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9년 9월 15일자

팰콘4.0 vs F-22 라이트닝

 완성도와 쉬운 난이도의 조화. 이것은 비행시뮬레이션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그 난이도도 함께 높아짐으로 인하여 제기되기 시작한 문제이다. 모든 회사들은 상반되는 이 두가지 조건을 적당히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소비자층을 선택하고 마케팅을 한다.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완성도와 상업성이라는 두 가지 극한에 있는 회사를 들자면 MPS와 노바로직을 들 수 있고, 그중에서도 팰콘4.0과 이제 갓 출시된 F-22 Lightning III를 비교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팰콘4.0은 당당하게 시뮬레이션의 새 벤치마킹임을 자처하며 최고의 사실성을 가지고 있다는데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F-22 III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쉬운 난이도로 많은 대중에 어필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완성도와 쉬운 난이도 중에서 어떤 것이 상업적인 성공의 요인인가를 논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다. 사실은 이 두가지 특성은 소비자층의 분리를 낳는다고 보여진다. 주로 어느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통신동호회들에서 눈에 띄는 분위기는 노바로직의 시뮬레이션의 낮은 사실성을 비판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주로 초보자들을 중심으로 노바로직의 시뮬레이션들에 대한 저변이 많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과거에는 심한 경우 노바로직의 게임은 비행시뮬레이션 게시판에 글쓰기조차 금지될 정도였지만 그러한 제한도 대중적인 성공에 힘입어 차차 완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경력이 쌓여감에 따라서 점차 난이도 있는 시뮬레이션을 접하게 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하드코어 시뮬레이션의 높은 난이도가 비행시뮬레이션에 대한 접근 자체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고, 어느 순간을 놓고 본다면 두 소비자층은 분명히 차이가 난다.


 노바로직이 보다 접근하기 쉬운 게임을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력에 있어서의 큰 차이는 없기 때문에 팰콘4.0과 F-22 III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특히 노바로직은 상업적인 목적에 의해 낮은 시스템에서도 잘돌아가는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데 시스템 사양에 비한다면 그래픽은 상당히 인정해줄만 하다. 팰콘4.0이나 F-22 III모두 게이머 각자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둘 다 충분히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하고 있고 시야조망도 고정조밍 및 회전조망, 패드락모드등 원칙적으로는 비슷한 개념들로 구성되어있다. F-22 III는 노바월드에서 제공하는 음성교신을 지원하지만 팰콘4.0도 로져윌코라는 공개 유틸리티를 통해 넷플중 음성교신이 가능하다. 비행 난이도는 게임제작상의 난이도문제도 있지만 F-16과 F-22라는 기체 자체의 조종 난이도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난이도를 단적으로 비교하기는 애매하다. 실제로 비교적 실기의 F-22에 가까웠다고 하는 DID의 TAW도 배우기가 상당히 쉬웠었는데, 물론 F-22가 리얼리티를 좀더 희생하여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신형 전투기에서 조종사의 부담이 줄었다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스타크래프트가 게임방을 먹여살려왔고 오늘날 모든 장르의 게임에서 네트워크 플레이여부를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행 시뮬레이션에서도 단독 비행보다는 네트워크 플레이가 주류를 이루는 것이 대세인데, 팰콘4.0과 F-22 III는 그점에서 판이한 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팰콘4,0은 개인 서버를 이용한 네트워커 플레이를 지원하는데, 넷플 동료를 자력으로 구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동호회나 가상비행단 중심으로 제한된 네트워크 플레이가 이루어지고 있다. 동료를 구하는 것은 좀 힘이 들지만 일단 같이 비행할 동료만 구한다면 매우 잘 계획된 임무를 제작하거나 참여하여 편대비행을 할 수 있는 맛이 있다. F-22 III는 델타포스와 같이 최대 128명까지 접속할 수 있는 노바월드 아레나에서 네트워크 플레이를 지원해주는데, 공개서버는 별다른 동료를 구하지 않더라도 24시간 언제라도 원할때에 노바월드에 접속하여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즐길 수가 있는 대신 이역시 동료가 없으면 편대비행의 맛을 느끼는데는 다소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MPS와 노바로직은 좋건 싫건간에 비행시뮬레이션의 두 축을 이루는 양대 산맥이다. 이중에 어떤 형태의 시뮬레이션이 과연 바람직한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완성도와 쉬운 난이도의 논쟁은 크게 본다면 부수적인 문제이며, 좋은 면을 본다면 팰콘4.0과 같은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비행시뮬레이션은 소수 매니아의 취향을 충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비행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 자체의 품위를 높여주는데 기여를 하고, F-22 III와 같은 대중적인 시뮬레이션은 보다 많은 사람이 비행시뮬레이션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나가야 하는 처지이다. 단순한 게임으로서의 비행시뮬레이션은 비행시뮬레이션으로서 존재가치도 무의미해지지만, 비행시뮬레이션이 폭넓은 저변없이 소수매니아들의 취향만을 대변한다면 하나의 문화로써의 비행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 상업적인 자본의 유입이 거부됨으로써 그 역시 스스로의 목을 죄이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비행시뮬레이션들이 다양한 구매자의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비행시뮬레이션의 저변을 확대하는데 기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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