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양이 꿈의 200점대를 돌파하고 세계선수권 우승을 했지요. 이번 세계선수권을 계기로 김연아양과
아사다마오양의 라이벌 관계가 끝나는 느낌입니다. 쥬니어때는 마오양이 약간 우세했었죠. 그런데
시니어에 접어들고 나서 대세가 점점 기울더니 결국 이번에 확실해졌네요. 저는 그게 기본기의 차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마오양은 어린 나이에 여자 싱글 선수는 세계적으로 드문 트리플악셀(3회전 반)을 뛰어 피겨 신동으로
인정받고 유망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연아양은 트리플 악셀은 못뛰지만(안뛴다는 말도 있습니다)
역시 어려서 5종의 트리플 점프를 마스터했죠. 그리고 모든 종류의 점프를 정석대로 뜁니다. 연아양의
트레이드마크인 3-3 컴비네이션 점프도 여자 싱글 선수 중 완벽하게 구사하는 선수가 연아양 말고는
없을 정도로 고난이도이기는 하지만 단독 기술인 트리플 악셀과는 달리 기본기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기술이죠.

고난이도의 기술에 의존하면 어느 선에서는 한계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고난이도의 기술은 아무래도 성공율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죠. 반면 기본기가 탄탄하면 기초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고난도 연기를 하면 먼저 앞서나가기 좋겠고 눈에 띄겠죠. 그것이 사람들이 이제까지 마오양이
연아양보다 기술이 앞서는 선수라는 (잘못된) 평가를 내려온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기본기를 소화할 수 있어야 융통성 있는 프로그램 구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실제 연아양은 시니어 데뷔 후 점수대가 계속 올라갔습니다. 반면 어려서부터 트리플 악셀의 고득점과
그것을 할 줄 안다는 인지도에 의존하던 마오양은 시니어 진출 후 점수향상이 거의 없었습니다.
마오양은 다른 쉬운 점프도 못뛰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제 기초점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종류의
기본 점프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지는 못하고 트리플 악셀을 두 번 뛴다거나 하는 식으로 더 고난도 연기에
집착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실패율만 더 높아지고 클린 프로그램을 하기가 더 힘들어지는
결과가 됩니다. 그러면 자기 실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아닌 복불복 게임이 되어버리죠. 마오양이
시즌 두어 개를 포기하고 기초 점프를 다시 배워오지 않는 한 아마도 마오양은 지금보다 더 추락하면
했지 고난도 점프를 아무리 연습해봤자 벌어지기 시작한 격차는 줄이기 힘들겁니다.

기본기의 중요성은 공중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예로, 많은 분들이 고난도의 방어기동으로서 배럴롤 방어같은 것을 많이 연구하십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어기동에서 가장 단순하고 기본적인 방어기동인 브렉턴만 잘 해도 방어상황 대부분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시저스는 브렉턴을 반복하는 것이고 배럴롤 방어는 3차원
시저스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배럴롤 방어나 시저스 모두 브렉턴을 적절히 구사할 줄 알아야 더
적절하게 기동에 들어갈 수 있고 더 높은 성공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순한 기동은 실행하기 쉽기 때문에 의도한 효과를 달성하기도 쉽습니다. 반면 고난이도의 기동은
기동이 복잡한 만큼 깨끗하게 성공하기도 힘듭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기본기를 잘 써서 원하는 효과를
얻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고난이도의 기동은 다른 대안이 더이상 없을 때 쓰는 최후의 카드가
되어야 하는거지요. 고난이도의 기동은 어감과는 달리 전투를 더 잘 이기게 해주는 필살기가 전혀 아닙니다.

어느 피겨 해설가가 이런 식으로 말하더군요.
"연아가 못하는게 뭐지요? 트리플 악셀? who cares? ㅋㅋㅋ"
화려한 테크닉이라는 것의 지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한마디였습니다.
화려한 테크닉 하나 믿고 뛰던 선수에 대한 작별 인사이자
진정한 토털 패키지 선수에 대한 환영 인사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