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가 무엇보다 중요한 전쟁에서도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패러다임에 함몰되는 현상은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지배계층을 형성하고 있던 유럽이나 일본, 중동의 기사 집단들은 화약이 발명되면서 그 새로운 무기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오히려 자기들의 전통적인 기술들을 강화하기에 더 집착했습니다. 지배계급의 지위가 있게끔 해준 방법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객관적인 분석이 아닌 우수한 승마술이 화약무기를 이겨낼 것이라는 미신적인 희망에 지나치게 오래까지(더이상 그러한 희망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없을 때까지) 의존했지요. 야구에 일본이 이겼어도 강한건 미국이라는 말씀을 드리려는게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패러다임 안에서는 다른 문화와의 차이를 객관화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