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6.25 개전 초기 국군이 대전차무기가 없어서 T-34에게 밀렸다고 했지만, 지금은 더이상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2.36인치 바주카포가 2000여 문 있었는데, 이는 중대급 대전차 화기로 운용할 수 있는 수량입니다. 그 외에도 57mm 대전차포가 연대 대전차 화기로 있었습니다.

2.36인치의 경우 2차대전 당시 중전차인 독일 Tiger도 격파한 사례가 있음에도 한국전에서 T-34에 이상하게 무력한 모습을 보인게 많은 의문으로 제기되고 있는데요. 개전 초기 전사를 보면 2.36인치를 대전차전투에 투입한 사례는 상당히 많이 볼 수 있고, 드물지만 전차 완파 내지 기동불능 파괴 기록이 몇 건 있기는 있습니다.

상급부대 화기인 57mm 대전차포도 역시 2차대전 당시에는 근거리에서 T-34와 대략 동급인 판터 전차를 격파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알려져 있고 초근거리 매복을 통해서는 중전차 티거도 격파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57mm 대전차포도 한국전에서는 2.36인치보다도 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방어력이 T-34에도 못미치는 Su-76 자주포에 대해 측면에서 영거리 사격을 했는데도 막지 못해 그냥 물러나야 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2.36인치의 경우도 2차대전 후 탄약 보관상 문제가 있어서 제성능이 나오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있기도 하지만, 57mm 대전차포도 역시 탄약의 문제를 제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인가 당시 참전하신 분께서 방송 다큐에서 증언하시기를, "대전차 사격을 하려면 철갑탄을 써야 하는데 철갑탄이 아닌 HEAT밖에 없어서 전차를 관통할 수 없었다"라는 요지로 말씀하시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육본 홈페이지 한국전쟁사의 기록에도 57mm 대전차포의 탄약 불출현황 중 철갑탄은 없고 대전차고폭탄만 상당한 수량이 불출된 것으로 기록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죠. HEAT는 엄연히 대전차 탄종인데 철갑탄이 아니기 때문에 대전차 사격에 효과가 없었다니 말입니다.
그점이 의심이 들어 자료들을 조금 찾아봤는데, 57mm 대전차포의 원형인 영국군 6파운드 대전차포와 그 라이센스 모델인 미제 M1 대전차포 모두 HEAT탄종을 운용한다는 기록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찾아본 바로는 57mm용 운용탄은 AP계열 탄 아니면 HE밖에 없더군요. 뿐만 아니라, 개전 전에 미군이 국군에 물자를 공여한 목록을 보아도 57mm HE만 있지, AP나 HEAT 탄종은 없습니다.

따라서, 당시 57mm 대전차포에는 HE탄종만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걸 어떤 이유로 우리 군에서 HEAT라고 잘못 알고 있던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주포를 측면 영거리 사격으로도 파손시키지 못한 케이스가 설명이 안되죠. 고폭탄이었다면 설명이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면밀한 데이터 수집을 통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