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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drow
2010.09.13 05:31
음... 구체적인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일단 느껴지는 대로만 말씀드린다면...
이탈을 할 것이라면 맨 처음, 그러니까 "고도는 1500m에서 템페스트에게 뒤를 물렸고 적이 나보다 빠르다"라는 판단을 했을 때 내리셨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다면 그 다음 기동들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네요. 스플릿 S와 배럴롤을 했다고 하셨는데, 둘 다 에너지를 심하게 많이 소모하는 기동입니다. 그렇다면 1500m 고도만 까먹고 남은 에너지가 없으니 이탈창이 닫힐 수밖에 없지요... 그 후에 교차각이 커졌더라도 적기가 에너지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쉽게 잡힐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주어진 조건에서라면 고도를 먼저 손실한 후에 앵글을 만들게 아니라, 앵글을 먼저 충분히 만든 다음(이건 에너지가 낮은 상태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그냥 맨 처음 상황에서 브렉턴과 시저스만 해도 되지요) 갖고 있는 고도를 이용해서 증속 이탈을 해야 이탈창을 더 넓게 가질 수가 있습니다.

스플릿 S는 적기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방어기동으로서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공격기는 그냥 보고 있다가 따라 내려오면 그만이고 방어기만 아무 소득 없는 에너지 손실만 가져오거든요. 이왕 스플릿 S를 하셨다면 적이 뒤로 떨쳐져 나가는 타이밍에 적기와 다시 머지를 할 것이 아니라 증속을 해서 check and extend법으로 끌고 나가셨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고요. (그 때 상황에 맞을지 어떨지는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습니다만..) 어차피 그렇게 머지를 할 것이었다면 스플릿 S는 더욱 불필요한 행동이셨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기동(이를테면 브렉턴)을 할 경우의 수가 있는 상황에서 배럴롤은 정말 안좋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경우의 수를 다 날려버리는 방법입니다. 배럴롤은 "두 번째 머지 이후에 하강 이탈도 곤란하고 죽을 때까지 끌고가야 하는 상황"에서 더 필요했을 성격의 기동이지요.

두 번째 머지 후 말씀하신 상황에서는... 앵글이 충분히 있다면 가급적 시저스, 앵글이 부족해서 적기에게 비행경로 오버슛을 유발하지 못한다면 배럴롤을 시도해서 앵글을 좀 더 만들기를 시도할 수 있겠고요. 그정도의 앵글조차 남아있지 않고 적기가 뒤에 딱 달라붙어 있다면 징킹으로 들어가야겠죠. 아군 메서슈미트가 적기를 격추해줬다고 말씀하셨다시피, 주변에 아군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최악의 상황에서도 꼭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이 없다면 그 적기를 꼭 내가 어떻게 하려는 생각보다는 단순히 조금 더 오래, 극단적인 경우 2,3초 만이라도 더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때로 매우 큰 의미를 가질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기동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허무하게 격추당하셨다는 표현에서 그런 마지막까지 버티는 부분이 조금 부족하셨지 않나 하는 인상을 받게 되네요.

전투기동은 아주 미세한 속도, 각도 차이로도 매우 다른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로 설명하신 것만으로는 구체적인 상황이 어땠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셨는지를 제가 정확히 알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가 드린 의견이 절대적인 해답이라고는 생각하지 마시고요... 다만 말씀하신 조건 하에서 제가 떠올려 볼 수 있는 경우의 수라는 차원에서 의견을 말씀드려보았습니다.