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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drow
2010.10.05 05:54
말씀하신 대로 불리한 상황이 명확한데 남아서 싸우려고 하신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 같습니다. 알지 못하던 적기에게 먼저 공격을 받았고 게다가 초기부터 선제 사격을 받고 있었으면 불리한 상황임이 너무도 명확하니 교전 중 "높은 교차각으로 패스"하는 타이밍에 그대로 쭉 빠져서 이탈하셨으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으셨을 것입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불리한 상황인지를 판단해서 교전을 중지하겠다는 결심을 내리는 것은 빠를 수록 좋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상황인식이 조금이라도 불확실하거나 내가 원하던 전투가 아니고 적이 먼저 시작해온 전투는 모두 다 가급적이면 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불리한 상황을 피하는 가장 빠른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너무 소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비행 해보면 그런 상황은 결국 대개 다 불리하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불리한 상황에 처할 때까지 혹시나 하고 전투 기동을 해보는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죠. 실제로는, 그렇게 유리/불리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쌓이다보면 어떤 적기를 처음 딱 본 그 순간에 아 이 적기는 싸워서 잡을 수 있겠다, 아니면 이 적기와는 싸워서는 안되겠구나라는 감이 오게 됩니다.

저는 항상 유리한 상황에서만 싸우라고 강조를 하지만, 물론 언제나 유리한 상황에서만 모든 전투를 시작할 수만은 없습니다. 비행을 하다보면 어떤 이유로든 불리한 상황을 언제든 만나게 되는게 사실입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지금이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을 일찍 판단할 수 있는 판단력, 그리고 이탈창을 남겨두거나 열고서 교전을 빠져나갈 수 있는 테크닉입니다. 그것이 뒷받침된다면 불리한 전투는 시작된 후에도 중지하고 빠져나올 수가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만 전투를 계속 해나갈 수 있게 되죠.


물론 주어진 조건에서 이탈이라는 옵션을 논외로 하고 반드시 승패를 보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생각해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그때는 이렇게 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라는 해답을 제시하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입니다. 불리한 상황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해답이 있다면 뒤집어 말하면 적기 입장에서는 유리한 상황인데도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거든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으므로, 불리한 상황에서 반드시 적기를 격추할 수 있는 해답이란 애당초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불리한 상황에서는 이탈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제 홈의 공중전투 전술에서도 불리한 상황에서 방어기동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방어 기동은 어디까지나 1차적으로는 교전을 중립 상황으로 만들어서 안전을 확보하고 이탈할 기회를 늘리기 위한 것이지, 불리한 상황에서 적기를 격추하겠다는 것만을 방어 기동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됩니다. 경우에 따라서 적기를 격추하지 않으면 살아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런 경우에는 반격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노리는 방향으로 교전을 해야 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