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총과 포의 구분에 대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네이버 지식인에도 그에 관한 질문들이 많이 올라오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총과 포의 구분은 영어의 gun과 cannon의 정의를 적당히 옮겨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 시도에는 심각한 원천적 문제가 있습니다.

-웹스터 영어사전

Gun:
a : a piece of ordnance usually with high muzzle velocity and comparatively flat trajectory
b : a portable firearm (as a rifle or handgun)
c : a device that throws a projectile

Cannon:
a : a large heavy gun usually mounted on a carriage
b : a heavy-caliber automatic aircraft gun firing explosive shells

gun과 cannon은 물론 개략적인 뉘앙스상의 차이는 있지만 단일한 기준으로 명백하게 구분되는 상대어가 아닙니다. 실제 같은 무기를 놓고 건이라고 불렀다가 캐논이라고 불렀다가 하기도 합니다. 캐논 보다 더 큰 구경을 건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같은 단어의 의미조차 다중적입니다. 그런 단어 정의를 적당히 짜깁기해가지고 총과 포의 구분기준으로 삼겠다고 하면 답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지요. 더욱이, 총과 포는 건과 캐논에 일대일로 매치되는 단어도 아닙니다.

-네이버 국어사전

총 [銃]
[명사]화약의 힘으로 그 속에 든 탄환을 나가게 하는 무기. 권총, 기관총, 소총, 엽총 따위가 있다. ≒총포(銃砲).

포 [砲]
[명사]
1 <군사>=대포(大砲).
2 <역사>군대에서 돌멩이를 튀겨 내쏘던 무기.

대포 [大砲]
[명사]
1 <군사>화약의 힘으로 포탄을 멀리 내쏘는 무기. ≒포(砲).

총과 포가 건과 캐논에 일대일로 매치되지도 않을 뿐더러, 총과 포 그 자체도 건과 캐논과 마찬가지로 단일한 기준으로 구분되는 상대어가 아닙니다. 현대의 군에서도 이런저런 설명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강제성 있는 학술적 구분기준이라기보다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단어의 의미와 뉘앙스를 귀납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위 사전적 정의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보니 정의 자체가 난삽할 뿐더러 그런 복잡한 구분기준을 제시해놓고도 예외가 무작위로 발생해서, 사실상 객관적인 구분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임진왜란 때는 대포를 "총통"이라고 부르기도 했고, 일제시대에는 리볼버 권총을 육혈"포"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cal.50은 한정만 있을때는 중기관"총"이지만 4연장으로 붙여놓은건 승공"포"라고 부릅니다. 이런거 다 아무 기준 없이 그냥 당대의 언어정서에 적당히 맞춰서 붙이거나 통용된 명칭이라고밖에는 설명이 안됩니다.  

무반동총이냐 포냐가지고도 말이 많은데, 무반동총이 오역에서 나온 말이라느니 하는건 그럴싸한 추정일 뿐 실증적으로 밝혀진 것이 아닙니다. (오역설 자체가 하나의 민간어원설에 불과할 수 있음) 설령 실제로 오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단지 어원을 밝히는 의미가 있을 뿐, 무반동총이라는 명칭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규정하는 근거는 되지 못합니다. 교범에 총이라고 돼있으니 총이다.가 정답.

두 줄 요약:  총과 포의 구분방법은 -
1.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고 정의할 수 있다.
2. 보편적인 언어정서를 따르든지, 아니면 부르는 사람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