within Visual Range; WVR) 교전능력에 대해 여러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BVR과 WVR은 별개로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BVR의 교전 상황이 WVR까지 계속 연결된다. 따라서 근접전투능력 요소만을 분리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진 논리가 되며, 보다 큰 전체 그림에서 보아야 한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적기들이 원거리에서 선제공격을 받아 그 중 상당수가 격추된다고 가정해 보자. 살아남은 적기들은 전투능력은 물론 전투의지도 상실할 것이고, 계속 싸우기보다 퇴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전투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체계적인 전술로 교전을 하기 힘들고 각자 임기응변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된다. 뿐만 아니다. BVR 미사일 공격을 받고 이를 인지했다면 회피기동을 해야 하므로 근접전투기동에 필요하게 될 고도와 속도가 많이 소모되고 각도도 불리해지고, 상황인식도 깨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이 BVR 교전에서 밀렸다면 WVR 교전에도 그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쳐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수세적으로 근접전에 들어가야만 하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이미 BVR 교전능력에 차이가 나는 다른 기종간 전투훈련들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패턴이다. 이렇게 대부분의 조건이 불리한 채로 F-35와 WVR 교전에 들어간다면 남은 적기들이 F-35에 비해 기동성이 우세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불리한 조건들을 기동성능만으로 극복하거나 나아가 전체 승부를 뒤집기는 극히 힘들 것이다.

최근 F-35의 지속선회율 성능요건이 완화돼 근접전 능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월간항공 3월호 참조). 하지만 지속선회율만이 근접전 능력의 척도의 전부는 아니다. 지속선회율은 속도를 잃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기동할 수 있는 선회능력을 말하며, 순간선회율은 속도를 잃는 것을 감수하고 순간적으로나마 얻을 수 있는 최대 선회율을 말한다. F-35의 순간선회율 성능은 하향되지 않았고 대략 F/A-18과 비슷한 수준이며, 받음각 성능은 50도라고 한다. 즉 F-35는 지속선회율은 낮지만 순간선회율은 좋은 편이다. 그렇다면 그에 적합한 전술을 개발하면 된다. 이를테면 적기와 같은 방향으로 선회전을 할 때는 지속선회율이 중요하지만, 시저스 기동과 같이 서로 마주보는 방향으로 기동할 때는 순간선회율이 높고 선회반경이 좁으면 유리하다.


시저스(Scissors) 기동

보다 근본적으로, 5세대 전투기 시대에는 근접전투 모습이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AIM-9X는 미사일 기축선에서 최대 90도 측면에 있는 표적에까지 발사를 할 수 있다. 즉 기수를 90도만 돌려도 정후방의 적기에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그리고 받음각 성능이 좋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선회반경이 매우 좁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기체들에서는 전통적인 근접전투기동의 필요성이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대신 순간선회율을 이용해 기수를 적기 쪽으로 빨리 당겨놓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형태의 전투가 주된 모습이 될 것이다.


순간선회율과 기축선밖 공격능력의 효과 (부채꼴: 미사일 발사범위)

F-35와 순간선회능력이 비슷하다는 F/A-18이나 F-16에서도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사 후 락온(Lock On After Launch; LOAL) 방식 단거리 미사일이 조만간 실용화되면 헬멧조준기와 데이터링크를 이용해 뒤쪽을 향해서도 미사일 발사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전통적인 전투기동을 전제로 F-35의 근접전 능력을 평가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발사후락온(LOAL) 미사일 개념

후방시야
F-35의 후방시야가 기존 전투기들에 비해서 불량하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알려지고 언론들에서는 이를 “격추 위험”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F-15이나 F-16과 같이 조종석 시야를 중시한 기체들에 비하면 F-35의 후방시야는 외견상으로도 불량해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후방이 전혀 보이지 않는 수준은 아니며, 후방시야가 근접전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하거나 유일한 설계요소도 아니다. 역사상 가시거리 내 전투를 위해 만든 많은 항공기들 중에서도 심지어 사실상 후방이 아예 막혀있게끔 설계했음에도 원래 목적대로 격투전에서 높은 전과를 거둔 명품 전투기들도 많다. 예를 들자면 조종석 뒤에 방탄판이 있어 후방시야가 꽉 막힌 F6F 핼켓 전투기는 물방울형 캐노피를 채택하여 후방이 훤히 잘 보이는 일본 전투기들과 교전해 13:1의 격추전과를 거뒀다.


핼켓과 제로 전투기

전투기동을 하고 있는 중에는 적기를 정후방이 아닌 상방이나 후상방 쪽으로 보게 되므로 생각만큼 정후방 시야 문제가 그렇게 결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정후방 시야가 나쁘면 전투기동에서 불리하다기보다는 순항 중 기습을 당할 위험이 더 커진다. 하지만 후방시야 사각을 커버하기 위해서 전투기들은 적절한 편대 대형을 사용해 동료기의 후방을 서로 감시해주므로 얼마든지 전투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물론 조종석 시야가 나쁘면 그만큼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단 재래식 전투기에서라면 그렇다. F-35에서는 이 문제가 부각되는 것이 넌센스다. 왜냐하면 F-35에는 360도 모든 방향, 심지어 배면방향까지도 볼 수 있는 EO-DAS라는 전자광학 카메라 세트가 있고, 그 영상을 헬멧시현장치를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F-35의 후방시야에서는 맨눈이 EO-DAS의 보조적인 역할만을 한다. 뿐만 아니라 F-35에서는 각종 센서 정보들을 통합한 상황인식화면이 제공되므로 조종사는 360도 전방향에 대해 높은 상황인식을 가진 채 임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근거리 정후방에서 기습을 당할 가능성은 재래식 전투기들에 비해 오히려 더 적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F-35는 EO-DAS로 전후좌우상하 모든 방향을 볼 수 있다.

스텔스 대 비스텔스
BVR은 WVR에 대해 순위가 먼저다. 즉 BVR에 유리한 기체는 BVR 교전만을 시도하고 WVR은 불리하다면 피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WVR에서 우세한 기체가 BVR이 불리하다고 해서 피하고 WVR 교전만을 하기는 극히 힘들다. 결국 전체 전투의 주도권은 BVR에서 우세한 쪽이 잡기 마련이다. 때문에 F-35가 BVR에서 우세한 한에는 WVR 교전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더라도 그 전술적인 영향은 작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제까지 보았다시피 F-35가 근접전에서는 무조건 진다는 결론도 성립하기 힘들다.  반대로, 현재 알려진 능력만을 보더라도 BVR의 우위와 우수한 상황인식 능력, 순간선회율과 고기동 단거리 미사일 등을 이용해 F-35가 근접전투에서도 기동성 좋은 적기들과 최소한 어느 정도나마 대등하게 상대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최악의 경우, F-35가 근접전투에서 유리한 영역이 극히 작거나 혹은 전투상황상 근접전에 들어가면 불리하겠다고 판단된다면 근접전투까지 가기 전 교전을 중지하고 이탈해 버리면 그만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공세적 혼성편대군의 일원이거나 지원전력이 있다면 F-35가 BVR 교전만을 한 후 근접전투까지 가기 전 뒤로 빠지고 다른 전력들이 교전을 이어받는 시나리오가 더욱 합리적일 것이다. F-35는 근접전투를 목적으로 만든 전투기가 아니니 말이다.
단 그것이 근접전으로 가면 반드시 패한다는 의미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F-35가 근접전에서 격추된다는 시나리오가 성립되려면 상대기들이 F-35로부터 원거리에서 선제공격을 받아 동료기들이 격추되는 와중에도 전투의지를 잃지 않고 F-35를 계속 탐색하고 탐지하면서 근접전투거리까지 도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F-35도 근접전투가 불리하더라도 회피하지 않고 기어코 근접전투에 들어가 격추돼 줘야한다. 이러한 가정들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생각 없이 무작정 서로 다가와 한 쪽이 전멸할 때까지 싸우는 일은 컴퓨터 게임에서나 가능하다. 반대로 이를 현실적으로 본다면, F-35의 상대기들이 선제공격을 받고 다수가 격추되면 근접전투까지 가기도 전에 교전능력은 물론 전투의지도 상실돼 퇴각하려 할 것이다. 또한 F-35도 근접전투가 불리할 것으로 판단되면 역시 전장을 이탈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F-35가 불리한 입장에서 근접전투가 일어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봐야 한다. 물론 예기치 못한 근접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F-35는 전장상황인식능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근접전투에 빠질 위험 역시 재래식 전투기에 비해 적을 것이고, 보편적이기보다는 예외적인 사례에 가까울 것이다. 사실 스텔스기의 공중전 능력은 더 이상 상상만의 세계가 아니다. F-22가 공중전투 훈련들에서 거두는 압도적인 전적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F-35도 그러한 능력을 적어도 상당부분 이어받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이와 반대로 비스텔스기들에 밀릴 것이라는 추측은 현실과 동떨어진 억측으로 본다. 대신 F-35는 적기들도 비슷한 기술로 무장한 5세대급 기종이 돼야 대등한 입장의 전투를 상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덧붙여 적국이 스텔스기를 가지고 있고 우리에게는 없다면 그 전투양상은 지금까지 그려본 그림과는 정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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